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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8

    <468 – 잘못된 보호>

     

    이상한 교관이 나타났다.

    살고 싶으면 교관이라도 꼭 장착해야 할 노이즈캔슬러를 몰래 학생에게 던져주는 교관이라니.

    이런 교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강의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평정심.

     

    정신내성이나 전투강행에 큰 도움이 되는 레어능력치를 습득하거나 경험치를 퍼주는 힘들지만 보람 찬 강의를 매 회차 꼬박꼬박 챙긴 고인물인데도.

    그런 내가 처음으로 봤다는 건 모종의 계기로 이번 회차에서만 특별하게 등장한 NPC라는 뜻이다.

     

    ‘다른 때랑 모가 다르지?’

     

    내 외모가 다르기는 한데 그게 처음 보는 교관이 출현하는 거랑 상관이 있지는 않겠지.

    설마 133cm의 10살을 겨우 넘은 여자애가 보고 싶어서 다른 강의 교관이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교관을 자처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궁리해보면 답은 금방 나왔다.

     

    ‘아하. 재단이구나!’

     

    이번 회차의 특별한 변화는 와이히엠하이 재단.

    그럼 저 사람들은?

    파파가 보낸 사람들이겠지!

    지루한 강의와 시험으로 괴로워하던 딸을 위해서 파파가 보내준 선물인가보다.

    그냥 이대로 시험을 통과해도 합격이야 무난히 받겠지만 그러면 집에 돌아가서 혈음악단에게 아카데미에서 있던 일을 물어보거든 파파가 실망하겠지?

     

    -따님께서는 재미없고 지루하게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아주 따분한 아이입니다.

     

    오크노디로서의 나라면 그런 평가를 감수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하비노디로서의 나라면 그런 평가를 결코 감수할 수 없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신성중앙제국을 적으로 돌린 이 시대 최고의 효녀이니까!

     

    -따님께서는 효심이 지극하여 이사장님의 기대대로 시험을 완벽하게 통과하셨습니다. 아주 훌륭한 후계자를 기르셨군요.

     

    파파라면 분명 이런 답을 듣기를 바라겠지.

    그러니 이 시험은 정면으로 처부순다.

     

    “고로롱”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시험은 정해진 순서대로 규정행위를 준수하면서 힐링캠프에 나온 것처럼 즐겁게 놀다가 돌아가면 된다.

    규정만 준수하면 어떻게든 턱걸이로 합격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반대로 규정 내에서만 깽판을 치면 아슬아슬하게 합격을 할 수 있다는 뜻!

     

    <영역전개>

    <음파차단의 코골이>

     

    10분의 낮잠시간.

    코골이의 형식을 빌려서 악몽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비네에게 맞선다.

    그의 악몽은 고작 내 코골이조차 넘을 수 없다.

    그런 여유로움을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보여준다.

     

    “감히. 1학년 따위가 날 우습게 여겨?”

     

    비네의 손이 현의 같은 구간을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겹음 트레몰로tremolo를 만들었다.

    반복되는 음파의 의미는 명백했다.

    너의 알량한 코골이 따위로는 학생들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마.

    흥.

    어림도 없지.

    음파를 같은 음역대에 중첩시켜 오래 충돌시켜 화력으로 방어를 뚫는 짓 따위, 이쪽도 똑같이 음역대를 중첩시켜 상쇄하면 그만이거든?

     

    “고로로로로로로로로로롱”

     

    비네의 연주가 길어지는 만큼 나의 코골이를 빙자한 입소리도 길어진다.

    연주는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지만 입소리는 호흡이 끝나면 끝이 아니냐고?

    그럴 줄 알고 이미 호흡을 잔뜩 쟁여두었지롱!

     

    [비네의 연장 겹음 트레몰로를 정면에서 연장 코골이를 발동해 상쇄했습니다.]

    [흉내내기 경험치+15]

     

    단단히 화가 난 비네가 활을 바이올린 몸체에서 브릿지를 향해 바짝 가져가는 술 폰티첼로sul ponticello의 기법을 취했다.

    현을 고정시키는 중심축이자 현을 높이 띄우는 역할을 하여 진동을 악기 상판으로 전달해주는 브릿지는 특성상 가까이에서 연주하거든 진동이 거칠어진다.

     

    <유령 들린 연주>

    <괴음역대 선정>

     

    가늘고 자극적인.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소리.

    코골이의 방어음역대를 훌쩍 뛰어넘어 허를 찌르는 공격이지만 내게는 그런 귀신들린 음역대를 방어할 수 있는 유령친구가 있다.

