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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0

    -화륵, 화르륵!

    순식간에 수십개의 광구가 한명을 향해 쇄도한다.

    하나 하나가 두꺼운 유리조차 뚫고 지나갈 정도의 고열을 내뿜는 광구였다.

    그러나.

    -스스슷….

    자신이 쏘아낸 그 어떤 마법도 그와 가까워지면 생일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부는 것처럼 힘없이 꺼져버리는 결과만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루드는 계속해서 마법을 영창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마법을 쏘아내는 것을 멈추면 그가 움직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이 기껏 도망치게 도운 사람들이 위험에 빠지게 되니까.

    “파이어!”

    시루드는 입으로는 영창을 하며 속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이건 수준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자신과 상대 사이의 결코 메워질 수 없는 압도적인 수준의 차이.

    사실, 시루드도 혼신의 힘을 담은 첫 기습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후부터 어느정도 직감하고 있었다.

    그와 자신의 사이엔 넘을 수 없는 압도적인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정도의 극심한 격차라니, 시루드는 그런 감각은 루크 외에는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아는 마법사가 루크와 서드형 정도로 끝이긴 하지만.

    ‘루크는 거짓말쟁이, 나보다 높은 수준의 마법사는 세상에 드물 거라며!’

    시루드는 과거 루크가 자신을 칭찬하며 했던 말을 속으로 원망하며 이를 악물었다.

    사실 루크가 한 말을 엄밀히 따지면 ‘너보다 강한 서클마법사는 현대에서 굉장히 드무니까 그 점은 신경쓸 필요 없다. 너는 현재까지 내가 본 어떤 마법사보다도 강해.’였으니, 루크가 알지 못하는 강자가 있다고 해도 딱히 거짓말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그런 사소한게 중요할리가 없다.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확실히 잘 알것 같아.

    하지만, 시간은 벌어야했다.

    경찰, 아니면 숲지기같은 어른들이 올 때까지의 시간을 버텨야한다.

    이것은 여기에서 오로지 자신밖에 할 수 없는 일.

    힘을 가진 자가 행하지 않음으로 모두를 죽게 만들었다면,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었으니까.

    시루드는 계속해서 마법을 쏟아내며 상대의 기척을 읽었다.

    ‘아직까지는 뭔가 공격적으로 나오진 않고 있어.’

    어쩌면 그는 자신의 어린 외모때문에 방심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경계하고 있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퍼붓는 마법들의 화력이 그의 행동을 묶고 있는 것일지도.

    그 이유가 어떻든지 일단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마법으로 저항하면, 상대도 자신을 어쩌지 못하는 것은 확실하니까.

    그러나 문제는 결국 시간이다.

    마법을 사용할 마나가 무한한게 아니었고, 그것을 다루는 자신의 집중력과 정신력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도 이대로라면 금방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이 뻔했다.

    이런 대치도 분명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역시, 죽게 될까?

    -오싹.

    온몸에 싸늘한 감각이 쏟아졌다.

    한순간이지만  자신의 죽음을 가정하는 것만으로 두려운 감정이 들았던 것이다.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죽음을 진지하게 떠올려본 경험따위 있을리 만무하다.

    그것도 200년 이상 살아갈 수 있을 하이엘프의 피를 잇는 시루드라면 더더욱.

    그러니 문득 공포의 감정이 드러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절대 아니리라.

    ‘후우…’

    하지만, 시루드도 마법사.

    잠깐 떠오른 감정을 순식간에 다잡는다.

    마법을 사용할 때에 공포나 우려는 독이니까.

    익숙한 작업이다.

    시도 때도 없이 다가와 심장을 뛰게 만들던 루크 덕분에, 이런 사소한 감정의 조절은 이제 너무나도 간단해졌으니.

    그런 면에서, 루크는 정말로 자신의 마법 스승이었던 셈이다.

    ‘루크가 여기에 있었다면, 저런 녀석은 한방에 해치워버릴 수 있었을까?’

    시루드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루크가 마법으로 자신에게 진심을 내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고, 그것을 전투에 활용하는 것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루크가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루크가 지는 상상부터가 불가능하다고 해야할까.

    그야, 루크는 언제나 이겨왔으니까.

    공부도, 요리도, 운동도, 심지어는 간단한 게임조차도.

    허나 루크는 지금 여기에 없다.

    없는 사람에게 기대를 품어봐야 쓸모가 없지.

    게다가 루크의 집에서 여기까지는 오는 데에만 2시간 넘게 걸리는 위치.

