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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7

       *** ***

         

       연회는 왜 여는가?

         

       친분을 쌓기 위함이다.

         

       좋은 볼거리도 같이 보고, 맛이 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한잔 자시고 그러다보면 생판 모르던 남이랑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로 위지천이 수를 보인 이후 연회는 비로소 연회다워졌다 할 수 있었다.

         

       운남 사파인들에게도, 그리고 천마신교 무인들에게도 지금의 연회는 미지와의 조우나 마찬가지였다.

         

       사파인들 입장에서는 온갖 괴소문만 들었던 천마신교 무인들과 정말로 접촉해도 탈이 없을지 확신을 가지지 못했고.

         

       천마신교 무인들 입장에서도 외부 무인들을 어떠한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 가늠을 못 하고 있었을 테니까.

         

       위지천이 사복설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을 보며 사파인들은 천마신교 무인들과 교류를 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들었을 테고 천마신교 무인들 역시 운남의 무인들과 섞여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본인은 정굉문의…”

         

       “지옥멸살대 소속 조장…”

         

       운남 사파 세력들이 적극적으로 천마신교의 무인들에게 다가가며 이곳저곳에서 술잔과 담화가 오갔다.

         

       운남의 세력들 입장에서는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는 없던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천하를 가르는 두 세력 중 혈교를 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운남 사파들이었기에 속마음이나 손해득실을 떠나 혈교에게 우호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천마신교라는 세력에게 붙는다는 선택지도 생겼으니 천마신교 무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운남 세력들의 머릿속에서는 부지런히 저울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저울은 혈교보다는 천마신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건 장내의 분위기만으로도 명확했다.

         

       현경 고수를 손 한번 못 쓰게 제압해버린 위지천의 무력 때문이겠지.

         

       그리고 나는 그런 장내의 분위기 속에서 일행들과 여유롭게 연회를 즐길 수 있었다.

         

       “음, 이 어향양념이 딱 취향이네요. 가지도 그렇고 어향육사도 그렇고…”

         

       흑묘가 눈을 빛내며 말했고 혁기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맛입니다. 사파 중에서도 유서 깊은 문파라는 건 빈말이 아닌 모양입니다.”

         

       “본가의 숙수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겠군요.”

         

       나와 일행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으니까.

         

       현재의 나는 중립성향의 낭인임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누가 나를 중립으로 볼까. 당연히 사천정파의 일원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애초에 일행부터 당씨가 두 명. 비공식 점창파 제자까지 포함하면 점창파 제자 두명. 또 다른 지방이긴 하지만 모용연화까지 섞여 있지 않은가.

         

       천마신교의 성자라는 직함이 있긴 하지만 이 연회 자체가 천마신교의 무인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인데 왜 나를 통해 간접 교류를 하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사도련이었던 문파들의 눈치도 보이겠지.

         

       정철이 은원을 건 대결에서 패해 사라졌으니 나와 사도련 사이에 은원은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명분이 그러할 뿐이지 어떻게 일어났던 일이 완전히 없어질 수 있을까.

         

       사도련의 문파들과 나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앙금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운남의 무인들은 괜히 사도련 소속이었던 문파들의 눈 밖에 날까 싶어서 나나 일행들에게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어머~ 독고이설 소저. 어째 전보다 더 피부가 고와지신 것 같아요.”

         

       “후후, 무슨 말씀을. 그저 여행길에 거칠어지지 않았을까 걱정일 뿐입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고우신데. 안 그래요 청화 소저?”

         

       “맞아요~ 참으로 부럽습니다~”

       다만 암룡문 소속인 독고이설만큼은 인기폭발이었다.

         

       독고이설은 또래 소저들과 어울리며 자신을 추켜올려주는 소저들의 아부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뭐 아부를 즐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지세력을 다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사파의 법도는 나보다 더 빠삭한 독고이설이니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며 위서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천마인 위서련과 교분을 트기 위해 다가간 운남의 무인들.

         

       위서련은 그런 운남의 무인들이 영 눈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부분의 일을 대충대충 넘기는 위서련이지만 무인을 보는 눈만은 지극히 깐깐했다. 온 천하를 뒤져도 또래에는 적수가 몇 없을 일행들이지만 그런 일행들조차 겨우 인정하는 정도였으니까.

