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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텅 빈 마을.

       

       사람이 살았던 흔적만 남은 이곳에 기사들이 잔뜩 긴장한 체로 도열해 있었다.

       

       “도대체 왜 우리가 선별된 것인지 아는 것이 있소?”

       

       기사 한 명이 동료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의 동료 역시 아는 것이 없었다.

       

       “네크로맨서를 조사하는데 우리를 선별하다니…뛰어난 기사들이 많을 터인데…”

       

       “…..”

       

       작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기사들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모욕적인 말일 수도 있었으나, 그들의 표정은 잠잠했다.

       

       일상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파라몬님께서 직접 선별하셨다고 밖에는…”

       

       파라몬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기사들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누구이던가.

       

       최전선에서 기사들을 이끌며 수도 없이 어두운 밤을 걷어낸 인물.

       

       검술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업적과 기사도는 모든 기사들이 존경하는 대상이었다.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자신들을 고르다니.

       

       몇몇 기사가 자신이 없는 듯 고개를 숙였다.

       

       “…”

       

       “….”

       

       이곳에 있는 대부분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들은 제국의 수도에 있는 기사들 중 가장 약한 이들이었으니까.

       

       대륙전쟁은 수많은 기사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실력의 유무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이들의 선조 또한 그와 마찬가지였다.

       

       가문에 전해져야 할 검술과 경험들은 그들이 죽음으로써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

       

       검술의 원형은 남았으나, 그것을 물려 줘야 할 실력 있는 기사들이 모두 죽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기사들 사이에서 도태되었다.

       

       “…”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소. 우리가 이 일의 적임자인지..”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리고 기사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파..파라몬님을 뵙습니다!”

       

       “위대한 기사께 경의를!”

       

       끄덕.

       

       기사들 사이에 긴장이 흘렀다.

       

       그들과 파라몬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존재했다.

       

       가끔 먼발치에서 얼굴만 볼 수 있는 게 그들에게는 전부였다.

       

       꿀꺽.

       

       파라몬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기사들의 목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긴장과 부담감으로 손에 땀이 나는 듯했다.

       

       굳건한 그의 모습을 본 모두가 같은 상황이었다.

       

       파라몬의 입이 열렸다.

       

       “그대들이 왜 이곳으로 왔는지 궁금한 모양이군.”

       

       몸을 굳힌 기사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여기로 오면서 다 들었다네.”

       

       움찔.

       

       “….”

       

       “….”

       

       할 말이 있을 리 만무했다.

       

       기사들의 입이 닫히고, 파라몬의 입이 열렸다.

       

       “그대들을 ‘부러진 검’이라고 부른다지?”

       

       “…”

       

       기사들이 부끄러운 듯 시선을 회피했다.

       

       그들 역시 기사였다.

       

       존경하는 사람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왔는데 수치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내 하나 물어보지.”

       

       “…”

       

       “그대들은 왜 부러졌는가?”

       

       파라몬의 물음에 대답하는 기사는 없었다.

       

       할 말이야 많았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파라몬의 앞에서 말할 수가 있겠는가.

       

       “왜 대답이 없는가?”

       

       “…”

       

       “…”

       

       전쟁이라는 것은 치열하다.

       

       잠시의 망설임에 목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전쟁이었다.

       

       그것이 네크로맨서와의 전투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피라몬의 평가는 엄격했다.

       

       “그런 자세로 전장에 나섰다가는 모두 죽을 걸세. 기사로서 한심한 모습을 보이지 말도록.”

       

       기사들이 자세를 고쳐잡으며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파라몬이 기사들 사이를 걸어가며 멀어졌다.

       

       한 마디의 말을 남기고.

       

       “이번 일이 끝나고 다시 물어보도록 하지.”

       

        

       ***

       

       

       “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사람이 사는 곳에 영혼이 없다니.

       

       오늘 하루 동안 마을을 둘러본 결과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아무것도 없네…”

       

       흔한 잡귀조차 없었다.

