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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1

       위기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청해성에 닥쳐온 위기 또한 그러했다.

         

       하루가 멀다고 나날이 늘어가는 마물들의 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무렵.

         

       “연합에서 지원이 왔다!”

       “물자도 잔뜩 가지고 왔어!”

       “마물 놈들 다 죽었어!”

         

       연합의 본거지에서 발생한 우여곡절로 인해 차츰 늦어지던 지원군이 도착했다.

         

       백익단과 흑익단.

         

       정파와 사파의 정예들로 구성된 두 개의 집단이 하나 되어 탄생한 쌍익단!

         

       그들의 등장은 암운이 드리운 청해성에 한 줄기 빛이 되었다.

         

       “거기서 천광검신께서 글쎄…!”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허어! 연합도 이곳만큼 커다란 우환에 시달려 있었구만….”

         

       그들이 퍼다 나른 이야기에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 있던 이들에게 이해를 불어넣었고.

         

       “쌍익단! 돌격!”

         

       하나로 똘똘 뭉쳐 돌격하는 선봉대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여 공포를 걷어냈다.

         

       “그대의 소속은 어디인가!”

       “나, 나는 정파 소속이오만…?”

       “틀렸다! 우리는 연합이다! 정파와 사파를 떠나 공통된 적으로 하나 된 연합이란 말이다!”

         

       백우진의 말에 감화된 그들의 행동으로 청해성에 모여든 정파와 사파의 무인들 또한 점차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명령 체계의 일원화가 이루어지고, 조직력이 두 배 이상 강해졌다.

         

       정파와 사파의 무인들이 뒤섞여 마물을 몰아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그림과도 같았으니.

         

       “허어…, 이대로라면 전선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나아갈 수도 있겠어.”

       “참으로 그렇습니다. 천광검신이 이번에도 아주 큰일을 해주었습니다.”

         

       청해성 인근으로 물러났던 전선은 어느덧 원래의 자리를 회복했고, 어쩌면 이보다 더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희망마저 생겼다.

         

       전선을 더욱 밀어내 고착화할 수만 있다면 언제고 벌어질 마교와의 전쟁에서 적의 공격로는 제한하고 아군의 공격로는 더욱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

         

       상황이 점차 안정됨에 따라 현재 형성된 전선 위로 치고 올라갈 작전을 수립하고 있던 그때.

         

       “마, 마물이다!”

       “마을에 마물이 나타났다아!”

       “살려주세요!”

       “아, 아버지!”

         

       갑작스러운 혼란이 찾아왔다.

         

       철통같이 지켜내고 있는 청해성 안에 마물이 나타나 마을을 휘젓기 시작한 것.

         

       하나 혼란은 크지 않았다.

         

       마을에 나타난 마물의 수는 고작 서너 개체.

         

       그들이 무언가 큰 혼란을 자아내기도 전에 순찰하는 무인들의 손에 처리되었다.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던 주민들도 빠르게 일상을 회복했다.

         

       그러나 이 작은 사건은 마을 주민과 무인들에게 미약한 불안과 공포를 남겼다.

         

       언제 또 마물이 나타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감.

         

       그들의 손아귀에 걸려 끔찍하게 죽고 말 거라는 공포감.

         

       “성내 백성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뇌부가 내린 결정은 다름 아닌 순찰 강화였다.

         

       순찰 인원을 늘리고, 주기를 앞당겨 성내 보안을 더욱 철저히 하는 것.

         

       한 조가 지나갔다 싶으면 이윽고 보이는 다음 조의 모습은 불안에 떨고 있던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평온케 했다.

         

       다만, 순찰하는 무인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조금씩 갉아 먹혔다.

         

       특히 마물과의 전투가 벌어진 날은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빌어먹을…, 조금 전까지 마물들과 생사결을 벌였는데 순찰이라니.”

       “어쩌겠나.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라야지.”

         

       순찰에 쓰이는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필연적으로 당일 전투에 나선 이들도 이따금 순찰조에 포함되는 일이 생겨났다.

         

       그럴 때마다 무인들의 작은 불만이 쌓이고, 체력과 정신력은 소모되었다.

         

       그들의 노고에 이어지는 별다른 사건 없이 마을 주민들의 불안 또한 서서히 사라져갈 무렵.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니, 다름없다고 여기고 나선 전장에서 특이한 마물들이 눈에 띄었다.

         

       “크르르…!”

       “주, 죽인…, 다…!”

