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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7

       “그대는 그대의 목숨이 하나인가 두 개인가를 시험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나. 내 그대의 목숨이 몇 개가 있는지를 기꺼이 확인시켜 줄 수 있다만.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아니라고? 혹여 또 다시 본인에게 수련을 받고 싶은가?”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무어냐.”

       

       제대로 설명을 해보거라.

       

       그렇지 않으면 내 그대에게 무얼 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 며칠 전 아라님께서 자신의 경지를 드러내신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랬었지.”

       

       그것은 짐승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한 시도이었다마는.

       

       본인이 미처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존재했기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앗지.

       

       지금 생각해보아도 아쉽구나.

       

       그것이 방송만 아니었더라면 본인은 엔리와의 내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 터이고 지금 내 옆에서 이것도 괜찮겠다며 히죽거리는 녀석도 없었을 터 아닌가.

       

       “그 때 아라님께서 자신의 경지를 가감 없이 펼쳐 보이시는 바람에 아라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전까지 본인은 대부분 경지를 숨긴 모습만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그것이 본인의 버릇이었으니까.

       

       파이스처럼 일정 경지 이상에 오른 이들은 가장을 넘어 본인의 경지를 어느 정도 짐작했고, 그랬기에 본인의 경지를 마주하고서도 태연할 수 있었다만.

       

       본인이 지닌 것을 귀로만 전해 듣던 이들의 경우에는 달랐다.

       

       내가 지닌 진짜 모습이 어떤 지를 짐작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던 이들은 경지 너머에 숨겨져 있던 것을 마주한 후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의 무게 아래에 짓눌려 버렸다.

       

       “저야 아라님의 경지를 짐작할 수도 없는 일반인인지라 그 공포의 크기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직원들이 아라 씨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건 알죠.”

       “그 공포를 달래기 위해 메이드복을 입어달란 것이냐?”

       “네. 천마님께서 결코 하지 않을 법한 복장을 본다면 다들 많은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요.”

       

       그거야 그렇겠지.

       

       일단 보이는 것은 본인의 권위가 무너질 것이라는 점이다.

       

       평상시에도 엔리에게 왜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냐는 투덜거림을 듣던 본인이긴하다만 메이드복이라는 것은 본인의 평상복과는 결이 아예 다르다.

       

       편하게 입고 다니는 것과 시종이 봉사를 위해 입는 옷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그 옷을 자처해서 입는다는 것은 스스로의 위엄을 포기하는 일일지어니.

       

       본인이 지닌 무게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야.

       

       이를 사장이 제안했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사장이 말을 꺼내고 본인이 그를 따랐다는 것은 본인이라는 사람이 통제에 따를 수 있는 인간이라는 증명이니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는 야생의 짐승과 대화가 통하는 이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은 커다랄 지어니.

       

       분명 본인에게서 시작되는 공포를 더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

       

       이러한 사안들을 이해하긴 한다만.

       

       “본래는 이 공포를 요리방송으로 달랠 생각이었습니다만 제가 생각지 못한…”

       “거절하마.”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군.

       

       이 따위 놈이 무어라고 본인에게 명을 내린단 말인가.

       

       본인이 굴욕을 자처한다면 모를까 다른 녀석의 명령에 따라 굴욕을 당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다른 놈팽이들의 본인의 존재에 공포를 느끼던가 말든가 본인의 알 바인가?

       

       그 놈들이 바닥에 오줌을 지리건 말건 그것은 그 녀석들이 약해빠졌기 때문일 지어니 약자들이 광기에 물드는 대신 공포에 질렸다면 그것은 오히려 본인이 환영해야 할 일이다.

       

       “잠시만요. 아직 드릴 말씀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을 제안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본인은…”

       

       네 녀석을 위해 굴욕을 당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말할 생각이었다만.

       

       “저희 직원들 중에서 털이 풍성하고 부드러운 이들을 선별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드리겠습니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날아들었다.

       

       “털이 풍성하고 부드러운 이들이라 함은?”

       “저희 백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은 이들입니다.”

       “…그들이 전적으로 본인의 의향에 따라준다고?”

       “물론입니다. 아라님께서 메이드복을 입고 공포를 덜어주신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실 테죠.”

       

       본인이 머릿 속으로 상상만 하던 복슬복슬 보슬보슬 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고?

       

       그것도 본인을 두려워하여 도망치는 이들이 아니라 얌전히 본인의 의향에 따라주는 이들 사이에 머무를 수 있단 말이더냐?!

       

       평생의 숙원 중 하나가 이루어 질 수도 있단 생각에 본인의 체면과 꿈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던 나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본인은 천마다. 아무리 복슬복슬한 이들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 본질은 뒤바뀌지 않을 터이니.

       

       “알겠다. 수락하지.”

       

       약간 위엄이 깎인다 하더라도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흐흐흐. 복슬복슬. 보슬보슬.

       

       그 털 사이에 뛰어 들 생각을 하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새 나오는 구나.

       

       그 광경을 상상하며 웃음을 흘리던 나는 사장과 원활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아라 씨. 무슨 행사에 참여하세요?”

       “네. 아피스를 만든 회사 쪽에서 직원들끼리 요리 대회를 하는 데 거기에 참가하기로 했어요.”

