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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오늘 네게 가르칠 건 빙결계 마법이다. 얼음 속성을 운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멜리나는 설명을 이어가면서도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진리를 알려준다니 일단 어울려주기야 하겠다마는, 도대체 이 ‘제자 놀음’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렇게요?”

       “……그래. 그렇게 하는거다.”

       

       당연하겠지만 올리비아는 멜리나의 수업을 완벽하게 따라왔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알았고, 기초를 배우면 응용까지 해냈다.

       

       물론 멜리나는 거기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진리를 깨달은 자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기분이란, 참으로 오묘했으니까.

       

       뭐랄까, 굳이 표현하자면, 기만당하는 기분이었다.

       

       “올리비아.”

       “네, 스승님.”

       “그……. 아니다.”

       

       멜리나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리는 언제쯤 알려줄거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이제는 저게 연기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쩌겠나. 스승 행세라도 똑바로 할 수 밖에.

       

       멜리나는 백 년 전의 기억을 되살렸다. 갈두르, 그러니까 작금의 적탑주를 가르쳤을 때의 기억을.

       

       그 때의 커리큘럼을 현대식으로 개편하기만 하면 얼추 스승 흉내는 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멜리나는 그 생각을 하루만에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스승님, 다 했어요.”

       “벌써 다 했다고?”

       

       대답은 옆에서 들려왔다. 멜리나가 황궁에 다녀오는 동안, 1장로에게 올리비아를 맡겼었다.

       

       “예, 제가 옆에서 똑똑히 봤습니다. 탑주님이 내주신 과제를 전부 완수한걸로 모자라 무려 3단계 응용까지 끝마쳤습니다.”

       “……그랬더냐?”

       “역시 탑주님의 안목은 대단하십니다! 탑주님의 결정에 반대하던 다른 장로들도 이걸로 제 무지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을겁니다! 이 정도 재능을 탑주님이 가르치지 않으면 누가 가르치겠습니까?”

       

       멜리나와 올리비아의 계약은 둘 만의 비밀이었다. 그러니 1장로가 저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올리비아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인재일테니.

       

       그 적탑주 갈두르보다, 심지어는 어렸을 적의 멜리나보다도 뛰어났으니 말이다.

       

       “확실히 저 아이라면 진리에…….”

       

       상기된 얼굴로 말하던 1장로가 말을 멈추고 멜리나의 눈치를 봤다. 제가 방금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시, 실수했다!’

       

       진리, 그것은 멜리나의 역린과도 같은 단어였다.

       

       누구라도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화가 날 것이다. 하물며 그 기간이 수백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1장로가 눈에 띄게 긴장했다. 멜리나의 성정을 생각하면 최소 한 달 근신이오, 재수가 없다면 추방까지 가능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되었다.”

       “죽을 죄를……. 예, 예?”

       “되었다고 했다. 신경쓰지 마라.”

       

       1장로의 눈이 아까보다 더 커졌다. 멜리나는 한심한 작태를 보이는 1장로에게 한소리 하려다, 옆에 있는 올리비아를 보고 그만두었다.

       

       올리비아는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 말했다. 그리고 지난 사흘간, 제자의 역할을 정말 착실히 수행했다. 멜리나에게 깍듯이 대했고, 시키면 따랐다.

       

       그러니까 이건 무언의 압박이었다. 

       

       ‘나도 제자답게 하고 있으니, 너도 스승답게 해라’, 라는.

       

       그래서 참았다. 아마 올리비아가 말하는 ‘스승’은 단순히 허울뿐인 직책이 아니라, 정말로 스승답게 하라는 뜻일테니까.

       

       ‘……이게 뭐하자는 짓인지.’

       

       차라리 대놓고 꿍꿍이를 드러낸다면 좋으련만.

       

       하나 확실한게 있다면, 이쪽도 더 이상 스승 흉내나 내고 있을 수는 없다는거다.

       

       시늉이 아니라 진짜로 스승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올리비아를 만족시킨다면, 진리에 대한 다음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멜리나는 수련장 바깥으로 나서기 무섭게 마탑의 전 장로들을 호출했다. 갑작스러운 호출에 장로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장로 10명 전원이 회의실에 모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금탑에서 멜리나의 권력이 얼마나 확고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개중에는 잠옷 차림으로 끌려온 인원도 있었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드디어 그 망할 로엘 왕국이 선전포고를 한겁니까?”

       

       멜리나가 손을 들어 장로들을 순식간에 침묵시켰다. 그녀는 사위를 둘러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신이 제자를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장로가 있다면 손을 한 번 들어보라.”

       “…….”

       

       눈초리를 이기지 못한 몇몇 장로들이 손을 들었다. 멜리나는 그 중 가장 서열이 높은 4장로에게 턱짓했다.

       

       “조언을 구하고 싶다.”

       “조언이라고 하심은…….”

       “말 그대로다. 참된 스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너희들이 비록 경지는 낮을지언정, 제자를 가르친 경험은 나보다 훨씬 많으니.”

       

       그 말에 4장로가 입을 떠억 벌렸다. 탑주 앞에서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어느 누구도 4장로를 타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거기있는 전원이 똑같은 심정이었으니까.

       

       ‘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거지?’

       ‘꿈이다. 이건 무조건 꿈이다.’

       

       멜리나가 제자를 새로 들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진심일 줄은 몰랐다.

       

       그들이 아는 멜리나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그게 맞기도 했고.

       

       근데 바뀌었다. 제자를 들인지 불과 사흘만에.

       

       4장로가 가까스로 말문을 열었다.

       

       “혹시 탑주님께서 어떤 유형의 스승을 지향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더 자세히 말해보라.”

