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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69

    -콰앙-!

    폭발음을 뒤따르는 하나의 목소리.

    “그런 짓은 이제 그만 두시지!”

    흙먼지 속에서 들려온 그것은, 어른들조차 몸조차 일으키지 못한 채 공포에 떨고있을 뿐인 현재 상황에서 들려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강하게 힘이 실린 당당한 목소리였다.

    그것은 그야말로, 영웅.

    이런 상황에서 제발로 나선 것 만으로 그는 영웅이라 칭함에 부끄러움이 없으리라.

    -휘오오.

    테러리스트에 의해 파괴되어 더이상 불어오는 바람조차 막아줄 수 없는 처참하게 무너진 외벽을 통해 날카로운 겨울바람이 불어와 흙먼지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먼지가 차츰 걷혀나가, 마침내 그 뒤편에 있던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한 시선을 보냈다.

    자신들의 영웅이라기엔 너무나도 어린 엘프 소년의 모습과, 그런 소년이 손 위에 띄우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빛무리를 향해.

    그리고 그 모습을 아무 말없이 가만히 응시하는 전시장의 테러리스트가 곧 일으키게 될 행동을 향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소년은 외쳤다.

    “다들, 도망쳐요! 제가 어떻게든 막고 있을 테니까!”

    “하, 하지만…!”

    소년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테러리스트를 향한 공포심 때문이었을 수도, 또는 자신들을 구하기위해 나선 이가 12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이였다는 허망함 때문이었을 수도, 또 어쩌면 너무 긴장하여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저토록 어린 아이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나섰는데, 자신이 등을 보이고 도망칠 수는 없다’ 라는 도덕심이 작용한 것일지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런 영문모를 이유들로 움직임을 망설이는 것이 소년에겐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결국 어느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에.

    테러리스트에게 목숨을 잃을 그들에게도, 그 목숨들을 지키기 위해 나선 자신에게도 말이다.

    결국 소년은 그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행동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근거’를 보여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고민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에게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지금은 아마도 갑자기 나타난 고위급 마법사인 자신을 일단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이 짧은 대치상황은 언제 끝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서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았으니까.

    소년은 이내 손을 들어 빛무리를 빠르게 한 점으로 뭉치고 쏘아냈다.

    고압축 파이어볼.

    그 빛의 구는 빠르게 날아 테러리스트의 몸에 정확히 꽂혀들어갔다.

    -펑!

    그러자 강한 폭발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것은 그야말로 갑작스러운 사태였으나, 일단 상황 자체를 이해하기는 쉬웠다.

    소년이 무언가를 했고, 테러리스트가 그것을 맞았다.

    그렇게 된 거다.

    “맙소사! 어떻게?”

    “말도 안돼, 방금 마법인가?”

    “얘, 대단하잖아!”

    테러리스트가 반응조차 하지 못한 일격에 사람들은 잠시 환호했다.

    테러리스트는 형체도 남지 않았으리라.

    소년은 역시 아무런 생각없이 죽으려고 앞으로 나왔던 것은 아니었던 걸까?

    하지만, 그런 일을 일으킨 소년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연기 너머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아니에요.”

    이렇다고 상황이 크게 나아지는 점은 없었으니까.

    -—.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으로 연기가 걷히자 테러리스트는 여전히 건재했고, 털 끝 하나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

    “…….”

    그것으로 마치 사태가 끝난 것처럼 굴며 안심하던 이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테러리스트의 그 몸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안광을 마주한 순간, 그런 고민이나 체면치레같은 것들은 그들의 머릿속에서 모조리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왜 소년이 도망치라고 할 때에 도망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와, 죽음을 향한 공포 뿐.

    그 아무렇지도 않은 평온한 모습에 소년도 역시 당황하긴 했는지 살짝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흐르기는 했지만, 이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빠르게 구체를 하나 더 만들어내며 외쳤다.

    “어서요! 일단은 제가 막고있을 테니까, 가서 저를 도와줄 사람을 데려오라고요!”

    -펑!

    다시금 연기에 테러리스트의 두려운 모습이 가려진 순간, 사람들은 일제히 대답했다.

    “그, 그래! 우리가 도와줄 사람을 데려올게!”

    “주, 죽으면 안된다. 알겠지?”

    “너도 꼭 살아야 해!”

    죽음끝에 찾아온 삶의 희망 앞에, 이성과 도덕은 잠시 마비되고 몸은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이었다.

    —–

    사람들이 몸을 일으켜 전시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루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시루드, 아주 훌륭하군!’

    처음에는 꽤 당황했다.

    11살짜리 아이가 덤벼드는 것에 쩔쩔매면 테러범으로서의 카리스마가 급격히 떨어져 공포의 대상이 되기 어렵고, 그렇다고 스승인 자신이 시루드를 다치게 하거나 아공간에 가둬넣을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그것을 지켜본 것은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한 일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이 속으로 우왕좌왕하던 찰나, 시루드가 모든 상황에 맞게 대사를 전부 내뱉어 주었으니까.