       “모두 주, 죽여야, 죽, 죽여야.”

         

       울부짖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마물들의 입에서 어수룩하긴 해도 중원의 말이 내뱉어진 것!

         

       놀라운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마디 또는 두 마디.

         

       그것조차 더듬어가며 말을 내뱉는 마물은 움직임에서도 평범한 마물들과 달랐다.

         

       “주, 죽어….”

         

       살기 어린 말과 함께 마물은 체계적인 움직임, 즉, 초식에 따른 일정한 투로를 선보였다.

         

       그들의 공격에 엉성하고, 어설프나마 체계가 덧씌워졌다는 뜻.

         

       고작이라 부를 만큼 조악하고 엉성했으나, 그것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그들의 본능적인 움직임에 매몰된 연합원들의 생각의 틀을 깨부수며 목숨을 빼앗았다.

         

       쌍익단의 무인들을 비롯한 청해성 내 무인들이 크게 당했다.

         

       “후, 후퇴! 일단 후퇴하라!”

         

       결국 그들은 후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쌍익단이 청해성에 도착한 이후 첫 퇴각 명령임과 동시에 패배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겪은 첫 패배.

         

       이는 연합의 무인들에게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낳았다.

         

       그것도 매우 좋지 못한 쪽으로.

         

       그러나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는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여전히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엉성한 초식 따위야 눈에 익기만 하면 피하는 것은 수월했기에.

         

       결과 또한 그러했다.

         

       “적응되니까 이놈들도 별거 아니잖아?!”

       “그러게나 말일세! 괜히 겁먹은 내가 부끄러워지려 하는구먼!”

         

       첫 패배 이후 이어지는 연전연승.

         

       끊어질 뻔했던 흐름을 되찾고, 청해성에 드리운 긴장을 서서히 걷어내고 있을 즈음.

         

       또 한 번 마물들에게서 변화가 관측되었다.

         

       엉성한 초식이 한층 더 정교해졌나?

         

       아니었다.

         

       이번의 변화는 그들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콰직!

         

       인간보다 세 배, 네 배나 되는 두꺼운 허벅지를 가진 마물의 각력이 더욱 강력해졌다.

         

       등에 촉수를 매단 마물은 더 많은 촉수를 짊어졌고, 더 빠르게 쏘아냈다.

         

       비대한 상체를 가진 마물의 몸통 박치기로 진형이 무너지고.

         

       온몸이 단단해지는 마물은 검기조차 막아낼 수 있게 되어 두꺼운 벽이 되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검기마저 통하지 않다니!”

       “쿨럭…!”

       “크허억!”

         

       그들은 또다시 패배했다.

         

       첫 번째 패배보다 더 아프고, 참혹하게.

         

       날뛰기 시작하는 마물들에 의해 당황한 연합원들의 조직력은 무너졌고, 목이 터져라 소리 높여 그들을 지휘하던 간부는 날아드는 촉수에 의해 목을 꿰뚫려 숨을 거뒀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몰려든 마물들에게 처참하게 당할 무렵 전해진 퇴각 신호.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이들은 뒤늦게 깨달았다.

         

       지난 전투, 또 그보다 지난 전투에서도.

         

       내내 제 옆을 지켜주던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사기의 저하를 우려하여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전투에서 무려 삼 할이나 되는 인원이 마물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이는 마물의 상대법이 정리되지 않았던 초창기 시절에 겪은 패배 이후 처음 있는 대패였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그들을 더욱 궁지로 내몰았다.

         

       “후, 후퇴하라!”

       “후퇴하라!”

       “후퇴…!”

         

       이어지는 후퇴 또 후퇴.

         

       호기롭게 나섰다가 패배하는 일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전선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거듭되는 패배에 모두의 사기가 바닥에 처박혔을 즈음.

         

       다음의 전투가 분수령이 될 것임을 깨달은 한 사내가 조용히 칼을 뽑아 들었다.

         

       “우, 운중유선(雲中遊仙)께서 전장에…!”

         

       운중유선(雲中遊仙) 명현(明賢).

         

       청해성의 수뇌부를 이끄는 수장이자, 곤륜산에 적을 둔 곤륜파의 태상 장문인.

         

       곤륜의 성명절기 중 하나인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을 대성하여 그가 신법을 사용하여 전투를 치를 때면 꼭 구름 속을 노니는 신선 같다고 하여 운중유선이라 불리는 곤륜의 기둥.

