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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나 63빌딩 앞에서 용마망 봄]

       

        ● 제곧내

       

        그래도 궁금해할 백수들 위해서 썰 좀 푼다.

       

        현직 공무원인데, 점심시간이라 식사하고 나옴.

       

        소화할 겸 순찰 경로 돌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부장이 우리 호출함.

       

        쉬는 시간에 불려 가서 시발시발하고 있었는데, 그대로 63빌딩 근처에 사람들 통제 시작.

       

        뭔 일인가 했는데, 곧바로 용마망이 까마득한 상사랑 같이 리무진에서 내림.

       

        그대로 63빌딩 관광하고 가심.

       

        ———————————

       

        – 엌ㅋㅋㅋㅋㅋ

        – 관광 실화냨ㅋㅋㅋ

        – 혐짤로 계정정지 당해서 휴방하더니, 그대로 한국 관광 시작임?

        – 63빌딩 관광하신 거 개 웃기넼ㅋㅋㅋㅋ

        └ ㄹㅇㅋㅋ

        – 지금 실시간으로 위치추적 뜨고 있는데, 지금은 경복궁이신듯?

        └ 진짜임. 지금 경복궁 근처 통제 들어감.

         └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웃기다고 해야 할짘ㅋㅋ

          └ 일단 공무원들 일은 잘하는 듯?

           └ 북한 꼴 안나려면 열심히 해야지.

        – 글쓴이 현직 헌협 관계자임?

        └ 그런 듯?

        – 나날이 레전드 경신하시는 라나님ㅋㅋㅋㅋ

       

       

        *            *            *

       

       

        = 음?

       

        블레이즈는 고개를 들었다.

        방금 뭔가가…….

       

        ‘이 축축 처지는 느낌은 설마?’

       

        이쪽을 향해 점점 더 가까워지는 이 느낌.

        블레이즈에겐 아주 익숙한 느낌이다.

        그야 그럴 수밖에. 같은 어머니를 둔 형제의 기운이니까.

       

        = 벨제투스?

       

        “으랏차차차차…… 뭐?”

       

        갑자기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는 블레이즈의 모습에, 오늘도 멸천룡의 게이트에서 특별수련에 힘쓰던 이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쿵!

       

        역기 대신 사용하고 있던 아르마딜로 형태의 몬스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현이 자기 파트너를 올려다본다.

        워낙 크기가 차이 나다 보니 어쩔 수 없지만, 가끔은 목이 아플 때가 많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야. 목 아프다. 좀 내려라.”

       

        = 헛소리도 정도껏 해라.

       

        피식!

       

        오늘도 고생하는 파트너를 내려다보며 비웃어 준 블레이즈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 벨제투스…… 이놈이 왜 이쪽으로 오는 거지?

       

        블레이즈와 벨제투스.

        둘 다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자식이지만…… 사실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는 없다.

        아니, 막내만을 제외하고 전부 서로 사이가 안 좋다고 할 수 있다.

       

        블레이즈는 인간들에게 큰 관심이 있는 터라, 인간에 악감정을 가진 다른 형제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고.

        벨제투스는 인간들에게 크나큰 혐오감을 품고 있기에 다른 형제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헤니시아는 중도 성향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자신들의 가족을 제외하곤 전부 버러지로 취급하는 성향이다.

       

        각각의 성향들이 제각각이니, 당연히 같은 형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좋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한 번 영역을 정하면, 어지간해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그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니가 형제들끼리의 싸움을 크게 반기지 않기도 하고, 서로의 힘이 비등비등하기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영역에서 싸우기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놈이 내 영역으로 들어온다고?’

       

        아시아 쪽은 블레이즈의 영역이다.

        대서양 쪽에 영역을 형성한 벨제투스가 제 발로 자기 영역에 들어 올 이유는…….

       

        = 아. 어머니 때문인가?

       

        어머니는 인정이지.

        블레이즈의 기억이 과거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            *            *

       

       

        지금으로부터 약 3달 전쯤이던가?

        평소처럼 파트너랑 티격태격하면서 1등급 한우 한 마리를 통째로 우적우적 씹어먹던 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도련님.”

       

        = 쿨럭쿨럭!

       

        그 순간 갑자기 공간을 열고 자예가 튀어나온 것이다.

       

        백두산 게이트에 어머니가 계신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지만, 평소 그의 어머니인 멸천룡은 다른 차원의 일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므로, 이번에도 그의 어머니가 게이트 밖으로 나올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고, 이렇게 어머니의 심복인 자예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방심의 방심에, 기습까지 따따블로 맞아버린 블레이즈가 목구멍에 걸린 뼛조각을 뱉어내고…….

       

        = 뭐, 뭐냐?

       

        “주인님의 전언입니다.”

       

        자예를 통해 들어온 어머니의 전언은 그를 또 한 번 당황하게 만들었다.

       

       

        *            *            *

       

       

        ‘그때의 나도 황당했는데, 인간을 혐오하는 그놈이라면 알만하지.’

       

        다만 궁금한 것은, 인간의 문물은 전부 부수고 보는 그놈이 어떻게 이런 정보를 얻었냐는 것이다.

        블레이즈 자신이야 인간 사회에 익숙하니 그렇다 치고.

