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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9

       

        

        

        

        

        

       “비얌 달인 물을 마시면 비얌이 된다!”

        

       “꼬리를 잡아! 잡으라고!”

        

       “너무 빨라!”

        

       “아이씨, 그만 따라와아-!”

        

        

        

        유쾌한 아수라장.

        

        언뜻 보기엔 얼마 전에 있었던 1 : 300을 그대로 옮겨붙여놓은 듯한 광경이었다. 사람은 600명이었고 꼬리잡기 술래를 담당하는 유사-발현자는 두 명이었으니 실제로 1대 300과 크게 다른 것도 없었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달랐다.

        

        과거부터 사람은 신체 대신 도구를 이용하여 무기를 만들어 자신보다도 강한 동물을 사냥하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간단한 방법으로 상대를 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으며, 화약이 발명됨과 동시에 사람은 원거리에서 같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권능을 손에 넣었다.

        

        바로 그 이유로 인해, 600명에 달하는 일반 유저들은 다이스와 하모니에게 대적할 힘을 얻었다.

        

        

        

       “안아줘요!”

        

       “소통해요-!”

        

       “로켓 쏘면서 그런 말하지 마, 좀!”

        

        

        

        피슈웅, 퍼엉. 그런 소리와 함께 공격이 날아든다.

        

        허나 그리 말하는 것치곤 플레이 인원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대부분이 로켓 런쳐로 인한 아군 오사 때문이었다. 발현자가 된 하모니와 다이스의 공격은 물리력과는 별개로 위력이 최소 1/100 가량으로 감소된 상태였고, 사람들은 맞자마자 날아갈 뿐 죽지는 않았다.

        

        어딜 가나 사람이 있었고, 두 명은 맵을 돌아다니던 와중 3층 높이의 건물 위에서 프리다이빙을 통한 꼬리잡기를 시도하는 유저들을 매우 자주 맞닥뜨려야만 했다. 마치 좀비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 거기와는 다르게 소리가 앙증맞단 차이점이 있었다.

        

        뾰잉뾰잉 하는 웃긴 소리와 함께 다이스의 머리 위에 정면으로 착지한 한 유저가 옆으로 통통 튕겨나가는 건 일상이었다.

        

        

        

       “으악…!”

        

        

        

        해당 프리 다이빙을 당한 다이스와 하모니는 무지막지하게 놀랐지만.

        

        그러나 감각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이라는 한계를 진즉 뛰어넘은 가상-발현자는 직감으로 이를 피해내거나 옆으로 쳐냈다.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 중 필요한 것만을 능숙하게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데이터를 어떻게든 받아들여 사용하는 것까진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닥 능숙한 무술의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궤도를 그리며 휘둘러진 주먹은 SD 유저를 가볍게 접어버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그 후에는 저 멀리 십수 미터씩 날아갔지만.

        

        두 명에게는 말 그대로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우, 우와.”

        

       “툭 쳤는데 사람이 날아갔어….”

        

        

        

        딱히 툭 쳤다기엔 좀 강하게 주먹을 날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움닫기까지 해가며 전력으로 후린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탱탱볼처럼 튕겨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그것만으로 끝나는 건 아니었다. 다이스는 날아오는 로켓을 말 그대로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점처럼 커졌다가 순식간에 날아들어 눈치조차 채지 못한 채 폭사하는 주마등이 아니라, 말 그대로 로켓을 관찰할 수가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하여 다이스는 날아드는 로켓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고-

        

        

        

       ───콱!

        

        

        

       “…엥?”

        

        

        

        연료 연소가 끝나 순전히 관성에 의해 날아가던 젤리-로켓탄이 다이스의 손에 들렸다.

        

        인게임이었기에 신관의 종류는 충격신관이었다. 다시 말해 어딘가 부딪히는 순간 터진다는 소리였으나, 다이스의 악력은 로켓탄을 손아귀에서 터뜨리기에는 한 발자국 모자랐다 – 다시 말해 그녀는 느닷없이 손에 수류탄을 쥐게 되었단 뜻.