         

       일찌감치 현경에 올라 정파 무림의 세 기둥으로 자리매김하여 세인들이 부르길 선존(仙尊).

         

       누군가는 말한다.

         

       그가 욕심부릴 줄 아는 성격이었다면 그의 별호는 선존이 아니라, 검존이 되었을 것이라고.

         

       검으로 능히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음에도 내어준 타고난 성정을 칭송하며 사람들은 말했다.

         

       ‘그가 신선이 되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될 수 있으랴!’

         

       그 말에 크게 공감한 사람들은 그에게 선존이라는 새로운 별호를 지어주었다.

         

       인격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중원 무림의 최고를 앞다투는 이의 등장은 바닥까지 떨어져 있던 연합원들의 사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사악한 존재를 처단하라!”

         

       늙수그레한 음성 속에 담긴 웅혼한 힘.

         

       이에 감화된 무인들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이는 명현 또한 마찬가지.

         

       그는 운룡대팔식을 운용하여 마물들의 틈새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검강을 흩뿌렸다.

         

       운룡대팔식과 더불어 곤륜파의 또 다른 절기로 손꼽히는 태허도룡검법(太虛屠龍劍法).

         

       구름 속을 노니는 용의 형상이 검에 깃들 때마다 마물들이 우후죽순 갈려 나갔다.

         

       단숨에 수백 마리의 마물을 해치운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승기를 잡아야 한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체내의 내공이 뭉텅뭉텅 소모되고 있음을.

         

       ‘세월이 야속하구나.’

         

       그의 세수는 올해로 구십구 세.

         

       한 해만 더 버티면 백 세에 접어드는 고령이었다.

         

       삐걱거리는 몸으로 전투를 치르기 위해선 내공을 퍼부어야만 했고, 흐릿해진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선 몇 배나 더 많인 심력이 필요했다.

         

       존재 자체만으로 태산과도 같은 무게를 자랑하는 그였으나, 세월의 흐름을 정통으로 맞은 몸은 녹슬고 이 빠진 검에 불과한 상태.

         

       “흡…!”

         

       그런데도 그는 검을 휘둘렀다.

         

       청해성에, 중원 무림에 드리운 암운을 닳아 빠진 노구(老軀)로 걷어낼 수만 있다면.

         

       ‘이 목숨이 대수랴…!’

         

       검에서 출수한 한 마리의 용이 또 한 번 마물을 산산히 조각내었을 때였다.

         

       “허억, 허억…!”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던 바로 그때.

         

       그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런…!”

         

       기척을 숨긴 채 제 등 뒤를 점한 존재를.

         

       황급히 뒤로 돌아선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인간도, 마물도 아닌 애매한 영역에 걸쳐 있는 여인이었다.

         

       흰자위 없이 온통 새까만 눈에 담긴 노구(老軀)를 통해 제 모습을 확인한 그는 깨달았다.

         

       ‘늦었다.’

         

       피하거나, 막아서기엔 늦었음을.

         

       찰나에 그는 제 목숨을 포기했다.

         

       가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온갖 불길함을 끼얹는 인마의 여인.

         

       ‘저 악독한 것을 길동무로 삼으리라…!’

         

       체내의 내공이 요동친다.

         

       얇은 검면에 내기로 이루어진 용의 형상이 섬세하게 새겨진다.

         

       심장을 찌르고 들어오는 여인의 날카로운 손톱을 보며 그 또한 검을 내질렀다.

         

       “함께 가자꾸나, 이 악독한 것!”

         

       검과 조.

         

       각기 다른 비수가 서로의 심장을 꿰뚫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독자님들.

    이번에도 또 하루를 연재 못하고 넘기고 말았습니다,,,

    사실 요즘 이 글을 쓰는 게 조금 힘겹습니다.

    완결이랑 거기까지 가는 구상은 다 끝마쳤는데, 더 나은 결말은 없는지 생각하고,

    또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도 한 문장, 한 문장 더 예쁘게 쓰고 싶어서 썼다 지우는 게 더 많고,,,

    여러모로 제 욕심으로 독자님들께 폐를 끼쳤습니다.

    내일부터는 조금 더 확고한 생각으로 단단하게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일 연재를 해야 하는 웹소설은 연재 타이밍조차도 중요하다는 명제를 자꾸 잊었네요.

    완결까지 다시는 이런 모습 보이지 않도록 바짝 조이겠습니다.

    한 번만 더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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