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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도게자 백작과 성공적으로 계약을 마무리하고, 다음날에 바로 일이 시작되었다.

         

       공작령의 13번 구역에 위치한 50평 크기의 4층 건물. 황도에 있는 프리다 본점과 비교하면 조촐하지만, 근처에 있든 프리다 분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크기다.

         

       “공녀님.”

       “왜?”

       “건물 외형과 내부 설계는 제게 맡기시죠.”

       “응? 그럼 나는 뭐 하라고?”

       “카자르 집으로 가셔서 마법 공부를 하셔도 좋습니다.”

         

       프란체가 입술을 삐죽였다.

         

       “…그래도 괜찮겠니? 그래도 내가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인데…….”

       “사장도 이런 건 전문적인 사람한테 맡겨요. 그러니 남는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시는 거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프란체.

         

       “알겠어. 그럼 끝나면 데리러 와야 한다?”

       “예. 너무 늦지 않게 모시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프란체가 마차를 타고 떠나고, 나는 도게자 인력소의 사람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자, 바로 일 시작하겠습니다!”

         

       건물 외형과 내부 설계 일은 중요하기에 존칭을 사용했다. 그들을 존중해줘야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테니까.

         

       이런 곳에서 세심함이 있어야 미담이 퍼지고, 여러 방면에서 성공하는 법이지.

         

       “우선 재료부터 옮깁시다!”

         

       셀다스가 준비해준 물자들을 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일명 상하차. 지옥 같은 일이면서 이상하게 작가들이 많이 듣는 것.

         

       나도 팔을 걷고 그들을 도와 재료를 날랐다. 소드 마스터의 몸을 가진 내가 하면 속도가 훨씬 빨라질 테니까.

         

       “속도를 올립시다!”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황실 파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시라도 빨리 의류점을 완성해야 한다. 그래야 광고 효과를 제대로 받을 테니.

         

       그렇게 한참동안 물자들을 옮기고, 나는 건물의 외형과 내부 설계를 생각하기 위해 구조들을 살펴봤다.

         

       ‘음. 현대에 있었던 걸 가져오면 되겠네.’

         

       유명한 브랜드가 뭐 있었더라…….

         

       ‘구쮜나 루위비통. 그리고…….’

         

       내가 좋아하던 쉥 로랑의 디자인을 가져올까.

         

       ‘고급스러우면서 내가 좋아하는 모던이니.’

         

       나는 도게자 인력소에서 나온 전문가에게 물었다.

         

       “설계도를 만들고 싶습니다만, 제가 설명하는 대로 만드실 수 있으십니까?”

       “그거야 문제는 없습니다. 많이 해봐서요.”

         

       다행이군.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구조를 어떻게 할 거냐면…….”

         

       나는 내가 기억하는 쉥 로랑의 구조와 내부. 그리고 건물 외부의 생김새까지 설명했다. 말로는 부족할까 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포인트를 짚어냈다.

         

       내가 왜 쉥 로랑의 구조를 기억하고 있냐면, 대학교 친구를 따라 여행 갔을 때 옆 나라에서 본 적이 있었다. 처음 봤을 때 너무 웅장하고 예뻐서 넋이 나갔지.

         

       “검은색과 흰색의 조합이군요.”

       “맞습니다. 그게 핵심이에요.”

        “여기서 복도와 계단은 은회색으로?”

       “맞아요.”

         

       내가 그린 그림과 설계도를 번갈아 보던 전문가가 눈썹을 좁히며 턱을 짚었다.

         

       “특이한 구조와 외형이군요. 이런 특색은 난생처음 봅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현대에서는 유명하다 못해 식상할 정도지만, 이 세계에서는 생소할 테니까.

         

       “그럼 바로 작업에 들어갑시다.”

         

       건물 외부 작업이 시작됐다. 입구에 설치할 간판에는 도금으로 칠한 프란체의 이름이 적혀있다. 기둥은 철근으로 세우고, 겉 부분에는 얼굴이 비칠 정도의 반짝이는 은회색을 가진 염색약을 칠한다.

         

       참고로 염색약은 게임의 세계답게 모든 색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벽은 내부가 잘 보이도록 유리창으로만.

         

       강도를 당할 위험이 있지만, 이건 셀다스의 암흑 길드 인력을 이용하면 된다. 제국 제일의 암흑 길드를 적으로 돌리는 미친놈은 없을 거다.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네.’

         

       백작가의 인력에는 염동력을 사용하는 마법사도 소속되어 있었다. 덕분에 작업이 빨리 진행되었다.