        

        사람을 때려서 대기창으로 보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다이스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걸렸다.

        

        

        

       “이리 와아아아-!”

        

       “우왁, 미친! 쟤 로켓탄을 손으로 잡았어!”

        

       “도망쳐!”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다이스는 실로 깔끔한 투구폼으로 원하는 방향에 로켓탄을 던졌다. 빙글빙글 날아간 그것은 1초도 지나지 않아 꼬리를 잡기 위해 슬금슬금 다가오던 유저들의 한복판에서 폭발했고, 직후 세네 명 가량이 젤리투성이가 되어 대기창으로 사출되었다.

        

        유저들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유저들은 다이스에게 젤리 폭탄을 직격시키는 것을 포기한 즈음부터 당사자의 주변 위주로 로켓탄을 쏴댔고, 넓은 범위의 젤리 쓰나미가 다이스에게 빠르게 접근을 시작했다.

        

        폴짝거리는 듯한 움직임과 함께 다이스가 연이어 백덤블링을 시전했다. 흡사 애니메이션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이었으나, 그런 행동을 벌인 다이스조차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에서 클리셰를 따르지는 않았다.

        

        

        한편, 그렇게 다이스가 아크로바틱 전투를 시행하고 있을 무렵.

        

        하모니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교전에 임하고 있었다.

        

        

        

       “자아. 방아쇠에 손가락 넣으시고. 밖에 한 발씩 쏘세요.”

        

       “아니이이, 이런 식으로 플레이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싫으면 저 멀리로 던져드릴게요, 히히.”

        

        

        

        협박.

        

        평소에도 다이스처럼 날뛰기보단 최대한 신출귀몰하게 다니던 하모니였고, 거기에 더해 그녀는 과거 로렌티나와 다니며 자신의 인기척을 최대한 빠르게 지우는 방법을 배웠다 – 그리하여 하모니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쏘다니며 한 명씩 암살을 시도했다.

        

        EM급 발현자로 지정된 꼬리잡기 술래들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쓸 수 없었지만, 그건 당연히 고려했다. 무기를 쓰지 못한다면 유저들에게 간접적인 ‘권유’를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그녀는 건물로 들어온 3인 추격조 중 두 명을 말 그대로 창 밖으로 날려버렸고, 로켓 런처를 든 마지막 유저의 허리를 꼬리로 감았다.

        

        

        

       ‘…이거, 묘하게 재밌단 말이지.’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새로운 신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하모니는 당사자보단 못하더라도 꼬리를 어느 정도 사용하는 방법을 체득했고, 그것을 실로 적절하게 사용하는 중이었다 – 허리에 꼬리를 감아 들어올린 다음 뒤에서 끌어안고,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인다.

        

        방아쇠에 걸린 손가락 위로 손을 겹치고, 압도적인 힘으로 바이스처럼 조인다. 하모니에게 안긴 유저는 이미 ‘으에에….’하는 무기력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고, 반쯤 포기한 모양새였다 – 속절없이 당겨진 트리거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음색이 터져나왔다.

        

        푸슝.

        

        그러나 그 여파는 그닥 간단하지 않았다.

        

        

        

       “으아앙!”

        

       “아니, 누구야! 아군 오사 그만해!”

        

       “아군 오사 아니야! 도망가-!”

        

       “헉.”

        

        

        

        그러나 너무 늦었다.

        

        하모니는 스산한 웃음을 지었고, 흰색 연기로 이뤄진 꼬리가 허공을 자욱히 채색하기도 전 퍼엉 하는 하찮은 소리와 함께 분홍빛 젤리가 터져나왔다. 이에 휘말린 두세 명의 유저들은 즉각 대기창으로 사출되었고.

