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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1

       *** ***

       

       ‘지루하군.’

         

       위서련은 나른한 표정으로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면서 비굴한 웃음을 짓는 이들만 한가득이었다.

         

       운남의 암룡문과 사파들은 그나마 수준 높은 이들이었는가.

         

       위서련은 입맛을 다시며 생각했다.

         

       이렇게 지루할 줄 알았다면 서공이라도 받아 놓을 걸 그랬다고.

         

       그 따끈따끈하고 말랑말랑하면서 부드러운 털가죽을 쓰다듬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는데 말이지.

         

       ‘뭐, 그래도 아버님의 처지보다는 낫나.’

         

       위서련은 위지천 쪽을 바라보았다.

         

       “하하하하!!”

         

       “허허허!”

         

       위지천은 웃음을 터트리는 서안사파의 문파장들 사이에서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위서련은 그 무표정 사이에서 느껴지는 짜증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위서련은 술잔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호천안, 그대는 이제 큰일 났군.’

         

       위서련은 호천안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위지천의 속내에 쌓인 분노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고생 깨야 해야 할 테니까.

         

       “하하하! 이렇게 천마님의 존안을 뵙게 된 것만으로도 삼생의 영광입니다만. 신교의 성자님이신 뇌검낭인 호천안 대협을 뵙지 못한 것은 아쉽군요.”

         

       때마침 문파장 중 한 사람이 호천안을 언급했다.

         

       “소문으로는 사천성에서 볼일을 보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은근슬쩍 호천안의 소식을 묻는 문파장들.

         

       위지천은 술 한 잔을 입에 털어넣고는 입을 열었다.

         

       “섬서에 머무는 동안 성자가 올 일은 없을 것이다.”

         

       위지천의 발언에 문파장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허어. 감히 짐작해 보자면 성자님께서 사천성에서 해결해야 할 볼일이 중한 모양이군요.”

         

       “필시 깊은 뜻이 있으시겠지요.”

         

       문파장들은 위지천의 속을 떠보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들에게, 아니 무림맹에 가입할 수 없는 무림문파들에게 있어 천마신교의 행보와 의도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으니까.

         

       천마신교를 이끼는 위지천의 의중에 따라 천하의 구도는 그 양상이 전혀 달라진다.

         

       천마신교가 정말로 혈교만을 물리친 뒤에 신강으로 돌아가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신교라 한들 천하 각지에 흩어진 혈교의 영물을 전부 청소하지는 않을 터.

         

       시간은 걸리겠지만 각지에 흩어진 영물들을 정리하는 건 정파가 될 테고 천하의 민심은 정파 쪽으로 쏠리게 될 터.

         

       각지에서 정파와 대립하고 있는 사파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사태다.

         

       반면 천마신교가 천하에 세력을 떨칠 생각이 있다면 어떨까.

         

       천마신교가 승리한다면 각지에 퍼진 영물을 핑계로 천하에 세력을 뻗을 것이고 천마신교 측에 붙은 문파는 그 과정에서 천마신교의 세력확장을 도우며 과실을 누릴 수 있을 터였다.

         

       혈교와 천마신교 중 어느 쪽에 줄을 대야 하는가.

         

       그 이해득실을 따져 보기 위해서는 천마신교에 대한 정보가 조금이라도 더 필요했다.

         

       그런 그들의 간절한 심정이 닿았는지 굳건히 닫혀 있던 위지천의 입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신교를 위해 일하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지.”

         

       뇌검낭인이 신교를 위해 일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단어에 문파장들의 눈에 활기가 돌았다.

         

       “일..이라 하심은?”

         

       “본교는 혈교의 토벌이 장기화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사천에서 영물을 퇴각시킨 점. 교의 진로에 맞추어 이 섬서에서도 영물을 숨긴 점 등을 고려해 낸 결론이다.”

         

       “과, 과연 그렇겠군요.”

         

       “무림공적이 된 이후, 혈교는 사람들의 이목을 숨기며 살아왔고 지금과 같은 일을 준비했지. 그런 혈교가 작정하고 도망치기 시작한다면 그 덜미를 잡기 쉽지 않을 일이다.”

         

       위지천의 말이 이어질수록 문파장들은 숨을 삼켰다.

         

       결국 천마의 말은 천마신교가 중원에 진출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정말로 천마신교가 중원정복의 야욕이 없다고 한들, 중원에 오래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영향력이 확장되기 마련이니 결국 중원에 진출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본교 역시 중원에 거점 하나 정도는 마련해야겠지.”

