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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0

       *** ***

         

       “하압!”

         

       “차아앗!”

         

       새벽이 밝자 낭인객잔에는 기합소리가 가득 찼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섞여서 간단하게 몸을 풀며 낭인들의 면면을 훑었다.

         

       신입 낭인들은 대체적으로 수준이 높았다.

         

       대부분이 완숙한 절정의 경지였으니까.

         

       나는 나에게 제 성취를 과시한답시고 잔뜩 힘을 주고 반월도를 휘두르는 정삼에게 물었다.

         

       “야, 그러고보니까 안 보이는 낭인들이 있는데?”

         

       “헉, 헉! 몇 사람은 은퇴했지. 특히 영지후열은 초절정이 돼서 고향으로 돌아갔다네.”

         

       “허허.”

         

       결국에는 낭인들 사이에서 초절정이 나왔구만. 현 사천낭인의 위상이라면 초절정이 되었더라도 남아 있을 법 했지만…뭐 영지후열은 사연 많아 보이는 자였으니까.

         

       초절정이 되어서 뭔가 해야 할 일이 있겠지.

         

       “자소경은?”

         

       “페관 수련을 한다고 떠났네.”

         

       “뭐?”

         

       정삼이 혀를 차며 말했다.

         

       “다저용이 초절정에 오른 뒤로 자소경도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그래도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았던 모양이야. 결국에는 초절정이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노라고 선언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네.”

         

       “….”

         

       나는 자소경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네가 선택한 길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그렇게 아침 수련을 마치고 언제나와 같이 소면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있는데 못마땅한 표정의 유사연이 나타났다.

         

       “야, 애들 무공 봐 주라니까 왜 금명월 소저한테 시키고 있는 거야?”

         

       “음? 아아.”

         

       나는 혁기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이령과 조용상에게 일휘청운검을 지도해 주고 있는 혁기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일휘청운검을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으니까.”

         

       “뭐?”

         

       “그런 게 있다. 하여간 내가 귀찮아서 명월 소저에게 부탁한 게 아니야.”

         

       나는 두 사람의 경지를 끌어올리는 것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일휘청운검을 가르칠 수는 없다.

         

       내가 펼친 무공은 전부 뇌검이 되어버리니까.

         

       나는 정철을 쓰러트리기 위해 오직 일격필살의 이치만을 갈고 닦았다. 오직 경운무심공만을 익혔고 천마신교에서는 경운무심공 중에서도 일격필살의 위력만을 강화시켰다.

         

       이는 일종의 역리였다.

         

       이해하기 쉽게 무인을 나무에 빗대어보자.

         

       나무는 어떻게 자라는가.

         

       수많은 가지에서 수많은 잎이 자라고 그 수많은 잎이 양분을 만들어 나무를 키운다. 즉 가지가 풍성할수록 나무는 잘 자란다 할 수 있었다.

         

       뭐 천마 같은 예외가 있지만 무공은 보통 누가 높이 올라가느냐의 싸움.

         

       나무의 높이가 높아지려면 그만큼 옆으로도 뻗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나는 가능성의 가지를 쳐냈다.

         

       나무의 높이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수직으로 자라는 한 줄기 가지다. 그렇기에 나는 그 가지만을 키우기 위해 모든 가지들을 잘라내고 양분을 그 한 줄기 가지에 밀어 넣었다.

         

       몸을 키우며 양분을 모을 시간이 없으니 그때까지 모은 양분을 다 성장에 박아 넣은 것이다.

         

       그렇게 억지로 화경이라는 높이까지 나무를 키워낸 것이 나라는 무인이었다.

         

       일반적으로 경지가 높은 무인은 어지간하면 다른 무공을 익힌 이들도 가르칠 수 있다.

         

       나무가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지와 잎새가 많을수록 유리하니까. 

         

       그래서 이름난 문파들은 아직 여물지도 않은 후기지수들에게 위험한 무림행을 권하는 것이다. 무학의 이치라는 가지가 쑥쑥 자랄 때, 천하에 퍼진 무학의 이치들을 듣고 보고 경험하며 후기지수라는 나무의 가지가 풍성해지길 바라면서.

         

       이게 뭐가 중요한가 싶을 수도 있지만 결국 무학의 이치는 다다익선이고 이는 현 무림에 결과로서 증명되어 있다.

         

       신강의 천마신교. 그리고 태산북두 소림사.

         

       천하에서 가장 강한 문파를 꼽자면 무림인들은 십중팔구 소림이나 천마신교를 꼽을 것이다.