         

       ‘이 정도면 늦지 않게 맞출 수 있겠군.’

         

       황실 파티가 열리기까지 조금. 여기에 파티가 열리는 시간, 이틀까지 포함. 시간은 충분하다.

         

       ‘좋아. 계획은 완벽하다.’

         

       남은 건 황실 파티에 대해서 듣는 것뿐인데.

         

       “흠.”

         

       나는 황실 파티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게 없다. 게임에서도 이 이벤트를 진행해보긴 했는데, 그냥 어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히든 피스 없나 하고 돌아다니던 게 전부였다.

         

       그래서 파티 일정만 알고 있다.

         

       ‘뭐, 자세한 건 나중에 프란체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아무튼. 일은 지금 이대로 진행하고. 파티가 끝나고 와서 세밀한 작업을 마치면 의류가 들어올 수 있을 거다.

         

       ‘안드레아는 지금도 작업하고 있겠지?’

         

       무리는 하지 말라고는 했다마는, 점포를 채워야 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

       

       뭐, 속도를 좀 올린다 해도 쾌활한 작업 환경과 금융치료를 통해 의욕을 만땅으로 채워뒀으니 괜찮지 않을까?

         

       나는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건축 전문가에게 말했다.

         

       “저는 일이 있어서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현장을 맡겨도 되겠습니까?”

       “아, 문제없습니다. 설계도는 만들었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건지 감도 잡혔으니까요.”

         

       짬이 찬 전문가는 다르다는 건가.

         

       “그래도 염색약을 칠 할 때는 제가 오겠습니다. 마무리 작업은 중요해서요.”

       “예. 그러면 그때는 내부 작업으로 옮겨서 하고 있겠습니다.”

         

       노련한 전문가라서 그런지 말이 잘 통한다. 역시, 이 세계에도 이런 사람들 있다니까.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

         

       물론, 나는 찰떡같이 말해도 개떡같이 들어서 욕을 진득하게 먹었다.

         

       “그럼.”

       “예, 다녀오십시오.”

         

         

       * * *

         

         

       오러를 활성화하며 달리고, 짧은 시간 내에 안드레아가 있는 작업실에 도착했다. 나는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분.”

         

       내 말에 직원들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아, 호위기사님!”

       “무슨 일이신가요?”

         

       다들 호의적인 반응. 역시 금융치료랑 복지가 최고라니까.

         

       “앞으로 일주일 이내에 의류점이 개점할 겁니다. 그래서 작업물들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직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모여들었다.

         

       “그거라면 완성된 게 꽤 있어요. 다 안드레아 부장님이 지시하신 거예요.”

         

       안드레아 부장. 든든하구만.

         

       “확인을 좀 해보겠습니다.”

         

       직원들이 의상이 모인 곳으로 안내해줬다. 방안에는 높은 퀄리티의 드레스와 정장이 빼곡하게 모여있었다.

         

       “짧은 시간에 이 정도나…….”

         

       내가 감탄사를 흘리자 흐뭇해하는 직원들.

         

       “하하, 작업 환경이 좋으니 효율이 올라가더라고요. 일할 맛도 나고요. 무엇보다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게 가장 컸어요.”

         

       이 정도면 개점이 가능하다. 매장 전부를 채우는 건 무리겠지만, 고객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문제없을 거다.

         

       ‘여기서 의욕을 더 불어넣어 줘 볼까.’

         

       나는 크게 소리쳤다.

         

       “여러분! 다들 모여주세요!”

         

       내 말에 1층에서 작업 중인 사원들이 다 모였다. 다른 층에 있는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알아서 전해주겠지.

         

       “이번 사업은 대성공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에게도 성과금이 지급될 겁니다.”

         

       성과금이라는 말에 모두가 하나 같이 눈이 동그래졌다.

         

       “서, 성과금이요?”

       “그런 것도 있어요?”

       “아니, 여기서 뭘 더 해준단 말이야?”

         

       성과금은 기업의 꽃. 사원들의 의욕을 북돋아 주는 역할. 이게 있다면 이 사람들도 더 불타오르겠지.

         

       “예. 공녀님께서 지시하신 겁니다만, 사업의 성과를 보고 여러분들에게 보수가 더 지급될 겁니다. 그러면 개인 숙소를 얻고 싶으신 분도 빨리 구하실 수 있겠죠.”

         

       다들 눈빛이 일렁인다. 의욕을 제대로 심어줬군.