        

        남은 수십 명이 계단을 우르르 타고 올라오는 중이었지만, 하모니는 타이밍에 맞춰 계단통에 남은 두 발을 전부 발사한 뒤 가장 먼저 들어온 인원에게 들고 있던 유저를 던졌다. 그와 동시에 쨍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모니가 유리창을 몸으로 들이받아 깨고 5층에서 뛰어내린 것이었다.

        

        

        그렇게 두 명이 투입된 지 5분 가량이 지났을 무렵, 밸런스라는 이름의 천칭이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하모니와 다이스 쪽이 아니었다.

        

        

        

       -[알림 : 현 시간부로 필드 위에 존재하는 두 명의 ‘술래’를 제외한 모든 유저들의 신체능력이 두 배로 증강됩니다.]

        

        

        

        이번 이벤트 매치는 결코 두 새끼 비얌의 편이 아니었다.

        

        

        

        

        

        

        

        

        

        

        

        

        

        

        

        

        

        

        

        

        

       ───철컥.

        

        

        

       “역보정을 걸고 하는 다크 존 이벤트 매치라, 기분이 묘하군요.”

        

        

        

       -속는사람없지????

       -선생님 어차피 그렇게 말해놓고는 하모니랑 다이스 두들겨팰 거죠? 안속아요

       -이사람이 옆집 랭겜에서 뭔 일을 벌이고 왔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비얌이 무슨 말을 하든 귀담아 듣지 않는다

       -절대로!!! 안속는다!!! 비얌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나 말이다.

        

        오늘도 시청자들은 난장판이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어느덧 200명밖에 남지 않은 이벤트 세션에 몰래 들어온 순간 숨길 수 없는 대혼란의 냄새가 났다.

        

        아까 얼추 말했듯이 내 신체능력이 일반인의 두 배 정도로 퇴화해버린 현 시점에서 믿을 만한 것은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내 오감, 그리고 동체시력 정도. 그 정도로 되려나 모르겠긴 했지만, 두 명이 아직 신체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어느 정도 할 만할지도 몰랐다.

        

        나도 적응하기까지는 보름이나 걸렸으니까.

        

        

        

       “사람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파밍이 편한 건 다행이네요.”

        

        

        

        거기에 더불어 일종의 인벤토리까지.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다양한 아이템을 수납 가능한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사람이 많이 줄은 탓에 수류탄이나 폭탄, 탄환을 비롯한 여러가지 물건을 수량 제한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불과 얼마 전 하모니가 직접 말했듯이, 발현자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통째로 제압하는 것이 필수였다. 혹은 압도적인 숫자와 화력을 가져오든지. 결국 서로 상호보완관계였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접어두도록 하자.

        

        

        폭탄, 폭탄, 수류탄, 탄환. 종류는 빙결탄과 화염탄 정도.

        

        이를 대략 500발 정도 주웠을 즈음 점차적으로 소음이 잦아들었다.

        

        UAV 비스무리한 것으로 주변에 생존 중인 유저들과 술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기하는 미니맵을 확인한 결과 그리 멀지 않은 시간 내에 하모니나 다이스 중 한 명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았다.

        

        

        

       “간만에 건물폭파학 심화학습 편을 가르쳐야겠군요.”

        

        

        

        건물의 층수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내부는 꽤 넓었고, 한 번에 폭삭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돌아다녀야만 했다.

        

        어차피 실제 건물 철거처럼 깔끔하게 터뜨리는 걸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렇게 하려고 했으면 건물 이곳저곳에 있는 기둥에 구멍을 뚫고 폭탄을 집어넣어야만 했겠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퇴각로와 옆 건물로 통하는 길 정도는 이미 알아놓았다. 애초에 기대는 일렀다. 여차하면 두 명은 내 홈그라운드에서 싸우지 않는다는 선택지를 고르면 그만이었으니.

        

        그러니 마주치자마자 최대한 빠르게 박살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제법 인기척을 숨기는 게 능숙해졌군요.”

