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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히어로 청동괴조.

       

       

       본인은 청동괴조맨이라고 부른다지만. 사실 청동괴조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고 에반은 말했다. 어쨌든 청동괴조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영지에 눌러 앉았다.

       

       

       당연히 영지에 갑자기 눌러앉은 괴한을 처단하기 위해서 전대 영주. 그러니까 에반의 아버지는 병사를 이끌고 청동괴조를 습격했다. 그러나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고.

       

       

       “전부 죽었나? 단 한 명에게?”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상대가 상당히 강했던 모양이군.”

       

       

       에반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데빌워터는 해안가에서 몰려오는 마수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매일 혹독한 훈련을 받는 병사들이다. 근데 그들이 쪽도 못 쓰고 패했다.

       

       

       심지어 전대 영주는 기드온에서 나름대로 영웅 노릇까지 해봤던 사람이었건만. 그런 사람이 청동괴조에게 죽기 직전까지 몰렸고, 결국 돌아와서도 부상으로 사망해버렸다.

       

       

       복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데빌워터 최고의 무력을 가졌던 아버지마저 어린애처럼 몰리다가 패배했는데. 당연히 아버지보다 못한 자신이 복수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에반은 의뢰를 택했다.

       

       

       “기드온의 영웅들이라면 분명히 처리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실제로 토벌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토벌 자체는 성공했었죠.”

       

       

       토벌 자체는 성공했었다. 실제로 에반은 기드온에서 파견된 영웅들과 함께 청동괴조의 최후를 목격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에반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놈은 죽어도 죽어도 계속해서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은 마치 악몽을 꾸는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다. 아니, 적어도 에반에게 있어서. 청동괴조는 그 어떤 악몽보다도 두려운 종류의 악몽일 것이었다.

       

       

       5년.

       

       

       전대 영주의 시간까지 포함하면 7년.

       

       

       벌써 그만한 시간이 흘러갔다.

       

       

       당연히 영지의 수입원은 진작에 끊겨버린지 오래였고. 막대한 재산은 계속된 청동괴조 토벌로 인해서 전부 다 써버렸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몰락한 저택의 모습이다.

       

       

       “마을의 상황은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나?”

       

       

       “죄송합니다.”

       

       

       “이해하네.”

       

       

       이미 소모될 만큼 소모된 전력이다. 지금 데빌워터의 전력이라고 한다면, 기껏해야 기사들 20명이 전부. 여기서 더 전력을 소모해버리면, 남는 것은 아마 단 하나도 없겠지.

       

       

       결국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군.

       

       

       빠르게 판단을 내린 아이작은 일행을 이끌고 해안가 마을로 향했다. 쇠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망설이지 않고 바로 쳐들어간다. 옆에서 함께 걸음을 맞춘 디에고가 말했다.

       

       

       “과연 그 청동괴조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까?”

       

       

       “무슨 뜻이지?”

       

       

       “그렇잖아. 대충 딱 보아하니, 폭정을 휘두르는 영주에게 반기를 든 의적 같은데.”

       

       

       “쯧쯧, 아직 어리구만.”

       

       

       대답은 아이작이 아니라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크에게서 돌아왔다. 지크는 같잖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놓고 디에고를 조롱했다. 디에고의 목에 핏줄이 솟는 것이 보였다.

       

       

       “근데 넌 아까부터 뭐 잘났다고 그렇게 잘난 척이냐?”

       

       

       “적어도 너보다는 경험이 많지. 신입.”

       

       

       “저 새끼가.”

       

       

       “참아, 참아. 경험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잖아?”

       

       

       헤르스의 팩트에 디에고는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마스터 옆에 딱 달라붙어 직접 많은 것을 보고 배운 것은 사실이니까. 디에고는 혀를 차면서 입을 열었다.

       

       

       “그렇게 잘난 선배니까. 마스터의 도움 없이 전부 알아낼 수 있겠지?”

       

       

       “원래 그런 방식이야, 후배.”

       

       

       “뭐라고?”

       

       

       “지크의 말이 맞다.”

       

       

       지크가 말을 띠껍게 해서 그렇지. 아이작의 방침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일단은 아이들에게 맡겨두고, 막히는 부분이 있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그제야 직접 나선다.

       

       

       직접 나서면 금방 끝날 일인데.

       

       

       어째서 비효율적인 방법을 택했는가?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아이들이 직접 의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서로 의논하고 그걸 행동으로 실천하며 경험을 쌓는다. 물론 중간에 잘못되어도 괜찮다. 왜냐하면 어른인 자신이 있으니까.

       

       

       ‘그래서 지크가 저렇게 강해질 수 있었구나.’

