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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0

       “…….”

        

       “…….”

        

       음.

        

       이거 조금 많이 후회되는데.

        

       나는 사실 이게 꽤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시간은 우리가 있었던 때처럼 이쪽 세계 몇 개월이 아제르나에서의 한 시간,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는 않게 되었지만, 그 황제조차도 조금은 유순하게 바꾸어주었던 세상이 아닌가.

        

       그래서…… 음, 나는 황제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어떻게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 결과,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벨라 팬그리폰이었고.

        

       아니, 아무리 나라도 황제의 아이들을 죄다 한꺼번에 데리고 오는 건 멍청한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한 명만 데리고 오는 것도 멍청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한테 뭘 원하는 건데?”

        

       벨라가 나에게 물었다.

        

       아니, 딱히 뭔가 원하고 데리고 온 건 아닌데.

        

       어쩌면 내가 조금…… 감상에 젖었는지도 모르겠다.

        

       황제는 클레어가 자기 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클레어가 황제의 딸이라는 건…… 그러니까 피를 이어받은 존재라는 것은 사실이다. 루카스가 클레어 말고 나를 데리고 가면서 모든 이야기가 꼬였을 뿐.

        

       그리고 여신도 그걸 노린 거였고.

        

       하지만 클레어는 황제가…… 자기 아버지라는 것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인 것 같다.

        

       피를 이어주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그 외의 모든 것, 그러니까 자길 키워주고 딸로 여겨준 진짜 부모는 어디까지나 그레이스 남작 부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 생각에도, 그건 옳은 선택이었다.

        

       뭐, 아무튼.

        

       클레어는 그래도 나의 계획에 협조해주기로 했다. 나름대로 황제의 아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클레어는 다른 황제의 아이인 나도 엄청나게 좋아했으니까.

        

       지금 벨라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나와 클레어, 이렇게 두 사람이었다.

        

       앨리스는 바쁘기도 했고, 충돌하기 전에 먼저 성격을 이해해보려고 이렇게 따로 오는 것을 먼저 시도한 것이다.

        

       “……별로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만.”

        

       나의 말에 벨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보다, 드십시오. 아이스크림 녹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스푼을 들었다. 포장한 것이 아니라 가게에서 먹는 것이라 그런지, 수저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금속이었다.

        

       지금 우리가 와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하면 뭐 엄청 대단한 맛집일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아이스크림계의 패스트푸드나 다름없다. 나 어릴 때만 해도 손도 못 댈 만큼 비싸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워낙 물가가 오르다 보니 이쪽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가격으로 보였다.

        

       하긴, 지금의 나는 물가 같은 것은 굳이 고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스크림을 떠서 입 안에 넣었다.

        

       농후한 초콜릿 맛이 입 안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보통은 음식 먹을 때 조금 은은한 맛을 선호하는 나였지만, 디저트만은 예외다. 특히 차가운 디저트는, 먹으면 혈관에 죄책감이 느껴질 만큼 달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클레어도 나의 취향에 동의했다.

        

       물론 지금 클레어는 아이스크림을 조금 눈치 보듯 깨작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쾌활한 사람이라도, 자기와 함께 있는 두 사람이 서먹하고 사이가 나빠 보이면 차마 마음 편히 있지는 못하겠지.

        

       “…….”

        

       벨라는 나를 의심하는 표정 그대로 보다가, 결국은 스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보면서, 아무렇게나 아이스크림을 푹 찍어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눈이 번쩍 떠졌다.

        

       그렇지?

        

       물론 아제르나에도 아이스크림은 있다. 꽤 그럴싸해서, 이런 곳에서 사 먹는 것과 점도도 비슷하고 맛도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그 맛이 이만큼 ‘다양하지는’ 않다.

        

       냉장 기술도, 운송 기술도. 그리고 제조 기술도 이쪽보다 떨어지는 아제르나다.

        

       이쪽 세상의 대기업이 마음먹고 돈을 팍팍 써 만들어낸 음식은 아제르나에서는 재현하기 힘든 것이리라.

        

       “괜찮습니까?”

        

       “괜찮긴 하네.”

        

       “다행입니다. 그렇게까지 고급 음식은 아니니까.”

        

       “……응?”

        

       “이쪽 세상에서는 그냥저냥 먹을만한 가격입니다.”

        

       “…….”

        

       “적어도 우리끼리 돌아다닌다고 죽을 걱정은 조금 덜 해도 되는 곳이기도 하고요.”

        

       내 말에 벨라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파트도 안전한 곳이니, 한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내가 이쪽에서 갑자기 도망가면 어쩌려고?”