       

       심지어는 무덤이 있는 곳에 가도 영혼이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내 기준에선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어찌 되었건 오늘 하루도 허탕이었다.

       

       “근데…저 양반들은 왜 자꾸 저래?”

       

       한차례의 조사가 끝난 후 마법사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굳이 말해보자면···.

       

       장승 뽑기.

       

       “하아압!”

       

       부들부들.

       

       마법사의 팔이 떨렸다.

       

       온몸의 힘을 다 끌어 쓰는 듯 얼굴마저 시뻘게져 있었다.

       

       하지만 고생이 무색하게도 땅에 박힌 장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보게 크리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나한테 물어봐도 딱히 해 줄 말이 없다.

       

       장승을 만들기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건 그것과 같은 신비한 기사의 일종이다.

       

       “그냥…뽑히기 싫은가 본데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 이렇게 단단히 고정된 지를 묻는 것이네.”

       

       벌써 다른 마법사가 붙어 장승을 힘차게 당기고 있었다.

       

       몸 주위에 흐르는 마나를 보니 마법마저 쓴 모양이다.

       

       “저 목상에는 마법이 걸려 있지 않네. 저런 현상이 있을 수가 없다는 말이네.”

       

       “그러게요…저도 잘…”

       

       “도대체 저 석상의 정체가 무엇인가?”

       

       대답해주려던 나는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저 질문에 ‘세계수의 가지인데요?’ 라고 대답해 보아라.

       

       앞으로 삼일 동안은 질문 세례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어차피 곧 눈치챌 것 같지만···.

       

       흥분속에 빠져 있는 마법사들을 보니 내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마법이 아닌데 이런 현상이 있을 수가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오!”

       

       “관련 서적을 읽어 본 마법사가 아무도 없소?”

       

       흡사 축제의 현장 같았다.

       

       변태들의 모임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장승을 살피는 모든 마법사들이 몸을 부르르 떨어 대고 있었으니까.

       

       “하아…정상인이 필요해…”

       

       “…”

       

       “세레나가 제일 정상이네…”

       

       세레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파라몬 영감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

       

       눈치를 보는 것이 평소하고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별일은 아니네만…”

       

       쭈뼛거리며 말을 내뱉는 파라몬 영감.

       

       “혹시 저들에게 큰 문제는 없겠는가?”

       

       영감의 손끝은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기사들에게로 향해 있었다.

       

       “문제라면…어떤…?”

       

       다짜고짜 문제가 없겠냐고 물으면 할 말이 너무 많다.

       

       범위가 너무 넓은 것이다.

       

       “뭐…죽거나 다치거나 그런 것 말일세.”

       

       “아…그런 건 아직 안 보이네요.”

       

       여기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아직 별다른 징후는 없다.

       

       겁재가 끼어 있는 건 느껴졌지만 큰 흉은 아니었다.

       

       아마도 조사 임무에 파견되었으니 위험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혹시나 저들에게서 죽을 점사가 나오면 바로 말해주시게.”

       

       영감의 태도를 보니, 저들이 걱정 된 모양이다.

       

       “불구가 되거나 크게 다칠 일도 마찬가지일세. 꼭 좀 부탁하지.”

       

       몇 번을 더 강조한 파라몬 영감이 내 대답을 듣고서야 안심이 되었는지 그제야 굳은 얼굴을 풀었다.

       

       기사들을 보면서 계속 느낀 것이지만 참 안타까운 사람들이었다.

       

       재능도 있고, 운기도 좋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았다.

       

       풀리지 않는 인생이라고 해야 할까.

       

       “영감님이 아시는 분들 인가요?”

       

       “옛날에 같이 싸웠던 동료들의 후손이라네.”

       

       “흠…”

       

       어쩐지 계속 챙기는 것 같더라니.

       

       영감님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좀이 쑤셨다.

       

       “영감님.”

       

       “말하게.”

       

       “돈 좀 있어요?”

       

       “….”

