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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 ***

         

       이야아오오옹.

         

       “아이고~ 우리 금쪽아~”

         

       흑묘는 진짜 청설묘를 금방 찾았다. 뭐 이 커다란 사천성에서 반나절만에 찾았으면 금방 찾은 거지.

         

       소문의 청설묘는 생각보다는 작았다.

         

       체고가 1미터를 조금 넘겼으니까 거의 대형견 수준의 고양이지만 호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작은 크기였다.

         

       오늘의 의뢰인, 일년에 네 번 이상 청설묘를 잃어버리는 강치산은 청설묘를 이끌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흑묘를 보고 뛰쳐나왔다. 

         

       “선생! 어떻게 우리 금쪽이를 이리 잘 다루시는게요! 내 요령을 가르침 받고 싶습니다!”

         

       “흐음…듣기로는 청설묘가 자주 가출한다고 하던데요. 혹여나 청설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우리 금쪽이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지요!”

         

       앞서 말했듯 청설묘 의뢰는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의뢰다. 한 2년쯤 됐나? 본래라면 청설묘 포획조라고 불리우는 낭인 4인방이 전문적으로 잡아다 주고는 했는데 포획틀을 망가트릴 정도로 힘이 강해지는 바람에 저번인가? 저저번인가 이후로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내 꽁꽁 묶여 오거나 철창에 갇혀 오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선생님처럼 이렇게 금쪽이가 제 발로 돌아오게 한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음. 진실된 눈. 애묘인의 참된 자세가 보이는군요!”

       

       

       나는 그냥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었지만 사실 이번 의뢰는 흑묘 혼자서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지라 고양이 육성 꿀팁을 마구 방출하고 있는 흑묘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흠! 물건들이 다 값진 것으로 보이는데 하인들이 고양이가 긁도록 내버려 둘 것 같지는 않네요. 발톱갈이를 할 수 있도록 마당 한켠에 통나무를 쌓아 주세요.”

         

       “고양이가 배변을 누는 곳은 어디죠? 마당 한켠에 고운 모래를 깔아서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이건 뭔가요? 금귤향? 박하향? 다 치우세요.”

         

       야-옹.

         

       흑묘의 폭풍 지적질이 무척 마음에 드는지 흑묘의 몸에 얼굴을 비비적 대는 녀석. 귀한 영물 답게 털에서 윤기가 반지르르 한 것이 딱히 고양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나도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녀석이었다.

         

       “선생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 뭔가 통하는게 있는지 흑묘의 진두지휘하에 청설묘의 자리가 개편되고 난 뒤 청설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 기분좋다.”

         

       “음.”

         

       강치산이 준 두둑한 주머니. 열어보니 대충 이번 의뢰비의 5배쯤 되는 금액인 것 같군.

         

       사실 흑묘의 행동은 앞으로 두둑한 자금줄을 잘라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입 꾹 닫고 있었으면 청설묘는 계속 가출했을 테고 그때마다 흑묘가 출동해서 쓱 데리고 오면 되니까.

         

       “선배 혹시 매번 청설묘를 데려다 주는 의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고 생각하는거 아니죠?”

         

       “아니? 아무? 생각도? 안했는데?”

         

       “말투 완전 이상하거든요. 애초에 그렇게 오래 써먹을 수 있는 의뢰는 아니예요. 일이 년만 더 커도 거의 사람만해 질 텐데 그 정도 덩치로는 더 이상 사천성에 숨어 있을 수가 없죠. 몇 번만 더 가출했으면 사천성을 넘어서 완전히 야생으로 돌아갔을걸요.”

         

       “음…”

         

       “자주 가출한다길래 그냥 영물이라고 장식용으로 키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마음가짐이 된 사람인지라 한번 봐줬다.”

         

       안 봐줬으면 어쩌려고 했는지 궁금했지만 괜히 싱글벙글 웃고 있는 듯한 흑묘의 기분을 잡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슬슬 기초적인 의뢰는 한번씩 경험한 것 같네.”

         

       “음. 그런가요. 흑도 퇴치. 습격. 비무첩 전달. 집나간 고양이 배달…비무 신청이 빠지지 않았나요?”

         

       “그건 네가 이미 초절정 고수로 소문이 나서 불가능해.”