    지금은 부른다고해도 루크네 집에 개인용 비행정이나 비행기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기는 아주 어려웠다.

    그렇다고 낙심하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시루드의 기억 속에는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시루드는 잠시 예전에 루크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

    “루크! 나보다 강한 상대를 이기는 법도 알려줘!”

    시루드의 갑작스런 질문에 루크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을 배우다 말고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었더니, 그런 쓸데없는 걸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루크는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는 대답했다.

    “단련해서 그 상대보다 더 강해져라.”

    너무나도 당연한 말.

    그에 시루드가 반발하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언제든 바로 쓸 수 있는 거! 뭔가 쓸만한 반칙같은 거 없어?”

    루크는 맨날 정공법만 알려주니까 질린다.

    물론 그게 제일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건 알겠다.

    그건 알겠는데, 방식이 죄다 너무 직선적이야.

    이제는 뭔가 허를 찌르는 기발한 방식도 알고싶은데.

    시루드도 혼자서 이런저런 꼼수를 생각해보긴 했지만, 결국 대부분 ‘이게 정말 맞나?’싶을 정도로 너무 엉성해서 써먹지 못할 정도에 그쳤다.

    그렇다보니 궁금해지는 것이다.

    잔머리도 머리좋은 애가 잘 굴린다고, 루크가 그런 꼼수를 모를리가 없으니까.

    “허허, 시루드. 어찌 그렇게 날로 먹으려 드느냐? 처음 배울 때부터 꼼수를 생각하면 나중에 오히려 생각이 갇히게 돼.”

    그래, 처음 배울 때에 꼼수를 익히고 그것을 의식하게되면, 사람은 오히려 그 방식에 집착하게된다.

    버릇이 들어버린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반칙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자신이 어기고자하는 규칙이 무엇이고 그에따른 결과가 어떨지 더욱 정확하게 알아야 제대로 할 수 있다.

    언제나 돌아가는 방법은 바르게 난 길을 걷는 것보다 멀리 가는 법이니까.

    그러니 결국 최고는 역시 노력해서 더욱 높은 경지에 이르는 것.

    자신이 가르치는 것은 단지 그것으로 족하다.

    “그래도!”

    그럼에도 시루드가 재촉하자, 루크는 한숨을 쉬며 되물었다.

    “하아, 대체 뭐에다가 이기려고?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꾸나.”

    들어보고 정말 타당하면 가르쳐주겠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루크의 말에, 시루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니, 꼭 지금 뭐에 이기려는 건 아니고. 혹시 모르잖아.”

    “모르긴 뭘?”

    루크의 말에 시루드는 곧장 핑곗거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음! 그래도 엄청 위험한 흉악범이 있는데, 그사람이 11살짜리 알비노 엘프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거잖아. 혹시 알아? 내가 오늘 길가다가 어떤 나쁜 대마법사하고 마주치게 될지.”

    참으로 어린아이다운 지엽적인 가정이었다.

    루크는 간단하게 반박했다.

    “굳이 알비노 엘프를 노린다니, 대마법사가 할 일이 없나? 애초에 마법으로 너보다 강한 마법사가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느냐. 게다가 에이레스의 치안이 그렇게 위험한 것도 아니고, 너도 어디 뒷골목을 경호원도 없이 돌아다닐 것도 아니지 않으냐.”

    맞는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11살짜리 남자아이의 고집을 꺾을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조금 부족했지만.

    “그래도 그건 혹시 모르는 거 아냐?”

    엄밀히 따지자면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0%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아니 억에 하나라고해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는 하니까.

    결국 루크는 그 고집에 못이겨 대답하기 시작했다.

    “하아, 그래. 반칙같은 건 아니지만, 간단한 이치는 알려주마. 뭐, 이건 앞으로 만나는 어떤 상대든 통용되는 거니까.”

    “아싸!”

    시루드는 드디어 재미없는 수식과 역사, 천문학과 점성술의 늪에서 빠져나왔구나 하는 생각에 주먹을 쥐고 만세를 불렀다.

    게다가 ‘어떤 상대든 통하는 방법’이라니?

    아주 흥미롭기 짝이 없었다.

    루크는 책을 덮고는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눈이 좋아야해.”

    “눈? 나 그래도 시력은 괜찮은 편인데.”

    “그런 게 아니라, 관찰력이 좋아야 한다는 거다.”

    “…관찰력?”

    “그래, 관찰력.”

    루크는 말을 이었다.

    “충분한 관찰력이 있으면, 어떤 상대든 이길 수 있지.”

