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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루크! 자율출석이라는거 사실이야?”

    “그렇게 되었구나.”

    “뭐야! 부러워! 나도 아카데미 다니기 싫은데!”

    메리는 불퉁하게 입을 비죽 내밀며 말했다.

    그런것치고는 아카데미의 생활을 꽤 즐기던것 같은데 말이다.

    이 아이는 친구도 많아 보이고.

    “하하…….”

    처음엔 루크도 적응해보지 않으려 한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들과는 대화를 할수록 괴리가 생겼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뭐냐, 무슨 게임을 하느냐, 집에선 무슨 Tv프로그램을 보느냐…….

    도저히 대답하기 곤란한 것들밖에 없지 않는가.

    그럼에도 아이들은 참 착해서, 루크가 우물쭈물하고 있어도 자꾸만 무언가 공통점을 찾아내고자 열심이었다.

    그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면야 스스로를 못 꾸며낼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루크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자꾸만 핀트가 어긋난다는게 느껴진다.

    좋아하는 노래?

    과거 수도에 갔을 적 스치듯이 들었던, 드니스라는 음유시인이 부르던 ‘세렌갈의 대평원과 12인의 기사의 노래’는 꽤 듣기 좋았는데 지금은 그런노래가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없다.

    게임?

    숨바꼭질이나 술래잡기나 용사놀이같은걸 말하는건가?

    아이들과 놀아주기위해 할뿐이지, 이 나이에 그런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TV? 글쎄, 정령소녀 마루루인지 메루루인지하는 그 인형극은 꽤 흥미롭게 보았다.

    다만 정령과 마법에대한 고증은 오락을 위한 인형극이기 때문인지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 만듦새와는 별개로 루크가 즐기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런것에 일일히 반응하기도 피곤한 일이었다만, 역시 신기한 생김새와 분위기를 가진 루크는 항상 아이들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는것에 루크는 그리 능숙하지 못하니.

    아이들이 바라는것은 되도록이면 다 이뤄주고싶어지지 않는가?

    이 한몸이 피곤하더라도 말이다.

    덕분에 실제로 최근 피곤을 달고 살았다만.

    그러니 젠페이가 제안한 자율출석은 참으로 고마웠다.

    아카데미와 완전히 끊어지기엔 루크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으니까.

    특히나, 도서관과 식당은 아직도 상당히 쓸모가 있었고.

    “그런데 학교엔 웬일이야? 점심시간인데, 밥먹으러왔어?”

    메리가 물었다.

    밥먹으러 왔냐니……. 그게 그리 틀린말은 아니었다.

    온김에 식사는 해야지.

    “오늘은 식단이 어떻게 되느냐?”

    “해물크림파스타래.”

    “…….”

    ‘해물과 파스타라…….’

    이건 반드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루크는 속으로 침을 삼킨다.

    “방금 침 삼켰지! 설마, 진짜 밥만 먹으러 온거야?”

    이런, 실제로 삼킨거였던가.

    루크는 곤란하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것은 아니고, 빌린책을 반납하러 왔단다.”

    “책? 아 맞다. 저번에 엄청 빌렸었지.”

    메리가 루크가 멘 커다란 가방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시루드는 어디 있느냐?”

    “시루드는 반에 있을거야. 괜찮으면 불러올까?”

    “흐음, 그럴 필요는 없단다. 네가 잘 놀아주거라.”

    “흐응…….”

    소문날까봐 부끄러워하는걸까?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될텐데!

    이미 둘이 그렇고 그런거 아니냐는 소문은 충분하니까.

    루크가 학교를 다니던 며칠, 항상 시루드랑 같이 다녔던걸 못본 학생이 없다.

    한눈에 반한게 아니면 그 거리감은 설명이 안되지!

    “알겠어, 그럼 이따 점심시간에 봐!”

    “그래, 메리. 그때 보자꾸나.”

    ———-

    루크는 동화책을 반납하고 요리책을 몇권 빌리러 도서관에 들어왔다.

    ‘흐음, 이건 어린이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적혀있으니, 적어도 뭔가 해볼 수는 있겠지.’

    지금 루크에게 요리에대한 경험을 묻는다면, 당연히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루크는 원래라면 요리에 관해선 흥미가 없었으니.