       

       

       뒷골목 아이들치고 머리가 영특한 헤르스도 아이작의 교육 방침에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상적으로만 흘러간다면, 가장 완벽한 교육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장의 모든 변수를 머릿속으로 하나하나씩 계산하고. 또 그걸 저지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지 가능한 교육이다. 그리고 아이작은 그게 가능한 얼마 안 되는 인간이었고.

       

       

       헤르스의 시선을 가장 먼저 눈치챈 지크는 갑자기 아이작의 옆구리에 찹쌀떡처럼 달라붙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당황에 헤르스가 어울리지 않게 당황하고 있던 그때.

       

       

       “절대로 못 줘.”

       

       

       “…….”

       

       

       마스터도 앞길이 순탄치 않겠네~.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든 헤르스였다.

       

       

       * * *

       

       

       본격적인 조사는 3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진행되었다.

       

       

       사실, 마을을 조사하는 것이 그렇게 큰일은 아니다. 오히려 응당 가장 먼저 해야하는 기본적인 일이었다. 그럼에도 왜 이리 걸렸냐면, 디에고와 지크의 말싸움 때문이다.

       

       

       지크는 뭐가 그렇게 아니꼬운지. 특히나 디에고를 툭하면 갈궜고, 그에 디에고가 지지않고 응수하면서 서로 싸우다보니. 결국 3시간이나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작은 굳이 개입하지 않았다. 이를 헤르스와 사샤는 갈등조차 하나의 배움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살아가면서 갈등이 없는 경우는 없으니까.’

       

       

       세상 모두가 사이가 좋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서로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갈등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함께 힘을 합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헤르스와 사샤가 파악한 아이작의 의도였다.

       

       

       ‘스포는 죄악이다.’

       

       

       당연히 아이작에게 그런 깊은 뜻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스포는 죄악이라는 신념을 따르는 것뿐. 그러나 똑똑한 아이들이 알아서 그럴듯한 이유를 생각하여 납득했다.

       

       

       지크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마스터와 단 둘이서 함께 의뢰를 해결해왔다. 그건 지크에게 있어서 나름대로 데이트와도 같은 것이었다. 물론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냥 기분만이라도 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해꾼들이 끼어든 것이다.

       

       

       물론 옛날 감정은 이미 내다버린지 오래였다. 지금까지 많은 협력을 하기도 했었고, 무엇보다. 마스터가 직접 길드원으로 받아주었는데, 자신이 왈가왈부 할 수 있을 리가.

       

       

       ‘이러면 안 되는데.’

       

       

       길드원과 반목해서는 안 된다. 함께 협력해서 이 의뢰를 잘 끝내야만 한다. 그녀의 머리는 지극히 이성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은 그 결론을 전부 거절했다.

       

       

       단 둘이면 차고 넘쳐.

       

       

       나머지는 그저 방해야.

       

       

       그러나 가슴에서 넘쳐흐르는 살심을 이번에는 반대로 이성이 제어했다. 이성과 본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헤르스가 중재에 나섰다.

       

       

       “자, 모두 진정하자고.”

       

       

       헤르스의 중재안은 간단했다. 넓은 마을을 모두가 함께 탐문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니. 차라리 2개의 조로 나눠서 조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 의견에 지크가 동의하였다.

       

       

       그렇게 나눠진 2개조.

       

       

       아이작, 지크.

       

       

       디에고, 사샤, 헤르스.

       

       

       헤르스 입장에선 최선을 다한 것이었고. 그런 마음을 아는 디에고는 딱히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크가 수긍함으로서 드디어 마을 탐문이 시작되었다.

       

       

       아까 추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일까.

       

       

       지크는 만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마을은 절벽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곳이었는데. 이름답게 데빌워터 저택이 세워진 절벽 아래에 위치한 마을이었다. 주로 어업과 진주 산업을 통해서 돈을 버는 곳이라고.

       

       

       그러나 지크는 마을에 진입하기 무섭게 벌써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보통 마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아무리 시골 마을이라도, 목책 정도는 쌓아두는 것이 기본이었는데.

       

       

       절벽 마을에서는 목책은커녕. 그 흔한 울타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마수가 와도 상관 없다는 것처럼. 아마도 그 청동괴조인가 뭔가를 굳건하게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스터, 뭔가 이상한데요.”

       

       

       “그런가.”

       

       

       “네, 아무리 영웅이 있다고 해도. 그 흔한 목책조차 없을 리가 없으니까요.”

       

       

       시험의 정답을 채점하는 것처럼. 지크는 아이작에게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전부 보고했다. 가령, 청동괴조가 뭔가 하는 녀석이 정말 순수한 영웅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그렇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목책 같은 대비책을 마련해두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만에 하나, 자신이 늦으면 사람이 죽을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감을 넘어서 오만에 빠진 영웅이거나.

       

       

       아니면 뒤가 구린 속셈을 품고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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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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