         

       이 두 문파가 그리 융성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이 두 문파는 천하의 다른 문파들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바로 수많은 무학의 이치를 품고 있다는 점이었다.

         

       천하에서 이름난 명문인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일지라도 보통은 한 가지 무학의 이치를 중심으로 그 갈래를 뻗어나가기 마련.

         

       그러나 천마신교와 소림은 다르다.

       

        두 문파는 하나의 이치에 얽매이지 않고 폭넓게 무학의 이치를 다룬다.

         

       소림은 십팔반 무공 전반을 다루며 백팔신공이라는 질 좋고 폭넓은 가지를 자랑하며 천마신교는 천마비고를 통해 무한한 가지를 제공한다.

         

       다른 문파들과는 달리 문파에서 달아줄 수 있는 가지의 개수가 다르니 그만큼 뛰어난 무인도 많이 배출되는 것이다.

         

       “니예니예, 일류따리 객잔주가 어찌 화경고수의 뜻을 이해하겠습니까요.”

         

       “아니 진짠데.”

         

       내가 가르치면 일휘청운검이 아니라 뇌명우뢰검이 되어버린다니까?

         

       “뺀질거리기는! 싫으면 싫다고 해!”

         

       아무튼 그렇게 바가지를 긁히며 아침식사를 마치고 유사연의 눈총에 쫒겨나듯이 낭인객잔을 나섰다.

         

       “쩝…”

         

       진짜 저 멀리서 내 맘대로 흑립을 내려놨다고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다.

         

       흠.

         

       이대로 유사연에게 눈칫밥을 먹느니 이제부터라도 다른 무학의 이치들을 익히며 가지를 새로 길러 볼까.

         

       사실 새로이 가지를 기른다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무학의 이치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혁기린도 결국 실전에서는 사일검법만 사용한다. 다양한 무학의 이치는 무인을 높은 경지로 끌어올려주는 원동력일뿐 실전에서 써먹을 요소는 아니었다.

         

       언젠가 다시 가지를 늘리긴 해야 하지만 그날이 오늘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차일피일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는 도전해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천마신공의 계승도 나름대로 기연이었는지, 뇌정을 흡수한 이후로 정체되었던 실력도 조금씩 늘고 있었으니까.

         

       사천에서 하루 이틀 머물 것도 아니니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겠군.

         

       일단은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하고 주변의 기색을 살폈다.

         

       내 탓인지 아니면 여전히 낭인객잔이 주목의 대상인지 모르겠지만 이른 시간임에도 낭인객잔 주변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이들의 이목이 낭인객잔에서 나온 나에게 쏠렸다.

         

       “혹시 저 사람이 뇌검낭인 아니여?”

         

       “그, 글쎄 죽립도 대검도 없으니 잘 모르겠구만.”

         

       사천에서는 맨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 사천성의 주민들도 헷갈리는 모양이다.

         

       “난 아닌 거 같은데. 모르긴 몰라도 뇌검낭인이 저 치보다는 잘 생기지 않았겠어?”

       

       “으음. 그렇구만.”

         

       잘생긴 얼굴 가지고 뭐라는거야?

         

       당장 달려가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 내 얼굴이 사천성에 퍼지면 내 계획의 연출 효과가 떨어지니 참았다.

         

       둘다 얼굴 기억했다.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익숙한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처럼 적막한 사천성의 골목을 걸어 도착한 곳은 바로 묵주문이었다.

         

       무인의 아침이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문파를 찾아가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늘만 해도 들려야 할 문파가 몇 곳이나 되었으니까.

         

       묵주문의 정문 앞에 멈추자 번을 서던 두 문지기들이 물었다.

         

       “묵주문에 볼일이 있으신지요? 혹여 용건을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뇌검낭인이라는 별호를 얻은 뒤로 문파를 방문할 기회는 몇 번 있었지만 그래도 적응이 안 되는 친절함이었다.

         

       사천낭인의 흑립은 문지기들의 발작 장치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맨날 목숨 걸고 비무첩 전달하던 날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문주님을 뵈러 왔소.”

         

       “으음, 문주님이요?”

         

       두 문지기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혹여 존함을 알수 있겠습니까?”

         

       나는 잠시 머리를 굴렸다.

         

       어떤 연출을 보여 줘야 충실한 묵주문의 무인인 두 사람이 ‘이건 절대 비밀인데 내가 오늘 번을 서다가 뇌검낭인을 만났다!’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도록 흥분시킬 수 있을까.