     

    ‘가랏, 가짜 린. 너로 정했닷!’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신호를 주자 흐릿한 유령의 실루엣이 엎드린 내 앞으로 나타났다.

    듣기 싫은 연주가 거북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가짜 린은 심사가 단단히 뒤틀린 얼굴로 입을 크게 벌렸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안데르센 대공자의 동료들의 눈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차차.

    비네의 연주를 상쇄한다고 가짜 린의 비명소리를 지근거리에서 듣게 했구나!

    근데 머… 공격은 막았으니까 괜찮겠지!

    대를 위해서는 소의 희생이 필요한 법인걸.

    하비의 아버님 하베스트도 좋아할만한 명언이니 똑똑히 기억해두라구?

     

    “선배. 선배도 도와주세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아래에서 입을 달싹이며 말했다.

     

    [데모니카 교수가 눈치 챌 거야. 저 교수는 다른 교수들보다 훨씬 위험해.]

    “사다코교수님보다 더 위험해요?”

    […그건 아닐지도.]

    “그럼 괜찮아요. 사다코 교수님 강의에서도 못된 짓 많이 했는데 멀쩡했는걸요? 후후.”

    [하아. 유령꼬맹이가 불쌍해서 특별히 한 번만 봐주는 거야.]

     

    암흑적성평가모자에 깃든 앨리스 선배가 악기를 연주하던 비네를 향해 마법을 전개했다.

     

    <텔레파시>

     

    단순히 소리를 전달하는 데에 특화된, 물리적인 공격력은 하찮은 수준의 능력.

    그러나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방법으로 열 번의 칼질보다 한 번의 속삭임이 유효하다.

     

    [네 연주는 아주 형편없어.]

    “…!”

    [우리는 악몽의 정령. 너의 하찮은 미몽은 이 아이의 악몽에 견줄 수 없어.]

    “망할 꼬맹이가 어디서 개수작을…!”

    [악몽이라면… 그래.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앨리스 선배님이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마법을 발동했다.

     

    <동조마법>

    <텔레파시>

     

    사람이 산 채로 벽에 갇혀 죽는다.

    육신을 잃어버리고 벽 속의 망자로 전락한다.

    돌아갈 몸도, 육신의 감각마저도 상실한 채로 죽어가는 자신의 고통을 동조마법으로 재현하고 텔레파시 마법으로 비네의 머릿속에 전송한다.

    마치 종말교단의 총대주교가 된 종말의 예언자, 도비가 그러는 것처럼!

     

    “원래 못 쓰는 마법 아니었어요?”

    [줄곧 봤었잖아. 옆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

    [봤다면 기억할 수 있어. 기억하면 언젠가는 깨닫고 다룰 수 있어. 끈질기게 궁리하고 연구하는 일이야 벽에 갇힌 뒤로 수도 없이 해왔던 일이니까.]

    “우왕!”

     

    솔직히 조금 놀랐다.

    그래, 앨리스 선배도 일단은 그 조나가 고른 초대아가씨였지.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재능을 지니고 있을 거다.

    육신을 지닐 때에는 그 재능을 개화하지 못하고 샤를로테에게 밀렸지만…

    모든 것을 잃고 혼자가 되어버린 이래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끈질기게 궁리하고 또 궁리하며 살아왔다.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어떻게 강해질지.

    같은 패배를 반복하지는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

    몸의 시간은 멈췄을지언정 마음의 시간은 결코 벽 속에 박제된 채로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제기랄, 거추장스러운 폐쇄감각을 강제로 감각에 연동시키고 자빠졌어…!”

     

    그 결과, 비네의 연주는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벽에 갇혀 죽어가던 순간의 공포심과 갑갑함이 비네의 연주를 엉성하게 만들었다.

    잘못된 연주는 압박을 이어가지 못하게 만들었고, 끝내 혈음악단 내에서도 비네를 향한 신뢰가 깨졌다.

     

    “비네. 거기까지다.”

    “내 연주시간은 끝나지 않았어! 더블 스톱 아르페지오로 몰아치는 악몽의 두려움을…!”

    “보기 추하다. 고작 1학년을 상대로 진심이 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정녕 혈음악단에 어울리는 행보인가. 꼭 더한 망신을 주어야 물러날 텐가?”

    “크윽…”

    “잘 생각했다.”

    “1학년 꼬맹이. 오늘의 원한은 잊지 않겠다…”

     

    악단 사이에서 나온 콧수염을 기른 정장사내의 압박에 비네는 짜증스레 현을 거두었다.