         

       위지천의 말에 문파장들은 슬슬 현 상황에 대한 얼개가 머릿속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호천안은 사천에 천마신교의 거점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위지천과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사천을 지나쳐 섬서의 사파 세력과 교류하고 있다.

         

       딱 잘라 말하지 않았을 뿐 천마신교가 사천에 거점을 만들자는 호천안의 제안을 거절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정파 세력이 가장 강한 사천에 똬리를 틀면 제대로 세력을 떨치기 힘들겠지…!’

         

       ‘역시 천하에 뜻이 있는 거야…!’

         

       문파장들의 시선이 부지런히 교차하고 그 결과 서악파의 문주가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그렇다면 운남에 임시 거처라도 마련하실 생각이십니까? 운남의 사파들과 좋은 관계를 맻었다 들었습니다.”

         

       위지천은 술을 한 잔 마신 뒤 답했다.

         

       “운남에 자리잡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으나, 중원 전체를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외지가 아닌가 싶군.”

         

       의미심장한 위지천의 답변.

         

       그 답변은 연회가 끝나기도 전부터 천하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 ***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요새 아침 수련을 할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절로 이 명언이 떠올랐다.

         

       뇌검 하나만을 갈고 닦기 위해 일휘청운검을 모두 잊었으니 그저 처음부터 다시 갈고 닦았을 뿐인데.

         

       “으음. 대단하군…! 기초 수련을 저렇게 진심으로 할 수 있다니.”

         

       “화경에 이르렀어도 기본적인 묘리 하나조차도 저리 곱씹는가.”

         

       “역시 상위 경지로 향하는 길은 기초에 있다!”

         

       …경력직 신입 사천낭인들 사이에서 기본 수련 열풍이 일어났다.

         

       기존에 있던 사천낭인들은 내가 일휘청운검을 수련해도 ‘저거 또 사기치네.’ 같은 눈빛으로 제 수련만을 반복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일휘삼검!”

         

       혁기린의 호령에 나와 서이령, 조용상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청운충파! 절운단수!”

         

       일휘청운검을 수련한 지도 벌써 2주.

         

       수련 전만 해도 그냥 강검인 척 하는 뇌검, 쾌검인 척 하는 뇌검, 변검인 척 하는 뇌검, 유검은 흉내도 못내고 뇌검만 펼치던 뇌검싸개였던 나는 이제 그럭저럭 강쾌변유의 묘리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성장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수련하는 사람도 생기고 이끌어 주는 혁기린이라는 스승도 생긴 탓일까.

         

       조용상과 서이령도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뭐 소소한 부작용도 함께 따라오고 있었지만.

         

       딱!

         

       “악!”

         

       조용상이 혁기린의 목검에 이마를 맞고 나뒹굴었다.

         

       “호천안 소협의 검을 따라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으윽…죄송합니다.”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울상을 짓고 있는 조용상을 보며 생각했다. 괴물 같은 재능을 지녔다는 건 조용상 같은 자를 말하는 것일까.

         

       조용상은 내 일휘청운검 속에 묻어난 뇌검의 묘리를 간파하고, 또 따라하고 있었다.

         

       “자 조용상 소협만 따로 시작하겠습니다! 일휘삼검!”

         

       “일휘삼검!”

         

       혁기린은 그런 조용상을 매우 엄격하게 대하고 있었다. 뭐 감정이 있다기보다는 꼭 필요한 조치겠지.

         

       나니까 그냥 넘어가는거지 타인이 익힌 무공의 요체를 훔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재능이 있는 건 좋으나 그 재능을 아무 때나 발휘해서야 쓰겠는가.

         

       혁기린이 조용상을 엄하게 다루는 것은 조용상이 지닌 재능에 고삐를 채우기 위함인 것이다.

         

       딱!

         

       “악!”

         

       바닥을 뒹굴고 있는 조용상은 내버려두고 서이령과 함께 수련을 마치고 조식을 먹었다.

         

       뭐, 국수가 나오자마자 한입에 다 쑤셔넣고 사라진 걸 함께 먹었다고 볼 수 있다면 말이다.

         

       “으헤헤~”

         

       서이령은 낭인객잔 구석에서 웅크려 쉬고 있는 서공의 앞에 쪼그려 앉아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서공이 좋을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남은 소면을 입안에 털어넣고 있자니 수련을 마친 흑묘가 내 앞에 앉았다.