    “보는 것 만으로 그게 된다고? 그냥 보기만 하는 걸로 대체 뭐가 바뀌는데?”

    “많은 것이 바뀌지.”

    시루드는 반신반의했다.

    루크는 뭐, 상대를 관찰하면 저 눈에서 빔이라도 나가나?

    아니, 잠깐. 

    그거 왠지 루크라면 할 수 있을 법 한데.

    그런 의미로 한 말인가?

    시루드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들어보면 간단한 거다. 상대를 차분히 파악하는거지. 잘 보면 보인다. 그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쉽게 말하면 약점과 강점이 보인다고 해야할까? 만일 네가 상대를 이기고싶다면, 그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모두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중에서 하나는 이용할 수 있는 게 반드시 있게 마련이지.”

    선문답같은 루크의 말에 시루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금 물었다.

    “어떻게? 예를 들면?”

    “예시를 들자면……, 그렇지.” 

    루크는 가볍게 입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시루드, 네가 날 이기고 싶다는 건 잘 알겠으니 나를 예시로 들어볼까.”

    갑작스런 루크의 말에 시루드는 입을 다물었다.

    “……!”

    역시 들켰나?

    “아까부터 괜히 시선을 피하듯 다른 쪽을 향하는 걸 보면, 뭔가 내게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 정돈 알지.”

    “…….”

    과연, 이게 관찰력의 힘인가?

    시루드는 금방 루크가 말하려고 하는 바를 이해했다.

    “그래, 와닿는 예를 한번 들어볼까? 지금은 꽤 승률이 높지만, 몇개월 전 내가 너에게 슈퍼매직리그를 배울 때엔 엄청나게 지지 않았더냐?”

    시루드는 그때를 회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랬지. 엄청 난리였어.”

    마법사가 왜 이렇게 약하냐고, 내가 직접 싸워도 이것보단 낫겠다고 아주 화를 냈었지.

    “사실 당연한거였지. 나는 그때 게임을 처음 해보는 거였으니까.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모르는 걸 잘 할수는 없는 법이지. 그리고 너도 나를 관찰했다면 알았을거다. 내가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응, 그랬지.”

    “그걸 알았다면, 뭔가 조건을 걸고 내기를 거는 것도 가능했을 거다. 물론, 내가 거부하지 않을만한 제안을 해야겠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이 어느정도인지 다시 한번 관찰해야 할 테고.”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는 루크에게 고개를 끄덕이던 시루드는 문득 생각했다.

    “그럼 지금은 네가 모르는 게 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아나? 모르는데.”

    “아.”

    —–

    ‘관찰력, 이라고 했지.’

    당시 루크의 얄미운 모습을 떠올리던 시루드가 눈을 뜨며 생각했다.

    ‘거 봐, 혹시 모른다니까.’

    결국 시루드는 그날 루크를 닥달하여 그것을 배운 자신을 칭찬했다.

    덕분에 지금은 확실히 아니까.

    상대를 관찰해 약점, 강점,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파악하는 방법과, 보는 것으로 무언가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상대를 집중해서 보다보면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들이 보인다.

    뭐, 사실 실시간으로 모르는 것들을 학습해 갱신해나가며 이렇다 할 버릇이나 약점도 두드러지지 않고, 결정적으로 그 방법을 진작부터 자신에게 써왔던 루크에게는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때는 오늘 루크는 레몬민트향 샴푸로 머리를 감았구나, 옷은 라벤더향 세제를 썼나? 같이 쓸데없는 것만 보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루드는 테러리스트의 행동 하나하나를 집중하며 보기 시작했다.

    ‘?’

    그러고보니, 저 가면 아까부터 계속 손으로 잡고 있네.

    자주 흘러내리는 건가?

    아니, 그런 것 치고는 얼굴에서 좀 허술하게 떨어져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얼굴에서 떨어지려는 가면을 받으려고 저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니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반드시 가면을 만지고 있었어.’

    자신의 마법을 지워낼 때에도, 출구를 폭파시켰을 때에도, 흙먼지를 잠재웠을 때에도, 그는 계속 가면을 저렇게 쥐고 있었지.

    그러고보니, 폭파하고 디스펠 외의 마법을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정상적인 서클 마법사라면 응당 수많은 원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상하잖아, 그동안 이걸 왜 놓치고 있었을까?

    명백한 단서.

    시루드는 추리했다.

    ‘혹시 저 가면이 마법을 사용하는 아티팩트인가?’

    지금 관찰한 것만 보아서는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가 귀여웠을 때를 생각하는 시루드……! 지금 루크를 보면 기절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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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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