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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나른한 오후.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도시락을 정성스레 준비하고, 하하호호 웃으며 나들이 가는 삶은 성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물론 그 도시락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데이노니쿠스의 뒷다리고, 소중한 가족이 거미 세 마리와 당가 한 마리. 그리고 잘생긴 도마뱀 한 명이라는 사소한 문제가 있지만, 나름 괜찮은 거 같다.

         

        “…또 기분이 이상해졌어요. 누군가가 저를 금수로 생각하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이상한 일이네요.”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는 당소영.

         

        그녀를 위해 생선구이 하나도 챙겼다.

         

        나는 눈치채지 못했는데, 계속 고기를 먹는 게 조금 부담이 된 모양이었다.

         

        무림인이 맨날 고기만 먹는 거면 좋은 거 아냐?

         

        이 생각이 맴돌긴 하지만, 여자의 마음은 또 다른 거란다.

         

        생선구이 정도면 만족하겠지.

         

        영험한 신수 고모도가 풀을 뜯고 다닐 순 없잖아.

         

        네필라 쥐라시카가 손짓하는 방향으로 걸었다.

         

        내 머리 위에 거미 세 마리가 올라탔고 그 뒤에 당소영이 올라탄 구조였다.

         

        거미가 손짓하는 곳을 당소영이 불러주는 식이었고.

         

        …그런데 나들이 정도면 그냥 걸어가도 되는 거 아니야?

         

        너희 너무 자연스럽게 올라와 있는데.

         

        나 보고 신수라면서 신수.

         

        “키엥!”

        “고 대협. 이번엔 왼쪽으로 가라네요.”

         

        당가 출신 사총사의 계략에 말려든 거 아닐까?

         

        중소라고 말할 수도 없는 못된 기업에서 차장. 과장 같은 걸 마구 뿌리는 거랑 마찬가지지. 감투를 씌워주고 그걸 빌미로 퇴직을 못 하게 만들거나 무리한 일을 시키는 그런 짓.

         

        직급이 올라가도 변하는 건 없지만,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불만을 표하지도 않고 묵묵히 일을 하게 된다.

         

        이게 그런 거다.

         

        신수라고 띄워주고, 머슴으로 부리는 거지.

         

        “겍겍.”

         

        토독 토독.

         

        저 봐라.

         

        내 말도 안 듣고 자기들끼리 손장난을 치고 있다.

         

        확 한 번 떨어트릴까 생각했지만, 네필라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라 참았다.

         

        “이번에도 왼쪽이래요. 꺄아악!”

         

        물론 넌 제외고.

         

        떨어진 당소영을 다시 등에 태운 후, 계속해서 걸어갔다.

         

        늪지를 넘어서 언덕을 넘어서 골짜기를 넘어서 가는 중이다.

         

        “까악, 까악!”

         

        생뚱맞은 곳에 까마귀가 하나 있네.

         

        안녕 까마귀야.

         

        “겍겍!”

         

        털 달린 짐승은 오랜만에 보는데.

         

        “그, 그, 금봉황조?”

         

        얘는 또 이상한 소리를 하네.

         

        저건 까마귀 lv30일 뿐이야.

         

        게다가 다리가 하나 더 달린 불쌍한 새라고.

         

        “머, 멈춰봐요! 저, 저건 분명…!”

         

        당소영의 말을 가뿐히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키엑!”

         

        내 머리 위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는 네필라 쥐라시카.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었다.

         

        “키에엥!”

         

        드디어 도착했다.

         

        눈앞에 보인 건 동굴의 입구였다.

         

        네필라가 역시 보는 눈은 있구나.

         

        보물은 역시 동굴에 숨겨야 하는 법이지.

         

        혹시 모를 위협에 대비하며 동굴로 천천히 들어갔다.

         

        입구는 좁았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은룡굴보단 작았지만 덩치가 커진 내가 아무 방해 없이 움직일 수 있을 정도였다.

         

        “키엑!”

         

        긴 팔을 흐느적거리는 네필라 쥐라시카.

         

        “보물이 숨겨져 있을 거 같은 동굴이네요. 거미 소저가 괜히 여기에 오자고 한 게 아니군요.”

         

        동굴과 보물, 그리고 영물.

         

        “그것도 엄청 소중한 보물이라네요!”

         

        사내의 가슴을 뛰게 만들 줄 아는 거미였다.

         

        보물을 지키고 있는 영물은 당연히 네필라 쥐라시카였고.

         

        자, 얼른 숨겨둔 보물을 가져오렴.

         

        “핫, 한 번 제가 찾아볼게요.”

         

        당소영은 투스와 푸스를 데리고 내 등에서 내렸다.

         

        당가 삼총사는 동굴을 오도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보물을 찾는다는 생각에 신이 난 모양이었다.

         

        앞이 보이긴 할까? 난 암시야가 있어서 보이긴 하지만, 당소영은 평범한 인간이라서 잘 안 보일 텐데.

         

        도도도돗.

         

        그렇게 동굴 안을 마구 움직이던 당소영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소리쳤다.