         

       “선배! 오늘도 나갈 거면 같이 나가죠.”

         

       “음?”

         

       “쌀튀김을 보충해야 해서 말이에요.”

         

       “그러지 뭐.”

         

       보자 흑묘가 쌀튀김을 사는 과자집 근처에 있는 문파가 어디더라.

         

       그래 오늘은 경양식당을 들리면 되겠군.

         

       “오늘은 흑묘 소저와 외출하십니까?”

         

       “다녀오십시오. 은공.”

         

       일행들의 배웅을 받으며 흑묘와 함께 낭인객잔을 나섰다.

         

       이주 전에 비하자면 따라붙는 시선은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낭인객잔을 주시하는 시선은 여전히 많았다.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그러게나 말이다.”

         

       나는 한없이 여유로운 표정을 연기하며 속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천성에서의 2주일은 휴양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운 시간이었지만 마음은 늘 불편했다.

         

       반응이 오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그 징조가 드러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혈교를 외통수에 몰아넣기 위한 작전이었지만 이 작전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혈존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주는 게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각과 함께 초조함이 찾아왔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흑묘가 내 입안에 무언가를 집어넣었다.

         

       쌀튀김이었다.

         

       “충분히 성공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흑묘는 늘 가지고 다니는 쌀튀김 주머니에 남은 마지막 한 웅큼을 나누어 반을 내 손아귀 위에 올려주었다.

         

       흑묘 나름의 응원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더니 고작해야 쌀튀김 반 웅큼을 받았다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다니 말이야.

         

       아무튼 쌀튀김은 맛있었다.

         

       고소하고 달근한 쌀튀김을 하나 둘 집어먹다보니 어느새 제과점에 도착했다. 우리를 알아본 점주가 연신 허리를 굽히며 마중을 나왔고 흑묘는 능숙하게 늘 먹던 과자들을 주문했다.

         

       “그럼 선배, 이따가 봐요!”

         

       언제나와 같이 한 손에는 과자를, 또 한 손에는 쌀튀김 더미를 짊어진 흑묘가 손을 팔랑팔랑 흔들며 사라졌고 나 역시 경양식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경양식당의 문지기들은 바로 날 알아보았고 별 기다림 없이 경양식당의 문주 백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백사장을 만나자마자 나는 드디어 기다리던 입질이 왔음을 깨달았다.

         

       “으음. 어쩐 일로 경양식당을 찾아오셨는지요.”

         

       백사장이 날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다저용이 나랑 술을 마시다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 정도는 백사장도 익히 알고 있을 테니, 경양식당의 문주인 백사장이 나를 적대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도 날 보는 눈이 곱지 않다는 것은 백사장이 어떤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겠지.

         

       “한가지 청을 드리고자 왔습니다.”

         

       “청이라 하심은?”

         

       “현재 저는 천마신교와 함께 혈교의 세력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마음과 같아서는 단숨에 혈교의 세력을 쳐부수고 싶지만 현재 혈교는 천마신교와의 싸움을 피하고만 있으니…천마신교의 무인들이 중원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거점이 필요합니다.”

         

       백사장의 눈썹이 꿈틀했다.

         

       “뇌검낭인님의 말씀은 이 사천성에 천마신교의 거점을 마련하자 이 말씀이신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사천성에 천마신교의 거점을 마련하고 싶다.

         

       내가 2주간 사천성의 문파들을 돌면서 문파장들에게 양해를 구하던 사안이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사천성의 문파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는 제안이었다.

         

       아무리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한들 제 터전에 마교의 무인들을 받아들일 정파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지난 2주간 내가 방문한 문파들은 쉬이 거절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못했다.

         

       나라는 보증인의 힘과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었고 또 내 요구는 명분만큼은 번듯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천마신교는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는 혈교를 적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천마신교를 돕는 것은 입장을 떠나 천하를 위한 일이 될 수 있겠지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나 사천성의 문파라면 그런 의기를 보여 주실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또 내 제안을 승낙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했다.

         

       정말로 천마신교는 사천성에 잠깐 머무르고 떠날 것인가. 천마신교가 떠나지 않으면 뇌검낭인이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을 테니까.

         

       “경양식당은 천마신교와 직접적인 은원은 없으나 정파와 천마신교는 대대로 앙숙이었습니다. 천하를 어지럽히는 혈교의 세력을 제압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 일이 사천성의 새로운 우환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우려하시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부디 본인을 믿어 주시겠습니까? 신교의 성자라는 직함은 신교 내에서도 존중받는 위치입니다.”