    애초에 식사는 하인들이 준비하는 것이었고, 그다지 맛있지도 않았다. 물론 하인들이 기본적으로 괜찮은 식사를 내오기는 했다만, 그때는 맛을 그리 즐기진 않았다.

    게다가, 오래 살다보니 점차 밥보다는 영약을 만들어 마시는 빈도가 늘었다.

    드디어 말년엔 식사는 완전히 영약섭취로 대체되어, 그저 연명하는게 되었다.

    ‘늙다보면 미각은 희미해졌으니.’

    서클은 권능이지만 전능이 아니다.

    아무리해도 인간이 ‘필멸’의 굴레에서 벗어나는건 불가능하다.

    사람이 늙어서 자연히 죽어가는것을 치유할 능력은 없다.

    그것이 ‘섭리’.

    마법사는 섭리를 이용하는자이지만 그 섭리에서 인간이 벗어나는것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섭리에서 벗어난 ‘용사’가 아닌, ‘영웅’이니까.

    세월을 피하는건 그 섭리에서 벗어난 ‘용사’, 레니에조차 하지 못한것이다.

    그러니 그저 영웅일뿐인 루크가 어찌 그것을 무시할 수 있었을까.

    나이가 들며 이빨도 성치않고, 미각도 희미해져간다.

    그런 육신으론 식사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것도 당연하리라.

    ‘몸이 젊어지니 변한겐가. 이것은 참 좋은 일이구먼.’

    며칠전만해도 이 몸에 불만을 가졌건만, 또 상황이 바뀌니 몸에 감사가 차오르는게 사람의 마음은 역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것을 먹는 기쁨을 너무 늦게 깨우치고 말았다.

    전생…….

    그때도 이렇게 맛있는것을 만들고자 연구했다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레니에, 그대의 그 미소도 다시 볼 수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진정 마음에 남는것은 이런 소소한 행복이었는데.

    그때, 정령인 파이는 루크가 고른 책을 확인했다.

    책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는 역시 모르겠다는듯 추욱 처지며 음울한 음을 만들어내며 루크를 올려다보았다.

    정령은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게, 너무나도 유감이라는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루크와 눈이 마주치자, 파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표정을 푼다.

    -루크, 요리 기대돼?

    식사를 하지 않는 정령들에게 ‘요리’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일터, 따라서 인간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기대된다라?

    문득 손을 들어 입꼬리를 만져보고서야 루크는 자신이 기대로 미소지은 상태라는걸 깨달았다.

    아, 그런가. 

    이번에도 웃고말았던가.

    “흐음. 그래, 기대되는구나.”

    -……!

    삑, 하는 소리를 내며 불만스럽게 시선을 피하는 푸른 형체를 보며, 루크는 마치 놀리듯이 말했다.

    “나도 그대에게는 식사를 대접하고싶지만, 정령은 식사를 못하니 어쩔수 없지않은가.”

    -……,……,……!

    ‘저것은 치사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구나.’

    ———-

    ‘역시 맛있구먼…….’

    그렇게 한입을 머금은 파스타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크림에 범벅이 된 해물이 맛있음은 기본이고, 이빨에 쫄깃하게 짓이겨지는 파스타의 촉감과 짭짤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비리지 않고 은은하게 올라오는 바다의 향기가 루크에게 ‘이것이 요리다’라며 목표를 제시해주는것도 같았다.

    집에서 이런 요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런 루크를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메리였다.

    역시 두 눈을 반짝이며 식사를 하는 루크는 언제봐도 참 재밌었다.

    먹는게 그렇게 좋나?

    나도 먹는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루크만큼 식사를 즐기지는 못했는데.

    ‘저렇게 먹는데 어떻게 저렇게 날씬하지?’

    그건 참 의문이다.

    아무리 수인이라지만, 매일을 저렇게까지 먹으면 뚱뚱해지고 말텐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디선가 타다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였다.

    “어!”

    시루드가 식당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야, 학교에 왔었으면 얘기를 해주지!”

    시루드는 루크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달려가 서운한 티를 냈다.

    루크는 그런 시루드의 반응을 해물크림파스타를 포크로 잘 말아서 태연하게 삼키며 무시했다.

