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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늦은 밤.

     자정에 가까운 시각.

     아버지가 끄는 마차에는 나 혼자 타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은 다른 이도 함께 타고 있다.

     “나리아 공주.”

     “…….”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까,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아.”

     나리아 공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철저하게 구분하겠습니다. 자베스라고 부를 때는 숨겨야 할 때. 나리아 공주라고 할 때는 말해도 괜찮습니다.”

     “…예.”

     나리아 공주가 짧은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눈을 좀 붙여두세요. 협곡까지 가는 시간이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협곡에 있는 아이들과 합류하게 되면 그 뒤부터는 계속 자베스로 지내야 하니.”

     “지브롤터는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겁니까?”

     “무엇이라….”

     

     나는 안다.

     나리아 공주는 카르멘 왕비와 같은 과라는걸.

     심지어 카르멘 왕비보다 더한 성향을 보이고 있기에, 어린아이로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잠시.”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어느 정도로 대해야 하는 거지?’

     

     3년 동안 잘 지내고 있다는 것 정도만 확인했을 뿐, 나리아 공주가 어떤 수준에 이르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당연히 잘 지내겠거니 생각했었지.’

     애초에 아버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나리아 공주가 지브롤터와 모르가니아 사이의 밀약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

     ‘문제는 회귀 전의 인식이 너무 강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전의 공주는 뭐랄까, 그야말로 처절한 존재였다.

     망국의 공주.

     혁명군의 수장.

     

     아버지 무능왕은 처형당하고.

     어머니 카르멘은 제국의 총독으로서 왕국을 지배하고.

     그 누구의 충성도 받지 못한 채, 제국에 숙청당한 충신들을 찾아 나서며 스스로 혁명군을 만들었다.

     나는 이 여자의 적으로서 7년에 가까운 시간을 괴롭혔다.

     매국노 가문의 수장으로서.

     사로잡힌 혁명군을 카르멘 총독이 처형하지 못했기에, 내가 머스킷을 들고 처형했다.

     그런데 망국의 공주는 나를 구했다.

     혁명군의 간부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기어이 나를 감옥에서 꺼내 구해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잃고 포기한 나에게, 조금은 강압적인 방법으로 삶의 의욕을 불어넣었다.

     -봐라, 그레이 경. 네 영혼은 모든 걸 포기했다고 하지만, 몸은 솔직하군. 피가 몰리는 거, 보이나?

     “…….”

     “그레이, 경?”

     “아니. 그레이로 좋습니다. 경이라는 호칭은 빼주십시오.”

     아직 목소리는 어린 아이지만, 당사자에게 같은 호칭으로 듣는 건 살짝 소름이 돋는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공주님께 그날 충성을 바치기로 했습니다.”

     “예. 기억합니다.”

     살짝, 마차가 덜컹거린다.

     밖에 있는 아버지에게도 들으라고 한 소리다.

     “그 기한은 앞으로 7년. 공주님이 성인이 되어, 왕이 되는 날까지.”

     “…….”

     “섭섭하십니까?”

     “아니요. 처음부터 그럴 것 같았습니다.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았지만….”

     나리아 공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자기 머리 위에 쓰고 있던 빵모자를 움켜쥐었다.

     “사람을 목적이자 수단으로 보는 시선, 익숙했으니까.”

     “…역시.”

     나리아 공주는 첫 만남에서부터 내 목적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실 말씀은?”

     “딱히, 없습니다. 그 말 덕분에 이곳으로 오는 걸 거부하지 않았고.”

     “믿으셨습니까?”

     “어머니께는 죄송하지만 왕에게 목이 잘리고 피신할 장소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나리아 공주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당신이었으니까.”

     “어린아이가 한 말이었을 뿐입니다만.”

     “그런 말, 당신 말고는 한 사람이 없으니까.”

     “좋습니다. 나리아 공주. 그렇다면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하게 된 지금, 당신이 제게 바라는 건 무엇입니까?”

     나는 앞으로 고개를 숙여 나리아 공주와 얼굴을 가까이했다.

     “솔직하게 답변해 주시길.”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겁니다만.”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나리아 공주.”