    덕분에 자신은 뒤에서 연기에 숨어 피어의 강도를 절묘하게 조작하고 알맞은 세기를 찾아내기 수월해졌다.

    사람들이 도망칠 정도의 용기와 희망은 지니되, 뒤돌아볼 미련은 남지 않을 정도의 균형을 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역시, 내가 제자를 허투루 키우지 않았다니까.’

    루크는 가면 아래로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평소 ‘마법은 반드시 사람을 구하는데에 사용해야한다’ 며 신신당부를 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이렇게 실천해 올 줄은 기대도 안했었는데.

    게다가 시루드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것도 부끄러워하던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것은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정도로 자신의 말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있다는 뜻이니, 스승된 자로서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을까.

    비록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이 조금 지체되긴 했지만, 이 정도면 굉장히 성공적인 대피라고 할 수 있다.

    결국은 사망자도 전혀 나오지 않았고.

    그 때, 레니에가 말했다.

    -루크님에게 첫 공격을 성공시키다니. 이 아이도 상당히 대단한 재능이네요!

    ‘그래, 그렇지.’

    비록 레니에는 시루드를 ‘루크님과 친구’라는 카테고리에 집어넣는 바람에 따로 경고를 해주지 않았고, 자신도 ‘니드호그’로 추정되는 물체가 지하를 통해 다가오는 것에 신경이 팔려있는 바람에 눈치채지 못했다고는하지만, 자신의 감각을 속이며 기습을 성공시킨 그 능력과 마법의 위력은 모두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실, 루크는 시루드의 마력은폐가 지닌 은밀성의 편린을 전에도 한번 엿본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잠시 못 본 사이에 이 정도로 성장한걸까?

    게다가 파이어볼을 가르쳐준 것이 불과 몇달 전인데, 독학으로 압축과 안정화를 깨우치다니!

    5000년 전의 시기와 달리 서클마법서가 부족한 현대에서 이정도의 성장세라면, ‘루크 이루시’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실력이었다.

    아무리 스승이 좋았다지만, 이제 마법을 배우기 시작하여 1년이 좀 된 11살의 성취가 4서클 초입에 이른 것이라면 말이 안되는 일이지.

    ‘세계의 이치하에 순수하게 태어난 생명체로서 서클마법에 이 정도의 재능을 타고나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야.’

    -맞아요, 이런 시대에 태어난 게 아쉬울 정도네요.

    레니에의 말을 루크는 살짝 정정했다.

    ‘하지만 그쪽이 시루드에게 더 나은 시대였을지 확신하긴 어렵지 않겠나.’

    그러자 뒤늦게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다는 듯 반응하는 레니에.

    -핫,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솔직히 그때가 사람 살기 좋은 시대는 아니었으니까요. 그래도, 그 때 태어났다면 시루드는 분명 루크님과 맞먹는 대마법사가 되었겠죠?

    ‘음, 그럴지도.’

    이번에는 루크도 솔직히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완벽한 이론과 새로운 발상으로 마법을 이해하고 철저히 분석하여 재현하는 자신의 방식과, 특유의 높은 마력 감응도를 지닌 신체를 이용해 감각적으로 마법을 재현하는 그 아이의 방식은 분명 자신과 큰 차이가 있지만, 육체가 저 정도로 서클에 잘 맞는다면 감각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다.

    물론, 그런 식으로 마법을 이해하면 자신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고유마법’밖에는 만들 수 없어 제자를 들이지 못하는 반푼이가 되고 말겠지만.

    사실 그게 아니라도 제자를 제대로 못 가르치는 바보들은 원래 넘쳐났으니까.

    어쨌든 성장세가 자신의 예측을 상회하다니, 그것은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면을 벗고 시루드에게 현재의 성취를 물어 길을 잡아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뭐,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으니 참아야겠지.

    자신의 이런 꼴을 아이에게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아무튼, 이제는 시루드까지 전시장에서 안전하게 내보내면 그것으로 계획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렇게되면 니드호그는 텅 빈 전시장을 습격하게 될 거고, 아무런 제물도 얻지 못한 채 생명력만 낭비한 꼴이 되리라.

    그렇다면 시루드는 어떻게 내보내야 하는가?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자신이 자리를 벗어나면 알아서 따라나오겠지.

    굳이 입을 열어 목소리를 들킬 필요도 없으리라.

    비록 정체를 숨기는 가면을 쓰고 있다지만, 관찰력 좋은 마법사인 시루드에게 목소리까지 숨기진 못할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루크가 몸을 돌려 그대로 전시장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거기 서!”

    “…….”

    시루드가 루크의 앞을 막아섰다.

    어째서지?

    루크가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자, 시루드가 대답했다.

    “지금 나가서 사람들을 따라가 죽일 생각이지! 그렇겐 못해!”

    …….

    그  때, 레니에가 제안했다.

    -이렇게 된거, 그냥 얘도 기절시키고 데리고 나가는 거 어때요?

    ……솔직히 지금이라면 그 말을 바로 거부하기가 어려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살리려고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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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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