         

       제 성에 차지도 않는 무인들과 어울리고 싶지는 않다는 티를 팍팍 내는 위서련과 그런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교분을 트려 다가온 무인들이 위서련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을 때였다.

         

       “내 잔을 받고 싶은가?”

         

       “하, 한잔 받고 싶습니다.”

         

       그러자 위서련은 품에서 주사위를 꺼내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보다 높은 눈을 내보거라.”

         

       무인으로서는 어울려 줄 수 없으니 도박으로라도 어울리겠다는 심산이었을지도.

         

       그렇게 시작된 주사위 내기와 함께 긴 줄이 형성되었다. 운이 따른다면 소천마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으니 기회라는 생각이 든 것일까.

         

       “소, 소인은 탕경문의 관갑산이라 합니다! 소천마님의 잔을 받아 영광입니다!”

         

       “좋다. 다음.”

         

       뭐 말 한마디 건네는 것도 눈도장이라면 말이다.

         

       말 한마디 건넨 것만으로도 환히 웃는 갑산 씨와 그런 갑산 씨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도전자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뭐 저 정도 수준의 눈도장도 기회라 여기는 모양이다.

         

       그에 반면 위서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어째서 사파인들인데 도박을 못 하는 것이지?”

         

       위서련이 엄청난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얼굴로 편견 어린 말을 내뱉었다.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아무리 못해도 각 문파의 중진. 아무리 사파라고 해도 그런 중진들이 도박 기술을 익힐 리가 있겠는가. 뭐 저들중에서는 진짜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무인들도 섞여 있겠지만 그렇게 올라온 독종들이 도박에 한눈을 팔았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운남의 무인들 중에서 진짜 도박 고수들을 찾으려면 이 연회장에 있는 고수들보다는 각 문파의 하급, 중급 무사들을 부르는 편이 더 가능성이 있겠지.

         

       천마에게 잔을 받는다는 기대감에 눈이 반짝거리는 도전자와 현실과 상상의 괴리를 느끼곤 실의에 빠져버린 위서련의 표정이 너무나 대조적이라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려 위서련 쪽을 바라본 여일예가 쓴웃음을 지었다.

         

       “위서련 소저가 많이 실망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뭐 본래 인생은 실망의 연속이지.”

         

       당소열이 연초를 피우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럴싸한 말을 내뱉었다.

         

       “당소열 소저에게는 실망의 연속이라기보다는 게으름의 연속인데요.”

         

       “흥, 나처럼 부지런한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뭔…서공도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면 배를 잡고 웃었을걸요.”

         

       “하.”

         

       평소와같이 투닥거리며 말장난을 벌이는 일행들의 재잘거림을 뒤에 담으며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천마신교라는 세력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운남 세력들.

         

       혈교와 운남의 연결고리를 끊는다는 당초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이게 다 천마의 힘이겠지.

         

       나는 위지천, 사복설, 독고영천, 그리고 악경철이 모여있는 상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결국 독고영천에게 제대로 된 답을 끌어내지 못했고 악경쳘에게는 훼방을 당했으며 사복설의 행동은 조금도 예측하지 못했다.

         

       위지천의 무공이 이 정도로 고강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뭐 무림천하의 고인물이니 뭐니 했지만 결국 내 역량이 천마는커녕 운남의 세 현경 고수들의 행동도 온전히 간파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사도련의 문파들을 뜻대로 휘청이게 만든 적이 있다고 한들 저들이 거대 문파의 수장이자 현경의 고수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지금의 위치에 도달한 것이다.

         

       이번 연회로 그 사실을 깔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상석을 주시하며 때를 기다렸다.

         

       내가 놓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놓친 것을 잡아채기 위해 움직여야 할 일이었으니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내가 기다리던 때가 왔다.

         

       아무리 천마가 중하다고 한들 연회에서 한 사람만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 연회의 주인인 독고영천이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악경철 역시 연회에 참석한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눌 필요를 느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맞추어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둘만 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내가 일어서자 일행들이 멈칫하긴 했지만 곧바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가 말없이 스리슬쩍 일어났으니 굳이 이목을 끄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겠지.

         

       진법을 오랫동안 연마한 탓인지 언질을 주지 않아도 호흡이 착착 맞아 떨어지네.

