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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쓰윽.

       

        아주 은밀하게 5과 과장이 다가왔다.

       

        “어이. 차과장.”

       

        아주 조심스럽고 낮은 목소리였다.

       

        “도대체 지금 이게 뭐야? 어떻게 되어가는 거야?”

       

        그는 뱀과 같은 눈빛으로 차과장을 바라봤다.

       

        “허허. 백과장.”

       

        둘은 아주 앙숙이었다.

        지금까지 수년간.

        아주 티격태격 다투며.

       

        “뭐야? 지금 일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뭐긴 뭐야. 우리 6과가 이제 엘리트 집단이 될 예정인 상황이지.”

       

        차과장은 아주 히죽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운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아니 도대체 뭐냐고. 갑자기 왜 이수아 헌터가 저렇게 나서는 건데? 그리고 6과 따위에 왜 신경을 쓰는 거냐고.”

        “아니. 왜 6과 따위라는? 5과는 뭐 잘난 게 있나?”

        “허허. 우리 쪽이 훨씬 낫지?”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으르렁 대는 중이었다.

       

        “페이도 갑자기 오른다 하던데? 사실인가?”

        “응. 한계급 씩 위로 차근차근.”

        “아니 장난해? 그럼 우리는?”

       

        백과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단순히 경쟁심 뿐만 아니라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허허… 5과에는 백지훈 헌터가 없잖아요?”

        “백지훈? 아아. 그 이수아 헌터가 좋아한다고 헛소문이 난 신입 말인가? 그 자식 E급이잖아?”

        “후후. 나는 내 안목을 믿네만…”

        “하. 참. 어이가 없군.”

       

        5과의 백과장은 툴툴대며 떠나버렸다.

       

        “아니. 과장님. 근데 진짜 이수아 헌터님 어떻게 된 거예요? 뭐라 말하셨는데 이렇게 되는 거냐고요?”

        “아니. 나는 구냥 백지훈 씨 핑계 대충 댔다니까? 그 이후로는 이수아 헌터가 알아서 한 거야~”

        “이수아 헌터님.진짜 지금까지 몇 년간 앞장서서 나서는 경우는 없었는데… 정말 대단한 거 같은데요? 거의 신문에 날 정도 아닐까요?”

        “그렇긴 하지 아무래도 S급 헌터들 말이야. 다들 걱정은 했으니까.”

       

        6과 인원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을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오호호호. 아니 백지훈씨 말이에요. 저는 솔직히 처음에 들어올 때 E급 헌터라고 해서 무시했거든요? 또 6과에 짬처리하나 했는데.”

        “맞아요. 좋은 인재는 다 1,2,3과에서 빼먹고 우리는 쭉정이 주나 보다 했죠. 저쪽은 최소 C급을 받잖아요…”

        “어휴. 우리 6과에게도 이제 볕들날이 오는 걸까요?”

        “그러니까 이제 잘 해봐야지! 백지훈 헌터 파견나가서 잘 하고 있는 지 모르겠네.”

        “그러게요. 괜히 걱정이에요. 설마… 퇴사해버리는 건 아니겠죠? 유하나 헌터에게 아주 쥐어 잡혀서…”

       

        다들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 백지훈 헌터에게 좀 관심을 가져보자고. 어쩌면 우리에게 동앗줄이 될 수도 있어.”

       

        차과장은 뭔가 또 새로운 것을 꾸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흐으음.”

       

        유하나는 이상한 눈초리로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뭔 데…? 왜 자꾸 저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건데?’

       

        “흠. 백지훈 씨? 원래 헌터였어요? 언제부터 헌터를 한 거예요? 왜 E급 이죠? 아직도?”

       

        그녀는 상당히 나에게 궁금한 것이 많아진 것 같았다.

        나는 차분히 그녀의 궁금증에 대답을 해줬다.

        물론 채수현에 관련된 것은 대충 회피해서 말했다.

       

        안좋은 과거를 말해봤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으니까.

       

        “흐음.. 그럼 여기엔 자원해서 온 거에요? 왜 E급 헌터인데 여기에 보내진 거죠? 블루 길드의 길드장님. 절대로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백지훈 씨를 보낸 이유가 있을 텐데…?”