         

       이게 좋겠군.

         

       “그것은 곤란하고 대신 이것을 보여 드리리다.”

         

       나는 품에 손을 넣었다. 내 품에서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하며 바라보던 두 문지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내 손가락 사이에 은전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겠지.

         

       “무례가 지나치시군요!”

         

       “문주님은 은전 따위로 만날 수…허억!”

         

       벌컥 화를 내려던 두 사람은 이내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빠지직!

         

       내 손가락 사이에 끼인 은전에 강기가 서리며 전하가 방전되었기 때문이었다.

         

       현 사천에서 뇌기로 만들어진 강기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뇌, 뇌검…!”

         

       “쉿.”

         

       내 정체를 눈치채고 기함하려는 문지기를 제지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두 문지기에 말했다.

         

       “문주님을 좀 뵐 수 있겠소?”

         

       “아, 안에 기별하겠습니다!”

         

       “고맙소.”

         

       한사람이 오두방정을 떨면서 들어가고 남은 한 사람은 얼굴까지 상기된 채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근무가 끝나고 지인들을 붙잡고는 ‘이건 자네들에게만 말하는 비밀일세!’라면서 온 사천에 내 소문을 퍼트릴 표정이었다.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내가 얼마나 잘생겼는지도 온 사천성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열심히 입을 놀려 주겠지.

         

       흐뭇함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이내 문지기가 돌아왔다.

         

       “안내하겠습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

         

       아무래도.

         

       첫 단추는 잘 끼워진 모양이다.

         

       *** ***

         

       뇌검낭인 호천안이 사천성에 귀환한지도 일주일이 지났지만 뇌검낭인 호천안을 둘러싼 소문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호천안의 소문 중에서도 사천성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의외로 호천안의 얼굴이었다.

         

       흑묘. 여일예. 혁기린. 독고이설. 모용연화. 그리고 당도연과 당소열까지 모두 나름의 꽃과 같은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들이었다.

         

       그런 여인들을 여럿 거느리고 여행하는 호천안이었으니 사람들은 그 비결을 제 멋대로 추측했고 그 추측 중에서 정론으로 통하는 것이 바로 호천안 절세미남설이었다.

         

       그 흑립 아래에는 내로라하는 미남들도 울고 갈 얼굴을 감추고 있으니 여인들이 그리 따르지 않겠느냐는 소문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고 거의 정설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을 믿고 남몰래 뇌검낭인을 연모하던 여인 중 한 명이 소문을 부정하며 직접 호천안의 얼굴을 보러 찾아갔다가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했다는 일화는 사천성의 새로운 전설이 되었다.

         

       호천안의 얼굴만큼은 아니지만 호천안의 행보 역시 화제가 되었다.

         

       은밀하게 사천성의 문파들을 방문한 호천안의 목적은 무엇일까?

         

       뇌검낭인과 사천성의 문파장들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었지만 호천안의 방문 이후 심난한 기색을 보이는 문파장들의 대한 소문이 돌며 궁금증은 점차 증폭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천성의 소식을 전해듣고 있는 무림문파들 역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뇌검낭인은 사천성에서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무림문파들이 호천안의 의중을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심할 때. 그런 무림문파들에게 다른 방향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꾸준히 섬서를 향해 나아가고 있던 천마신교. 그런 천마신교의 사자가 섬서의 사파인 서악파를 방문힌다는 소식이었다.

         

       사자가 방문한 이래 서악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연회 준비를 벌이며 주변 사파들에게 초대장을 날리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받은 무림문파들은 그제야 일의 얼개를 짐작했다.

         

       호천안과 천마신교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천마신교가 호천안에게 은혜를 갚겠다고 선포하긴 했지만 그런 천마신교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자는 별로 없었다. 아무리 천마신교의 은인이라고 해도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서 아주 오랜 침묵을 깨고 중원에 진출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무림정복!

         

       천마신교는 호천안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핑계로 무림에 진출했다!

         

       입 바깥에 내지는 못했지만 중원의 수많은 문파들은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로 천마신교는 제2의 혈교가 되어 무림에 세력을 떨치기 위해 진출했는가.

         

       그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수단은 호천안의 행동과 천마신교의 행보였으니.

         

       온 천하의 시선은 천마신교가 방문할 서악파와, 호천안이 활동하고 있는 사천성 쪽에 몰려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천안은 얼굴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못생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절세남이 아닐뿐!

    *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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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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