         

        “고 대협. 이거 보세요!”

         

        시야가 가려져서 잘 안 보인다.

         

        뭐 좋은 거라도 발견했나?

         

        “여기 무슨 털가죽이 있어요!”

         

        털가죽?

         

        뜬금없는 소리였다.

         

        옷이라도 있는 걸까?

         

        “와. 약간 온도도 높고, 신기한 물건이네요.”

         

        …혹시 그 물건이 스스로 움직이는 건 아니겠지?

         

        그런 의문을 품을 때, 다시 한번 발소리가 들렸다.

         

        오도도도도.

         

        당소영이 투스와 푸스를 데리고 쪼르르 달려왔다.

         

        입을 꽉 다물고 그녀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로 달리는 듯했다.

         

        물론 다리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라 빠르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대, 대협….”

         

        내 옆에 무사히 도착한 당소영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저, 저기에….”

         

        아이고.

         

        또 뭐하고 온 거야.

         

        “뭐, 뭔가 있어요….”

         

        짐승이라도 있었나?

         

        시야가 가려지는 바람에 확인을 못 했네.

         

        그러니까 누가 마음대로 움직이래.

         

        그래도 무사히 돌아온 걸 보면 온순한 녀석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잠을 자고 있던 걸지도 모르고.

         

        털가죽이라고 했으니, 늑대 같은 게 튀어나오려나?

         

        곰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쿵.

         

        발걸음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방금 잠에서 깬 듯, 무언가 비척거리면서 다가왔다.

         

        거대하고도 하얀 몸체.

         

        데이노니쿠스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위협적인 뒷발톱.

         

        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엄청난 양의 근육들.

         

        【유타랍토르 lv27】

       【상태】

        「짜증」「피로」

         

        __________________________

        【유타랍토르】

         

        몸길이는 5~6m 정도이며 몸무게는 400kg 정도 되는 드로마이오사우루스과 최대 크기의 공룡입니다.

        전신에 깃털이 덮여 있으며 뒷발 두 번째 발가락에 있는 24cm가 넘는 흉악한 발톱이 특징입니다.

        살을 가르는 데는 부적절한 발톱을 가졌지만, 살에 구멍을 뚫는 능력은 탁월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유타랍토르.

         

        이 녀석은 랩터라는 이름이 붙은 공룡 중 가장 거대한 녀석이다.

         

        랩터라고 하면 날렵한 느낌이 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녀석은 다르다.

         

        태생부터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두꺼운 뼈에 두꺼운 근육이 붙어 있다. 거기에 전신에 뒤덮인 깃털 때문에 더더욱 육중하게 느껴졌다.

         

        그래, 깃털.

         

        공룡에게 깃털이 달렸다는 것을 비웃는 자들이 있다.

         

        벨로키랍토르의 최근 복원도를 보면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공룡이라기보단, 정말 작은 새에 가까운 무언가로 그려졌으니까.

         

        그러나 유타랍토르는 다르다.

         

        깃털이 덮여 있음에도 하나도 우습지 않았다.

         

       다른 랩터류가 고양이나 치타라면, 유타랍토르는 설표 정도는 되는 거 같다.

         

        “그르르….”

         

        쿵.

         

        놈이 내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전투를 피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당소영과 거미들을 뒤로 피신시킨 후,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촤자자장!

         

        용린의 모습이 변했다.

         

        그래.

         

        와라.

         

        “크아아아아아!”

         

        쿵.

         

        쿵.

         

        육중해 보이는 몸과 달리 속도가 빨랐다.

         

        데이노니쿠스의 장점을 더 보완한 후, 체급도 키운 상대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야말로 이 고모도에게 어울리는 강적.

         

        “크르르르르!”

         

        그렇게 놈의 공격을 받아칠 준비를 할 때였다.

         

        쿵.

         

        쿵.

         

        놈은 날 그대로 지나쳤다.

         

        쿵!

         

        쿵!

         

        【유타랍토르 lv27】

        【상태】

        「공포」「기겁」

         

        유타랍토르는 그대로 동굴 밖으로 뛰어갔다.

         

        …도망친 거야?

         

        “여, 역시 고 대협…!”

         

        김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

         

        씁, 왜 해보지도 않고 도망간 거지?

         

        덩치는 저쪽이 나보다 큰데.

         

        사실 저 유타랍토르는 온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닐까.

         

        당가 출신 세 마리가 툭툭 건들길래 잠에서 깼고, 동굴에 쫓아내려고 몸을 움직인 걸 수도 있다.

         

        저 녀석이 잡자고 마음먹었으면 당소영의 짧은 다리로는 도망치지 못했을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좀 미안하네.

         

        단잠을 자고 있었는데 우리가 쫓아낸 셈이 된 셈이다.

         

        미안해, 유타랍토르.

         

        보물만 찾고 금방 나갈게.

         

        물론 네가 내 보물을 삼키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크흠. 감이 좋은 상대네요. 이번에야말로 고 대협 옆에서 당가의 비기, 만천화우를 사용할 때였는데.”

         

        퍽이나 그러겠다.