       

       나는 곧장 세레나에게서 종이와 펜을 받아들였다.

       

       “거, 대충 앉아 보세요.”

       

       영감님은 내가 무얼 할지 알고 있는 듯했다.

       

       아마 나한테 미안해서 말을 꺼내지는 못한 모양이다.

       

       “부탁해도 되겠는가? 괜히 고생을 시키는 것 같군.”

       

       “이게 제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딸랑 –

       

       “어디 보자…저기 저 사람은…”

       

       딱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아마 저 중에 상태가 제일 안 좋을 것 같다.

       

       “저 기사님은 기신운이라는 게 들었어요. 거기다 정관이면…”

       

       기신운에 정관이 끼어 있으면 직장에서 실직이나 감봉, 좌천같은 일이 생긴다.

       

       이럴 때는 항상 몸과 마음가짐에 유의해야 할 시기였다.

       

       나는 그 내용을 설명하며 곧바로 종이에 적어 내렸다.

       

       “기질이 용맹하고 굳건한데 운기가 꽉 막혀 있네요.”

       

       “호오…”

       

       “그런데 운기가 막힌 이유가 본인 때문이예요. 생각만 조금 바꾸면 훌륭한 사람이 될 것 같아요.”

       

       “그렇군. 저 친구는 어떤가? 내 눈여겨 보고 있는 친구라네. 저 친구의 조부는 참 훌륭한 기사였지.”

       

       딸랑 –

       

       인상이 참 좋은 사람이었다.

       

       성실하고 노력에 있어서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

       

       하지만 인생에 귀인이 없는 팔자였다.

       

       이런 경우는 성공하기가 힘들다.

       

       사람이란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누군가 도와주기만 하면 훨훨 날아다니겠네요.”

       

       “도와주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가?”

       

       “으음…”

       

       사실 귀인이라는 인연이 참으로 복잡하다.

       

       어제까지 원수였던 사람이 사실은 귀인이었던 경우도 있다.

       

       영감님과 저 사람의 관계로 보자면···.

       

       “그래도 인연이라는 게 이어져 있으니, 영감님이 도와줘도 될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말인가?”

       

       “큰 도움은 화를 부를 수도 있어요. 성실함이 향할 방향만 잡아주면…”

       

       “그렇군…”

       

       내가 말을 할 때마다 영감이 유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기억해 두겠다는 듯이.

       

       점을 보다 보니 전체적으로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머릿속으로 멸시와 조롱이 스쳐 지나갔던 것.

       

       “혹시…저분들…”

       

       “맞네. 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친구들이지.”

       

       “흐음…”

       

       “하지만 저들 모두 제국의 수도에서 근무할 만큼 뛰어난 친구들이라네.”

       

       재능도 노력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전체적으로 주눅이 들어 있었지만, 내가 봤을 때는 훌륭하다.

       

       심지어 영감님이 데리고 왔으니 한 자락이라도 배워가지 않겠는가.

       

       내 생각을 알았는지 파라몬영감이 고개를 저었다.

       

       “검술이 문제가 아닐세.”

       

       “예?”

       

       기사한테 검술 말고 중요한 게 있었나···?

       

       “내 동료들이 그저 검술이 뛰어나서 전장을 휘저었던 것이 아니라네. 사실 그들은 처음에는 평범한 기사에 불과했네.”

       

       “흐음…”

       

       영감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기사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이지.”

       

       기사들의 점사가 다 나올 때 쯤, 마법사 한 명이 달려왔다.

       

       “파라몬님! 흔적을 찾았습니다.”

       

       “바로 가도록 하지.”

       

       “그런데 그것이…”

       

       마법사가 곤란한듯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흔적이 저 산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나 또한 시선을 돌려 산을 바라봤다.

       

       그런데 산이···.

       

       “저 산이요…?”

       

       높았다.

       

       어마어마하게.

       

       “혹시 저기를 올라가야 하나요?”

       

       “일단 살펴보기로는 그러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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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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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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