     “대답하면, 당신도 솔직하게 답변해 주실 건가요?”

     나리아 공주가 한 손을 앞으로 내밀어, 새끼손가락을 들었다.

     “약속.”

     “말로는 안 되는 겁니까?”

     “계약서라도 작성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겁니다.”

     “딱딱하시긴.”

     이해한다.

     “좋습니다. 솔직하게, 제가 먼저 말씀드리죠.”

     그리고, 나로서는 이런 대화가 훨씬 편하다.

     “저는 세인트 지오를 끌어내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당신을 왕으로 세우려고 합니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감정적인 부분 없이, 오로지 공적인 이야기만 나누는 대화.

     “제가 그레이 당신에게 바라는 건 하나입니다.”

     나리아 공주가 여전히 뻗고 있는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렸다.

     “7년 뒤, 나를 이 나라의 왕으로 만들어 주세요.”

     나는 손을 뻗어, 나리아 공주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당신을 이 나라의 여왕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기사로서.”

     “잘 부탁드립니다. 그레이 경.”

     “그러니까, 그레이 경이라는 칭호는.”

     “기사라면서요.”

     나리아 공주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지만.

     

     “그레이 경. 그레이 경. 자베스일 때도 그레이 경이라고 불러도 됩니까?”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는 걸 보아하니, 조금은 지브롤터가 편해진 모양이다.

     “…기사 서임을 받지 않았으니, 통상 ‘그레이 도련님’이라고 불러야겠죠. 자베스일 때는.”

     “알겠습니다. 그레이 경.”

     “…….”

     * * *

     제 2관문의 문을 열고 1관문으로 향하는 길.

     나리아 공주가 마차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나는 아버지의 호출을 받았다.

     “너, 정말 나리아 공주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거냐?”

     “아버지?”

     “내가 살다 살다가 이렇게 숨 막히는 13살의 대화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그리고 조금 떨어진 마차에 있는 나리아 공주를 번갈아 봤다.

     “세인트 지오 딸이라는 건 별개로, 나리아 공주라면 제법 괜찮은 여인이다.”

     “괜찮은 여왕이겠죠.”

     “너, 저 아이를 아예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니?”

     “이성으로라.”

     생각했던 적은 분명히 있었다.

     “3년 동안 사랑을 갈구했지만, 저래서야 어디 받아주기나 하겠습니까?”

     “…혹시 나 몰래 편지를 보내고 그랬느냐?”

     “아니요.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첫 만남 이후, 딱 3년이잖습니까?”

     공교롭게도.

     “3년 동안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 제가 나리아 공주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녀가 저를 좋아해 주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3년 동안 만난 적도 없었는데, 오늘 처음 만나지 않았더냐?”

     “공주나 저나, 감정보다는 이성이 더 먼저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아카데미 시절이었다면 모를까.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이해관계가 일치한 쌍무적 계약 관계인 셈이죠.”

     지금은 그저 미래의 군왕과 신하로 충분하다.

     “아들아. 혹시 남녀 사이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임금과 신하가 친구를 먹으면 그 나라는 망합니다.”

     “……왜 하필 나리아 공주인지 묻고 싶구나.”

     “나리아 공주를 제외하면 노스트럼이 따로 없으니까요.”

     당연한 부분이지만, 회귀 전의 은혜와 지금의 충성은 별개의 문제다.

     “공주는 저를 반역을 위한 기사로서. 저는 무능왕을 끌어내고 그 빈 자리에 앉힐 존재로서. 그거면 충분합니다, 아버지.”

     “정말이지, 네가 가슴에 품게 될 여자가 누가 될지.”

     아버지는 질렸다는 듯 혀를 찼다.

     “나는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다면, 그 여자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할 부류라고 생각했는데.”

     “…….”

     “그레이?”

     “아버지의 눈에는 제가 그렇게 느껴지십니까?”

     “당연하지.”

     아버지가 담담한 목소리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너는 나보다 더한 인간이다.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이 위험해진다면, 그때는 그녀를 향한 사랑도 포기할지도 모른다. 그게 그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

     “왜. 내 말이 틀릴 것 같으냐?”