        

       “들켜버렸네요, 벌써.”

        

       “모를 리가 있을까요.”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내가 있는 2층의 입구에 새로운 인영이 나타난다.

        

        좀 더 서프라이즈한 느낌을 원했지만 원래 세상은 이런 법이었다.

        

        하모니의 눈이 요사스럽게 굽어졌다.

        

        

        

       “원래는 제가 다른 분들한테서 도망가는 게 맞긴 하지만…언젠가 꼭 유진 씨에게 한 번쯤 이런 느낌의 복수를 해보고 싶었어요.”

        

       “대충 뭔지 알겠군요.”

        

       “히히.”

        

        

        

        팟.

        

        그와 동시에 하모니가 사라졌다. 빙결탄과 화염탄이 교대로 장전된 21발들이 권총을 들어올렸고, 그 순간 허공에서 울리듯 말이 이어졌다.

        

        

        

       “꼬리로 칭칭 감아드릴게요.”

        

       “해볼 수 있으면 해보시길.”

        

        

        

        휙.

        

        잔상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듯한 하모니의 움직임. 그러나 상당히 직선적이었고, 하모니는 분명히 내가 맨몸 타격에 그닥 대미지를 안 입는다는 사실을 알 확률이 높긴 했으나…한두 번 정도는 때려볼 확률이 높았다.

        

        그리하여 궤도를 읽고, 타이밍을 재며, 손아귀에 젤리폭탄 하나를 들어 앞으로 던졌고 – 탕. 이벤트 권총이라고 하기에는 실로 사실적인 사격음과 동시에 빙결탄이 젤리폭탄을 꿰뚫은 순간 꽝꽝 언 분홍빛 젤리 블록이 허공에 생성되었다.

        

        콰앙. 지척까지 다가온 하모니가 느닷없이 생겨난 얼음 블록을 들이받는 순간 속도는 거의 절반 이하로 줄었고, 나는 연달아 탄을 사격함과 동시에 두 번째 젤리폭탄을 던졌다.

        

        교전이 시작되었다.

        

        

        

       ‘단 한 순간.’

        

        

        

        하모니가 특정 지점에 발을 디디는 때를 노린다.

        

        한쪽 손에 라이트세이버를 든 채로 권총을 연달아 사격. 동시에 한 번에 두 개의 수류탄 핀을 뽑아 투척한다. 비록 신체능력은 줄어들었을지언정 꼬리는 여전히 건재했고, 수류탄을 날리고도 남을 힘은 여전히 남아있었으니까.

        

        이벤트 매치 자체가 달콤함을 모티브로 한 맵이 많아, 폭탄이 터지며 나타난 젤리는 건물에 스며들었고, 이는 곧바로 바닥이 붕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게 나와 하모니, 둘 다 서있을 수 있는 바닥이 그리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쿠웅!

        

        

        

        하모니가 있는 곳이 무너졌다.

        

        당연하겠지만 발현자의 점프력은 그 정도를 한달음에 좁힐 수 있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 하모니가 다가오기 전 갑자기 천장이 무너졌으며, 현실이었으면 수십 톤에 달했을 양의 분홍빛 젤리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간단했다. 어떻게 하더라도 폭발로 생기는 진동을, 그것을 하모니가 감지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결과를 노렸다 – 요컨대 아래층과 위층 양쪽에 폭탄을 한무더기 설치해놓은 것이었다.

        

        하모니가 있는 위치는 창가와 멀리 떨어진 곳. 다시 말해 뛰어내릴 수도 없었다. 아마 그녀는 몰랐겠지만 나는 애초부터 선택지를 단 하나만 남겨둔 다음 그쪽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 만약 봐주지 않고 전심전력으로 돌격했더라면 나 역시 그닥 상황이 좋지 않았겠지만….

        

        

        

       “이미 늦었어요.”

