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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철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존재를 확인하려는 순간.

       소피아가 나를 이끌고 한여름의 등 뒤에 숨어버렸다.

       한여름과 소피아 그리고 내가 기차처럼 일렬로 늘어서는 자세였다.

       

       강한사람을 제일 앞에 세우는 건가.

       한여름의 등 뒤에서 얼굴만 옆으로 내밀고 있으니, 혼자서 폴짝거리던 레비나스가 내 뒤로 달려와 숨었다.

       

       “이건 무슨 포지션이지?!”

       

       “···위험한 상황이니 조용히 있거라.”

       

       “······!”

       

       소피아의 나무람에 레비나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허나 기운이 나간 건 아닌지, 내 뒤에서 앞을 보기 위해 폴짝폴짝 뛰었다.

       

       “한여름.”

       

       활짝 열린 문으로 두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중년 남자의 손에 다른 남자가 곤죽이 되어 있었다.

       피떡이 되어있는 사내의 모습에 레비나스가 히엑 기겁했다.

       

       “어? 마스터였어요?”

       

       “마스터?”

       

       마스터가 무슨 마스터를 말하는 걸까.

       의문스러움에 눈만 깜빡거리고 있으니, 마스터라 불린 사내가 다 죽어가는 사내를 문 옆쪽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었다.

       겁에 질린 레비나스를 배려해 주려는 걸지도 몰랐다.

       

       “도둑이 들었다. 은신 스킬을 써서까지 농작물을 훔쳐가던데.”

       

       “네. 겨울이가 키운 작물에 버프가 있는줄 알았나봐요.”

       

       “버프?”

       

       “네. 그러니까···”

       

       한여름은 마스터라 불린 사내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

       가짜 도둑을 잡은 일부터 진짜 도둑을 추격하려던 일까지.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마스터라 불린 사내의 시선이 쓰러진 남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컨테이너 안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방향이었다.

       

       “아무래도 개인이 벌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 그래요?”

       

       “그래, 흑룡을 잡는 시간까지 계산해 가면서까지 계획을 세웠어. 버프로 기록이 단축된 것만 아니었더라면 우리도 못 잡았을 거야.”

       

       마스터라 불린 사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어 놓은 위험한 사람인지라, 나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고 말았다.

       

       “사, 사람을···”

       

       “응?”

       

       “사람을 막 때리고 그러면 안 되는데···”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저러는 걸까.

       마스터라 불린 인물을 힐끔거리고 있으니, 그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 바닥에서 이 정도면 가볍게 혼내준 정돈데.”

       

       “마스터···!”

       

       한여름의 큰 목소리에 마스터라 불린 남자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는 말없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나 싶더니, 초콜릿 한 뭉텅이를 꺼내 들었다.

       

       “자. 이거 줄게.”

       

       “와!”

       

       내 뒤에 숨어 있던 레비나스가 초콜릿을 보자마자 앞으로 달려갔다.

       초콜릿을 보자마자 쫓아가다니.

       언제 유괴를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다급히 레비나스의 뒷덜미를 붙잡자, 그 반동으로 레비나스의 몸이 뒤로 넘어져 버렸다.

       

       콰당-!

       

       “으캭!”

       

       뒤통수가 깨지는 듯한 큰 소리가 들려왔다.

       고통스러웠는지 레비나스가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미, 미안.”

       

       큰일났다.

       이 정도면 최소 뇌진탕인데.

       다급히 레비나스의 상태를 살피려 했으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벌떡 일어날 뿐이었다.

       

       “기, 기습을 하다니 비겁하다···!”

       

       마력의 보호를 받고, 어린 수인족 특유의 가벼운 몸 덕분일까.

       레비나스는 생각보다 멀쩡해 보였다.

       

       “미안해. 근데 모르는 사람이 주는 초콜릿은 함부로 받는 거 아니란 말이야···”

       

       “왜지?!”

