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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9

       *** ***

         

       운남에서의 일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위지천의 무력을 천하에 선보였고 그 덕분에 운남 세력의 지지를 손에 넣었다.

         

       며칠에 걸쳐 천마신교의 영향력도 확대하고 운남 세력들의 반응도 살핀 뒤 우리는 암룡문을 떠나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악경철에게 전해 들은 정보를 일행과 위지천 그리고 위서련에게 공유했다.

         

       모든 정보를 들은 혁기린이 안타까운 탄식을 흘렸다.

         

       “모산파는 유서 깊은 정파인데 어째서 혈교와 손을 잡았을까요…”

         

       “확실히 지금까지 본거지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건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협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해요.”

         

       “모산파가 배신자라…”

         

       “흐음.”

         

       위서련은 서공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매일매일 위서련이 주는 영초를 강제 급여당한 탓에 토실토실해진 서공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위서련의 무릎 위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혈교의 본거지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잠시 의문 어린 표정을 짓던 일행들도 금세 답을 유추해 내고는 입을 크게 별렀다.

         

       “설마…모산파의 영역에 혈교의 본거지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감쪽같이 정체를 숨길 수가 없었겠지.”

         

       모산파의 영역이라고 뭉뚱그려 말했지만 뭐 정확히는 모산파가 자리잡은 모산(茅山)이 혈교의 본거지겠지.

         

       서안 하면 떠오르는 문파는 모산파뿐이었지만 모산파 말고도 무림맹에 가입한 서안의 문파들은 여럿 있을 터.

         

       그런 문파들의 이목을 피해 혈교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은 결국 모산뿐이었다.

         

       “드디어 혈교의 심장을 찾았군.”

         

       위지천의 말 한마디가 묵직하게 장내를 짓눌렀다. 혈교를 향해 투지를 품은 것인지 평소보다 몇 배는 되는 위압감을 뿜어내는 위지천의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대는 이미 어떻게 혈교의 심장을 찌를지 생각해 둔 모양이로군.”

         

       “예.”

         

       위지천은 시선으로 설명을 요구했다.

         

       “혹시 곤륜산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천마신교가 천하에 모습을 드러내도 혈교의 본거지를 급습할 수 있다고 말했던 것 말입니다.”

         

       “그렇게 말했었지.”

         

       “저는 천마신교의 등장에 사파 세력들은 동요할 것이라 예상했고 그 중에서 혈교와 깊은 관계를 가진 이들은 겁을 먹고 정보를 대가로 투항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정보를 토대로 본거지를 알아낼 수 있을테니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언제 아버님과 그런 대화를 나누었는가. 뭐, 결국 그대가 예상한 상황 그대로 흘러갔군?”

         

       “예. 다만 운이 아주 좋았지요.”

         

       그래 운이 좋았다.

         

       사복설이 그리 움직여 준 것도, 그리고 악경철이 혈교의 본거지를 알고 있었던 것도 다 행운이라 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덕분에 기회가 생겼고요.”

         

       일행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각기 표정은 달랐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어째 똑같아 보였다.

         

       또 무슨 일을 벌이려 하는구나.

         

       딱 그런 생각을 하는 표정이었다.

       

       “호오.”

         

       가벼운 기대감과 흥미를 드러낸 위지천이 물었다.

         

       “무슨 기회 말인가?”

         

       첫 행보만에 혈교의 본거지를 찾아냈으니 시간도, 그리고 천마신교에 대한 정보도 아꼈다.

         

       그러나 아직 기뻐하기는 일렀다.

         

       운이 좋아서 패를 아꼈더라도 그 패로 무언가 성과를 거두어야 이득인 법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운남에서 머무는 내내 고민했다.

         

       어떻게 써야 남은 시간과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심사숙고 끝내 내려진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천하를 속일 기회입니다.”

         

       나는 남은 패들은 천하를 속이는데 쓰기로 정했다.

