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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0

       회사의 무협 1팀장을 맡고 있는 무인 백용은 과거 천하의 제일인이라 여겨질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무인임과 동시에 무공을 전수하는 것보다 이 지역 저 지역을 다니면서 식도락을 즐기는 쪽에 집중하는 한량이었다.

       

       애시당초 무공의 수련에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살기 위해 발악하다 보니 어느새 천하제일이 되었을 뿐인 백용은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서도 철없이 놀러 다니다 다른 무인들의 빈축을 사기 일쑤였다.

       

       그가 회사의 사람들을 만나 이계에 발을 들이게 된 까닭도 여기에 있었다.

       

       다른 세계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으냐는 사장의 유혹을 식도락가인 그가 어찌 참아낼 수 있을까.

       

       이러한 백용의 성격은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도 크게 바뀌지 아니했다.

       

       그는 여전히 무술을 수련하는 것보다 먹으러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고 일을 하는 것보다 땡땡이를 치는 걸 사랑하는 남자였다.

       

       때문에 백용은 화령이라는 특이점의 등장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아니했다.

       

       드높은 실력을 지닌 무인이 나타났다고?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인가.

       

       회사에 차고 넘치는 것이 각 세계의 삼존이고 천하의 제일인일지언데 천마 하나가 세상에 강림했다고 무어가 바뀌더냐?

       

       백용은 무협팀의 직원들이 호들갑을 떨 때에도 이런 식으로 무덤덤한 답변을 내놓았고 그 후로 화령이 여러 활약을 벌일 적에도 그녀의 방송에 관심을 가지기보단 자기가 할 일을 빠르게 끝마치고 노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런 그가 화령이라는 존재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일권이 하늘에 닿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하늘을 부수고 세상을 관통하는 것을 목격했을 때였다.

       

       인간의 의지가 세상을 굴복시키는 그녀의 모습은 항상 자신이 지닌 재능이 다른 이에게 돌아갔어야 했다 한탄하던 백용의 심장을 뛰게 만들 정도로 경이로운 것이었으니.

       

       그를 보면서 백용은 처음으로 무공을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었더랬다.

       

       늦게 빠진 덕질이 무섭다는 말을 백용은 스스로의 행동으로 증명해보였다.

       

       해야 할 일마저도 반쯤 내팽개친 그는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화령의 모습들은 눈에 새겼다.

       

       그녀가 영상에 남겨 놓은 수많은 무위들을 보며 감동했고. 그녀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여러 인간적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흘렸으니.

       

       화령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요리 대회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눈을 부릅뜬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요리 대회에서 1등을 하는 것은 우리다!’

       

       겉으로는 무림의 자존심을 외치던 백용이었지만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화령에게 요리를 대접한다는 것.

       

       그리고 1등을 거머쥐어 그녀의 요리를 대접받는다는 것.

       

       마지막으로 화령과 대화를 하며 그녀에게 무에 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것.

       

       무림 전체의 공보다는 개인의 득을 바라는 그는 어찌하면 화령에게 극찬을 받을 수 있을지에 더 치중했다.

       

       본래라면 이 폭주를 무협2팀장이나 그 아래에 있는 직원들이 제지해야했을 터이나 그들도 화령이란 사람의 경지를 추종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잘못된 곳으로 향하는 뱃사공을 말리긴커녕 도와주겠답시고 함께 노를 젓는 이들이 어디로 향할지는 분명했다.

       

       “다들 준비 됐지?”

       “예. 물론입니다.”

       “이거라면 화령님께서도 맛있다고 할 수밖에 없겠죠.”

       “화령님을 만나는 게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네요.”

       “…얼마 전에 그런 것을 봐버렸으니.”

       

       대회 당일. 화령이 오기를 기다리는 무협팀 직원들의 표정은 미묘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화령의 실물을 본다는 것에 기대감을 표출하던 이들이 입술을 우물거리게 된 것은 그녀의 경지를 가감 없이 보게 된 탓이 컸다.

       

       여태까지는 감추어져 있던 화령의 일면만을 보다가 끝이 어디 있는지조차 추측할 수 없는 그녀의 경지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어찌 두려움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들의 헛웃음을 바라보던 백용은 대놓고 한심하단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타박했다.

       

       “하이고. 무인이라는 녀석들이 위를 바라봤으면 오를 곳이 생겨 기뻐해야지 그를 보고 두려움을 느껴서 어찌하자는 게야.”

       

       화령의 경지를 대략 짐작하고 있었던 백용은 그녀의 경지를 마주하고서도 비교적 적은 충격을 받았다.

       

       한 사람의 아득히 먼 곳에 도달한 것을 눈에 새겼는데 어찌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짧은 시간동안 화령의 경지를 눈에 담으며 많은 감정을 느꼈다.

       

       하나는 질투였고, 하나는 경외였고, 하나는 두려움이었고, 하나는 부러움이었고. 그 이외에도 수많은 감정들이 그를 스치고 지났지.

       

       허나 그 끝에 백용이 마음에 새긴 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화령의 경지 옆에 서고 싶다는 너무나도 무인다우면서도 여태까지 백용이 단 한 번도 마음에 새긴 적 없었던 의지였다.

       

       쯧. 다들 어디 명문가의 가주고 무림에서 명성을 떨쳤다 하던 녀석들이 이렇게 얼이 빠져 있어서야.

       

       내 아랫 녀석들을 너무 신경 쓰지 않긴 했군.

       

       그런 생각을 하던 백용은 저 멀리에서부터 다가오는 불온한 기운을 느끼고서 침을 삼켰다.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한 이 게걸스럽고 폭압적인 기운이란. 분명 화령님께서 다루시는 천마신공의 내기다.

