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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47. 아빠 없는 집에 (3)

       

       

       아침.

       수련이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화련이와 초련이 사이에 거대한 빈자리가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아빠는 아직도 안 왔네. 아침에는 돌아올 줄 알았는데.”

       

       꾸깃-

       수련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가장 빨리 일어나고, 가장 빨리 세안하는 것이 수련이의 루틴이었다.

       

       “…아침은 나만 일어나 있어. 조용해서 좋아.”

       

       수련이는 치약을 툭- 짜고, 이빨을 닦기 시작했다.

       

       치카치카-

       

       위아래로 정갈하게.

       영상으로 봤던 것처럼 정석대로 구석구석.

       

       우물우물-

       

       퉤-

       

       수련이는 깔끔하게 양치를 끝내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쳐다봤다.

       

       ‘역시 나야.’

       

       나는 완벽한 드래곤 그 자체야.

       수련이는 거울의 자신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러나,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뭐야. 눈 아래가 왜 검게 물들었지?”

       

       원체 피부가 하얀 편이라 다크서클이 아주 눈에 잘 들어왔다.

       수련이는 그 모습이 흰색 도화지에 검은 점이 찍힌 것처럼, 완벽하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된 거야?”

       

       수련이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찾아내야 하는 법.

       그 결과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어제 아빠가 없어서 조금 늦게 잤다고, 이렇게 되는 거야?”

       

       인간의 몸이 이렇게나 나약하다고?

       수련이는 고작 하루만으로 이렇게 변한 자신에게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향해 투덜거렸다.

       

       “…아빠가 시험을 보러 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그깟 시험이 뭐라고.

       우리보다 시험이 더 중요하다는 건가.

       하긴, 친아빠도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애들이나 깨워야지.”

       

       수련이는 자고 있는 화련이와 초련이를 향해 다가갔다.

       녀석들은 평소와 달리 불편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수련이는 녀석들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다들 일어나서 씻어. 아침이야.”

       

       수련이의 손짓에 가장 먼저 화련이가 눈을 떴다.

       화련이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부스스한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아빠는 아직 안 왔어?”

       “응, 안 왔어.”

       “흥, 어차피 기대도 안 했어.”

       

       화련이는 입을 삐쭉이며 화장실로 향했다.

       

       쿵- 쿵-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수련이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생각했다.

       

       ‘아빠를 기다리는 건, 다 똑같네.’

       

       수련이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드래곤 사이에서 아빠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아빠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극명했기 때문이다.

       

       “…나 드래곤인데. 기분 나빠. 내가 왜 아빠를 신경 써야 하는 거야.”

       

       화련이가 다 씻고 나온 후.

       수련이는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초련이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빨리 일어나, 이초련.”

       “으으음… 아버지 오셨어요오…?”

       “난 아빠가 아니라 네 언니야. 빨리 일어나.”

       “수련 언니… 아버지 아직 안 오셨어요…?”

       “응.”

       “그런가요…”

       

       끼잉-

       초련이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수련이와 똑같이 피로한 몸을 이끌고서 화장실로 향했다.

       

       치카치카-

       

       모두 양치질을 끝낸 후.

       아이들은 거실에 모여 서로를 바라봤다.

       다들 똑같이 눈 밑에 다크서클이 얕게 내려앉아 있었다.

       화련이는 입을 열어 틱틱거렸다.

       

       “…뭐,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그냥 다 똑같나 싶어서.”

       “뭐가 똑같아! 난 대장이야! 너희랑 달라!”

       

       크아앙-!

       화련이가 불을 뿜으며 수련이를 위협했다.

       그에 수련이는 화련이의 얼굴에 가볍게 찬물을 끼얹었다.

       

       칙-

       

       “악-! 내 눈-!”

       

       얼굴에 물을 얻어맞고 얼굴을 가린 화련이.

       초련이가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싸우지 마세요, 언니들…! 아버지도 없어서 막을 사람도 없단 말이에요…!”

       “흥, 그럼 나야 좋지! 너 죽었어, 이수련!”

       

       화련이가 주먹을 쥐며 수련이에게 달려들려던 순간.

       

       똑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아이들은 일제히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빠인가!”

       

       주먹을 뻗으려던 화련이의 얼굴이 해맑게 펴졌다.

       그러나, 수련이가 냉정하게 판단하여 말했다.

       

       “아빠는 문 안 두드려. 그냥 들어와. 저건 우리 밥을 챙기러 온 할매야.”

       “흥, 사실 나도 알고 있거든…!?”

       

       시무룩-

       화련이는 입을 삐쭉였다.

       그렇게 아이들은 바깥사람이 누구인지 알았기에, 곧바로 인식 저해 마법을 준비했다.

       

       “다 준비했네. 문 열게.”

       

       수련이가 대표로 나서서 문을 열었다.

       

       끼이익-

       

       할매가 밥이 담긴 쟁반을 들고 문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할매는 곧바로 쟁반을 들고 식탁으로 향했다.

       그리고, 할매는 곧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너희들 어제 식탁 정리를 안 한 거야?”

