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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9

       백우진이 태어나고 자란 지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가 있다.

         

       바다를 무대로 삼아 모험을 떠나는 해적들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

         

       그 만화의 시작은 지금과 비슷했다.

         

       지고의 보물을 찾고 마침내 처형대에 오른 대해적의 한마디.

         

       ‘찾아보아라, 세상 전부를 그곳에 두고 왔으니!’

         

       죽음을 앞둔 한 사내의 말에 시대는 격동한다.

         

       풍운의 꿈을 가슴에 품은 이들이 바다로 나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대를 그려낸 것이다.

         

       그리고 여기.

         

       단목경 또한 그리되고 싶었을 터다.

         

       제 목숨 하나로 중원 무림을 전부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고 싶었겠지.

         

       그러나 그는 만화 속 대해적에게는 없는 커다란 난관이 존재했다.

         

       “우리는!”

       “하나!”

       “우리의 주적은?!”

       “마교!”

         

       제 목덜미를 움켜쥔 채 소리 높여 기세와 함께 그어진 균열을 빠른 속도로 메꿔가는 존재.

         

       백우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다소 위악적인 일조차 꺼리지 않는 전쟁의 달인.

         

       10년 동안 구르고 또 굴러 어지간한 수는 전부 겪어 면역이 되어버린 사내.

         

       “마교를!”

         

       단목경은 그에게 희생당했다.

         

       연합을 반으로 가르기 위해 쓰여야 할 목숨이.

         

       “무찌르자아!”

         

       우와아아아아-!

         

       도리어 작은 점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드는 동력원으로 쓰여버렸다.

         

       그리고 그 모든 영광은 백우진이 차지했다.

         

       “천광검신 만세!”

       “백우진 대협 만세!”

         

       정파와 사파.

         

       너나 할 것 없이 부르짖는 이름이 중원 무림의 기둥으로 높이 솟아오른다.

         

       중원을 도모해야 할 마교의 하늘 위에 암운(暗雲)으로 드리운다.

         

       “크허억…!”

         

       피를 한움큼 쏟아내는 단목경.

         

       평생 쌓아 올린 기운이 담겨 있던 단전이 박살 나서?

         

       아니다.

         

       “원…통하다…!”

         

       분해서 그렇다.

         

       피를 왈칵 쏟아낼 만큼 분하고 또 분해서.

         

       머나먼 과거 주유가 피를 토하며 쏟아내었을 말이 떠오른다.

         

       ‘하늘은 어찌하여 나를 낳고, 저 간악한 놈을 낳으셨는가…!’

         

       머리 쓰는 쪽으로는 제갈세가와 견줄 만하다고 일컬어지는 가문에서 태어났건만.

         

       무력뿐만 아니라 지혜로도 그를 이겨내지 못했음이 참담하고 또 참담했다.

         

       “낄낄낄!”

         

       하물며 웃음소리는 또 어찌 이리도 악마 같은지!

         

       “쿨럭!”

         

       한 번 더 피를 토해낸 그는 지하 뇌옥에 그대로 수감 되었다.

         

       그리고 사흘 후에 처형되어 그의 목은 연합원들이 오가는 대문 앞에 효수되었다.

         

       “모두 잊지 마라! 저 간악한 마교도에 의해 며칠간 겪은 우리의 수모를!”

         

       연합 내외를 오가는 무인들은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원통한 표정으로 죽은 단목경의 목을 보며 마음을 다졌다.

         

       ‘잊지 말자.’

       ‘우리의 주적은 마교다!’

         

       삐걱거리며 가까스로 돌아가던 연합이 마침내 진실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그 뒤로 연합의 일처리 속도는 정확하게 두 배 빨라졌다.

         

       정파와 사파.

         

       매번 두 번 처리해야 할 문제를 이제는 한 번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

         

       모든 게 정상화된 그들이 가장 먼저 처리한 것은 청해성으로의 파견이었다.

