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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0

        

         

       사람들이 자주 가십거리로 떠드는 이야기가 있다.

       술자리에서, 친구끼리 모였을 때, 할 이야기가 없을 때, TV를 보면서….

         

       심심풀이로 하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

         

       그리고 이러한 가십거리 중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흥미를 느낄만한 주제.

         

       『 과연 가장 강한 능력자는 누구인가? 』

         

       고전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화젯거리.

         

       누가 가장 강한가?

       누가 최강인가?

         

       이 짧지만, 효과적인 주제는 사람들에게 열기를 불러일으킨다.

       어떤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크게 얻고 있는 전투마법사를 입에 담고, 어떤 사람은 신수(神獸)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엄청난 소환수를 부리는 소환사를 입에 담는다. 어떤 사람은 영화에나 나올법한 거대 로봇을 만들어서 끌고 다니는 연금술사를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초월종과 계약한 사람을 말하고, 어떤 사람은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무인들이야말로 최강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일명 ‘VS 놀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신나는 화젯거리에는 수많은 시나리오가 뒤따라오기 마련이다.

         

       ‘대마법을 미리 사용해놓은 상태라면 마법사가 가장 강하다.’

       ‘소환수의 능력이 개체나 종마다 얼마나 다른데 그런 걸 따지냐.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기도 전에 입에서 광선 같은 걸 발사해서 마법사를 증발시켜버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그렇게 따지면 무인이 최강이다. 기척을 죽인 채 접근해서 모가지를 딱 썰면 다 죽지 않느냐.’

       ‘그렇게 따지면 계약자가 최강 아니냐. 권능이 얼마나 대단한데….’

         

       if.

       수많은 가설과 만약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최강이 가장 강하다고 수없이 주장했고, 이러한 주장은 일반인 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송계에도, 고위층에도, 심지어는 능력자들 사이에도 번져나간다. 특히나 정보가 잘 전달될 수 있는 현대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더욱 강력하게 말이다.

         

       하지만 능력자 대부분은 이러한 ‘VS 놀이’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마법사를 예로 들어보자.

       전투마법사가 강한 건 인정을 한다.

       하지만 그냥 그뿐이다.

       당장 논문을 발표하는 마법사들이 얼마며, 역사에 이름 새기겠다고 연구를 거듭하는 마법사가 몇이던가.

       전투마법사가 강한 건 인정은 하는데, 그렇다고 다른 마법사가 전부 그 아래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분야가 다른 것이다.

       대부분의 마법사는 누가 싸움을 잘한다면서 순위를 매기기보다는, 그 시간에 연구하거나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물론 전투마법사들끼리는 나름의 호승심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호승심이 있기는 하되, 전투마법사들 대부분이 군(軍)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호승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힘을 직접 휘두르기는 힘들었다. 막말로 군 소속 전투마법사가 다른 나라 군 소속 전투마법사와 싸워서 중상을 입히거나 죽이기라도 한다면, 국가 간 마찰은 기본이고 최악에는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소환사?

       소환수의 강함에 대해서는 나름 신경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그뿐이다.

       그들은 소환수로 한탕을 하거나, 가장 강한 소환수를 가지고 있다는 명예를 추구하기보다는…소환수와 행복한 미래를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격적이거나 호전적인 면모 대신, 소시민적이고 소소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 소환사들의 특징이었다.

       다만 자신이나 소환수가 공격당했을 때 눈이 돌아가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소환사들은 동물 중에서 코끼리나 코뿔소 같은, 강한 힘을 가진 초식 동물과 흡사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리라.

         

       연금술사?

       이들은 전투력이 아니라 연구에 미쳐있는 족속들이다.

       만약 이들이 호승심을 느낀다면 그건 전투력이 아니라, 연구 분야 같은 학술적인 부분이리라.

         

       계약자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무리해서까지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을 항상 긍정해줄 초월종이 옆에 딱 달라붙어서 애지중지해주니, 인정 욕구가 다른 능력자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투?

       옆에 붙어있는 초월종이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리가 없다.

       싸움을 거는 것도, 싸움에 걸리는 것도 초월종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위협이었으니까.

         

       소중한 계약자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거야말로 재앙이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이들은 자신의 계약자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말릴 것이고, 만약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계약자를 움직이게 해서 그 위협을 조기에 잘라버리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능력자들 역시 비슷비슷하다.

       마녀의 경우에는 젊음과 관련된 연구를 하느라 바쁜데다가, 최강인지 뭐니 하는 타이틀이 붙으면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주술사의 경우에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활동하는 것도 바쁜데 그런 것 따위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았고.

         

       이렇듯 누가 최강이냐 하는 것은 능력자들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었다.

         

       단 한 부류를 제외하면 말이다.

         

       무인(武人).

         

       무공을 익힌 능력자들.

         

       기를 다루고, 육체를 단련하는 이들.