       

       “그야···”

       

       “크흠.”

       

       내 말이 뭔가 거슬렸던 걸까.

       중년 사내가 헛기침을 내뱉으며 한여름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불만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겨울아, 괜찮아. 우리 길드 마스터거든.”

       

       “길드 마스터요?”

       

       “응. 언니 길드 대빵 아저씨야.”

       

       “···헉!”

       

       여명 길드의 우두머리.

       그 호칭만으로도 사람이 공손해지기에는 충분했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배꼽 위로 양손을 올리고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헌데 어째선지 마스터의 미간이 미묘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선생님···?”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가?

       다른 호칭을 찾기 위해 조금 머뭇거리고 말았다.

       

       “회, 회장··· 어르신···?”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아저씨요?”

       

       한 길드의 마스터를 부르기에는 굉장히 무례한 호칭이지 않나?

       망설이며 그의 눈치만 살피고 있으니, 뒤통수를 문지르던 레비나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마스터를 향해 달렸다.

       

       “아저씨! 레비나스에게 초코를 줘라!”

       

       폴짝.

       토끼처럼 뛰어오는 레비나스에게 강진호가 초콜렛을 건네주었다.

       그의 시선은 나와 소피아를 향해 있었다.

       

       “셋··· 둘이서 나눠 먹어.”

       

       “···방금 셋이라고 했더냐.”

       

       “말 실수를 했습니다.”

       

       “흠···”

       

       마스터가 소피아에게 존댓말을 하다니.

       어쩌면 둘은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인 걸지도 몰랐다.

       뭐, 이제 와서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게 더 이상하긴 했지만.

       

       ‘그나저나 큰일이네.’

       

       어린 레비나스의 상식이 부족하다.

       초콜릿을 준다고 그대로 따라갈 줄이야.

       

       소피아와 적대 세력이라 할지라도, 어린 그녀를 위해 교육을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

       

       

       소피아와 마스터가 할 말이 있다며 어딘가로 떠나가고, 컨테이너에 나와 레비나스 그리고 한여름이 남아 있었다.

       

       흥흥.

       콧노래를 중얼거리던 레비나스가, 내게 세 개의 초콜릿을 건네주었다.

       그에 반해 레비나스의 손에 들린 것은 다섯 개의 초콜릿이었다.

       

       “초콜릿은 레비나스가 받은 거니까, 레비나스가 다섯 개 먹겠다!”

       

       초콜릿이야 뭐.

       레비나스가 더 먹어도 상관은 없었으나, 여러모로 그녀가 걱정되기는 했다.

       

       “욕심부리면 친구들이 싫어할걸?”

       

       “레, 레비나스는 친구가 없으니 괜찮다!”

       

       친구가 없다니.

       안타깝다가도, 지금의 내게도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물론 지금의 나는 특수한 상황이니까.

       친구가 있었던 사람으로서 충고 정도는 해 줘도 될 터였다.

       

       “···욕심을 부려서 친구가 없는 거 아닐까?”

       

       “어···?”

       

       레비나스가 눈을 깜빡거리며 제 손에 쥔 초콜릿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나를 돌아보았다.

       

       “요, 욕심을 안 부리면 친구가 생기는 건가···? 왕은 친구가 몇 명이나 있지···?!”

       

       “그, 그게···”

       

       본래의 지구라면 모르겠으나, 이 세계의 지구엔 단 한 명의 친구도 없었다.

       쉬이 답해줄 수 없는 상황에 손가락만 꼼지락 거리고있으니, 한여름이 내 어깨를 콕콕 눌렀다.

       

       “겨울아, 겨울이랑 언니랑 친구잖아.”

       

       “그, 그래도 돼요···?”

       

       “응. 물론이지.”

       

       우리가 친구였다니.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인 줄은 몰랐는데.

       조금 놀라웠으나, 레비나스의 앞인지라 당당한 모습으로 있었다.