         

       일행의 적절한 대처 때문인지 큰 이목은 받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었다.

         

       독고영천이 날 바라보는 것이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 나는 상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뇌검낭인 호천안이라 합니다.”

         

       “오오, 무림의 영웅을 뵙는구려. 본인은 속령파라는 문파를 이끌고 있는 귀곡혈조 악경철이오.”

         

       내가 다가간 상대는 독고영천이 아니라 악경철이었다.

         

       연회 전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나를 바라보던 독고영천의 의아한 시선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무조건 악경철이 우선이었다.

         

       “운남의 최고수 중 한명이자 현경의 고수이신 악경철 대협께서 본인을 영웅이라 칭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허허허…참으로 겸손하시구려. 이리 무림의 안위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시거늘 뇌검낭인께서 영웅이 아니라면 누가 영웅이겠소?”

         

       “하하하!”

         

       “허허허허헛!”

         

       나는 교활하게 빛나는 악경철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혈도 사복설은 완전히 내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뭐 아까도 말했지만 현경의 무인이자 거대 세력의 주인인 사복설의 행동을 온전히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흑패 독고영천 역시 내 예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추측에 불과하나 내가 용지맹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그 증거 중 하나겠지.

         

       판이 제대로 벌어지기도 전에 악경철이 끼어들었기에 그 패를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악경철은 어떨까.

         

       악경철 역시 내 예상을 뛰어넘기는 했다.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다짜고짜 암룡문에 방문하며 나와 독고영천의 대화를 방해했으니까.

         

       그러나 그게 과연 악경철의 진면목일까.

         

       혈도 사복설이 낭만을 쫓는 무인이고 독고영천은 문파의 성장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야심가라면 악경철의 진면목은 제 이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팔아치울 수 있는 자였다.

         

       “자자. 악경철 대협과는 나눠야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허허허허! 마음이 통하는군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내 접근을 반기는 악경철의 반응.

         

       그런 악경철의 반응에 나는 내 예상이 맞아떨어졌다는 확신을 얻었다.

         

       속령파는 정철과 나 사이에 끼어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니 막대한 손해를 본 악경철이 나에게 앙심을 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악경철의 소인배적인 기질을 생각하면 단단히 앙심을 품었을 것이 뻔했다.

         

       악경철이 나를 싫어할 이유는 뚜렷하지만 나와 친분을 다진다 한들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악경철은 나와 친분을 쌓는 상황을 기꺼워하고 있으니 나는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작은 이득조차도 물불 안 가리고 빠르게 삼키는 악경철. 그런 악경철의 성정은 이미 몇 번이나 증명되었다.

         

       사도련의 선봉장 자리를 피하기 위해 라노징부에게 달려들었고 속계에서도 내 뜻대로 움직여 주었으니까.

         

       그런 악경철이 사파의 세력이 필요한 혈교를 두고 가만히 있었을까?

         

       독고영천과 사복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내 예상을 뛰어넘었으니 악경철 역시 내 예상을 뛰어넘었을 터.

         

       그러니 악경철은 진작에 혈교와 협력하며 이득을 취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혈교가 운남의 세력에게 손을 뻗기도 전 혈교의 세력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을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나와의 친분이 절실한 것이다.

         

       이미 혈교와 협력한 상황에서 무시무시한 무력을 보여준 천마가 나타났으니, 천마신교와 악경철 사이를 중재해 줄 중재자가 필요할 테니까.

         

       참으로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작은 걸 부지런히 모아서 한방에 크게 날려버리니 말이다.

         

       뭐 그러고도 속령파라는 대문파를 쌓아 올렸으니 이 역시 하나의 방식이겠지.

         

       그리 생각하며 술이 가득 담긴 잔을 악경철에 건넸다.

       

       “자, 자 한잔 받으십시오.”

         

       “허허허!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나와 악경철은 깨끗하게 잔을 비우고 서로를 마주보며 호탕한 웃음을 흘렸다.

         

       “이거 문주님과는 아주 긴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허허허허!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드는구려!”

         

       운남의 어느 문파보다도 빠르게 혈교의 손을 잡았을 악경철.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털어먹을 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는 조금씩 많이 따고 한방에 크게 잃는다!

    적자만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

    *

    오늘도 조금 늦었습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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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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