        헤니시아는 어머니의 게이트에 찾아갔다가 어머니 본인에게 직접 들은 케이스다.

        하지만 인간들의 뉴스는커녕 신문조차 보지 않는 벨제투스 그놈이, 과연 어디서 어머니의 소식을 들었을까?

       

        = 보나 마나 슈르네겠지.

       

        어떤 의미로는 머릿속이 꽃밭인 아이니까.

        그 똥꼬발랄한 막내 여동생이 벨제투스에게 어머니의 정보를 전달해 준 것이 분명하다.

       

        = 그럼 어쩐다…….

       

        어머니에게 향하는 것이 분명한 이상, 블레이즈가 벨제투스를 막을 명분은 없다.

        만약 싸움을 거는 것이라면 블레이즈도 용서 없이 쥐어박으러 갔겠지만,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서로 암묵적인 묵인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헤니시아가 백두산 게이트로 향하는 것조차 막았을 것이다.

       

        문제는 벨제투스 그놈이 백두산 게이트로 향하는 와중, 인간들의 문물을 보는 족족 가만히 놔두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헤니시아야 어떤 의미로는 어머니와 비슷한 성향이라, 인간들이 굳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으면 먼저 나서서 해코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둠 속에서 인간들을 조종하는 흑막의 느낌이랄까?

       

        하지만 벨제투스는 다르다.

        아무리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눈이 돌아갔다고 한들, 눈앞에 인간들이 보이면 절대로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물론 그놈 심정이야 이해는 가는데…….’

       

        비록 신들의 사주가 있었다지만, 아버지를 직접 죽인 것은 인간들이다.

        자신은 분노의 방향을 이미 죽어 버린 신들에게 돌렸다면, 그의 동생은 오갈 데 없는 분노의 방향을 오로지 인간들에게 돌렸다.

        그도 한때는 인간들을 미워했던 적이 있기에 이해는 가지만…….

       

        = 어렵구만.

       

        “야. 아까부터 뭐라고 씨불이는 거야?”

       

        = ……몰라도 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하체를 조지기 시작하는 파트너를 바라보며, 블레이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동생 놈이 사고를 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다.

       

       

        *            *            *

       

       

        경복궁 구경은…… 그냥 그랬다.

        좋지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정도?

        그런 나의 솔직한 심정을 들은 인간들의 표정에 근심이 어린다.

       

        ‘좀 더 좋게 말을 해야 했나?’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뱉어 버린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평소 거짓말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보니 너무 솔직하게 말을 꺼낸 것 같다.

       

        자고로 거짓말이라는 것은 약자들이 더 자주 사용한다.

        약자들은 강자들을 속이거나, 혹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자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자들은 남을 속일 이유가 없다. 딱히 속이지 않아도 문제없으니까.

       

        물론 그것도 사정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단 나는 그랬다.

        그렇다 보니 거짓말을 안 하고 살아온 기간이 굉장히 길었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진실만 말하게 되더라.

       

        가장 앞서서 경복궁을 안내해 주던, 한복을 입은 인간 여성이 나에게 물었다.

       

        “불편한 점이라도 있으셨습니까?”

       

        “그런 것은 아니란다.”

       

        딱히 불만이 있거나, 혹은 불편한 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인간들의 건축물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에도 잠깐 스쳐 지나가듯 말한 적이 있었지만, 원래 드래곤들은 자기 관심 분야가 아니면 다른 것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게다가 인간들은 이런 건축물의 외형이나 기능에 더 신경을 쓸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드래곤들은 이 건축물에 깃든 흔적이나 시간의 흔적을 더 신경 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분명히 이 경복궁이라는 건물은 나쁘지 않은 건물이다.

        건물 자체는 중간에 새로 지었는지 시간의 흔적이 좀 짧았지만,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은 제법 짙었으니까.

        하지만 수많은 차원들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인간들의 건축물들을 구경해 본 내 처지에서는…….

       

        ‘그냥 평범하구나.’

       

        딱 이 정도 느낌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다음 일정은 식사 시간입니다.”

       

        “식사라.”

       

        가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디든 흔한 건축물보다는, 역시 고향 차원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좀 더 기대된다.

        딱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니지만, 저절로 입맛이 다셔진다.

       

        ‘무엇을 먹어볼까?’

       

        치킨과 피자는 방송하면서 이미 맛을 보았으니, 이번에는 좀 더 다른 것을 먹어볼까?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식당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호오. 식당도 추천을 해주는 것이냐?”

       

        때마침 나온 가이드의 말에 반색했다.

        그렇지 않아도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추천을 해준다면 내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인간들의 음식은 나에게 전부 새로운 것과 다름이 없으니, 어떤 것을 추천받아도 즐겁게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여기서는 인간들의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내가 혼자서 찾기보다는, 인간들의 추천을 얌전히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리무진에 올라탄다.

        빠르게 음식점을 향해 이동하는 리무진.

        내가 탄 리무진의 앞뒤에 따라붙은 다른 자동차들을 바라보던 중이었다.

       

        “음?”

       

        나는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앙!!

       

        내가 타고 있던 리무진이 폭발에 휘말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갤러리의 글 같은 거 재현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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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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