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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7

    <467 –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눈물을 머금고 보호장신구 노이즈캔슬러를 해제하기 무섭게 끔찍한 연주가 신경을 툭툭 건드렸다.

     

    “아~♪ 아~♪ 아~♪ 아↗?”

     

    인간의 목 또한 악기 중에 하나라는 뜻일까.

    육성으로 소리를 내는 악사마저 등장했다.

    소리는 미성이었다.

    나름 듣기도 좋았다.

    굳이 평가하자면 발성도 깔끔하고 귀도 즐겁다.

    그래서 더 문제가 있었다.

     

    ‘애들의 대화소리가 묻히고 있어…!’

     

    1만석의 대형 콘서트장에 데려다놓아도 마법이 걸린 마이크 없이도 모든 좌석에 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성량이 가차 없이 재능을 뽐낸다.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도 충분히 크지 않으면 히틀러의 귀에까지 닿을 수 없다.

     

    “어제 먹은 참치!! 맛있었지!!!”

    “아돌프, 1점 감점. 고성을 지르는 것은 즐거운 환담으로 평가될 수 없다.”

    “아이 참. 아무리 신이 나도 그렇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어떡해요? 후후.”

    “…”

     

    VIP의 표적 오크노디는 그런 점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명석했다.

    그녀는 언성을 높이는 대신에 발성과정에서 목소리에 마나를 실었다.

    작은 소리도 상대의 고막에 효과적으로 닿을 수 있도록 소리가 흐르는 길을 억제한다.

     

    ‘위기상황에서 태연한 얼굴로 시치미를 뚝 떼고 의사전달을 하려면 필요한 기술이지.’

     

    요령이 부족한 학생들도 금방 오크노디의 스킬을 모방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자 혈음악단의 악사의 입에서도 노래가사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제이스는 울었어. 살려주세요.”

    “집에가고 싶었어. 말안할게요.”

    “희망어린 미소로 착각을했어.”

    “감쪽같이 속였어. 넌못돌아가.”

     

    아이들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불협화음이 서로 겹치며 불안한 마음이 증폭됐다.

    대화를 마쳤지만 아이들과 교관들의 표정은 웃는 얼굴 그대로 경직된 지 오래였다.

     

    “흑흑. 나 못 하겠어.”

    “에이미. 1점 감점. 마음이 꺾이지 마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다른 팀 교관의 지적은 아이들을 향한 지적이었을까, 스스로를 달래는 주문이었을까.

    히틀러는 둘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기기기긱 기기긱. 고통의선율.”

    “한계를 넘어섰어. 신나는체험.”

    “잘게찢고 해체해. 육체의노래.”

    “아아 또부러졌다. 약한장난감.”

     

    듣기만 해도 속이 뒤집히며 미칠 것만 같다.

    정신 나간 가사와 그 안에 실린 감정이 진득한 살인마의 희열이라는 감정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공격.

    인간을 피식자로 삼는 괴물의 사고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자리나 다름없다.

     

    ‘과연 데모니카 교수의 강의다워. 아카데미에서 악명 높기로 한 손에 꼽는 교수답군.’

     

    심약한 학생 한 명이 울면서 더는 못 하겠다고 소리쳤다.

    그 학생은 즉시 교관의 이송을 받아 안전한 곳까지 물러났다.

    이탈자가 나오자 다른 학생들의 눈도 초조해졌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고약하다.

    차라리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다면 오기로라도 버텼을 텐데.

    한 명이라도 기권하고 편해진 사람이 나오면 나머지 사람들도 약한 마음이 고개를 불쑥 치민다.

    너만 기권한 것도 아니야.

    얼른 포기해.

    오래 버텨봤자 기권하는 건 모두 마찬가지야.

    모두가 기권하면 공평하게 점수를 망칠 수 있어.

     

    포기해도 좋을 변명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고통과 두려움이 학점을 향한 욕심을 넘어서는 순간,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학생들이 연이어 손을 들었다.

     

    “더는 못 하겠어요!”

    “저 나갈래요.”

    “기권이요. 저 좀 내보내주세요. 빨리요!”

     

    인간의 마음은 고약하지만, 때로는 강인하기도 하다.

    사방에서 기권자가 속출함에도 VIP의 표적 오크노디와 그녀의 팀은 누구 하나 기권하지 않았다.

     

    “다들 도시락을 열고 제 목소리에 집중하며 식사를 하세요. 하얀 쌀밥 위에 김으로 만든 꽃의 모양은 어떤가요? 예술적으로 잘 만든 아름다움이 느껴지나요? 살짝 찌그러진 모양이 귀엽나요? 그 마음이 여러분을 지켜줄 거랍니다. 여러분이 정성들여 아침부터 싸왔던 도시락이니까요!”

     

    히틀러와 함께 배속된 교관이 그를 돌아보았다.

    이 발언을 용납해도 되느냐는 뜻이었다.

    히틀러는 내버려두라는 뜻을 전했다.

    아슬아슬하게 피크닉의 범주에 속하는 대화였다.

    오크노디의 적절한 한 마디는 내색은 안 해도 꺾이려던 학생들의 마음을 다잡았다.

     

    “도시락의 별미는 남이 싸온 반찬이죠. 우리 반찬교환을 하지 않을래요?”

    “오, 오크노디가 미쳤다!! 자기가 싼 음식을 남에게 양보하다니, 제 정신이 아니야!!!”

     

    갑자기 그녀와 같은 조원 한 명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고함을 내질렀다.

     

    “아돌프. 1점 감점. 힐링피크닉에 고성은 어울리지 않는다.”

     

    히틀러는 속으로 욕을 했다.

    호들갑 떨지 말고 당장 자리에 다시 앉아.