         

        개방한테 무공이나 훔친 주제에.

         

        “기분이 또 이상해졌어요! 뭔가 부정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으…. 죄송해요. 제가 이상한 거겠죠….”

         

        이상한 걸 알면 됐어.

         

        “키에엑!”

         

        네필라 쥐라시카는 덩실덩실 춤을 추듯 다리를 움직였다.

         

        거미의 말을 알아들을 순 없지만, 저건 속 시원함의 춤이었다.

         

        이 동굴에 누가 들어왔다는 걸 불쾌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

         

        …너도 딱히 여기 동굴 출신은 아니잖아.

         

        “켁켁!”

         

        네필라 쥐라시카는 세 번째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저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다.

         

        “따라오라는 거 같아요!”

         

        그래.

         

        유타랍토르도 쫓아냈으니, 이제 보물을 확인할 차례였다.

         

        “키엥!”

         

        네필라 쥐라시카는 거미줄이 쳐진 구석을 자랑스럽게 가리켰다.

         

        저곳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거미줄을 천천히 잡아당겼다.

         

        네필라 쥐라시카가 그토록 아끼던 보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이건?”

        “키, 키엑?”

         

        당소영과 푸스는 서로 동기화가 된 듯 동시에 놀랐다.

         

        저게 뭐야.

         

        좀 자세히 보자.

         

        …저거 왜 이렇게 익숙해 보이지?

         

        분명 어디선가 많이 본 모양새였다.

         

        작은 도마뱀의 형상. 특히 꼬리가 통통한 게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잠깐만.

         

        나잖아?

         

        “키엑!”

         

        내 허물이잖아.

         

        이게 왜 여기 있어!

         

        “키에엑!”

         

        투스와 푸스는 내 허물을 향해 빠른 속도로 기어갔다.

         

        “키에에엑!”

         

        텁.

         

        그리고 그걸 제지하는 네필라 쥐라시카.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보라는 뜻일 거다.

         

        “키에엥….”

         

        투스와 푸스는 내 허물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 저게 뭔 줄 알고 저러는 거야.

         

        당소영은 토끼 같은 눈을 뜬 채로 내 허물과 나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설마, 고 대협의 사, 사리 같은 건가요?”

         

        아니, 허물이야.

         

        “이건… 귀해요! 엄청 귀하다구요!”

         

        안 귀해. 레벨 업 할 때마다 하나씩 생겨.

         

        “작았던 시절의 고 대협이라니…. 이건 수요가 넘칠 거예요.”

         

        대체 누가 게코 도마뱀의 허물이 필요한 건데.

         

        “키에엑!”

         

        …그러니까 거미들 빼고 말이야.

         

        “겍겍.”

         

        거미야.

         

        네 컬렉션은 잘 봤어.

         

        하지만 난 내 허물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게 아니란다.

         

        “케에엥!”

         

        네필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긴 다리를 움직였다.

         

        그녀가 향한 곳은 또 다른 거미줄 더미.

         

        그래, 믿고 있었어.

         

        네필라가 최고다!

         

        “키에엥!”

         

        네필라 쥐라시카가 거미줄을 치웠다.

         

        “저, 저건!”

        “키에에엑!”

         

        이번에도 놀라는 당가 삼총사.

         

        호들갑을 떠는 그녀들과 달리 내 표정은 실시간으로 굳어갔다.

         

        네필라 쥐라시카가 자랑스럽게 꺼낸 물건은 그린 바실리스크의 기다란 꼬리였으니까.

         

        그러니까 바실리스크로 진화를 한 직후에 잘랐던 그 꼬리.

         

        …거미야.

         

        취향은 존중해줄게.

         

        하지만 난 내 허물이랑 꼬리를 보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란다.

         

        빨리 숨겨둔 진짜 보물을 꺼내봐.

         

        “히오옹….”

         

        네필라 쥐라시카는 부끄럽다는 듯이 손을 모았다.

         

        …설마 이게 끝이야?

         

        “게에에에에엑!”

         

        내 보물.

         

        내 보물 어디 갔어!

         

        그래.

         

        이건 분명 유타랍토르가 훔쳐 먹은 거다.

         

        네필라 쥐라시카가 준비한 귀한 보물들을 그 녀석이 가져갔을 거다.

         

        암, 그렇고말고.

         

        우리 네필라가 이런 걸 보물이랍시고 내게 내밀 리가 없지.

         

        유타랍토르.

         

        돌아오기만 해봐.

         

        만년화리, 만년설삼, 만년금령지과, 그리고 대환단.

         

        내 소중한 보물들을 토해낼 때까지 털을 뽑아주마.

         

        물론 용조수로.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n Evolving Liz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진화하는 도마뱀이 되었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as a lizard in a martial arts world. “Roar!” “He’s using the lion’s roar!” “To deflect the Ten-Star Power Plum Blossom Sword Technique! Truly indestructible as they say!” “This is… the Heavenly Demon Overlord Technique! It’s a Heavenly Demon, the Heavenly Demon has appeared!” It seems they’re mistaking me for something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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