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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EP.47

     

   독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뭐… 아주 없는 일은 아니겠지만 화학과 관련된 어떤 직종을 가진 것이 아닌 이상 흔한 경험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그나마 오늘따라 기분이 언짢았던 벌을 잘못 만나서 벌침을 한 방 시원하게 맞는다든가,

   남자라면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하며 찔끔찔끔 마셔본 CS탄 정도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보자면 그 CS탄은 음…… 시간이 없을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스멀스멀-

     

   당휘소에게서 흘러나오는 뿌연 안개가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천당문의 무공을 쓸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독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당휘소도 주변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했던지 그렇게 마구잡이로 독을 뿌리지는 않았다는 것.

     

   “지금부터 내가 독을 쓸 것이야. 생명에 지장이 가지는 않지만 내공을 흩트리는 산공독이지.”

     

   당휘소의 선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독을 쓰는 사천당문이 계속해서 정파에 남아 있을 수 있던 이유.

   그것은 사용하는 독의 해독제를 항상 지참한다는 점과 전쟁이 아닌 이상 그 독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었다.

     

   특히 목숨을 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비무에서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렇다고 독이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스치기만 해도 독이 퍼진다. 그 말인 즉, 지금부터 남은 80합 동안 단 한 대도 공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할 수 있을까?’

     

   당휘소의 보법은 빨랐지만 아주 못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경지가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독에 당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비장의 수도 하나 숨겨놨고 말이다.

     

   스윽.

     

   당휘소의 자세가 서서히 낮아진다.

   약간 웅크려지는 동작. 도약이 아닌 투척을 위한 예비동작이었다.

     

   파팟!

     

   오히려 달려드는 것보다 이게 더 까다로웠다.

   게다가 검을 던지거나, 하다못해 단검을 투척하는 것이었다면 무기를 튕겨 내기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를 향해 날아드는 것은 무기 같지도 않은 동그란 ‘짱돌’이었다.

     

   “이것도 한 번 피해 보거라!”

     

   당휘소의 얼굴에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그는 정무학관의 의원이기 이전에 절정 이상의 경지를 이룩한 무인.

     

   오랜만에 느껴보는 비무의 짜릿함에 즐거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나는 죽을 맛이지만……!’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예쁜 짱돌은 총 12개.

   나를 노리고 정면으로 던진 것이 4개였고 나의 회피 경로를 생각해 우측으로 던진 것이 6개, 좌측이 2개 쯤 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저 작은 손으로 어떻게 이런 많은 짱돌을 한 번에 던졌는지 감이 오질 않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짱돌을 어떻게 던졌느냐 하는 것이 아닌 저 짱돌을 어떻게 피하느냐 하는 것.

     

   우측이냐 좌측이냐.

     

   공기를 찢으며 날아드는 짱돌에 나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정면.

     

   쐐애액!

   까아아앙!

     

   얼굴을 향해 날아오던 짱돌을 쳐 내니 검이 공명하며 손아귀가 아려왔다.

     

   캉! 카가강!

     

   동시에 던져진 것 같지만 모든 돌은 미세하게 그 타이밍이 달랐다.

   나는 뒤따라온 돌을 가까스로 막아 낸 뒤, 마지막으로 달려드는 돌을 비틀어 피해 곧장 당휘소를 향해 도약했다.

     

   “나쁘지 않구나!”

     

   당휘소가 처음 돌을 던졌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돌의 개수가 적은 좌측으로 몸을 피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미끼라는 것을 아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좌측으로 갔으면 당했다.’

     

   당휘소가 던진 것은 그저 짱돌 12개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처음 회피하려 했던 좌측 바닥에 은빛 장침이 굴러다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애초에 나를 좌측으로 몰아 산공독에 중독 시킬 요량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월광검법 제삼식 月光劍法 第三式

   일섬 一殲

     

   화영과의 비무에서 깨달은 월광검법의 묘리.

   발에 힘이 실리며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당휘소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암기를 사용하는 자에게 거리를 준다는 것은 그의 영역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

   반대로 거리가 좁아졌다는 것은 나의 영역에서 싸움이 전개됨을 의미했다.

     

   “하압!”

     

   나의 검이 그의 허리를 노리며 파공음을 일으켰다.

     

   파치칫!

     

   하지만 당휘소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당휘소의 발끝에서 스파크가 튀는 듯한 날카로운 소음이 발생한다.

   그리고 잠시 후, 나의 검이 그에게 닿기 직전.

     

   피잉-!

     

   그는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당휘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사천당문에서 어떤 위치에 있던 사람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들려준 모든 이야기에서 자신에 대한 것은 항상 쏙 빼놓고 설명을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는데.

   그는 고작 학관의 의원에 만족할 만한 사람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무인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느냐?」

     

   당휘소의 물음에 나는 당당히 ‘사람에게 잊혀 졌을 때.’라고 답변했다.

   어릴 시절부터 만화를 깨나 봤던 어린이였다면 그 유명한 대사를 모를 일이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때 그는 뭔 그럴싸한 개소리냐며 나에게 면박을 줬다.

     

   「무인은 성장하기를 포기한 순간, 그때 죽는 것이다.」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줬다.

