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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8

        

       “하하하, 참으로 기분 좋은 날입니다.”

         

       “그러게 말이오.”

         

       “운남의 세력들 중에서 혈교에게 협력하는 자가 있다 하여 근심걱정이 가득했거늘 이리 운남을 대표하는 문파와 고수분들께서 신교에게 우호적이니 참으로 마음이 놓입니다! 하하하하!!”

         

       “허. 허. 허.”

         

       “이설 소저와 함께하고 있었으니 암룡문과의 관계는 걱정하지 않았지만 참호당의 행보는 사실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잘 풀렸으니 무림의 홍복이 아니겠습니까? 사복설 문주님의 성정상 화통하게 신교의 편에 서 주실 것인즉 운남 세력을 규합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요.”

         

       악경철의 웃음에 금이 팍 갔다.

         

       그래. 지금 운남 현경 고수들이 이끄는 문파들 중에서 그쪽만 나가리 위기라니까?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 시름 내려놓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운남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혈교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문파가 있다면 어쩌야 해나 싶어서 말입니다.”

         

       “허.허….그런 문파가 있을 리가 없겠지만 만약에 그런 문파가 있었다면 신교는 어찌 움직였을 것이라 생각하시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연기하며 입을 열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혈교의 협력자들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서 참혹한 결말을 맞이했겠지요. 문파의 주춧돌 하나 남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악경철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 모양이다.

         

       “허허, 상상만으로도 안타까운 일이구려. 사실 천마신교가 떨치고 일어날 줄 알았다면 그 문파가 그런 선택을 했겠소?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지.”

         

       “하하하! 그렇지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 아니겠습니까.”

         

       아 들린다 들려.

         

       악경철의 머릿속에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저울의 소리가.

         

       나는 머릿속에서 불티나게 주판을 두드리고 있는 악경철을 바라보면서 이제야 눈치챈 듯이 눈을 크게 뜨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는 악경철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이런, 제가 불민하여 눈치채는 것이 늦었습니다.”

         

       한창 계산에 빠져 있던 악경철이 나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문주님의 지인들 중 혈교와 손을 잡은 이들이 있는 모양이지요?”

         

       악경철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건 일종의 ‘내 친구 이야기인데…’의 변형이었다.

         

       누가 봐도 자기 이야기인데 있지도 않은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수법.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인 짓이었으나 서로 간을 보는 상황에서는 이것만큼 유용한 수법이 없었다.

         

       “그, 그렇소…! 사실 그 문파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할 수 있었지.”

         

       “암요. 다 이해합니다. 무림맹과 혈교,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 분위기였으니 그 분위기에 떠밀려 잘못된 선택을 한 문파가 있을 수도 있지요.”

         

       내가 탄식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악경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살았다는 표정을 지은 악경철의 표정이 이내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으니 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으음. 악경철 문주님께서 안타까워하시니 그 문파에도 사정이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 저희 입장에서 그 문파를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앞장서서 혈교에게 협력한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허어, 이 사람 답답하기는…자네도 말했다시피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네.”

         

       글쎄, 라노징부에게 망신을 당한 이후 옥계에서 벌어진 소동으로 문파 앞마당이 초토화되며 주면 민심을 싹 다 잃었으니 그 손해를 어딘가에서 벌충하고 싶은 마음을 피치못할 사정이라 인정해 주어야 할까.

         

       어림도 없는 소리였지만 나는 코웃음을 치는 대신에 눈을 감고 팔짱을 끼며 깊은 고민에 빠진 척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혈교와 손을 잡은 문파를 눈 감아준다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다만…수가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무슨 수 말인가? 내 경청하겠네.”

         

       “신교가 운남에 있으면 사달이 날 수밖에 없으니 운남을 뜨게 만들어야지요.”

         

       악경철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혈교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면 내밀한 정보도 알고 있을 터. 신교가 운남을 뜰 만한 정보를 제공해주신다면야 제가 수를 써보겠습니다.”

         

       아아 또 들린다.

         

       악경철의 머리가 회전하는 소리가.

         

       현재 악경철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천마신교가 운남에 머무는 사이에 혈교와의 연관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마에게 노림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친 천마 세력들의 합공까지 받는 처지가 된다.

         

       그야말로 손도 발도 뻗어보지 못한 채 당할 수밖에 없는 외통수 그 자체다.

         

       반면 혈교의 중요한 정보를 받은 천마신교가 운남을 떠난다면?

         

       혈교와의 연결고리를 은폐할 시간을 벌거나 항거불능의 천마가 쳐들어오는 상황을 피할 수가 있다.

         

       그리고 악경철 입장에서 희망회로를 돌려보자면 혈교와 천마신교가 치고받는 과정에서 지금의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변수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뭐 대신 혈교와의 관계는 완전 절단나겠지만…당장 목이 달아날 위기부터 모면하는게 순서지 않을까.