         

       *** ***

         

       천마신교의 소식을 들은 혈교는 발칵 뒤집어졌다.

         

       어태 신강에만 웅크려 있던 천마신교가 왜 갑자기 중원에 나오고 또 혈교를 적대한단 말인가?

         

       포고문이 천하에 퍼지기도 전에 곤륜파를 공격하던 멧돼지 영물을 처치했으니 천마신교의 의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콰직!

         

       혈존은 현 상황에 치솟아오르는 분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천마신교가 혈교를 적대한다는 소식이 전 중원에 퍼지자 나날이 커지던 혈교의 성장세에 곧바로 제동이 걸렸다.

         

       뿐일까.

         

       빗발치던 정보와 후원, 그리고 동맹 문의들이 단숨에 사그라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곤륜산의 성과를 바탕으로 다수의 사파 무인과 영물을 조합하여 천하를 집어삼킬 수 있었는데!

         

       폭발적으로 성장해야 할 시기에 절묘하게 제동이 걸렸고 이제는 쌓아 올린 것들까지 흔들리는 판이었다.

         

       혈존은 이번 일의 원흉을 떠올리고는 이를 갈았다.

         

       ‘호천안…!’

         

       흑룡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폐쇄적인 천마신교지라만 흑룡성 전체가 떠들썩했던 일이었으니까.

         

       목숨을 걸고 천마신공의 계승에 도전하고 또 성공할 줄이야.

         

       고작해야 몇 달 사이에 대형 사고를 치다니.

         

       혈존은 치밀어오르는 노기를 간신히 다스렸다.

         

       지금은 화를 내고 있을 여유도 없었으니까.

         

       혈존은 천마신교에 대한 소식을 떠올렸다. 결국 천마는 운남에서 제 무력을 과시했고 그 결과 운남의 굵직한 세력들은 모두 천마신교로 돌아섰다.

         

       혈존은 냉정하게 손익을 계산했다.

         

       ‘운남 사파 세력들은 미래의 성장 동력이었다. 실질적으로 잘려나간 전력은 속령파를 비롯한 몇몇 문파들 뿐. 현 상황만 놓고 보자면 큰 손해는 아니다.’

         

       그러니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혈존은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천마신교의 이동경로를 떠올렸다.

         

       ‘천마신교의 다음 행선지는 사천.’

         

       혈존의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혈교의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무엇인가.

         

       바로 무림맹과 천마신교가 합작하여 혈교를 압박하는 상황이었다.

         

       즉전력이 넘치는 천마신교가 아직 진법 숙련도를 온전히 끌어올리지 못한 정파들을 보호하고 현재 사방에 흩어진 영물들을 사냥한다면 혈교는 처지가 매우 곤란해진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천마신교와 정파가 서로 대립해 온 세월이 어디 하루이틀이란 말인가. 정파 세력들은 천마신교의 무인이 중원에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발작을 일으켰고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그런 정파 세력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다.

         

       ‘그러나 천마신교가 운남에서 보여 준 모습을 생각하면 모를 일이다.’

         

       누가 천마신교가 운남을 휘어 잡을 것이라 예상했을까. 혈존 역시 천마신교가 운남에서 피바람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

         

       운남에서 나온 결과가 워낙 예상과 달랐던지라 천마신교가 정파를 대하는 태도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천마신교와 함께하는 호천안 역시 문제였다.

         

       호천안이 당가 그리고 점창파와 매우 돈독한 사이고 사천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뿌린다는 것 역시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런 호천안이 사천 정파들과 천마신교의 합작을 이끌어 낸다면? 여차저차해서 천마신교와 사천무림이 나쁘지 않은 관계를 형성한다면 무림맹과 천마신교의 합작까지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호천안 역시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

         

       ‘사천무림과 천마신교가 우호적인 관계가 되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혈존이 머릿속에서 수많은 상황을 상정하고 그에 따른 계책을 짜내며 생각했다.