       

        그녀는 쉴새없이 말하며 계속해서 나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분명 뭔가 의심하는 것들이 많은 것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나도 몰라. 그냥 보내서 온 건데. 게다가 길드장이라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거의 목젖까지 튀어 올라왔지만 차마 꺼낼 수는 없었다.

       

        ‘괜히 난리를 치지는 말자. 조심조심 잘 보내기만 하면 괜찮을 거야. 다시 블루 길드로 얌전히 되 돌아가기만 하면.’

       

        말도 안되는 파견.

        물론 그 유명한 탑스타를 이렇게 눈 앞에서 보게 된 것은 아주 기분이 좋은 일이기는 하다만…

        지금의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길드장은 뭘 보고 나를 보내는 거야? 그냥 E급따리라서 미끼로 버린 건가?’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 이럴 때 형석이에게 물어봐야 되는데.’

       

        형석이는 해저 계열 헌터와 미팅을 해야할 것이 있다고 아주 바쁘다고 했다.

        부산 쪽에 내려가서는 어찌나 바쁜지 잠수를 해버렸다.

       

        ‘물어볼 곳도 없고. 난감하다.’

       

        나는 괜시리 할 일이 없어서 뻘쭘하게 앉아있는 중이었다.

        어제는 이것저것 쓸데없는 걸 시키더니 오늘은 그냥 나를 계속 해서 바라보며 쓸데없는 질문만 해대는 것이었다.

       

        “하… 나… 야? 혹시 다음 스케줄은 좀 해볼만.. 할까?”

       

        유하나의 매니저는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주 눈치를 보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로.

       

        “흐음. 응. 알겠어. 스케줄 그냥 가자. 나 괜찮아.”

        “응? 괜찮아…? 왜? 너 왜 괜찮아?”

        “뭐?”

       

        유하나가 매니저를 째려봤다.

       

        “아니. 너 원래 좀 스케줄 잘 미루잖아.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근데 괜찮…아?”

        “오빠. 내가 언제 그랬어? 너무 나를 매도하는 거 아니야?”

        “아니… 분명… 지금까지는.. 그랬…”

       

        매니저의 목소리가 개미 기어들어가는 소리가 되었다.

       

        “오빠.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서 차나 준비해.”

        “응. 어이. 백지훈 씨. 지금 차로 가서…”

        “오빠?”

        “응?”

        “오빠가 해.”

       

        유하나는 다리를 꼰 채로 손가락으로 까딱이는 것이었다.

       

        “응? 여기 노예.. 아니 백지훈 씨가…”

        “오.빠.가.해.”

       

        아주 차갑고 무서운 어조로 말하는 것이었다.

        매니저는 군말없이 자신의 일을 하러 갔다.

       

        ‘쓰읍… 너무 분위기가 안좋다. 차라리 블루길드가 나을 정돈데…’

       

        알 수 없는 압박감이 공간을 가득 매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수아와 만났을 때와 좀 비슷했던 것 같다.

        물론 유하나가 이수아보다는 한수 위라고 느껴졌다.

       

        이수아 헌터도 물론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유하나는 표정에서부터 태도, 자세까지 상당히 까다로운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흠. 저 백지훈 씨?”

        “네.”

        “혹시 매니저 할 생각은 없어요?”

        “엥…? 네?”

       

        나도 모르게 엥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너무 맥락이 없이 점프를 해버린 말을 들었으니까.

       

        ‘매니저? 갑자기 이건 또 뭔 소리야?’

       

        “아니. 백지훈 씨. 매니저하면 왠지 잘할 것 같아서요.”

       

        그녀는 상당히 복잡 미묘한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날카로운 눈빛이었지만 묘하게 흔들리는 느낌.

       

        “저는 블루길드 소속인데요?”

        “하. 그러니까. 사람 말귀를 참 못 알아 듣네. 블루길드 말고 제 밑에서 일해볼 생각 없냐~ 이 소리에요.”