       “스승의 유형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 중 몇 개만 추려서 말씀드리자면, 자상하고 따뜻한 스승, 엄격하고 단호한 스승…….”

       “보통의 제자들은 개 중 어떤 유형을 가장 좋아하는가?”

       

       4장로는 그 질문만큼은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었다.

       

       “당연히 자상하고 따뜻한 스승입니다.”

       “그런가…….”

       

       멜리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상? 따뜻? 

       

       ‘……빌어먹을.’

       

       차라리 제국을 멸망시키는 쪽이 쉬울 것 같았다.

       

       저런 몽실몽실한 단어들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았다.

       

       무관심, 방치, 비난…….

       

       굳이 어울리는 단어를 찾으라면 이쪽이었다.

       

       하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4장로는 앞으로 일주일간 내 옆에 동행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자상하고 따뜻한 스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옆에서 실시간으로 가르쳐다오. 잘못된 점이 있다면 알려주고.”

       

       멜리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3장로가 제 뺨을 때렸다. 7장로는 의자 뒤로 넘어졌고, 9장로는 입에서 침을 줄줄 흘려댔다.

       

       4장로 또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인망이 자자하고 차분하기로 유명한 그녀도, 이 순간만큼은 제 허벅지를 꼬집어 볼 수 밖에 없었다.

       

       아팠다.

       

       꿈이 아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4장로는 나를 따라오도록. 나머지는 해산해도 좋다.”

       

       멜리나와 4장로가 회의장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허어.”

       

       세상이 멸망하려나?

       

       

       

       *****

       

       

       

       멜리나는 서둘러 수련장으로 향했다. 올리비아를 오랫동안 방치해둘 수는 없었다. 

       

       ‘이건 시험이다. 시험이라고 생각하자.’

       

       깨달음을 전수받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시험이라고 어떻게든 당위성을 부여하는 멜리나였다.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즉시 알려다오. 내 기분 따위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예.”

       

       4장로는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이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제자의 개인 수련장을 들어갈 경우에는, 웬만하면 언질을 해주는게 좋습니다.”

       “……그런가?”

       

       멜리나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조용히 지켜보던 4장로가 부연했다.

       

       “아무리 저보다 낮은 사람이라고 한들, 일단은 한 명의 인격체입니다. 존중받는걸 싫어할 사람은 없지요.”

       

       고도의 돌려까기였지만 멜리나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금세 개인 수련장 앞에 도착했다.

       

       멜리나는 진짜 하냐는 눈빛으로 4장로를 쳐다봤다.

       

       “이게 가장 쉬운겁니다.”

       

       멜리나는 땅이 꺼질듯 한숨을 내쉬며 노크했다. 안쪽에서 올리비아가 대답하기 무섭게,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는 멜리나였다.

       

       “오셨어요 스승님?”

       

       올리비아가 인사했다. 그녀는 멜리나와 4장로를 번갈아 응시하더니, 작게 미소지었다.

       

       “제가 스승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묘한 뉘앙스를 눈치챈 4장로가 눈치껏 바깥으로 나갔다. 어이없다는 얼굴로 문 쪽을 바라보던 멜리나에게, 올리비아가 불쑥 다가갔다.

       

       “스승님, 이거 받으세요.”

       

       그건 익숙한 종이였다.

       

       ……벌써?

       

       라고 생각했을 땐, 이미 손에 종이가 들려 있었다. 차마 펼쳐보지는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멜리나에게 올리비아가 말했다.

       

       “보셔도 돼요. 사흘 동안 절 가르쳐주신 답례에요.”

       “그, 그럼. 사양않고…….”

       

       멜리나는 사흘 전에 끊겼던 수식을 다시 이어적어 나갔다. 

       

       ‘되, 된다!’

       

       멜리나는 정신없이 수식을 증명해 나가면서도, 머리 속으로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이런 발상이 가능한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

       

       멜리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거기에 담긴건 순수한 안타까움.

       

       끝났다. 그녀에게 허락된 건 여기까지였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다음에도 또 보여드릴게요.”

       

       올리비아는 그저 웃어보였다.

       

       그건 멜리나가 처음 보는 종류의 웃음이었다. 일체의 가식이 섞여있지 않은, 순수한 만족감에서 나오는 미소.

       

       그 미소를 본 순간, 멜리나는 마음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건 참으로 낯선 감정이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맙구나.”

       “고맙긴요. 제가 방금 말씀드렸잖아요. 사흘 동안 잘 가르쳐주신 보답이라고.”

       “…….”

       

       멜리나는 적어도 염치는 있었다. 보답이라는건, 서로 주고 받는게 있을 때 성립하는 말이다.

       

       이쪽은 준게 없었다.

       

       하지만 웃는 쪽도, 만족한 쪽도, 올리비아였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스승님.”

       “……그래.”

       “다음 건 엿새 뒤에 알려드릴께요. 그때까지 잘 부탁드려요.”

       “…….”

       

       멜리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올리비아가 한 걸음 다가갔다.

       

       “제가 뭐랬었죠?”

       “……고개 들겠다. 어깨도 피고.”

       “기왕이면 웃으시고요. 네, 그러니까 훨씬 보기 좋네요.”

       

       활짝 웃는 올리비아의 눈동자 너머로, 멜리나의 모습이 비쳐보였다.

       

       아직은 조금 어색했지만.

       

       분명, 웃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페링님 3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아!!!!!!!

    끼에에에에에애애애애ㅐㄱ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겍ㄱㄱ!!!!!

    고란이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위에서 고라니 울음을 사용했으니 고양이로 대체하겠습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ㄱ
    캬아아아아아ㅏ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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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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