        

       “도망가실 생각입니까? 여기서 살아가는 것이 녹록지는 않을 텐데요. 이 세계의 경제는 아제르나보다 단단해서, 돈 없이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저와 가족인 것으로 되어있으니 더 제한되겠죠. ‘돈이 그렇게 많은 인물’ 취급일 테니까.”

        

       뭐, 따지자면 아제르나 쪽이 훨씬 더 녹록지 않기는 했지만.

        

       “그러니까, 뭐 어쩌라고. 그냥 여기 있는 동안이라도 마음 놓고 지내라고?”

        

       “그런 생각으로 불렀습니다만, 싫습니까?”

        

       “……왜?”

        

       벨라는 정말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음.

        

       나는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 대답했다.

        

       “화해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응?”

        

       “우리는 목숨 걸고 싸운 사이니까요. 화해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로만 전해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죠.”

        

       “……뭐 잘못 먹었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다시 아이스크림을 푹 떠서 입 안에 넣었다. 이번에는 바나나 맛이었다. 과일 바나나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나는 바나나야!’하고 강하게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게 생긴 무언가를 먹는 인공적인 바나나 맛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좋았다. 적어도 저쪽 세상에선 먹기 어려운 맛이었으니까.

        

       “어쩌면 황제와 지내면서 먹은 음식들 때문에 탈이 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네가…… 황제의 편을 들어준다고?”

        

       “아닙니다, 그건.”

        

       나는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황제와 당신의 화해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제가 황제와 지내며 느낀 것 때문에 감정에 조금 변화가 생겼을 뿐이죠. 당신과도 그렇게 화해할 수 있을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벨라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나를 보았다.

        

       “제가 이상한 말을 했습니까?”

        

       “응. 적어도 너 같지는 않다, 얘.”

        

       벨라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 ‘실비아 팬그리폰’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당연히 그 ‘실비아 팬그리폰’은 아닙니다. 그 시절에 제가 가지고 있던 능력이 사라졌으니 지금부터는 조심하면서 살아야겠죠.”

        

       “…….”

        

       내 말에 벨라는 다시 스푼을 들어 아이스크림을 떴다.

        

       “……맛있어.”

        

       “예, 적어도 당장 평화로운 세상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이긴 합니다.”

        

       괜히 감탄하는 벨라에게,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

        

       아파트에 가서는, 앨리스도 데리고 왔다.

        

       적어도 나를 죽이려 들지는 않았으니 앨리스 정도는 데리고 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뭐, 그렇다고 같은 장소에서 같이 자거나 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잘 때는 돌려보내거나, 아니면 우리만 돌아가거나 둘 중 하나 해야지.

        

       “영화…….”

        

       벨라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 영화입니다.”

        

       나는 대답했다.

        

       “이것도 우리 세상과는 여러모로 많이 다르네.”

        

       “아제르나에서는 그야말로 걸음마를 뗀 상황이니까요.”

        

       각종 기법이 연구되곤 있지만 말 그대로 걸음마 수준이다. 아직 발전하려면 한참 남았다.

        

       벨라는 이쪽 세상의 영화에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았다.

        

       소파도 아니고 TV 아주 가까운 곳에서 무릎을 안고 앉아 화면을 보고 있었다.

        

       사실 영화는 특별히 고른 것은 아니다. 그냥…… 벨라가 화면에 뜬 섬네일을 보고 적당한 것을 고른 거다.

        

       내용은 별거 없는 멜로였다.

        

       “마음에 드십니까?”

        

       “……그래.”

        

       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거에 꿈이라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원작에서는 비중이 없는 캐릭터였다. 배경설정으로만 나오는, 본편 시작 전에 사망한 캐릭터니까.

        

       꿈이…… 없을 수는 없다.

        

       인생 역경을 생각해보면 그런 것을 가지기 어렵긴 했겠지만, 보통 그런 상황에서도 사람은 상상이라는 것을 하니까.

        

       이룰 수 없는 꿈이라도, 그저 망상이라도 하는 것이다.

        

       아제르나에서도 배우는 인기 있는 직업이고.

        

       “연기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나의 물음에 벨라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말했다.

        

       “어쩌면, 언젠가 이쪽에서 시도 정도는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죠.”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나는 굳이 더 설득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냥 한번 해보고 싶어서 해본 말일 뿐이니까.

        

       앨리스도, 클레어도, 굳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벨라의 뒤쪽, 소파 위에 나란히 앉아 영화, 그리고 영화를 보는 벨라의 모습을 가만히 보았을 뿐이다.

        

       ……도움이 될까?

        

       자기가 태어난 세상 그 자체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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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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