       

        그녀는 턱에 손가락을 댄 채로 이것저것 고민하는 느낌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아직 길드 경험을 제대로 쌓아보지 못해서요.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다고요?”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흠. 뭐야. 진짜. 블루길드. 나한테 억하심정이 있나? 아니. 나한테 넙죽넙죽 엎드려야 되는 거 아냐? 이게 무슨…”

       

        그녀는 아주 툴툴대며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럼 무슨 조건이면 매니저 할 거예요?”

        “네?”

       

        점점 대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왜 자꾸?’

       

        “글쎄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요. 매니저를 하기에 제가 아는 것이 없어서요.”

        “아니 뭐 매니저가 뭘 알아야 하는 건가? 그냥 옆에 붙어서 매니징만 잘 하면 되지?”

       

        내 대답이 불만족스러운지 툴툴 대는 것이었다.

       

        ‘아니 지금 매니저도 있고 일도 잘 하는 것 같은데 왜? 딱히 일손이 부족해보이는 것도 아닌데.’

       

        벌컥.

       

        “하나야. 차 준비 다 됐어. 가자.”

       

        아주 싱글벙글한 표정의 매니저가 돌아왔다.

        그는 유하나가 스케줄을 미루지 않는 것에 아주 기분이 좋은 것처럼 보였다.

       

        “응. 가자. 다음 촬영. 화보잖아?”

       

        유하나는 아주 도도한 자세로 일어서서 문 밖을 나섰다.

       

        ***

       

        “아휴~~ 유하나 씨. 아주 굳이에요 굳.”

        “오늘 왜 이렇게 예쁠까?”

        “여기도 좀 봐줘요.”

        “하. 아주 섹시해. 오늘 결과물 아주 기대되는 데요?”

        “자 이쪽도 좀 보시고. 고개를 좀 틀어주실 수 있을까요? 왼쪽 다리 살짝 들어주면 더 좋을 거 같아.”

        “아휴~ 완벽해 완벽해. 어쩜 이리 예쁠까.”

       

        사진작가는 계속해서 극찬을 하며 유하나를 촬영해대는 모습이었다.

        그도 매니저와 마찬가지로 기분이 매우 좋은 것 같았다.

       

        유하나의 매니저는 살짝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박수를 쳐대며 기뻐하는 중이었다.

       

        “아니. 유하나 씨. 오늘 처럼만 해줘요~ 평소에도 이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지각도 안해~ 촬영도 열심히 해~ 아주 예뻐~~”

        “저 원래 예뻐요. 작가님.”

        “아이. 유하나 씨 예쁜 걸 누가 모르나~ 행동이 밉다 이거지.”

        “하. 제가 왜요? 저 지금까지 열심히 했거든요?”

        “열심히 하는 건 알겠는데~ 지각하고 말 툭툭 내뱉고 막 그랬자나~”

        “제가 언제요. 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유하나는 갑자기 슬쩍 내 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음. 대충 그런 사람인 건가.’

       

        당연히 유하나가 평소에 어떤 행동을 하고 다니는 지는 일반 대중인 나로선 알 수 없으니까.

        그래도 사진 작가와 농담따먹기를 하는 걸 보면 막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이수아랑 어느 정도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자자~ 이제 다 쉬었으니까 후속 촬영 들어갑시다아~~”

        “네네!!”

       

        스태프 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저… 자.. 작가님?”

       

        누군가가 분주한 느낌으로 달려들어오는 것이었다.

       

        “응? 왜?”

        “이수아 씨가.. 오셨는데요?”

        “응?? 이수아 씨? 블루길드의 S급 헌터 이수아 씨?”

        “네….”

       

        사진 작가는 헐레벌떡 나섰다.

       

        ‘엥? 이수아? 왜? 여기에?’

       

        살짝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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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I Was Betrayed But It’s Okay haha

배신당했지만 괜찮습니다ㅎㅎ
Status: Ongoing Author:
"I was the one who boosted your rank. Yet you stabbed me in the back? Fine. Goodbye. I'm taking it back. You're finished now. Thanks to you, I now have an abundance of skill points for a prosperous hunter life. But... after spending some of those points, the S-Ranks are starting to get obsessed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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