     “아뇨. 그건…정말이지.”

     잠깐, 소름이 돋았다.

     “소드 마스터가 되면 막 미래도 읽고 그러십니까?”

     “왜. 예언처럼 느껴지냐? 그렇다면 미안하군. 아들의 미래에 저주를 건 셈이니.”

     “예. 무시무시한 저주나 다름없는 말일 것 같아서.”

     툭.

     “저주가 아니라 경고라고 생각하거라.”

     아버지가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 상황이라면.”

     “나라면 당연히.”

     아버지는 허리에 찬 검을 가볍게 손으로 튕겼다.

     “그딴 위험, 검으로 전부 베어버리면 그만이다.”

     “무식한 방법이네요.”

     “위험에 빠지지 않게,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면 그만이지.”

     누군가에게는 허세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네요. 위험이 있을 걸 안다면, 위험이 다가오기 전에 싹을 잘라버리면 되겠군요. 가르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래. 그런데 혹시 그런 아이가 생기면 미리 말해다오.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르든 응원하겠지만, 나도 셜롯에게도 마음의 준비라는 게 필요하니까.”

     “하하. 아버지. 제가 뭐, 사랑하는 여인을 위기에서 구하겠다고 얼마나 심각한 짓을 저지르겠습니까?”

     별거 없다.

     

     “기껏해야 그녀를 죽이려 드는 이가 있다면, 그자를 전력으로 베어 죽이는 것 정도일 겁니다.”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을 그렇게 죽이려고?”

     “아버지. 아니라니까요?”

     “그냥 물어본 거다. 그 녀석은….”

     아버지가 내 등을 토닥이며, 협곡의 문에 손을 올렸다.

     “네게도 넘겨줄 수 없는, 내 몫이니까.”

     끼이익.

     협곡의 문이 열린다.

     “앗, 드디어 열렸다!”

     동시에 협곡의 문 바로 앞에 기다리고 있던 한 사람이 반색을 하며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에요~~”

     여전히 활기찬 목소리.

     평소에도 그렇지만, 에르윈 회장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희망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은?”

     “여기, 컨테이너에!”

     “…컨테이너?”

     번역기는 등록된 고유명사를 번역하지 못한다.

     “예! 마차처럼 생겼지만, 어, 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에르윈 회장은 자신의 옆에 있는 커다란 철제 상자를 두드렸다.

     “아! 그레이! 혹시 설명해 줄 수 있니?”

     “제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회장님?”

     “어, 음, 그렇지? 역시….”

     “마석엔진을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는 전자동(全自動) 짐마차입니다, 아버지.”

     모르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다.

     “전자동 짐마차?”

     “말이 앞에서 끌지 않아도, 내부에 있는 장치를 통해 바퀴가 굴러가는 물건입니다. 조금, 극단적인 형태인 듯하지만.”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직육각형 철제 상자 아래에 바퀴를 달아둔 식.

     뭐랄까, 제도를 달리는 도시철도 화물칸에 아이들을 숨겨 온 느낌이 강하다.

     “꼭 이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 했습니까?”

     “어, 어쩔 수 없었는걸! 이게 아니면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었단 말이야!”

     “…감시망?”

     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린다.

     “혹시나 추격대가 있다면….”

     “아, 아뇨! 제도를 빠져나올 때 이미 따돌렸어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음….”

     “그리고 이 컨테이너, 그대로 보낼 거니까 받아주세요! 일단 안에 아이들이 입을 옷이랑, 짐이랑, 또….”

     “시설은 저희가 따로 만들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에르윈 회장을 지나치며, 반대편의 ‘입구’로 향했다.

     “여기, 문은 있습니까?”

     “어, 응! 마침 딱 거기야. 잠깐만?”

     에르윈 회장이 바로 내 옆으로 달려온 뒤, 컨테이너에 손을 짚었다.

     “미안. 잠금장치가 혈액 인증 방식이라.”

     “혈액 인증?”

     “응! 마석에 저장된 피와 같은 혈액만 반응하도록 하는 방식이라. 우리 아이페리아의 기밀이란다?”

