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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7

    결국 모든 차량을 수색하고 나서도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루크가 서드에게 물었다.

    “설마, 착각을 한 것은 아니겠지?”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 아주 약하기는 했지만…,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도.”

    루크의 말에 서드는 잠시 자신감을 잃은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곳에서 알 수없는 위협을 감지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감각이 너무나도 미약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적의가 누군가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강타하는 듯한 느낌이라고하면, 이번에 이곳에서 느껴진 위협은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머릿결을 살짝 훑고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정도로 미세했던 감각이었기에 착각이라고 해도 차마 반박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서드는 자신의 추측으로 스승께 괜한 고생을 하게 만든 것 같아 면목이 없었다.

    그것은 정말로 착각이었던 것일까.

    루크는 입가를 쓸며 생각했다.

    “흠.”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말을 착각이라고 간단히 넘겨버리기에는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남아있었다.

    위협을 감지하는 감각만큼은 자신보다 뛰어난 서드다.

    그런 그가 위협을 느꼈다면, 착각이라고해도 조금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게다가, 오늘은 자신도 느낌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이고 말이다.

    문제는, 대체 무엇을 생각해야하냐는 것.

    “자동차가 아니라면, 대체 뭘까?”

    주차장에 무언가를 숨길 수 있는 방법이…

    그런 고민을 하던 순간이었다.

    “?”

    루크의 갑작스런 반응에 서드가 묻는다.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방금, 땅에서 뭔가 미세한 진동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너무나 미세한 진동이었던 탓인지, 서드는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나 자신은 분명히 느꼈다.

    발 끝으로 느껴지는 극히 미세한 떨림을.

    지진인가? 

    아니, 대지의 마력반응은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방금 느껴진 진동에는 분명한 위화감이 들었다.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탁, 탁.

    발로 땅을 몇번 두드려본 루크가 물었다.

    “레니에, 이 밑에 숨겨진 공간 같은 건 있나?”

    -아뇨, 도면이나 설계상으로 그런건 없어요. 그 밑을 지나가는 배수관도 없구요. 더 아래는 있을 수 없어요.

    레니에의 즉답.

    설계도를 심도있게 분석해봐도 결과는 동일하다.

    어떻게 보아도, 지하는 설계상 존재할 수 없었다.

    루크가 중얼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지하는 없다. 

    레니에는 그렇게 말했지만 루크는 지하에 무언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한 루크는 곧장 자리에 쪼그려 앉으며 한쪽 손을 바닥에 짚은 채 몸을 낮추었다.

    갑작스런 스승의 행동에 서드는 살짝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했으나, 레니에는 그 이유를 눈치채고 곧장 물어왔다.

    -탐지마법을 쓰시려는 건가요?

    “그래.”

    탐지마법은 넓은 범위에 자신이 식별할 수 있는 마력파장을 흘려보내고 다시 그것을 받아내는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마법인만큼 광범위하고 강렬한 마력흔을 남긴다.

    그렇기때문에 루크가 현대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은 마법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찾는다는 그 사소한 효과에 비해 너무 눈에 띄는 흔적이 남으니까.

    심지어 자신이 식별가능한 특유의 마력파장을 흘려보내고 다시 돌려받는다는 특성상 그 시전자 개인을 특정하는 것 또한 굉장히 쉽다.

    흔적 추적방식이 엄청나게 발달한 현대에 그런 마법을 쓰는 건 그야말로, ‘제가 여기서 마법을 썼습니다.’라고 외치고 다니는 꼴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루크는 보통의 경우라면 굳이 탐지마법을 이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화된 오감을 가지고 있기도 했으며, 특별히 탐색이 필요한 경우도 위성 ‘예언자’를 이용해 탐지흔적을 남기지 않고 찾아낼 수 있었으니 더더욱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하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하늘 위에선 땅 아래를 바라볼 수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땅 위에 있는 사람은 땅 아래를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감촉을 느낄 수도, 소리를 들을 수도 없으니까.

    그나마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탐지를 사용하는 것 뿐.

    루크는 이제와서 그토록 강렬한 마력흔을 남기고 싶지는 않았으나, 지금은 자신이 미래에 귀찮아지는 것보다는 이 진동의 정체가 더 중요한 일이었다.

    물론 자신이 착용한 마력흔 차단용 장갑이 최소한의 우회를 거쳐주기야 하겠지만, 큰 의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자신이 행하는 수준으로 넓은 탐색범위라면, 남은 마력흔만 본다면 거의 미티어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수준의 강한 흔적이 남을 테니까.

    그러자 레니에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어왔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나중에 분명 귀찮아질 텐데요.

    “지금은 어쩔 수 없어.”

    레니에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한마디로 일축한 루크는 계속해서 탐지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루크의 전시장 전체를 덮고도 한참이 남을 정도로 방대한 마나가 지하를 통해 스며들었고, 무언가를 찾기 위해 땅 속을 널리 누비기 시작한다.