       

       그 분이 이 곳에 오시는 거다.

       

       지긋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같은 들뜸을 가진 백용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화령이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만.

       

       “…어?”

       

       그가 눈에 담은 화령의 모습은 그의 기대와는 여러모로 다른 모습이었다.

       

       팔과 다리를 훤히 드러낸 검은 색의 의복. 그리고 그 위에 걸쳐진 하얀 색의 하늘하늘한 앞치마.

       

       손을 가리는 새하얀 장갑과 팔을 가리는 것이 없음에도 손목에 존재하는 소매.

       

       다리에 딱 달라붙어 살갗을 가리면서도 그 선은 그대로 보이는 하얀 내의.

       

       그 끝에 딱딱하고 날카로우면서도 고풍스러운 화령의 얼굴을 확인한 백용은 자신이 뭘 보고 있는 것인지를 고민하느라 이전에 했던 모든 생각을 잊어버렸다.

       

       그것은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화령을 보면 두려울 것 같다던 무협팀 직원들은 눈을 끔뻑이느라 공포를 생각하지도 못했고, 다른 곳에 서 있는 이들도 자기가 뭘 보고 있는 걸까 생각하는 것은 같았으니.

       

       모두들 얼마 전 회사 전체를 공포에 빠트렸던 존재가 왜 세속의 복장을 입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은 채 화령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충격이 가신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나 화령이 어떻게 평가할 지에 대한 연설을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한 순간에 표정과 어투를 달리한 그녀가 내뱉는 말은 세속의 시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천마였을 지어니.

       

       화령이 짧은 연설을 통해 자신의 경지와 권위를 증명함에 따라 대회 참가자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여전히 대부분의 이들이 대체 왜 저런 복장을 입고 온 것일까에 대한 의문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그를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간 큰 자는 존재치 아니했고.

       

       그렇게 요리 대회가 시작을 알렸다.

       

       “일단은 최초에 계획했던 대로 간다.”

       

       무협팀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한 가지 전략을 수립해 두었다.

       

       바로 가장 먼저 음식을 내놓기 위한 전략을 말이다.

       

       본디 음식이라는 것은 텅 빈 배에 갓 만든 따끈따끈한 것을 먹을 때 가장 맛있는 법일 지어니. 무협 팀은 다른 누구보다 빠르게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우위를 점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한 이들이 무협팀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후하하! 아무래도 우리가 제일 빨랐던 것 같군!”

       

       드워프.

       

       미리 대회장에 자신들의 도구로 화덕을 만들어 놓은 그들은 화덕 특유의 고열로 순식간에 음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드워프의 두터운 손 위에 들려 있는 접시 위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본 백용은 입술을 곱씹었다.

       

       “다들 음식 완성될 때까지 속도 늦춰.”

       

       이렇게 된 이상 미리 음식을 만들어두는 것은 악수다.

       

       그보다는 저 음식의 시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음식을 완성하는 것이 옳아.

       

       그리 판단을 내린 백용이 무협팀원들에게 세세한 지시를 내리고 있을 무렵. 심사위원들이 있는 곳에서는 한창 시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야. 이거 맛있네요. 육즙이 너무 가득해서 폭력적이라고 느껴질 지경이에요.”

       

       사장은 술을 마시지 못 하는 게 아쉽다면서 호평을 내놓았고.

       

       “괜찮네요. 염소 고기의 안 좋은 향을 향신료로 잘 죽였어요. 그리고 고온으로 조리했음에도 타기는커녕 적절하고 부드러운 익힘을 만들어낸 기술도 감탄스럽습니다.”

       

       회사의 요리사인 반그로우도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이것이 그대의 세상을 대표하는 요리라고?”

       

       정작 마지막에 있는 화령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드워프가 내놓은 음식을 몇 입 먹고 나서 식기를 내려놓은 그녀는 가만 드워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대놓고 미간을 찌푸렸다.

       

       “진정으로 이게 그대의 세상을 대표한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화령님. 이는.”

       “헛소리.”

       

       단호한 한 마디로 드워프의 말을 일축한 화령은 자신의 짜증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말을 이었다.

       

       “이것은 그대의 세상을 대표하는 요리가 아니다. 우리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한 타협이 잔뜩 들어간 요리지.”

       

       화령이 말한다. 기름기가 적다고. 본래 드워프들이 먹는 음식은 이보다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화령이 말한다. 본래 이 음식에 향신료가 이만큼이나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고기의 향취가 그대로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화령이 말한다.

       

       계속해서 말한다.

       

       이것이 드워프의 요리가 아니란 것에 대해 자꾸만 설명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 설명 속에서 드워프는 식은땀을 흘릴 뿐 그 어떤 답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에 차마 따지고 들 수 없었다.

       

       “본인은 그대의 세상을 대표하는 요리를 먹으러 온 것이다. 이 세상에 맞춰진 요리가 아니라.”

       “…예.”

       “대회의 취지를 오해했던 듯 하니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겠다. 돌아가라.”

       

       반그로우와 사장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드워프를 돌려보낸 아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의 목청으로 대회장 안을 가득 채웠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어설프게 타협하려 들지 말고 그대들의 세상을 대표하는 음식을 만들어라. 그 어떤 수작을 써도 본인의 눈을 속일 수는 없을 지어니. 만일 같은 실패가 반복된다면 내 그 녀석들에게 분노를 쏘아낼 것이야.”

       

       그 외침의 아래에서 대회장 이곳저곳에 소란이 인다. 모두들 심사위원을 만족시키기 위해 레시피를 바꾼 탓에 본래 세상의 요리를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혼란을 지켜보던 화령은 팩 한숨을 내쉬더니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서 입에 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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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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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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