     

   「항상 생각하거라.」

     

   「무인의 검은 평생을 휘둘러도 다 배울 수가 없다. 절정 고수도, 화경에 이른 괴물도, 현경, 생사경을 뛰어넘어 신선이 된다 할지라도.」

     

   「왜 그런지 아느냐?」

     

   그는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에 휘두를 한 번의 검이 더 나아질 거라는 걸 믿기 때문이다.」

     

   「만약 네가 마지막에 휘두른 검에 만족하게 된다면 더 이상의 훈련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 장소에 서 있을 이유는 없을 테니.」

     

   당휘소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어떤 과거가 떠오른다는 듯이.

   그리고 그는 입을 열었다.

     

   「만족하지 말거라. 그렇게만 한다면 너는 죽지 않을 것이다.」

     

   ***

     

   추뢰신법 追雷身法

     

   당문의 사람이라면 늘 마음에 품고 있어야 할, ‘독은 가까이서, 암기는 멀리서’라는 표어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연마한 경공신법이었다.

     

   당휘소가 심법을 가르친 이후, 나에게 가르친 것은 다름 아닌 도망치는 법.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최선의 회피를 전수한 당휘소는 내가 봤던 모든 사람들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괴물이었다.

     

   파팟!

     

   순식간에 사라진 그의 신형에 나는 출타하려는 정신줄을 붙잡으며 바닥을 재빨리 굴렀다.

     

   ‘보이지도 않았다.’

     

   관객석에서 ‘나려타곤’이니 뭐니 하며 무언가를 떠들어댔지만 신경 쓸 겨를 따위는 없었다.

   말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딜 보시는 거죠? 그건 제 잔상입니다만?’ 따위의 밈이 떠오를 만큼 그가 오른쪽으로 피했는지 왼쪽으로 피했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저 당휘소가 사라지자마자 등골이 오싹하기에 바닥을 굴렀을 뿐. 그리고 나의 본능은 이번에도 나를 아슬아슬하게 지켰다.

     

   “대단하구나.”

     

   뒤를 돌아보니 무언가 액션을 취하다 만 듯, 손을 들고 있던 당휘소가 진심으로 놀라며 나에게 감탄을 보내고 있었다.

     

   띠링.

     

   [22합을 버티셨습니다.]

     

   게다가 피하지 않았다면 공격당했을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떠오르는 알림 하나.

     

   웅성웅성-

     

   – 자, 자네 방금 봤나?

   – 뭐, 뭘 말인가? 사라지는 거? 아니면 뒤에 나타나는 거?

   – 저게 무슨 보법이지? 경공술인가?

     

   침묵을 일관하던 관객석이 떠들썩해지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저 소협의 안목이 덜 떨어진 줄 알았더니, 덜 떨어진 건 옹이구멍 같은 내 눈깔이었구먼.

   – 근데 방금 그걸 어떻게 피한 거지?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건가?

   – 어허! 무슨 망언을! 이게 다 기감이라는 거네! 기감!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그저 비무를 즐기는 사람, 천월신공과 당휘소의 경공술에 기함을 토하는 사람.

   그리고 그중 후자는 대부분이 구파일방에 속한 이름난 무인들이었다.

     

   “……”

     

   하지만 그중에 가장 놀란 것은 단연코 나였다.

     

   조금 전에 경험한 당휘소의 무공과 그 직후에 떠오른 섬뜩한 알림.

   내가 버텨야 할 당휘소의 공격은 총 100합.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공격을 앞으로 78번이나 버티라는 건…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천재는 천재구나. 비황석飛蝗石을 간파한 것만 해도 놀라웠건만 추뢰신법을 연계한 절독지絶毒指까지 피할 줄이야.”

     

   자세히 보니 당휘소의 손끝에 투명한 무언가가 얇게 코팅되어 있었다.

   그가 나에게 언급했던 산공독. 만약 내가 바닥을 구르지 않았다면… 저걸 맞고 마력이 뒤틀리며 온몸이 마비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소름이 돋아난다.

     

   “저……”

   “응? 왜 할 말 있느냐?”

   “…아닙니다.”

     

   나는 ‘우리 정정당당하게 독은 쓰지 말까요?’ 라고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기로 했다.

     

   어차피 이겨 내야 할 고난이다.

   게다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이 무인이라는 당휘소의 지론을 생각하면 그딴 약한 소리를 했다가는 실패 페널티에 있는 ‘당휘소의 실망’이 곧장 실행될지도 몰랐다.

     

   지금 좀 쫄린다고 단전이 날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나는 심호흡하며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당장 당휘소를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버티는 것, 내가 가진 능력으로 버티고 버텨서 100합을 끝까지 견뎌 내는 것이 중요했다.

     

   ‘버틴다라……’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좀비 떼나 1층에서 겪었던 일들보다 분명히 어렵다.

   그런데 서서히 그의 괴랄한 속도에 적응해가는 나를 보니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스승님.”

     

   나는 재밌다는 듯 다음 수를 생각하는 당휘소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스승의 가르침을 정확히 수행할 예정이었다.

     

   “저는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

     

   [전심전력(C+)을 발동합니다.]

   [전심전력(C+)이 적용될 능력치를 선택하십시오.]

     

   추뢰신법을 따라잡을 방법.

     

   [민첩 Lv.30을 선택합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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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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