         

       “그럼 다들 그렇게 아시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열심히 합시다!”

       ―예!

         

       허리까지 숙여 가며 인사. 이것으로 프란체에게 향하는 충성도는 더 올라갔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현장으로 돌아갔다.

         

         

       * * *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건축 전문가가 입술을 삐죽이며 눈썹을 좁혔다. 고민에 잠긴 듯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외형과 내부가 생각보다 복잡해요. 마무리 작업은 쉬울 것 같습니다만, 그 전에 작업이 골치 아프군요.”

         

       하긴, 이 시대보다 현대 시대가 건축 기술은 훨씬 앞서니 당연한 얘기다. 그래도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 않겠지…?

         

       “완성까지 어느 정도 걸릴 거라 보십니까?”

       “음…….”

         

       고개를 돌리며 건물 전체를 확인하는 건축 전문가.

         

       “마법사를 한 명 더 데려오면 나흘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만, 문제가…….”

         

       그는 턱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마법사를 고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 데려온 마법사분은 저희 인력소 전속 마법사분이신데, 한 분밖에 계시지 않아서요.”

         

       그래서 도게자 백작이 예약을 다 캔슬해야 했던 건가. 모든 작업에는 마법사가 필요하니까.

         

       “그거라면 문제없습니다.”

       “아는 마법사라도 있으십니까?”

       “예. 따로 친분이 있습니다.”

         

       원활한 작업을 위해선 카자르를 데려와야겠는데. 문제는 그럼 프란체의 시간이 남아돌아…….

         

       “흐음.”

         

       최근에 많이 달렸으니 머리 식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한창 프란체와 수업 중일 테니까. 흐름을 끊으면 안 되지.

         

       “내일부터 합류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러면 작업을 순식간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음. 이것도 문제없이 잘 풀리고 있군.

         

       “저는 이만 공녀님을 모시러 가야 해서. 남은 작업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그럼 저희도 오늘치 작업 끝나면 가보겠습니다.”

         

       칼퇴근은 인정이지. 저들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니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뒤, 오러를 활성화해 카자르의 집으로 달렸다.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지만, 쏜살같은 속도로 달리며 지붕 위를 넘어다니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숨도 차지 않았고.

         

       “카자르. 나다, 문열어.”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렸다.

         

       “공녀님 모시러 오신 거예요?”

       “그래. 일단 안으로 들어가지.”

         

       안으로 들어오자 관자를 짓누르며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프란체가 보였다. 마법식의 문제가 많이 어려웠나.

         

       “카자르. 지금 공녀님의 수준은 어느 정도지?”

       “마법적 재능이 정말 탁월하세요. 조금만 있으면 어엿한 마법사로 불릴 수 있을 정도예요.”

         

       짧은 시간에 그 정도인가. 하긴, 그러지 않으면 게임의 보스로 나오지 않았겠지.

         

       카자르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도 놀랐다니까요? 처음에는 긴가, 민가 했는데 마력에 대한 재능이 엄청나세요.”

         

       그럼 남은 건 마법식을 풀어내는 수학 능력을 키우는 것뿐인가.

         

       “앞으로는 공녀님에게 수학도 가르쳐드려.”

       “예? 수학도요?”

       “그래.”

       “사업은 어쩌고요?”

       “처음 뼈대를 잡는 작업은 내가 할 거야.”

         

       아직 탑을 건설하기엔 한참 남아서 프란체의 마법 능력은 급할 필요는 없지만, 키울 수 있을 때 키우면 좋은 거니까.

         

       ‘그리고 초기 부분은 내가 잡아줄 필요가 있어.’

         

       본래 첫 시작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첫 사업인 만큼 안정화를 시켜두고 프란체에게 운영하도록 해야지.

         

       자신의 힘으로 사업을 하는 건 그다음이다. 조금의 운영 경험은 있어야 하니까.

         

       그때. 프란체가 소리치며 일어섰다.

         

       “다 풀었어!”

       “앗, 정말요?”

         

       쪼르르 달려가 확인하는 카자르. 바로 잘했다, 대단하다, 하면서 칭찬을 남발한다.

         

       “이대로면 어엿한 마법사가 되겠네요!”

       “정말? 그거 다행이네. 빨리 마법 능력을 키워서 진을 살려야 하거든.”

       “네? 저 사람을 살린다고요?”

         

       어, 그거 말하면 안 되는데.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카자르가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저 표정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곤 프란체는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휘저었다. 그리고 나온 한 마디.

         

       “진은 시한부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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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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