    마치 해일이 몰아닥치는 것과 같이, 주변의 모든 것을 헤집고 뻗어나가는 그 움직임에는 막힘이 없었다.

    어떤 ‘이상현상’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

    7서클인 자신의 마력조차 잡아먹힐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의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내리는 느낌.

    그것은 명백한 ‘탐지방해’였다.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루크는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탐지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시전자보다 상위의 존재라는 것, 그렇다면 이건-

    “서드, 레니에! 지금 당장 이 전시장에서 사람들을 내보내야 해!”

    루크의 갑작스런 외침에 서드와 레니에는 동시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예?”

    -무슨 일인데요?

    “설명할 시간이 없네! 우선은 경보부터 울리게!”

    -네?

    “어서!”

    -아, 알겠어요!

    루크의 거듭된 재촉에 레니에가 중앙시스템에 걸어두었던 잠금을 풀어버리자, 그동안 울리지 않았던 것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경보가 요란하게 울려대기 시작한다.

    -왜애애애애앵-.

    —-

    그 시각, 경비실.

    -왜애애애앵-.

    “이게 갑자기 웬 경보야? 시설점검인가?”

    “모르겠어. 그런 지시는 받은 적 없는데.”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위해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문은 해결되지 못했다.

    화면상에 나타난 마력정보는 거의 전시장의 형체도 남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은 수준의 엄청난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전시장은 경보가 울리기 전과 다름없이 고요하기만 했으니까.

    “이건 뭔가 이상한데?”

    “시스템 오류가 아닐까? 종종 이러잖아.”

    “대체 몇년 전 이야기를 꺼내는거야? 요즘 시스템은 그때보다 훨씬 더 정확한데.”

    “그렇지만, 수치가 이상한 건 맞잖아?”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매뉴얼대로 확인은 좀 해봐.”

    “그러지 뭐.”

    동료의 말은 타당했다.

    언제나 잘 모르겠으면 매뉴얼대로 하는 것이 가장 리스크가 적은 일이니까.

    “아아, 현장에 있는 인원, 들리나요?  이쪽에서 파악하기로 이상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무전기를 통해 돌아온 답변도 이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뇨, 아무런 이상 없고, 지금은 사람들 안내하고 있습니다. 지금 경보가 울린 이유가 뭡니까?

    그 질문에 모르겠다는 말을 적당히 ‘파악중에 있습니다.’라는 말로 포장한 뒤 통신을 끊자, 동료가 물었다.

    “그래서, 계속 경보가 울리게 둘거야?”

    “그건….”

    아무래도 지하주차장의 안전시설 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지.

    그들은 경보를 해제한 뒤 정정방송을 내보내기로 했다.

    별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계속 재난경보가 울리고 있으면 전시장의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줬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해고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방금 전의 경보는 잠시 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한 문제입니다. 상황을 파악중에 있으니, 관람객 여러분들은 부디 동요하지 마시고 전시장의 관람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방송이 전달되자, 전시장의 웅성거림은 빠르게 잦아들었다.

    “뭐야, 별일 아니었잖아.”

    “역시 그런가.”

    “그냥 점검중이었나보네.”

    아무런 일도 없는데 갑자기 경보가 울리길래 뭔가 했는데, 역시 시설의 오류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긴장을 풀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무렵…

    돌연, 어딘가 떨어진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그것은 스피커를 통해 시끄럽게 왜앵거리는 소리따위보다 훨씬 더 확실한 위험경보였다.

    어떠한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방송과 함께 잠시 진정되었던 전시장은 순식간에 비명소리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태가 너무 갑작스러웠던 탓일까?

    “뭐, 뭐야…”

    “부실공사인가?”

    “뭐가 떨어진 거야?”

    “어디서 행사중인가?”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발생한 단 한번의 폭발음만으로는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했고, 지금 자신이 얼른 도망쳐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인 사람도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방금 전의 그 정정안내방송으로 ‘혹시 이것도 뭔가 착오가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들의 그런 안전불감증도 이후 벌어진 상황으로 치료될 수밖에 없었다.

    —–!

    이번에는 온 몸이 떨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폭발음이었다.

    그것은 ‘콰앙’과 같은 의성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큰 소음이었다.

    그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굉음으로인해 사람들은 누군가 외치는 소리는 커녕, 자신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조차 듣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 순간, 무너진 한쪽 벽면을 통해서 하나의 인영이 잔해에서 발생한 돌가루들을 즈려밟으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폭발로 인해 풍압이 남아 흩날리는 후드 케이프, 커다란 악기 케이스를 한손으로 가볍게 든 채 너무나 평온하게 다가오는 그 걸음걸이, 새처럼 보이는 형태의 가면 너머로 얼핏 보이는 맹수와도 같은 눈동자.

    그것은 모두에게 동일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도망쳐라.’ 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래도 도망 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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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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