         

       “존중받는 위치…입니까.”

         

       백사장에게서 풍기는 불신의 기색이 단번에 짙어졌다. 경양식당은 결국 열양공을 수련하는 이들의 문파.

         

       문파장이라고 한들 머리에 금세 피가 몰리는 열양공 수련자들의 숙명을 피해갈 수 없는지 표정관리가 서툴렀다.

         

       명백하게 내 말을 거짓말 취급하고 있는 백사장.

         

       그런 백사장의 태도에 나는 백사장이 내 말을 거짓 취급할 확신한 근거를 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근거란 무엇일까.

         

       당연히 위지천이 섬서에서 보인 무림정복에 대한 야욕이겠지.

         

       위지천이 섬서에서 잘 해 준 모양이군.

         

       백사장은 당장이라도 나에게 ‘이 배신자놈! 천마신교에게 사천성을 팔아먹을 심산이냐!’고 소리치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입은 무난한 대답을 내뱉었다.

         

       “뇌검낭인님의 제안, 심사숙고해 고려해보겠습니다.”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문주전을 나서자 다저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못마땅한 눈길로 바라본 다져용은 다짜고자 입을 열었다.

         

       “잠깐 걷지.”

         

       “그러게나.”

         

       다저용은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새 화경이 되었군.”

         

       “기연이 있었네.”

         

       “그 기연이 바로 천마신교인가?”

         

       누가 열양공 수련자 아니랄까봐 뒤가 없이 묻는 다저용. 나는 그냥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가?”

         

       “선문답이나 하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세인들은 다 그렇게 믿을 테니까.”

         

       다저용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나에게 대놓고 깨달음을 전수받은 다저용은 내가 알아서 재주를 부려서 화경에 올랐다고 생각하겠지만 세인들이 볼 때 내 성장은 불가해에 가까웠다.

         

       세인들은 내가 순식간에 화경이 된 이유를 이리저리 끼워 맞추고 있었지만 당연히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러나 천마신교와의 연결점이 드러나고, 그도 모자라 사천성을 천마신교에게 넘기려는 행태를 보인다면 어떨까.

         

       호천안 마인설이 돌지도 모를 일이지.

         

       호천안 마인설이 돌면 자연스럽게 천마신교가 혈교를 적대하는 이유 역시 나 때문이 아니라 중원에 세력을 떨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테고 말이야.

         

       “섬서에서 천마가 천하에 세력을 떨치겠다는 말을 입에 담았더군. 그러니 이제 사천성 문파들은 네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어허, 천마신교는 그저 거점을 고려하고 있을 뿐. 천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네.”

         

       다저용이 인상을 찡그리며 면박을 주었다.

         

       “퍽이나 그렇겠군. 그게 정녕 진실이라 한들 누가 그걸 진실이라 믿어줄까.”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판을 이렇게 짠 거지만 말이야.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저용은 한숨을 푹 쉬었다.

         

       “신세를 진 것이 있으니 아는 정보를 말해준 것 뿐이다.”

         

       “고맙군 그래.”

         

       “흥.”

         

       다져용은 콧방귀를 뀌며 사라져 버렸고 나는 경양식당을 나서 다른 문파들을 찾았다.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곳도 있었고 아직 정보를 접하지 못했는지 그저 순수하게 곤란한 표정을 짓는 곳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번 퍼진 소문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내 소식은 그런 소문들보다도 빠르게 퍼져나가겠지.

         

       소문을 접한 문파장이나 문파의 중진들은 나에게 배신감을 느낄 테고 그 중 일부는 사천성에 자신들이 접한 소문을 흘릴 테니까.

         

       이내 사천성에는 소문이 좍 퍼질 테고 나를 사천성의 자랑으로 여기며 호감 어린 눈으로 날 바라보는 사천성 주민들의 시선들에 의혹이 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의혹의 시선은 내 행동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신용의 담보가 되어 주겠지.

         

       그 과정이 얼마나 걸리려나.

         

       모르긴 몰라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슬슬 당도연에게 여행 준비를 하라 말해 두어야겠지.

         

       낭인객잔을 떠나는 순간부터 쉼 없이 달려야 할 테니까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또 연재를 펑크내고야 말았군요….

    최대한 보충해 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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