    네 동요가 다른 학생들을 동요시키고 오크노디까지 흔들리게 만들지 마.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오크노디를 응원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를 향한 응원일지도 모른다.

    끝내 4학년 진급에 실패했던 자신.

    어리석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아돌프만큼은 이 시험을 합격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계란햄의 부드러운 식감을 떠올리세요. 문어소세지의 혀를 간질이는 식감을 떠올리세요. 그 어떤 고통도 맛의 즐거움은 이길 수 없답니다.”

     

    오크노디의 선전은 연쇄적으로 쏟아지던 기권러시에 제동을 걸었다.

    버텨야 할 이유가 생긴 학생들은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며 악착같이 버텼다.

     

    “혈음악단 하프연주가, 루미네. 내 노래는 여기까지야. 어린 친구들의 풋풋한 공포와 용기가 참 신선하고 즐거웠어.”

     

    노래를 부르던 악사가 거울을 통해 뒤를 보는 히틀러를 제외하면 아무도 보지 않는 배후에서 치맛자락을 쥐고 우아하게 예를 갖춘 인사를 올렸다.

    어쩌면 그것은 기대 이상의 훌륭한 인내를 보여준 학생들을 향한 응원과 격려일지도 모른다.

     

    ‘너희도 사람이 맞기는 하구나.’

     

    마냥 악마 같은 작자들은 아니었어.

    하프의 루미네가 주도하던 노래가 끝나자 선율이 변화했다.

    무표정한 얼굴의 사내가 선두로 나서자 잔잔하고 고요한 바이올린의 선율이 키를 쥐었다.

     

    “잠의 시간이다. 10분이 지나기 전에 깨어나는 자는 모두 실격이다. 물론… 이 비네 님의 연주를 듣고도 깨어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비네의 연주가 시작되는 순간, 돗자리 위에 몸을 눕히던 학생들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거대한 거인의 발에 짓밟히는 것처럼 몸이 짓눌려 일어날 수가 없다.

    바닥에 누워있는데도 마치 하늘에서 추락하는 것만 같은 근원적인 불안함이 치밀어 오른다.

     

    상반된 감정 속에서 학생들은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달아나고 싶어.

    달아날 수 없어.

    꾹 눌린 용수철처럼 긴장된 신체가 부들부들 떨렸다.

    지켜보는 히틀러는 더욱 소름이 끼쳤다.

     

    ‘고밀도의 마나가 밀집하며 일어나는 영역전개!’

     

    어지간히 재능 있는 3학년 상급반이 아니고서야 4학년은 되어야 펼칠 수 있다는 현상이 혈음악단 단원의 악기로부터 퍼져나간다.

    범위는 소리가 닿는 공간 전체. 마나가 실린 바이올린 연주소리의 범위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200m를 넘는다.

    음과 음 사이를 끊어 치는 스타카토staccato 기법의 소리가 울릴 때마다 학생들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숨이 막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이러다 정말로 죽을 것 같아…!”

     

    극한의 압박감이 계속되던 도중, 비네가 영역을 거두며 선언했다.

     

    “1분이 지났다. 이 뒤로는 지금보다 더한 악몽의 4종주를 연주한다. 각오가 되지 않은 자, 이른 미몽에서 깨어나라.”

     

    그것이 기권을 허락한다는 선언임을 깨닫기 무섭게 수많은 학생들이 앞다투어 일어섰다.

     

    “이건 미친 짓이야!”

    “당장 그만두겠어.”

    “너희도 얼른 나와. 오기 부리다가 정말로 죽어!”

     

    패닉에 빠진 학생들 사이에서 아돌프가 망설이며 고민했다.

    히틀러는 자신도 모르게 노이즈캔슬러를 은밀히 그의 발치에 던졌다.

     

    “…!”

     

    히틀러와 같은 조에 속한 교관이 미쳤냐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히틀러는 개의치 않았다.

    다섯 가지의 대화주제를 주고받는 시간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부터는 노이즈캔슬러를 착용하더라도 교관에게는 심사에 페널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히틀러는 명백히 자신에게 불리한 짓을 생면부지의 1학년을 위해 저지른 것이다.

     

    ‘미친 짓이라는 생각에 물러나기는 쉽지. 나 역시 4학년 진급시험에서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건 현명한 선택일지는 몰라도 강해지는 길은 아니야.’

     

    적어도 현명함이 4학년이 될 수는 없는 길이라는 사실은 명백했다.

    오늘 처음 봤음에도 과거의 자신처럼 느껴지는 응원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

    저 소심하고 눈치만 더럽게 보는 녀석을 탈락시키고 싶지 않았다.

     

    ‘학생들과 같은 처지가 되어서 뭐가 어쨌다는 거야. 이쪽은 3학년 중퇴자라고. 혈음악단이든 뭐든 오기로 버티면 그만이야!’

     

    두 눈 가득 의지를 불태우던 히틀러는 문득 비네와 눈을 마주쳤다.

    무표정을 고수하던 비네의 얼굴에 옅은 조소가 떠올랐다.

     

    교관 따위가 내 앞에서 객기를 부려?

    후회하게 해주지.

     

    마치 그렇게 말하는 비웃음이었다.

    하지만 그를 주시하는 시선은 비네만이 아니었다.

    VIP의 표적.

    히틀러의 감시대상.

    오크노디 또한 잠든 척 엎드린 고개를 슬쩍 들어 히틀러를 쳐다보고 있었다.

    옆의 조원들, 안데르센과 귀족샌님들의 버거운 표정과는 전혀 다른, 신기한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염탐노디!

    그리고 긴급패치!
    루돌프와 아돌프는 따로 있었지만 유사한 이름으로 혼선을 빚지 않도록 아돌프로 통합되었습니다.
    이제 아돌프의 감점이 1점 늘어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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