         

       다른 능력자들과 다르게 이 무인이라는 족속들은 서열에 매우 민감했다.

       이들이 익힌 무공(武功)이 지는 순간 죽거나 불구가 되는 전쟁터와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들이 익힌 무공이 서열을 명확히 하고 무리를 짓게 만드는 본능을 일깨우기라도 하는 것일까?

         

       정확한 정답은 알 수는 없다.

         

       어떤 학자는 무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전투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의 분비가 늘어나게 된다고 가설을 세우기도 했고, 어떤 학자는 무공이라는 것이 생존본능을 자극하며 무인을 공격적인 성향으로 만든다고 하기도 했으며, 어떤 학자는 무공에 숙달될수록 교감신경이 발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전투에 적합하도록 사람의 신체가 전투하기에 최적화 된 신체로 점차 변해간다고 하기도 했다.

         

       이렇듯 수많은 가설이 있으나…. 안타깝게도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무인은 서열을 나누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

       사람들이 흥미로 떠드는 ‘VS놀이’를 그냥 놀이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확인하기 위해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무기를 휘두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인들의 태도는 당연하겠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질서’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예를 들어보자면, 옛날의 무인들은 법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낮에 칼을 뽑아 들고 서로 칼부림하고, 때로는 도장에 쳐들어가서 제자를 다 죽이고 도장의 주인과 싸우고, 때로는 결투를 받아주지 않는 상대를 열받게 하려고 상대의 재산을 때려 부수거나 집을 점거하기도 하는 등….

       일반적인 사회 통념으로 볼 때는 용납할 수 없는, ‘범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무인들의 일이라고 소리높여 주장했다.

         

       하지만 행정력이 나라 곳곳에 미치지 못하는 중세도 아니고, 현대에 이런 짓이 용납될 리가 있겠는가?

       하물며 무인을 군(軍)으로 제압하기 힘들었던 시절도 아니고, 온갖 첨단 무기들이 가득한 지금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덮어놓고 안 된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본래 그릇에는 한도가 있고, 욕망은 한도가 없는 법이 아니던가.

       그냥 덮어놓고 안 된다고만 한다면 언젠가 욕망이 펑 터져버리며 어떤 사건·사고를 일으킬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무인들은 ‘건전한’ 방법으로 서열을 나누고자 하는 무인들의 욕망을 해소할 수 있게 했으니.

       그것이 바로 각종 무술대회였다.

         

       쓸만한 무장을 뽑기 위해 왕들이 행했던 그런 대회가 아닌, 서열을 확실하기 나누고 자신의 무공을 뽐낼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축제와도 같은 대회.

       사람을 죽일 수는 없고 유혈이 낭자하지는 않지만, 그 대신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

         

       이러한 축제는 무인들, 그리고 각국 정부의 지원 속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이러한 축제는 한국에도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충주 세계무공축제’였다.

         

       이 축제는 90년대부터 충청북도 충주시에서 행한 축제로, 처음에는 ‘세계무술축제’라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무술보다는 무공이 더 이목을 끌지 않겠냐는 제안으로 세계무공축제라고 이름이 바뀌었다.

       그와 함께 축제의 내용이 좀 더 범용적인 ‘무술’에 힘을 쓰던 과거와는 달리, 무공을 익힌 무인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겪은 축제는….

         

       대성공했다.

         

       사람들의 관심이 확 늘어난데다가, 시기가 잘 맞은 것인지 중국과 일본의 무인들이 대거 축제에 참여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무인들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을 본 다른 나라의 무인들 역시 덩달아 축제에 참여하기까지 하면서 축제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러한 성황은 지금까지 이어졌으며, 작금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축제 이상으로 확장되기까지 했다.

       자기 제자들을 데리고 와서 견문을 넓혀주고 다른 이들과 교류하게 하거나, 무인들끼리 친분을 나누거나, 도장끼리 자매결연을 하거나 협력을 약속하는 등…교류의 장으로의 역할을 겸하기까지 한 것이다.

         

       이러한 대성공에 충주시는 기뻐하면서 세계무공축제에 힘을 쏟았다.

       축제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었고, 무인들이 편히 머무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했다. 거기에 무인들이 충주시에 ‘지부’를 만들 수 있도록 혜택을 퍼부어주었으며, 도장이나 훈련장을 만든다고 하면 전국 곳곳에 있는 건축가나 장인들을 연결해주기까지 했다.

         

       이러한 충주시의 노력 덕분에 충주시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무인들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게 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양(陽)이 있다면 음(陰)이 있고, 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충주시는 많은 무인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도시도 발전시켰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부작용이란 무인의 성정과 관련이 있는 것이었다.

         

         

         

        * * *

         

         

         

       “그딴 무공 실력으로 잘도 이런 곳에 올 생각을 다 했군. 창피하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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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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