         

       대충 그래도 급이 맞아야 비무를 했을 때 그 문파가 와해되는거지. 절정이 초절정에게 패배했다고 그게 타격이 가겠는가. 비무를 건 초절정이나 욕을 먹겠지.

         

       “그래서 말이야…”

         

       나는 조심스럽게 흑묘의 기색을 살피면서도 겉으로는 별 거 아닌 척 말을 이었다.

         

       “혹시 부수익을 올려볼 생각은 있나?”

         

       “부수익?”

         

       순수 내 예상이지만 흑묘는 꽤 돈이 많다. 우선 저 이무기의 수염으로 짠 면사부터 상당한 고가품이며 의뢰 수익에 별 신경이 가지 않는 점에서 더욱이 그렇다.

         

       사천낭인이 벌어들이는 액수는 꽤 고액이다.

         

       고수는 고수고 돈벌이는 돈벌이다. 이 정도 액수라면 고수고 자시고 충분히 욕심이 날 법 한데 이 할이라는 분배에 아무 불만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자가 아니면 불가능하지.

         

       “흐음…뭔지 이야기나 들어 볼까요.”

         

       “내가 흔적을 아는 비동(秘洞)이 하나 있거든.”

         

       “선배가 그런 걸?”

         

       “낭인일을 하다보면 이런 저런 정보를 접하기 마련이지.”

         

       현재 내 경지라면 알아도 못 먹는 곳이지만 흑묘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믿을만한 낭인들은 무공이 너무 부족하고. 그렇다고 절정의 낭인들을 몇이나 데리고 갔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비동이라…확실한 건가요?”

         

       “비동 입구까지는 확인해 놨으니까 걱정 말라고.”

         

       그리고 흑묘에 대한 마지막 검증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서 물질적인 것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내가 호천안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신뢰를 쌓은 사람이라고 치면…여진상이나 정삼일까. 그렇지만 그 둘도 비동에 데려가 기진이보를 눈 앞에 두면 진짜로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다.

         

       흑묘가 정말 나에게 무슨 수를 썼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흑묘의 태도와 기진이보 앞에서 취할 행동을 보면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알 수 있겠지.

         

       “사천성에서 얼마나 걸리는 거리일까요?”

         

       “걸어서는 3~4일쯤 걸리는 거리일까.”

         

       “좋아요! 안 그래도 요새 너무 칙칙한 옷에 흑립만 입고 있어서 답답하던 차였으니까. 나들이라~”

         

       내 긴장도가 무색하게 흑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

         

       “외출? 둘이서?”

         

       유사연은 나와 흑묘를 번갈아 보더니 내 귀를 잡아당겼다.

         

       “너희 사귀냐?”

         

       “이 객주가 미쳤나.”

         

       “…호천안 네가 화를 낼 일은 아니지 않냐? 네가 흑묘 같은 여자를 만나려면 백만 번 절을 해도 모자라.”

         

       너무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 없다는 점이 슬펐다.

         

       “뭐 그래. 안그래도 경양식당의 돈가수 다저용 때문에 시끄럽더라. 태양회 회원들이 다저용을 모욕한 낭인들을 찾겠다고 씩씩대고 있는데 이거도 네가 벌인 일이라며?”

         

       “태양회는 또 뭔데.”

         

       유사연이 말없이 이마에 손을 대고 머리 위까지 스윽 밀었다.

         

       음 그래 빡빡이 집단이라는 뜻이군.

         

       “태양회를 우습게 보면 안돼. 열양기공의 고수부터 거부에 고관대작까지. 사천 뿐만 아니라 구주천하에 어디에나 회원들이 있다고. 특히 그 구성원이 모두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섭지.”

         

       “태양회 회원이라면 그 누구라도 10리 바깥부터 알아볼 수 있을 텐데…?”

         

       “가발.”

         

       “아.”

         

       그렇군. 빡빡이지만 빡빡이가 아닌 척 살아가고 있는 태양회의 간자들은 이 세상에 수도 없이 많을 터. 나는 어쩌면 내가 감당할 수 없었던 집단을 건드려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큰 집단을 내가 몰랐다는 것이 놀랍긴 했지만 게임 속 무림천하에서 대머리를 놀리는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대머리를 놀린 건 흑묘니까 나랑 상관없지 않나?