    비네가 솔로베이스에서 악단의 일부로 되돌아가자 악몽은 끝이 났고, 가짜 린과 앨리스 선배가 나설 이유도 사라졌다.

    안팎에서 겨루던 주체가 모두 침묵하자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표정도 가벼워졌다.

     

    “티타임의 시간입니다.”

     

    하지만 이 뒤로는 무려 20분에 달하는 최대의 연주구간이 이어진다.

    비네의 다음으로 정장사내의 신호를 받으며 나선 자는 거대한 체구를 로브로 가린 괴인.

     

    스스슥.

    로브 아래로 수어 개의 팔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안데르센 대공자의 동료 중 하나가 기함을 내지르며 외쳤다.

     

    “수인이다. 그것도 인간이 아니라 짐승에 가까운!”

     

    커다란 파이프오르간을 제 앞에 내려놓은 괴인악사가 피아노의 건반을 동시다발적으로 눌렀다.

    유일하게 신음 한 번 흘리지 않고 거뜬히 따라오던 안데르센 대공자마저 파이프오르간이 자아내는 굉음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번 곡은 라만의 정신파괴 라단조.”

     

    증폭회로와 마법술식이 가득 담긴 파이프오르간은 십만 명의 병사들이 격돌하는 전장에서도 모든 소리를 잡아먹고도 남을 굉음을 자아내었다.

    참다못해 비명을 지르는 학생의 외침조차도 눈으로 그 절규를 짐작할 수 있을지언정, 귀로는 건반소리에 짓눌려 인지할 수 없다.

     

    “어? 어어어어어?”

    [저건 어떻게 못해?! 몸이 없는 나도 시끄러워서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나 저거 알아요. 저거 알아!”

    [저게 뭔데!!]

    “보스전 브금이요!!!”

     

    텔레파시로 선배에게 신나는 기분을 전했더니 앨리스 선배가 기가 막혀했다.

     

    [그게 도대체 뭔데!]

    “한 챕터의 보스와 결전을 벌일 때 등장하는 테마곡이에요! 파이프오르간! 라틴어! 와!”

    [잘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강한 상대라는 거지?! 네 동기들 다 탈락하기 전에 어떻게 해봐!!]

     

    선배의 말이 맞다.

    응애들이 감당하기엔 보스전 브금은 너무 빡세지.

    정말로 라틴어 가사까지 나오면서 난이도가 오르기 전에 후딱 해치워야지.

    응수에 나서려던 그때, 줄곧 침묵을 지키던 안데르센 대공자가 벌떡 일어섰다.

     

    “티타임, 거 좋지. 근데 나도 성격이 좋은 녀석은 아니라서 곱게는 못 즐기겠어.”

     

    대공자의 품에서 마도구가 들려나왔다.

    불을 피우는 방법을 모르지만 마법도 쓸 줄 모르는 귀족가 도련님들이 외지에서 사용하는 불을 지피는 마도구 <파이어키트>가 불을 붙였다.

    피크닉을 벌이던 들판의 잔디에.

    연이어 대공자가 꺼내든 마도구가 매서운 바람을 불러내었다.

     

    “난 티타임을 방화를 저지르면서 즐긴다.”

     

    바람을 따라 불이 번지는 방향에는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다가 황당한 눈으로 대공자를 쳐다보는 괴인연주가가 있었다.

     

    “그거 벌점사항 아니냐?”

     

    연주까지 뚝 끊고 정색하며 묻는 괴인연주가의 발언에 아돌프에게 노이즈캔슬러를 양보한 별난 교관이 단호하게 부정했다.

     

    “서부귀족들은 원래 피크닉에 나가면 불을 지르는 습성이 있다.”

    “세상에 그딴 습성이 어디에 있냐!”

    “화전촌을 불태우며 노예로 사로잡는 변방 악덕귀족들의 인간사냥에서 비롯된 전통 있는 취미다.”

     

    안데르센 대공자의 화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교관의 억빠 실드질!

    효과는 대단했다.

     

    “세상에. 요즘 같은 시대에도 저런 모범적인 악덕귀족들이 있다니.”

    “서귀연의 귀족들은 무슨 악마소굴에서 자랐나?”

    “엄마야. 나 어떡해? 변방귀족한테 촌티 난다고 꼽준 적 있는데 자다가 기숙사에 불 지를 것 같아!”

    “…”

     

    이번 시험의 경쟁자였던 다른 조의 참가자들이 겁에 질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화전민은 인간 취급도 안하는 사악한 서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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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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