       “메이드복을 입고요?”

       “…어. 원래 이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야외 행사… 메이드 복…”

       

       내가 한 말을 되뇌이는 엔리를 보고 있자니 절로 불안감이 차올랐다.

       

       대개의 사람들 앞에선 그 의견이 어떻든 간에 본인의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 본인이다만 여기엔 분명한 예외가 몇 존재한다.

       

       하나는 바루다.

       

       기본적으로 동물들에게 미움을 사는 본인이 마음껏 쓰다듬을 수 있는 귀여운 여우인 바루는 본인이 귀히 여기는 대상이며 지난 시간 동안 정이 든 이다.

       

       그렇기에 본인은 바루가 어지간히 고집을 피우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려 노력한다.

       

       또 다른 하나는 지금 내 앞에 초롱거리는 눈을 한 엔리다.

       

       본인이 현대로 건너오고 나서 처음으로 친해진 사람이고 나라는 인간이 현대에 적응하는 데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준 그녀는 본인에게 있어 은인이라 불러 마땅한 사람이다.

       

       본인이 엔리에게 지닌 호의가 얼마나 커다라냐면 지금 내 앞에서 계속 깐족거리고 있음에도 그녀가 미워 보이지 않을 지경이니.

       

       나는 엔리의 호기심을 무작정 거부할 수 없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해요.”

       

       매를 맞을 거라면 먼저 맞는 편이 낫단 생각에 선수를 쳤더니 엔리가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저어. 그 회사라는 게 아피스를 만든 회사죠?”

       “맞아요. 방금 전에 전화 건 건 그 쪽 회사 사장님.”

       “그으럼 거기엔 백호님 같은 분들이 우글거리는 건가요?”

       “그렇죠?”

       “와아.”

       

       지난 번 반그로우의 평원과 파이스가 살던 세상에 다녀오더니 이런 데에 호기심이 많아진 모양이구나.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것이 눈에 훤해.

       

       “함께 가실래요?”

       “그…그래도 괜찮나요?!”

       “안 될 거 없죠.”

       

       본인이 친구를 데려가겠다는데 그 누가 본인의 뜻을 막을 수 있겠느냐.

       

       내 그대가 신기해 할법한 이들을 여럿 소개해 줄 터이니 그대가 바라는 만큼 많은 것을 보도록 하거라.

       

       “와아! 정말 고마워요! 아라 씨!”

       “별 것도 아닌데요. 뭐.”

       “그럼 거기에서 입을 메이드복 멋진 걸로 골라 둘게요!”

       “네?”

       “아! 혹시 회사 쪽에 야외 촬영을 허락 받을 수 있나요? 아라님이 메이드 복 입고 돌아다니는 거 찍으면 엄청 재밌을 것 같은데!”

       

       생각만 해도 즐거울 것 같다는 엔리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입술을 곱씹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회사의 이들이 미치든가 말든가 신경 쓰지 않고 장사를 이어나갈 것을 그랬어.

       

       *

       

       회사에 소동이 일어난 날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본래라면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고 있어야 할 백호는 아라가 사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얼마 전 아라가 만들어낸 소란은 회사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갑작스레 드러난 그녀의 경지 앞에 회사의 많은 이들이 혼절을 하고 말았으니 그 여파로 인해 회사는 이틀 간 완벽하게 정지되어 버렸더랬다.

       

       덕분에 몇 안 되는 생존자인 백호는 회사에 출근해 다른 이들이 회복될 때까지 그 일을 뒤집어 써야 했지.

       

       요즘 들어 본의 아니게 과로에 시달린 백호는 출장을 나온 지금 이 순간을 휴식이라 여길 정도로 지쳐 있었다.

       

       “헌데 아라님을 정말 회사에 데려가도 괜찮을까.”

       

       며칠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사건의 여파는 아직까지 회사에 남아 있었다.

       

       본래부터 아라의 경지를 짐작하던 초월자들은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회사의 대부분을 이루던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아라가 대단하다는 건 알지만 그녀가 정확히 어떤 경지에 도달해있는지는 잘 모르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아라의 경지를 두 눈으로 마주한 후 그녀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스스로 짐작할 수도 없을만큼 드높은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생물로써의 본능이니까.

       

       사장님의 명령이라 가기는 한다만서도 아라님을 요리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불러도 괜찮은 건가?

       

       지금 그들이 아라님을 눈에 담는다면 얼굴이 창백해질 텐데 오히려 더 큰 혼란만 만들어내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아라의 집 앞에 도착한 백호는 일부러 인기척으로 내며 벨을 눌렀다.

       

       그러자 띵동하는 소리가 그치기도 전에 안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기다려라! 지금은.”

       “에이. 잘 어울린다니까요. 아라 씨? 누가 보더라도 귀엽다 그럴 거에요!”

       “맞다. 아라야. 자신감을 가져라.”

       “이런 것에 어찌 자부심을 가지란 것이냐!”

       

       문 너머에서 투닥거리는 소리를 듣던 백호는 지금이라도 발을 돌려 도망치고 싶단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 안에 끼어들어서 좋은 꼴은 못 볼 것 같은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 1만!

    솔직히 달성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수치입니다만 독자 여러분들께서 꾸준히 사랑을 해주신 덕분에 1만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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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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