         

       앞으로 호천안이 천마신교와 함께 사천성의 문파들과 교류한다는 소식은 계속해서 들려올 것이고.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릴 것 같다고.

         

       계책을 짠다고 한들 정파들의 소굴이자 호천안이 지지기반이 굳건한 사천에 손을 쓰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보고드리겠습니다.”

         

       그 와중 혈존에게 천마신교에 대한 새 소식이 날아들었다.

         

       “뇌검낭인이 탄 비천마차와 천마신교의 무리가 갈라섰다고 합니다.”

         

       “뭐라?”

         

       “이동 방향을 고려했을 때 뇌검낭인의 행선지는 사천성이고, 천마신교의 행전지는 섬서로 추정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소식에 혈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 ***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마차는 무엇인가?

         

       비천마차다.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마부는 누구인가?

         

       당도연이다.

         

       그리고 그런 비천마차와 당도연의 인기가 가장 높은 지방은 어디인가?

         

       바로 사천이다.

         

       “비천마차다!”

         

       “비천마차가 나타났다!”

         

       그러니 비천마차가 사천성에 들어서자자마 곧바로 난리가 났다. 다행히 길을 막아서는 이들은 없었기에 낭인객잔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낭인객잔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있었다.

         

       이제는 사천낭인이 아니니 흑립 대신 죽립을 눌러 쓰고 있었지만 모여든 군중들은 내 모습을 보자마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사실 왜 환호성을 내 지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손을 흔들어 화답해 주었다.

         

       “저기 봐! 홍죽군협 여일예 소저로군!”

         

       “저 사람이 흑묘인가?”

         

       “춘풍소소 모용연화도 있군!”

         

       “키야! 다들 한떨기 꽃과 같은 자태로군!”

         

       일행들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칭찬에 내심 기분이 좋아진 얼굴로 낭인객잔에 들어섰다. 낭인객잔에는 아무런 기별도 하지 않고 도착했으니 객잔에는 몇몇 사천낭인들만 남아 있었다.

         

       “뇌검낭인님! 돌아오셨군요!”

         

       미래의 검후 서이령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슬쩍 기색을 살피니 천원심법도, 일휘청운검도 잘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성취가 제법 늘었구나.”

         

       내 칭찬에 서이령이 활짝 웃었다.

         

       “무공이 뛰어난 탓이지요! 무려 화경을 개척한 고수가 익힌 무공 아닙니까.”

         

       아무튼 서이령에게 덕담을 늘어놓고 보니 쭈뼛대는 낭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에는 정삼과 여진상도 섞여 있었다.

         

       공식적으로 사천낭인의 탈퇴를 알린 것도 있고, 한때 동료였던 이류따리가 전 무림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화경 고수이자 무시무시한 천마신교의 성자가 되어 돌아왔으니 날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기에 나는 정삼과 여진상에게 주먹감자를 날렸다.

         

       “저저, 싸가지 없는 새끼들. 오래간만에 형님이 왔으면 버선발로 맞이해도 모자랄 판에 인사도 안하고 멀뚱대고 있어?”

         

       “뭐, 뭐라고? 흑립을 벗은 놈이 나타나서 놀랐을 뿐이다!”

         

       “지 멋대로 흑립을 벗는 놈이 뭔 낮짝으로 낭인객잔에 와서는 지랄이냐?”

         

       익숙한 반사적으로 대응한 정삼과 여진상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여간 간덩이가 콩알만한 놈들이었다.

         

       뭐 간덩이가 부어서 호천안과 친분이 있다고 꺼드럭대면서 사고치는것보다는 낫나.

         

       “쯧쯧, 무공 수련 좀 해라! 해! 얼마나 빈둥댔으면 아주 얼굴이 밀가루 반죽처럼 허여멀건해져가지고는 계집놈들이 다 됐구만.”

         

       내가 받아치자 그제야 혈색이 도는 녀석들.