         

       뭐 흑묘라면 습격당해도 거뜬히 물리치겠지. 적어도 이 사천성에 초절정 빡빡이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갈 때 룰루랄라 하면서 가지 말고 중간에 변복 잘 하고 조용히 빠져 나가란 말이야. 흑묘는 여러 가지 의미로 눈에 띄니까.”

         

       “그래. 충고 고맙네.”

         

       “사고 치고 싶으면 바깥에서 나랑 상관 없는 곳에서 치고 돌아와 알았지?”

         

       거 누가 보면 사고만 치는 사람인 줄 알겠어. 7년간 조용히 있다가 요새 몇 건 시끌시끌 했다고 취급이 너무하는군.

         

       유사연에게 외출 신고까지 한 뒤 새벽에 객잔을 빠져나왔다.

         

       “여기 있는 줄을 쭉 뺀 다음에 이렇게 접으면…흑립이 하나의 죽간처럼 딱 접히지.”

         

       “음 그렇군요.”

         

       흑묘는 앞머리를 드리워 눈을 가렸다. 머리카락 사이로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봐서는 저 부분만 또 흑영기공을 운영하고 있는 모양.

         

       흑묘의 얼굴이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위험함을 무릅쓰면서까지 알고 싶은 건 아니었기에 적당히 사천성을 빠져나왔다.

         

       “으음. 며칠이 지났는데 산적 한 사람 보이지 않고 평화롭네요.”

         

       보통 무협세계에서 이렇게 미녀와 함께 무림에 출두하게 되면.

         

       [크헤헤헤!! 이몸 산중호걸 등장!]

         

       [끼요옷! 네놈! 옆에 있는 예쁜이는 우리가 예뻐해 줄 테니 두고 가라고! 우효오옷!]

         

       따위의 저질 대사를 날리는 산적들이 나타나야 정상이었지만 이곳은 사천이었다. 사파가 씨가 마르고 협행에 목이 말라 비틀어진 문파들이 우글거리는 사천.

         

       사천성에 산적들에게 돈 한 푼 빼앗겼다는 말이 돌기만 하면 각 문파의 고수들이 경쟁적으로 튀어나가 포박해 온 뒤 온 사천성을 순회공연하면서 사방팔방에 산적을 잡았노라고 포고를 때리는 판국이다.

         

       사천성에서 도보로 며칠 거리까지는 그야말로 청정지역.

         

       나와 흑묘는 아무런 방해 없이 비동의 앞에 도착했다.

         

       비동(秘洞)!

         

       무협에서는 수많은 기연(奇緣)이 존재하고 대부분 기연이라는 단어 하나로 퉁치지만 무림천하에서는 그 기연도 몇 가지 분류로 나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비동.

         

       비동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기관장치와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보상이 사용하기 손쉬운 형태로 가공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지금 흑묘가 쓰고 있는 면사의 주 재료를 공급한 천년이무기를 만났다 치자. 그야말로 장절한 사투와 수많은 고난을 넘어서 간신히 천년이무기를 쓰러트렸다. 그런데 천년이무기가 주는 내단 수염 이런 것들은 다 무엇인가? 재료다.

         

       재료면 가공을 해야 써먹지. 가공해서 완성품이 나온다면야 가치가 폭등하겠지만 가공에 필요한 다른 재료들을 구해야 한다던가 장인을 구해야 한다던가…재료를 완성품으로 만들기 위한 품이 보통이 아니다.

         

       또한 어찌 기연이 닿아서 무공을 얻었는데. 이게 지금 익힐 수가 없는 무공이네? 나는 지금 쾌도를 익히고 있는데 얻은 무공은 만검이다.

         

       기연을 만난다 해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비동은 다르다.

         

       비동의 시험과 함정을 통해 무공을 익힐 수 있는 자질을 판단하기 때문에 비동을 돌파하면 어지간하면 그 안에 놓인 무공을 익힐 수 있다. 안에 있는 것이 영약이나 기진이보라고 할 지라도 사람이 안배해 놓은 것이라 별다른 가공 없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이기 마련.

         

       비동이야말로 재료를 얻어 봐야 가공할 수단이 여의치 않은 지금 나에게 가장 적합한 기연이라고 할 수 있다.

         

       “들어가자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간 잘 쉬다 돌아왔습니다.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는 월 화 목 금 토 일 주 6회+@로 연재되며 자정+1분에 올릴 예정입니다.

    이번주에는 수요일날도 한편 올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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