       

       그에 화련이가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외쳤다.

       

       “내가 왜 정리해야 하는데!”

       “이 어린놈이 벌써 기세가 등등하구먼? 이게 다 안 맞고 자라서 그래. 에휴.”

       

       할매는 한숨을 내뱉으며,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밥이랑 반찬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남은 거야. 쯧쯧, 요즘 애들은 밥 아까운 걸 모른다니까.”

       

       달그락- 달그락-

       할매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며 새로운 반찬을 식탁에 올려두고, 저녁에 먹었던 반찬을 접시에 담았다.

       수련이가 그 모습을 보고 가볍게 물었다.

       

       “인간. 이름이 뭐야?”

       “쪼그만한 년이 웃기게 말하네. 그냥 할매라고 불러. 이 근처에서는 다 그렇게 부르니까.”

       “할매는 몇살이야?”

       “세는 걸 잊을 만큼 많이 먹었지. 한 80쯤 됐을 거여.”

       “그럼, 할매라고 부를게. 할매는 아빠를 어떻게 알게 됐어?”

       

       수련이는 궁금했다.

       이 할매라는 노인과 아빠가 어떤 사이인지.

       할매는 그런 호기심을 가진 수련이를 귀엽게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네 아빠랑 나랑은 오래된 사이지. 한 10년도 전에 만났고. 지금 너보다 조금 더 컸을 때쯤 알게 됐지.”

       “그래? 그때 아빠는 어땠는데?”

       “건방지고 재수 없는 놈이었지. 지금 보니 너랑 좀 닮은 것 같기도 해.”

       

       꾸깃-

       수련이는 아빠와 닮았다는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아빠랑 안 닮았는데.”

       “성격이 딱 그래. 아무튼, 더 얘기하자면…”

       

       할매는 이하준의 과거에 관해 설명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이하준이 거리를 떠돌았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아가던 도중, 할매와 만났다고 한다.

       할매는 그런 이하준이 보기 안쓰러워, 구봉구를 통해 돈을 구하게 만든 후.

       지금 이 방에 살게 해줬다고 한다.

       

       “어릴 때는 돈도 제대로 받지 않았어. 녀석이 성인이 되고 나서야 월세를 제대로 받기 시작했지.”

       “할매가 아빠를 챙겨준 거야?”

       “어린 시절에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왜? 할매 입장에서는 아빠를 안 챙겨주는 편이 이득이지 않아?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야?”

       

       냉정하게 봤을 때.

       수련이는 할매가 아빠를 도와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이득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으니까.

       할매는 그런 수련이의 생각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린이가 거리에 그 모양으로 있는데. 돕지 않을 수가 없었지.”

       “…그런 거야?”

       “다 늙은 노인은 곧 죽어도, 어린 놈들은 앞으로 살날이 많으니까. 도와주기 싫어도 도와줄 수밖에 없었지.”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매.

       수련이는 그런 할매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인간은 왜 그렇게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야? 어린이니, 어른이니, 노인이니. 난 이해할 수가 없어.”

       “그걸 모른다는 건, 네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거야, 이 꼬맹아.”

       

       툭-

       할매는 식탁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수련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 어린놈한테 뭘 말하겠나 싶지만. 아빠가 있을 때 잘해.”

       “그게 무슨 소리야?”

       “있을 때 잘하라는 소리지, 뭐겠어.”

       

       할매는 그리 말하고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을 떠나기 전.

       아이들을 향해 날카롭게 쏘아내며 말했다.

       

       “그리고 밥 남기기만 해! 이 썩을 꼬마들이! 밥이 귀한 건 줄도 모르고 말이야! 남기면 이하준 그놈한테 다 말할 거니까! 다 먹어!”

       

       쾅-!!

       할매는 폭풍같이 말을 쏘아대고 자리를 떠났다.

       아이들은 그 자리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식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 수련이를 제외하고.

       아이들은 숟가락을 들기 시작했다.

       

       “흥, 아빠한테 이르는 게 어디 있어?! 그 괴물같은 할매! 난 완전 싫어!”

       “아버지한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냠냠-

       할매의 말이 나름 도움 됐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저녁과 달리 밥을 깨작거리지 않고 먹었다.

       그리고, 할매와 대화를 나눈 수련이는 생각에 잠겨 숟가락을 쉽사리 들지 못했다.

       

       “있을 때 잘해라… 할매의 나이가 80이라 했는데… 아빠도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주름이 생기는 걸까…?”

       

       전달된 지식에 의하자면.

       드래곤의 수명에는 한계가 없다고 한다.

       만약 드래곤이 죽는다면, 그건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사냥당하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유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은 그 드래곤의 영원한 수명에 비해 100년도 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럼, 미래에는 아빠가 언젠가 죽는다는 걸까.”

       

       언젠가.

       아빠가 죽는다.

       수련이는 그 말을 되뇌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건 좀… 싫을 것 같은데…”

       

       이른 아침.

       수련이는 아침밥을 향해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아파서 죄송함다…! ㅠㅠ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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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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