    사실, 무시했다기보단 식사중에 이야기를 하는 행위는 루크가 생각하기에 예절에 어긋나기 때문에 빠르게 식사를 마칠 요량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시루드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하기엔 충분했다.

    “무시하지 말고!”

    루크는 시루드에게 손을 들어보였고, 메리는 루크의 옆에서 말했다.

    “좀 기다려, 루크는 밥 다먹어야 얘기해줘.”

    그 말에 시루드는 할 말을 잃고 멍하니 루크의 식사를 바라만 보았다.

    우물우물, 우물우물…….

    참 쉴새없이 입을 놀리면서도 꼼꼼히 씹어먹는다는게 남들이보면 귀여운 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시루드는 그걸보면 할아버지가 자꾸 떠올라서 묘한 기분이었다.

    ‘왤까…….’

    시루드가 무슨 기분이든간에, 마침내 식사를 마친 루크는, 식판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교실로 가자꾸나.”

    식사를 마쳤는데도 식당에 자리를 차지하고있는건 매너있는 행동은 아니니까.

    “어? 어…….”

    결국 시루드는 멍청히 루크가 먹는것만 보다가 식당을 나온꼴이 되었다.

    메리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실실 웃고 있었지만.

    ———

    교실에 도착한 시루드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말했다.

    “네가 학교에 안오기로 한거, 혹시 나때문이야?”

    시루드는 내심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실수탓에, 루크가 대신 벌을 받았다는건 알고있다.

    자신이 보건실에 있던 그 순간, 루크는 바로 교무실에 불려갔다고 하니까.

    시루드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일때문에 선생님한테 대신 혼난 루크가 자신을 싫어하게된거 아닐까?

    그래서 학교를 오기 싫어진건…….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아니니 걱정말거라. 교장과 이야기해서 정당하게 허가를 받은 자율출석이란다.”

    “그런거면 괜찮지만…….”

    시루드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아, 시루드. 비록 이제 나는 아카데미에 잘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혹여 내게 궁금한점이 생긴다면 연락을 해야겠지.”

    “어? 아, 그래. 그렇지.”

    “휴대폰을 줘보게. 번호를 교환하는게 낫겠어.”

    루크가 시루드에게 손을 내밀자, 시루드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그 작은 손 위에 올려주었다.

    어느새 휴대폰을 거의 해석하여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된 루크는 빠르게 자신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진동이 울리는것을 확인하고는 시루드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꽤 순식간이었는데, 메리는 입가를 가리면서 말했다.

    “어, 이거, 휴대폰번호 남자랑 교환한건 처음 아니야?”

    루크는 그러고보니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란게 예르나와 다이튼을 제외한 그 동료 숲지기들, 거기에 추가로 메리뿐이라는것이 새삼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공교롭게도 다 여자들이고.

    허나 번호교환이 갖는 또 다른의미를 전혀 모르는 루크는 그저 그것이 사실이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긴 하구나.”

    “오, 그럼 시루드가 처음이네!”

    “그렇게 되겠지?”

    라고 말하며 태연하게 휴대폰을 건네는 루크.

    “뭐?”

    시루드는 그 휴대폰을 받아들며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 반응에 메리는 후후훗하고 웃었다.

    “후후후후…….”

    “왜 웃는거지?”

    “아니, 사이가 좋아보여서!”

    “그야 당연히 나쁘지는 않겠지. 그렇지 않은가, 시루드, 내가 싫느냐?”

    “……어? 어……니? 싫진 않지…….”

    참 시원찮은 녀석이다.

    남자아이가 이토록 비실비실한 대답을 해서야 원.

    “메리, 내가 없더라도 시루드를 잘 부탁하네.”

    “맡겨둬!”

    메리는 호탕하게 가슴을 치며 말했고, 루크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믿음을 보냈다.

    “ㄴ, 니가 뭔데 날 멋대로 부탁시켜!”

    시루드의 당황섞인 외침은, 이번엔 철저히 무시당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님들 ㄹㅇ 제가 죄송한데, 루크 앞치마는 다음화에요.

    진짜 진지하게 루크라면 요리책부터 빌리는게 먼저아닐까요……?

    빨리 다음화나 쓸게요….

    ps. 루크 포니테일 앞치마는 이미 그렸습니다. 그림을 먼저 그리고 글을 나중에 쓰는 작가가 있다??
    기대해주십시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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