     그런가.

     나중에 제국군의 병기마다 각각 설치되어 있던 이 시스템, 아이페리아의 것이었구나.

     “그러면 회장님이 직접 따라와 주시는 겁니까?”

     “으음, 아니. 이거, 잠금장치만 여기에서 빼낼 거야. 이건 회수해야 하거든.”

     “그렇군요.”

     위이잉.

     문이 열린다.

     안쪽에서 붉은 마석의 빛이 반짝이나 싶었더니, 곧 철로 된 문이 안쪽으로 쓱 들어간다.

     “얘들아! 왕자님이야~~”

     “누가 왕자님입니까.”

     에르윈 회장은 명랑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지만, 안에 있는 이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컨테이너는 그야말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달빛이 문 너머로 흘러들어 내부를 비추지만, 안에 있는 여아들은 전부 그다지 표정이 좋지 못했다.

     나이는 대략 많게는 15세에서 작게는 7세 정도 가량.

     전부 검은 로브를 두른 채, 컨테이너 가장 안쪽에 둘러앉아 벌벌 떨고 있다.

     “반갑습니다. 모두. 지브롤터는 여러분을 성심성의껏 보호하겠습니다.”

     “아….”

     내가 제국어로 말한 순간, 에르윈이 데려온 고아들의 눈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다 황태자의 사생아인가.’

     한 명 한 명 쭉 훑어보고 있지만, 전부 장래가 밝을 걸로 보이는 미소녀들뿐이다.

     과연 이 소녀들은 알고 있을까?

     아버지가 전부 같다는걸.

     그리고 장래가 기대되는 얼굴로 태어나지 못한 이 아홉 명의 아이들은-

     …아홉?

     “……?!”

     갑자기, 뒤에서 무언가 기척이 느껴졌다.

     

     이것은 살기-

     “와ㅡㅡㅡ앙!!”

     “…….”

     …는 아니고, 장난기다.

     “어?! 안 놀랐어? 아니다! 놀랐지?!”

     “…얘.”

     에르윈 회장이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 한탄한다.

     “그 아이가 너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전부 책임져 줄 지브롤터 변경백의 장남이란다.”

     “어, 진짜?”

     덥석.

     “그러면 얘가 우리 주인님이네?!”

     뒤에서 내 어깨를 잡으며, 우악스럽게 나를 강제로 뒤돌게 만든다.

     “안녕!!”

     “…….”

     “안녕? 음, 이게 아닌가? 그런데….”

     달을 등진 채, 연보랏빛이 은은하게 나는 하얀 머리칼이 살랑거리고.

     “너, 진짜 예쁘다!”

     보라색과 하늘색이 섞인 듯한 눈동자로, 소녀는 나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스타시아! 만나서 반가워! 네 이름은 뭐야?”

     “…만나자마자 저보고 예쁘다고 한 사람은, 당신이 두 번째입니다.”

     “뭐?! 나 말고 또 다른 사람이 있었어?”

     “예.”

     그레이 지브롤터, 17세.

     “당신…아스타시아 씨처럼 예쁜 사람이 제게 그랬거든요.”

     왕도의 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났을 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녀는, 내게 말했다.

     “그게 누군데?! 와, 나랑 똑같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니!”

     “꿈에서요.”

     “…에에. 뭐야. 꿈이야? 그럼, 내가 현실에서는 첫 번째네!”

     “그러게요. 음….”

     만일.

     만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인사하면 좋을까.

     지난 3년 동안 수도 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지브롤터 협곡을 넘어 왕국에 오셨으니, 왕국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미, 내 몸은 내가 뭔가를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브롤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레이디 아스타시아.”

     오래된 습관인지, 본능인지.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는 소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

     “공주님처럼 모시겠습니다.”

     “……힛.”

     고개를 들자.

     “잘 부탁해요, 왕자님!”

     아스타시아는, 언제나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나의 처형식 이후.

     망국의 공주가 나를 구출하고, 약 한 달 뒤.

     -안녕히, 나의 왕자님.

     황제에 의해 광장에서 처형당했던, 마지막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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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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