         

       “시끄럽다 이놈아! 나도 곧 성취가 있을 거다!”

         

       찍찍?

         

       토실토실 살이 오른 서공이 내 옆에 쪼르르 달려왔다. 정삼과 여진상과 대화 중 언성이 높아지니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으허헉! 이건 또 뭣이여!”

         

       “괴물! 괴물이다!”

         

       서공을 보고 놀라 자빠진 둘이 후다닥 도망쳤다. 구르다시피 도망쳐 의자와 탁상을 방패막이 삼아 고개만 내밀고 있는 두 놈을 보고 있자니 단전에서부터 우러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두 놈의 바보짓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이놈들아! 호들갑 떨지 말고 술이나 가져와라!”

         

       두 놈들이 쭈뼛쭈뼛 상에 앉고, 흑묘는 일면식이 있는 낭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뒤늦게 서공의 모습을 확인한 서이령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며 술을 마시고 있자니 일을 마친 사천낭인들이 하나 둘 귀환하기 시작했다.

         

       “돌아 오셨군요!”

         

       “호천안! 또 너야!”

         

       조용상도 귀환하고 유사연도 돌아왔다.

         

       “괜찮겠어? 다시 낭인객잔에 왔으니 구설수가 생길 텐데.”

         

       “감수해야지.”

         

       정철을 물리치며 나는 사천낭인이 아니라 공표했다. 뭐 그냥 낭인이 되었다고 사천낭인들과 평생 얼굴도 보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지금과 같이 사천낭인인 양 행동하는 일은 한 입으로 두말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 일이었다.

         

       뭐 욕을 좀 들어먹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천성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낭인객잔에서 머무르는 편이 가장 이상적이니까.

         

       “천마신교와 함께 움직인다고 들었는데 어쩌다 사천성에 들렸어?”

         

       “겸사겸사.”

         

       “흐응.”

         

       유사연이 코웃음을 치며 잔을 들이켰다.

         

       “조심하는게 좋아. 천하 모든 세력들이 천마신교와 네 행보를 주시하고 있으니까.”

         

       뭐 그렇겠지.

         

       천마신교는 현재 폭풍의 핵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나는 유사연의 말투에서 사천성의 세력들 역시 천마신교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깨달았다.

         

       “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는 없나?”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제 멋대로 흑립을 벗어던지고는 지금까지 코빼기도 비추지 않은 사람한테 내가 왜?”

         

       역시 사천낭인 탈퇴 선언으로 화가 나 있었는지 뾰족한 음성과 함께 나를 노려보는 유사연.

         

       나는 어쩔 수 없이 서이령의 품에 안겨 있던 서공을 빼앗아 와서 유사연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서공을 빼앗긴 서이령이 나라 잃은 표정을 지었지만 미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공을 쓰다듬자 한껏 주름이 잡혀 있던 유사연의 미간이 깨끗하게 펴졌다.

         

       “뭐 당연한 말이지만 사천성의 문파들은 너와 천마신교의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나도 마찬가지고. 그런 내가 들은 최신 소식은 사천에 진입한 천마신교가 섬서 쪽으로 길을 틀었다는 말이었지.”

         

       유사연도 정보가 꽤 빠르구만.

         

       천마신교의 출정 소식이 퍼진 이후 사천에 있던 혈교의 영물은 모두 퇴각했다.

         

       사천은 내 연고지이니 사천에 있는 영물들을 1순위로 공격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그 덕에 영물의 공격으로부터 한숨 돌린 사천.

         

       그런 사천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천마신교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일일 터였다.

         

       현 정파의 입장에서 천마신교는 적인지 우군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만에 하나 충돌이라도 나는 날에는 혈교의 영물 따위는 우습게 여겨질 혈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는 일이고 말이다.

