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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8

        

       그리고 나비는 수많은 상징이 존재한다.

       재생과 불멸, 수면과 꿈, 영혼, 결혼의 행복과 기쁨, 연인들의 불멸의 결합, 행복의 지침, 변화, 부활, 변형, 지혜, 신의 전령, 신….

         

       그 수많은 상징과 여행이 결합하였을 때, 그것은 또 다른 의미가 된다.

         

       “그리고 그것에는 강제성도 없고, 끝에는 행복과 기쁨으로 귀결이 되지요. 중간중간 비바람을 맞이하거나 자신을 노리는 포식자를 만난다고 할지라도 날개를 접고 쉬거나 훨훨 높이 날아서 피해 다니며 그렇게 위기를 극복하고, 마지막에는 여행으로 인한 기쁨을 한껏 만끽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꽃에서 빨아들인 향기와 꿀의 달콤함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날개를 접고 쉬고 있다는 것은 그 기쁨의 여운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며, 행복을 만끽하며 앞으로의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날개를 접고 있는 나비는 노려지기 쉬운 법.

         

       진성은 경고를 말했다.

         

       “하지만 날개가 접혀있으면 편히 쉴 수 있을지는 모르나, 불시에 찾아오는 위협에 대응하기에는 힘들게 되는 법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평온을 노리고 있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예, 지금 카드는 당신을 위협하는 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군요.”

         

       카드에서는 말한다.

       풀 속에 날카로운 창이 숨어있다고.

       칼날이 날카롭게 서 있으되 등을 돌리고 있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다만 그것이 위협이기는 하되 치명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칼이 겨누는 곳에는 갑옷이 있으며, 다른 손에는 방패가 있다.

       숲속에 창이 서 있다고 한들 환한 빛 때문에 언제 눈치챌지 모른다.

         

       “카드가 말합니다. 주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주변에 너를 노리는 사람이 있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기분 탓이라고 넘길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할 것이며, 그것으로 모자라 자신을 보호할 충분한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요.”

         

       “좋은 점괘는 아니네요….”

         

       “그렇기는 하지만, 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얌전히 운명이라 생각하고 맞이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요. 이것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아무런 피해도 없이 넘길 수도 있고, 도리어 이득을 얻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도적의 목을 친 다음 그들의 물건을 빼앗는 것처럼, 달려드는 동물을 죽인 뒤 그 고기와 가죽을 취하는 것처럼 그들의 것을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비유입니다.

         

       진성은 그렇게 말하곤 방긋 웃었다.

         

       “그리고 또 다행인 점이 있습니다. 이것이 물리적인 위협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물리적인 위협이 아니라는 말은…?”

         

       “예. 생명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이라기보다는 다른 것을 노리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옳겠군요. 흐음…. 보자. 생명도 아니고, 피에 관련된 것이 없으니 상해를 입을만한 것도 아니군요. 몸이 상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다만 관정지수, 필류우지(灌頂之水, 必流于趾)라. 정수리에 부은 물은 반드시 발뒤꿈치까지 흘러내리는 법! 본인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근원은 위로 거슬러 올라가야 존재함을 나타내는 것이니. 위에 있는 사람에게서 비롯된 업보가 프라우 라이히께 미치게 되는 형국이로군요.”

         

       “위…?”

         

       아그네스는 진성의 말에 몇 번 눈을 깜빡이고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녀의 고개가 멈춘 곳에는….

         

       뭔가 찔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딜리아가 있었다.

         

       “네, 네스야? 왜 나를 보니?”

         

       귀를 쫑긋 세우며 점괘를 듣고 있던 오딜리아는 갑자기 아그네스가 추궁하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당황했다. 그리곤 억울하다는 듯 아그네스의 눈을 빤히 바라보기도 했으나, 아그네스가 자기 살이 뚫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노려보자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스승님.”

         

       “으응…?”

         

       “뭐 했어요?”

         

       “나는 모르겠는데…?”

         

       오딜리아는 아그네스의 추궁에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아그네스의 기에 눌려서 큰 소리는 내지 못했지만, 작게나마 억울함이 가득 담긴 말을 꺼내며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며 항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그네스는 안타깝게도…. 그러한 스승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딜리아의 말을 믿기에는 오딜리아가 벌였던 일들이 워낙 화려했던 까닭이었다.

       심지어는 일을 벌여놓고 그게 잘못을 한 것인지, 자신이 사건을 일으킨 것인지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았으니….

         

       이번 일 역시 오딜리아가 자각 없이 무언가를 벌여놓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단 진정하시지요. 점괘를 마저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리고…스승님, 이따가 저랑 이야기 좀 해요.”

         

       “아니 나는 억울하다니까….”

