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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9

       일주일에 한 번 퇴근하는 생활을 싫다 소리치는 백호의 모습에 엔리가 쓴웃음을 흘렸다.

       

       저 분도 분명 나 따위가 감히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아닐 텐데. 저러고 계신 걸 보면 정말 헛웃음이 나온다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엔리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바루에게 물음을 던졌다.

       

       “바루님.”

       “흐음?”

       “지금 멀찍이서 백호님이랑 아라 씨를 구경하는 분들도 다 어마어마하신 분들인가요?”

       “당연한 소리를 하는 구나. 저 분들도 다들 초월자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다.”

       바루는 이내 멀찍이서 아라의 모습을 살피고 있는 이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 쪽에 계신 분은 5백년을 넘게 살아오신 분이다. 지금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실제 모습은. 음. 거대한 도마뱀에 가깝겠지.”

       “…혹시 커다란 날개 달려 있고 짱 멋있는 도마뱀인가요?”

       “확실히 멋있긴 하지.”

       

       드래곤?!

       

       지금 저기에서 아라 씨를 질린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저 분이 드래곤이라고!?

       

       판타지 계열에서 언제나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드래곤이 아라 씨의 심기를 거스를까봐 눈치를 보고 있다고요?!

       

       정말 상상도 못한 정체에 엔리가 눈을 치뜨건 말건 바루는 무덤덤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 쪽에 계시는 분은 마법의 권능을 지닌 분이다. 아피스라는 게임에서 보던 이들과는 차원이 다를 지경이군.”

       “대마법사!?”

       “그리고 저 분은 신선님이시다.”

       “아. 그래요? …아니지. 신선님들도 어마어마하게 대단하신 분들인데 내가 무슨 헛소리를.”

       

       아라 씨랑 같이 있다 보니 감각이 뒤틀려 버렸어.

       

       그런 생각을 하며 입술을 우물거리던 엔리는 새삼 회사의 게임은 게임이면서도 게임이 아니란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니까 회사의 여러 게임들이 다른 VR게임에 비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생동감 넘칠 수밖에 없지.

       

       그 세상의 주민들이 직접 게임을 만드는 데 어떻게 생생하기 않겠어.

       

       “그런 대단하신 분들이 모두 아라 씨 눈치를 보는 거에요?”

       “그래. 아라의 심기를 거스른다는 것은 저분들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거든.”

       “저런 꼴을 하고 있는 데도요?”

       

       엔리가 차가운 인상의 미남자가 메이드복을 입은 여성의 앞에 머리를 박는 모습을 가리키며 말을 했더니 바루가 어깨를 으쓱였다.

       

       “엔리야. 호랑이가 괴상한 옷을 입고 있다 한들 그대를 못 죽이겠느냐?”

       “냥냥펀치 한 번이면 죽겠죠?”

       “그런 거다. 아무리 모습이 우스꽝스러워도 두려운 건 두려운 게지.”

       “…자연스럽게 납득해버린 제가 싫어요.”

       

       기나긴 대화 끝에 결국 퇴근이란 단어를 잃어버리게 된 백호는 터덜터덜 자리에서 일어나선 자신의 옷에 묻은 여러 먼지까지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안내를 이어나갔다.

       

       그 끝에 도착하게 된 장소는 어느 커다란 강당이었다.

       

       TV의 촬영장이라 해도 믿을 것 같은 세트장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저마다 하나씩 공구를 들고 화덕을 만들어내고 있는 드워프들.

       

       자기들이 들고 온 채소를 향해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엘프들.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된다며 기합을 다지는 중국 복식의 사람들.

       

       어딘가를 향해 기도를 올리는 반짝반짝한 이들.

       

       심사가 시작되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우고 있는 정체 모를 사람들.

       

       이외에도 세트장에는 무수히 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활기를 돋우고 있었지만 그 모든 대화는 아라라는 사람이 발을 들이는 순간 자연스레 그치게 되었다.

       

       우와아. 학창 시절 교실에 무서운 선생님이 들어오셔도 이 정도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싸늘하게 식어버린 세트장의 분위기를 살피며 엔리가 침을 삼키던 그 때 옆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입어주셨군요! 사실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약속한 거나 잘 지키도록 하세요.”

       “물론이죠. 제가 어찌 아라님에게 속임수를 쓰겠습니까.”

       

       싱글거리는 남자의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엔리는 아라의 앞에서 어깨를 으쓱이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아담 베포스?!”

       

       거대 언론사의 인터뷰에서나 간신히 볼 수 있는 거물이 왜 여기에?!

       

       엔리의 목소리를 들은 남자는 고갤 돌리더니 싱긋거리는 웃음과 함께 다가와서는 먼저 악수를 청했다.

       

       “오. 안녕하세요. 엔리님. 아담입니다. 방송 하시는 거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제… 제 방송을요?”

       “예. 얼마 전에 아라님이랑 요리 대결 하셨잖아요? 마지막까지 워낙 치열해서 재밌었답니다.”

       

       아담 베포스가 내 방송을 보고 있다니!

       

       이 사실에 감동해서 남자를 향해 이런 말 저런 말을 내뱉던 엔리는 문득 이 사람이 회사의 사장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슬며시 그의 눈치를 봤다.

       

       그것만으로 엔리의 생각을 파악한 듯 아담은 눈웃음과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걱정 마세요. 저는 완전히 일반인이거든요.”