       

       “봐, 봤지···? 나 친구 있어.”

       

       “···한 명?”

       

       “으, 응.”

       

       한명은 너무 적나.

       머뭇거리며 레비나스의 눈치를 살피고 있으니, 갑작스레 레비나스가 입을 헤 벌리고 말았다.

       

       “괴, 굉장하다. 레비나스는 친구 한 명도 없는데···”

       

       “큭.”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여름이 갑작스레 가슴을 부여잡았다.

       뭔가 괴로웠는지 얼굴을 와락 찌푸리고 있었다.

       

       “어디 아파요···?”

       

       “아, 아니, 언닌 괜찮아. 계속 대화 나누렴.”

       

       “네에···”

       

       뭔가 괴로우면서도 슬픈듯한 사람의 표정인데.

       의아했으나, 일단 한여름의 말대로 레비나스와 대화를 계속하기로 했다.

       

       “욕심 안부리면 레비나스도 친구가 생길 수 있는 건가···?”

       

       “응. 당연하지.”

       

       레비나스가 초콜릿을 내려다보더니, 내게 한 알을 더 건네주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 저어주며 옆에 있는 한여름을 가리켰다.

       

       “나 말고.”

       

       “아, 알았다!”

       

       레비나스가 건넨 초콜릿을 한여름이 받아 들었다.

       

       “와, 고마워라.”

       

       “헉···!”

       

       감사인사를 들은 레비나스의 눈이 반짝거렸다.

       뭐가 그리 감동인 건지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기도 했다.

       

       “레비나스는 살면서 감사인사를 들은 게 이번이 처음이다!”

       

       “······.”

       

       살면서 감사 인사를 처음 듣다니.

       레비나스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

       

       안타까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순간 깨닫고야 말았다.

       나또한 한여름을 통해 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감사 인사를 들어 봤다는 것을.

       

       수인족과의 연결고리가 생겼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게 내 처음이었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큰 충격에 정신이 멍해지고 말았다.

       

       “워, 원래 사람한테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게 굉장히 어려운 거야.”

       

       “헉! 그러냐?!”

       

       “으, 응. 나도 거의 팔 년 만에 처음 들어 봤거든···”

       

       어려운 거 맞는 거겠지?

       힐끔거리며 한여름을 바라보는데, 어째선지 한여름이 두 눈을 질끔 감고 있었다.

       

       “끙···”

       

       뭔가 괴로움을 참는듯한 표정이었다.

       계속해서 저러니 슬슬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으, 응. 언니 멀쩡하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저런 표정을 지으면서 멀쩡하다니.

       뭔가 이상했으나, 본인이 그렇다 하니까.

       

       나는 괴로움을 표하는 한여름을 애써 뒤로한 채, 레비나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나를 향해 기도하듯 두 손을 맞잡고 있는 레비나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팔 년 만이라니! 역시 왕은 굉장하구나···! 레비나스는 열 살이 되어서 처음 들어본 감사 인사인데···!”

       

       “으, 응. 근데 레비나스도 할 수 있는 거야. 내가 가르쳐 줄까?”

       

       그나저나 레비나스가 아직 열 살이구나.

       그녀의 나이를 머릿속으로 되뇌고 있으니, 레비나스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 그게 레비나스는 왕의 편에 서면 안 되는데···”

       

       “편을 들 필요는 없어. 그냥 가르쳐 주려는 거니까.”

       

       “그, 그럼···!”

       

       레비나스가 기쁨을 표하듯 자리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긍정의 표시임을 모르지 않았다.

       

       어리숙해서 많이 걱정됐는데, 이렇게 가르칠 수 있게 되다니.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일단은 음식이 상하기 전에 다 먹는 법부터 가르치기로 했다.

       레비나스가 초콜릿을 아껴 먹으려는 것 같았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돼용!!

    과연 겨울이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
    딩딩딩님 2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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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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