         

       내 예상과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 악경철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실 내 지인이 귀띔해준 정보가 있네만…”

       “경청하겠습니다.”

         

       어지간히 중한 정보인지 은근슬쩍 기막을 치는 것도 모자라서 내 귀에 입술까지 가까이 댄 악경철의 행동은 좀 많이 거북스러웠지만 전해들을 정보를 생각하며 참았다.

         

       “혈교의 본거지가 서안이라는 말을 들었네.”

         

       그런 악경철이 해준 말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혈교가 오래전부터 모산파와 손을 잡고 있었다는 게야.”

         

       역시.

         

       믿고 있었다고 악경철.

         

       *** ***

         

       돌연 무림에 등장한 천마신교.

         

       천하 모든 이들이 천마신교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과연 천마신교가 향한 운남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비린내나는 유혈사태를 예상했다. 결국 천마신교의 행보는 운남을 제압하기 위한 의도였으니까.

         

       그러나 운남에서 전해진 소식은 세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참호당, 암룡문을 필두로 운남의 많은 사파들이 천마신교를 향해 우호적인 선언을 내뱉었고 참혹한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천마가 보여준 행동과 현경 무인을 압도적으로 제압한 위지천의 신위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졌다.

         

       그 소식에 천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혈교를 지지하던 사파 세력들이 와해되기 시작했다.

         

       혈교를 지지하던 사파 세력들의 대부분은 혈교의 영물을 등에 업고 눈엣가시 같은 정파 세력을 제거하고 싶었던 이들이었다.

         

       사파가 괜히 신의 없다 욕을 들어먹을까.

         

       그저 시류에 편승하여 손쉽게 과실을 취하고 싶은 마음에 혈교와 손잡은 이들이 대다수였으니 천마신교라는 적의 역량이 증명된 순간 망설임없이 꽁무니를 뺀 것이다.

         

       천마신교의 행보에 혈교의 지지세력이 흔들리자 가장 숨통이 트인 것은 바로 무림맹이었다.

         

       “하북팽가에서 지원군을 취소했습니다.”

         

       “광동의 전진파에서도 반격이 성공했다고 합니다.”

         

       “산동의 늑대 영물이 자취를 감추었다는군요.”

         

       사방에서 빗발치는 낭보에 무림맹의 책사들은 얼굴이 활짝 폈다. 그런 책사들의 얼굴을 살핀 연천백은 어제 전해받은 호천안의 전서를 떠올렸다.

         

       ‘서안에 혈교의 본거지가 있고 모산파가 오래 전부터 혈교와 손을 잡았다라…’

         

       왜 유서 깊은 정파인 모산파가 혈교와 손을 잡았을까.

         

       배신자라는 단어가 연천백의 가슴을 짓눌렀다.

         

       연천백도 의심 정도는 하고 있었다.

         

       혈교의 세력이 준동한지 제법 시간이 지났음에도 혈교의 본거지를 특정해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무림맹에 가입한 문파 중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은닉하지 않는 이상 이렇게 꼬리조차 잡지 못한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연천백은 사기백배한 책사들과 무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혈교의 본거지가 밝혀졌으니 총공격에 들어가야 할 일이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모산파가 무림맹을 배신했다는 사실이 무림맹 문파들에게 공개된다.

         

       당연히 모산파는 극구 부인할 것이고 혈교는 자신들의 본거지가 발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반면 무림맹의 힘은 쉬이 집결되지 않을 것이다.

         

       모산파가 배신자라는 정확한 증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산파를 공격해 들어가는 상황에 각 문파의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맹주로서 명하겠네.”

         

       그렇기에 연천백은 결단을 내렸다.

         

       “현재 천하 각지에 퍼져 있는 영물들을 향해 총공세를 진행하겠네.”

         

       책사들의 시선이 연천백에게 모여들었다.

         

       “전 무림맹 문파에게 지시를 내리게나. 각지에 퍼져 있는 영물들을 단단히 묶어 두라고 말일세.”

         

       “예!”

         

       주공이 될 수 없다면 주공에게 도움이라도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연천백은 위기를 느낄 혈교가 제 본거지로 영물들을 불러들일 수 없도록 붙잡는 것이 현 무림맹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판단했다.

         

       순식간에 부산해진 맹주전을 바라보며 연천백은 호천안을 떠올렸다. 천마신교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그들은 지금 이 순간 서안을 향해 이동하고 있을 터였다.

         

       ‘결국 자네에게 걸 수밖에 없겠구만.’

         

       부디 승리하기를.

         

       연천백은 낭보를 기원하며 붓을 잡았다.

         

       천하 각지의 영물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았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금 늦었습니다.

    구와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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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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