         

       백익단과 흑익단은 개편되어 하나가 되었다.

         

       이름하여 쌍익단(雙翼團).

         

       흑색과 백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새로운 단복과 한 명의 단주만을 새로 옹립한 그들은 하나 된 의지, 하나 된 마음으로 청해성을 향해 진격했다.

         

       그들의 존재로 하여금 청해성은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 백우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칼끝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로이 등을 맡길 동료를 얻은 이들이기에.

         

       한 가지 고민을 머릿속에서 떠나보내게 된 백우진의 다음 고민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나는 뭘 해야 하지?’

         

       자신은, 나아가 동료들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가.

         

       모두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마교가 세작을 통해 연합의 와해를 시도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마교의 준동.

         

       십만대산 안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웅크리고 있던 이들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

         

       짧게나마 이어진 평화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 했다.

         

       남은 것은 전쟁.

         

       혈교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과격하고, 서글픈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다만, 할 수 있는 것이 준비밖에 없었다.

         

       “…놈들이 뭘 노리는지 알 수 있다면 좋으련만.”

         

       감각으로도 느껴진다.

         

       마침내 그들과 맞부딪힐 날이 그리 멀리 남지 않았음을.

         

       그러나 여전히 눈에 띄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없다.

         

       섣불리 발을 내디뎠다가 반대편에서 일이 벌어지면 그보다 큰 사고는 없기에.

         

       “으음.”

         

       가슴에 무언가 응어리진 듯 답답하다.

         

       연신 들이켜는 술로도 쉬이 찾아오지 않는 해방감에 백우진은 침소를 나섰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라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까 하여.

         

       꿀꺽, 꿀꺽…!

         

       “크으!”

         

       한량처럼 술병을 손에 꼬나쥔 채 달빛 아래를 거니는 기분은 제법 괜찮았다.

         

       “어째 이 술은 마셔도 마셔도 안 질리냐.”

         

       술맛도 조금 더 각별해졌고, 콧속으로 스미는 숨도 조금은 더 시원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

         

       각별한 술맛도, 시원한 숨도.

         

       그의 가슴에 응어리진 마음을 조금도 풀어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안에 있는 것보다 조금은 나은 듯하니 조금 더 걷자.

         

       그러다 또 다른 밤손님을 만났다.

         

       “아.”

       “용…, 아니, 영웅님…?”

         

       여전히 용사라는 단어가 입에 잘 붙는 듯한 그녀, 설수연이었다.

         

       그녀는 높다란 전각 지붕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야밤에 뭐 하고 있어?”

         

       가볍게 솟아올라 지붕에 안착한 그가 묻자, 그녀가 하늘을 가리키며 답했다.

         

       “별을 보고 있었어요.”

         

       느리게 흘러가는 별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에는 기이한 호기심이 맺혀 있었다.

         

       그냥 예쁘다는 이유로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

         

       이를 알아차린 그녀가 덧붙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게 뭔지 아세요?”

       “뭔데?”

       “바로 별을 읽는 거예요.”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도 별을 통해 길흉화복을 점치는 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학문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았다.

         

       굉장히 소수만이 익히는 학문인 데다, 그마저도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게 대다수였기에.

         

       “중원도 소수만이 익히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아요. 하지만 그뿐이에요.”

         

       중원에서도 별의 흐름을 읽는 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그들이 남긴 발자취는 오롯이 책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를 토대로 배운 이들의 깊이는 원래 살던 세계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었다.

         

       그리고 이 땅 위에서 새로이 태어난 자신 또한 그중 한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별의 흐름을 읽어 봤는데, 조만간 큰일이 생길 것 같아요.”

         

       백우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큰일…?”

         

       그러자 설수연이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문제가 발생한다는 건 아니었어요.”

       “아.”

         

       자신이 과민하게 반응했던 모양.

         

       한결 마음이 편해진 그가 재차 물었다.

         

       “그럼 설 소저가 말한 큰일이란 건?”