         

       오딜리아는 억울한지 볼을 살짝 부풀리며 항변했지만, 아그네스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진성에게 얼른 점괘를 말하라고, 얼른 점괘를 듣고 스승님을 추궁해야 한다며 재촉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진성은 그런 아그네스의 모습을 보며 방긋 웃으며 마저 점괘를 말했다.

         

       “보자. 다이아몬드 표식에 그 숫자가 하나니 돈과 재보와 번영을 의미하는 것이요, 그것이 이 위치에 있으니 그것이 뒤집혀 떨어짐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여 해석하기를 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땅에 스며들 듯 재물이 사라지게 될 것이니, 찾아오게 될 위협은 금전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겠습니다. 게다가 그 양이 적지 않음을 앞에서 경고하고 있으며, 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래로 자연스럽게 내려옴을 말하는 것이니 그 양이 적지 않음을 말하고 있으니…. 보자. 당사자는 꽤 커다란 손해를 입겠군요. 다만 피 냄새가 나지 않으니 죽음에 이르기에는 한참 모자랄 것이니, 끔찍한 피해로 마무리가 되겠습니다.”

         

       “점괘가…정말 좋지 않네요….”

         

       “솔직히 좋은 점괘라고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을 잘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과 같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주의를 기울이고, 성벽을 쌓듯 자신을 보호할 울타리를 만들고, 방패를 들고 공격을 대비하고, 함정을 판다면 도리어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가요….”

         

       “게다가 알 수 없는 위협도 아닙니다. 점괘에서는 위협을 가하는…그래요. 이 습격자에 대한 정보를 말하고 있거든요. 깊게는 아니고, 아주 얕지만 말입니다.”

         

       아그네스는 진성이 자신을 공격하려는 이에 대한 정보가 점에서 나왔다고 말하자 눈을 빛냈다.

         

       “그래요? 그게 누군가요?”

         

       “보자. 클로버에 컵이라…. 물과 관련된 비유에 맞추듯 컵이 나타나 물의 근원지와 얽혀있다고 암시해주고 있으며, 클로버가 그 성질이 돈에 매우 악착스럽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컵의 숫자가 셋이요, 클로버의 숫자가 8이라. 클로버의 숫자가 컵에 딱딱 들어맞는 것이 아니며, 뒤집힌 컵의 형상이 불화가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클로버의 상징에 우정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보자. 물의 근원지와 어떠한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군요.”

         

       “인연이요?”

         

       “예. 인연입니다. 우정이기는 한데…. 피해를 주려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악연에 가깝되, 죽이려고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애정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말하자면 애증(愛憎)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감정을 품은 이가 있군요. 그 사람이 주체가 되어서 공격을 가하려는 것 같아 보입니다. 혹여 짚이는 곳이 있으신지요?”

         

       “…예. 있…죠.”

         

       짚이는 것이 있냐는 물음을 듣자 아그네스는 머릿속에 한 사람이 딱 떠올랐다.

       그리고 이것은 아그네스뿐만이 아니라, 억울한 표정으로 진성의 점괘를 듣고 있던 오딜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는 엘라와 아나스타시아마저도 뭔가 알겠다는 표정을 하기까지 했다.

         

       “가브리엘라.”

         

       비약의 대마녀라고 불리는 스페인 출신의 대마녀.

       한때 오딜리아와 함께 회사를 같이 운영했을 정도의 절친이었으나, 지금은 원수나 다름없는 사이인 여자.

         

       “하아…. 그 여자가 또…!”

         

       오딜리아와 헤어지자마자 따로 화장품 회사를 세운 뒤 사사건건 오딜리아를 방해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오딜리아의 회사를 통째로 먹어 치우려고 수작을 부리는 작자이기도 했다.

         

       그 집요한 공격에 어찌나 시달렸는지, 오딜리아는 가브리엘라의 머리카락 색인 미드나잇블루(Midnight Blue)만 봐도 인상을 팍 찌푸릴 정도였다. 당연하겠지만 그녀가 출시하는 회사에서는 미드나잇블루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금지된 색상으로 지정이 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러한 오딜리아를 비웃듯, 가브리엘라는 자기 회사의 시그니처 색상이라면서 제품이나 광고에 반드시 미드나잇블루를 사용하면서 오딜리아의 성질을 팍팍 긁었고.

         

       “자아. 프라우 라이히의 점괘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럼 그다음으로는 물의 근원지이자, 이 상황에 직접적으로 엮여 있을….”

         

       진성은 짜증을 숨기지 않고 있는 오딜리아를 바라보며 천천히 테이블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그리고 카드를 셔플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며 카드를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투욱.

         

       테이블 아래로 카드 한 장이 떨어졌다.

       그것도 아주 잠깐의 정적을 노리며,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말이다.

         

       “흐음…?”

         

       진성은 몸을 숙여 카드를 확인해보았다.

         

       “흠. 이거…?”

         

       카드를 확인한 진성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카드는.

         

       “공백카드라…?”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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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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