        

        

        

        건물은 양쪽 뼈대만을 남긴 채 지면으로 함몰되듯 무너졌다. 쿠키로 이뤄진 건물과 분홍빛 젤리 사이 어딘가에 하모니가 파묻혀있겠지. 시스템 설정 상 술래는 유저와 달리 젤리 범벅이 되더라도 느려질 뿐이지 죽지는 않겠지만, 그걸 노리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그 순간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하모니가 젤리와 녹은 쿠키 슬러지를 터뜨리듯 빠져나왔지만, 나는 이미 인벤토리에 보관 중이었던 300발 가량의 빙결탄을 허공으로 흩뿌린 지 오래였다.

        

        

        투명한 청색으로 빛나는 탄환이 비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권총을 쏘았다.

        

        엄청난 한기와 함께 하모니를 포함한 반경 7미터가 통째로 얼어붙었다.

        

        

        

       ───콰지직!

        

        

        

       “꼬리를 받아가도록 하죠.”

        

        

        

       -???????????????

       -아니시발 이게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통째로 꽁꽁 얼려버리네 무친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발현자 잡을라면 그게 맞긴한데…그게 맞습니까?

       -하모니 어처구니 나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 것은 바로 지금을 위해서.

        

        무력화를 시킨다거나 그런 건 애초부터 생각도 안 했다. 요점은 발현자의 기동성을 어떻게 봉쇄하는지에 대한 것이었고, 해답은 간단했다. 발현자는 빙결탄을 맞아도 그닥 잘 안 얼기 때문에 젤리와 함께 얼리면 되는 것이었다.

        

        웅덩이의 깊이가 조금 더 얕았다면 몰라도, 허리까지 오는 젤리-쿠키 슬러지는 하모니를 잠시라도 봉쇄하기에는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 자리에서 뛰어내린 다음 꽝꽝 언 액체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꼬리에 손가락을 댔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하모니가 이리저리 머리를 비틀었지만, 아마 제대로 빠져나오려면 10초 정도 걸리지 않을까.

        

        꼬리잡기의 술래가 바뀌는 조건은 5초 동안 손을 대는 것이었으므로, 차고도 넘쳤다.

        

        상당히 삐진 표정을 지어보이는 하모니에게 덧붙였다.

        

        

        

       “봐줘서 고마워요.”

        

        

        

        5초.

        

        4초.

        

        3초.

        

        2초.

        

        그리고-

        

        

        

       ───투웅!

        

        

        

       “…!”

        

        

        

        다음 순간 내 시야는 빙글빙글 도는 하늘을 투영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를 알아내기도 전, 신나게 회전하며 날아오른 내 시야의 한 켠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노란색의 발현자가 잡혔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닫게 되었다.

        

        

        

       “이 판은 망했네요.”

        

        

        

        다이스가 하모니를 구출하러 왔다.

        

        뭔지는 몰라도 다이스는 뭔가를 집어던져 나를 맞춘 것이었고, 나는 그로 인해 저 멀리 날아간 것이었다.

        

        당연히 내 작은 읊조림은 들릴 리가 없었고, 이후 나는 10분 가량에 걸쳐 천천히 줄어든 유저들과 농성했지만 한 번 초전박살 패턴을 기억해버린 하모니가 같은 수법에 또 당하지는 않았다 – 물론 다이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발현자가 불합리하구나 싶긴 했다.

        

        

        

        

        

        

        

        

        

        

        

        

       “…후히히, 드디어 잡았다….”

        

       “이제 절대로 안 놓칠 거예요.”

        

       “남들이 오해할 것 같은 발언은 좀 안 하면 안 되나요?”

        

        

        

        그리고 10분 후.

        

        나는 두 명분의 꼬리에 휘감긴 채 다이스와 하모니의 우승 트로피 비스무리한 게 되었다.

        

        가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당연하다는 듯 초견살 함정을 파는 미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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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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