         

       그러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고 있는 달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달이 태양을 잡아먹을 거예요.”

       “음…?”

         

       처음에는 그 말이 무엇인지 몰라 의아해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깨달았다.

         

       “일식을 말하는 거야?”

       “네, 맞아요.”

         

       일식(日蝕).

         

       쉽게 말해 달에 의해 태양이 가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는 태양 주변을 돌고 있고, 달은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데, 공교롭게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 상에 배열되는 순간에 벌어지는 현상.

         

       ‘으음…, 여기까지가 내 한계야.’

         

       학교 다닐 때 이런저런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게 전부였다.

         

       애당초 공부에 깊은 뜻이 있지도 않았거니와 과학은 수학 다음으로 싫어하는 과목이었기에.

         

       그나마 일식에 대해 떠올린 것은 그때 자료로 보여준 현상이 참으로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일식은 분명…, 좋지 않은 현상으로 알려졌지.”

         

       미래에서 교육받은 백우진은 다르지만, 이 시대 때 사람들은 일식을 불길한 현상으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긍정적인 상징으로 여겨지지 않나.

         

       그런 태양이 달에 의해 잡아먹힌 것처럼 순간 검게 변하고, 세상도 그를 따라 어두워지니 아주 불길한 징조로 여기곤 했다.

         

       누군가는 검은 존재에게 태양이 뜯어 먹혔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불길한 존재를 불러들이는 통로가 이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네.”

       “아마 그럴 거예요.”

         

       일식이 벌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겁에 질릴 터다.

         

       황실에서는 불길한 징조라 떠들어댈 것이고, 잠시나마 온갖 횡액이 날뛰겠지.

         

       그리고 다시금 태양이 떠오르면 그 모든 걸 잊고 기쁨에 겨워할 터.

         

       “일식이 언제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나?”

       “으음…, 글쎄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백 일 이내라는 건 확실해요.”

       “백 일이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는 일식.

         

       그때만큼 마교도들이 중원을 침공하기 더 좋은 날이 또 있을까.

         

       모두의 불안이 한껏 고조되었을 때 그들이 나타난다면?

         

       누군가는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을 터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것이 정해진 불운이라 여기며 제 목을 내어줄지도 모르지.

         

       “잠깐만….”

         

       생각이 이어질수록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들 또한 구체적으로 변해간다.

         

       처음에는 반쯤 우스갯소리였던 것이 이제는 제법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정말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에 연합을 떠들썩하게 만든 세작의 사건도 그때를 위한 준비였다면.

         

       내부에서 연합을 뒤흔들었을 때, 일식이 생겨나고 그때 중원을 도모한다면….

         

       ‘아니, 아니야.’

         

       모든 건 그의 상상일 뿐이다.

         

       마교가 그럴 거라는 어떤 증거도, 실마리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볼 수만도 없게 됐어.’

         

       그만큼 선명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장면에서 피가 흐른다.

         

       적군의 피.

         

       그리고 그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아군의 피가.

         

       “일식….”

         

       단어에 녹아든 알 수 없는 불길함이 자꾸만 그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연재를 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여름마다 한 번씩 배탈이나 장염에 걸리곤 하는데, 올해는 괜찮은가 보다 하는 때에 딱 걸려버렸네요.

    최근에 건강 관리한다고 기름진 음식을 잘 안 먹다가 장어를 먹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재를 거의 1년 반이 넘도록 하다 보니까 자꾸 한 번씩 컨디션이 안 좋거나, 글이 잘 안 써질 때가 있는 듯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연재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다가 새벽 늦게 공지를 올리곤 하고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지속되는 이 모습에 슬슬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듯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휴재일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요.

    물론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 정도로 말씀드리는 정도고요.

    만약 고민 끝에 결정이 된다면 공지를 통해 제대로 말씀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휴재로 인해 부족해진 분량은 조만간 연참을 해서든, 편당 분량을 더 채워서든 충당하도록 하겠읍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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