         

       그러니 사활을 걸고 천마신교의 행적을 파악하고 있을 터였고 사천성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네가 이 사천성에 나타났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질 것이고 왜 너와 천마신교가 흩어져 행동하는지 모두가 궁금해 할 걸.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신을 잘 해야 할거야.”

         

       “그래. 알았다.”

         

       유사연이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어째 내 속내를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시선이라 슬쩍 고개를 돌렸다.

         

       “사천성의 문파들과 자리를 마련해 줘?”

         

       …진짜 들켰나?

         

       “아니 직접 찾아가 보려고.”

         

       “사기꾼 자식 같으니라고.”

         

       유사연이 콧방귀를 뀌었다.

         

       “생각해보니 이제 너는 사천낭인도 아니고 뭐 무슨 짓을 벌이든 알 게 뭐람. 나만 말려들지 않도록 해.”

         

       “그래. 당분간 신세 좀 질게.”

         

       “천마신교의 성자이자 화경의 고수인 그냥 낭인 호천안님께서 그러시겠다는데 일개 객잔주가 무슨 힘이 있다고 거부할 수 있겠어?”

         

       한껏 빈정거린 유사연이 아쉬운 눈으로 서공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동안 머물 거라면 낭인들 무공이나 좀 봐줘.”

         

       낭인들이라 뭉뚱그려 말했지만 유사연의 시선은 빼앗긴 서공을 탈환할 기회를 노리는 서이령과 그런 서이령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는 조용상에게 꽂혀 있었다.

         

       “그려.”

         

       뭐 사천성 천체를 속이고 사천을 속이고 천하 모든 세력을 속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터였지만 두 사람의 무공을 봐 줄 틈 정도는 있겠지.

         

       찍찍!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서공이 꼬리로 내 손을 탁탁 쳤다. 앞발을 흔들며 삿대질을 하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안겨 주는 내 행동에 화가 잔뜩 난 모양이다.

         

       “어이구 미안하다. 이제는 가서 쉬라고.”

         

       바닥에 내려주고 엉덩이를 툭툭 쳐 주자 오늘만 봐주겠다는 표정으로 콧방귀를 뀐 서공이 객잔을 빠져나갔다.

         

       비천마차를 제 보금자리마냥 여기고 있으니 비천마차의 객실에서 쉴 생각이겠지.

         

       “아앗…!”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이령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다가 이내 좌절했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낭인객잔을 둘러보았다. 후기지수 선발대회 이후 낭인 모집은 잘 되었는지 스무 명 남짓했던 사천낭인의 숫자는 거의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처음 보는 면면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낭인객잔은 변하지 않았다.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문학대회를 열었을 때, 문구를 붙였던 풀 자국조차도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까.

         

       일이삼사, 천지현황, 애수애묘 정말로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았지.

         

       “선배!”

         

       애수애묘의 주인공이 손을 들어 나를 불렀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빨리 와서 앉으세요! 이 사람들이 도무지 선배 낭인 시절 이야기를 믿어주질 않으니 원!”

         

       “호천안 가, 아니 대협께서 그러셨다고요?”

         

       뭐 이류 시절의 나를 본 적이 없는 독고이설이나 모용연화에게는 믿기 힘든 이야기겠지.

         

       혁기린도 말을 보탰다.

         

       “사천낭인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필시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겠지요.”

       

       뭐 재미있는 사연이야 많았다.

       

       하지만 이류따리 연출장인 호천안의 사연보따리를 풀자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 버릴 텐데 말이야.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내일부터는 천하를 속이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성과를 거두는 즉시 또 숨가쁘게 달려야 했으니까.

         

       앞으로 한 동안 쉴 기회가 없을 테니 오늘은 푹 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나는 혀로 입술을 적시며 일행들 사이에 끼어 앉으며 생각했다.

         

       오늘 하루는 긴 밤이 되겠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어제는 또 내글구려병이 도져서 이리저리 수정하다가 결국에는 올리지 못했네요!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오늘은 꽉꽉 눌러 담았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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