       “…온갖 대단한 분들이 소속된 회사의 대표이신데요?”

       “아하하. 정말이랍니다. 엔리 씨랑 크게 다를 것도 없어요.”

       

       이게 정말인가 싶어 시선을 돌린 엔리는 아라가 고갤 끄덕이는 걸 보고서 식은땀을 흘렸다.

       

       오히려 그게 더 무서운데.

       

       호랑이고 아니고 온갖 신화 속의 존재들이 도사리는 이 곳에 일반인이 있다면 그 일반인이 제일 무서운 거잖아.

       

       “오늘은 구경만 하러 오신거죠?”

       “네.”

       “그럼 저 쪽으로 가 계시면 돼요. 다들 의욕이 넘쳐서 분명 재밌을 거랍니다.”

       

       *

       

       “아담이란 이름이셨군요?”

       

       안면을 나눈지 꽤 되었음에도 처음으로 들은 이름이 신기해 물었더니 사장이 어깨를 으쓱였다.

       

       “대외적으로는요.”

       “본명이 따로 있단 건가요?”

       “정해진 이름이 없단 편이 더 정확하죠.”

       

       그 때 그 때 장소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면서 여러 이름을 늘어놓던 녀석은 아무거나 편한대로 부르라 이야기를 했다.

       

       흐음. 대충 보더라도 제 이름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니 이 화제를 끌 이유가 없구나.

       

       그리 생각을 한 나는 방 안에 도열해 있는 이들의 얼굴을 살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인원이 적네요.”

       

       회사의 규모가 규모이니만큼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 여겼다만.

       

       “미리 예선을 치렀죠. 그걸 한 번에 다 하려면 하루 이틀 가지고는 끝이 없어서.”

       “그럼 이 곳에 계신 분들은 검증된 사람들이란 이야기네요.”

       

       한 번의 경쟁을 거치고서 이 자리에 올라온 이들이라면 분명 나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자들이란 이야기겠지.

       

       그리 생각을 하며 몇몇 이들과 시선을 나누자 그들이 기겁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메이드복. 효과 있는 거 맞아요?”

       “혼절하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치? 반그로우?”

       “…네. 효과가 없진 않아요. 아라님께서 경지를 드러내셨을 때랑 지금의 모습이랑 괴리가 생겨나서 어지럽거든요.”

       

       덕분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그로우의 이야기에 작게 헛웃음을 흘렸다.

       

       본인의 굴욕이 무의미 하지 않아서 다행이긴하다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구나. 이게 무의미했더라면 사장 녀석에게 짜증을 낼 명분이 생겼을 터 아닌가.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슬슬 대회를 시작하도록 하죠.”

       

       이 이상 직원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사장은 마이크를 붙잡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을 향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대회의 규칙이라던가. 심사의 방향성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말이다.

       

       그리고 나서 마이크를 이어 받은 반그로우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지닌 신념을 기반으로 요리의 심사를 하겠다고.

       

       모든 말을 끝마친 반그로우가 내게 건네 준 마이크를 본 나는 무슨 말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그럴 듯한 것이 떠올라 목을 풀었다.

       

       심사라는 것은 어떤 종목이라 할지라도 엄중해야하는 것일지니.

       

       지금과 같은 연기보다는 본래의 본인이 지닌 위엄이 필요하겠지.

       

       “본인의 방송을 본 이라면 알 것이다. 본인은 대개의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순식간에 어투를 바꾸고 목소리를 내었더니 대회의 참가자들은 물론이요 사장이나 반그로우. 심지어 저 멀리에 있는 엔리와 바루까지 멍하니 날 바라본다.

       

       “또한 본인의 방송을 본 이라면 알 것이다. 본인이라는 사람이 대중의 입맛을 추측하게 되었음을 말이다.”

       

       슬로우쿡이라는 게임을 하면서 대중의 입맛을 추측할 수 있게 된 나는 개인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객관성을 지닐 줄 알게 되었다.

       

       “미리 경고하겠다. 이전의 본인을 생각하고 느슨한 평가를 기대하지 말라.”

       

       그렇기에 본인은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가 있지.

       

       “훌륭한 음식을 내온다면 그만한 극찬을 내릴 것이요. 되도 않은 것을 가지고 온다면 본인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지어니.”

       

       미리 심사를 거쳤다고 했으니 되도 않은 것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마는.

       

       혹여 본인을 만만히 여기고 어설픈 것을 준비한다면 그 녀석들은 자신의 잘못을 호되게 느끼게 될 것이야.

       

       또한 본인의 입에서 극찬을 이끈다면 내 기분이 좋아져서 그들에게 무언가 가르침을 내릴지도 모르지.

       

       “부디 본인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마.”

       

       이것으로 이야기를 끝마친 나는 모두의 침묵으로 교요해진 방을 살피다가 사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가 할 거 더 남아 있어요?”

       “…어. 대회의 시작을 말씀해주시겠어요? 방금 전 천마 톤으로요.”

       “외부인인 제가 그래도 되는 거에요?”

       “어차피 이건 아라님의 권위를 빌리는 대회니까요.”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한다면이야 내 거절할 수 없겠구나.

       

       사장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소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냈다.

       

       “그럼 이제 대회를 시작하겠다.”

       

       그대들의 세상을 대표하는 요리가 무엇인지 보이도록 하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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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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