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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1

       본인이 한 마디 말을 꺼내기 무섭게 각자의 요리를 폐기하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샜다.

       

       이 곳은 분명 서로의 세계를 대표하는 요리를 만드는 자리였을 터.

       

       그런 곳에서 심사위원의 호감을 사겠다고 레시피를 바꾸다니.

       

       그것이 말이 되는 행동인가?

       

       “반그로우. 미리 어느 정도 걸러두었다 하지 않았나요?”

       “…최소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여야 하니까요.”

       

       자기 세상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면서 돌가루를 넣은 빵 같은 걸 들고 오는 녀석들을 올릴 순 없잖으냐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나는 회사에 근무하는 이들의 문화적 다양성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가루를 넣어서 만든 빵이라니. 도대체 그것을 누가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 그것도 온갖 괴식 중에선 나름 음식다운 물건이었어요.”

       “…그럼 도대체 음식답지 않은 음식이란 건 어떤 거죠?”

       “그 쪽 세상의 사람들만 먹을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서 마나로 만들어진 뭔가라던가, 생기라던가, 흙이라던가.”

       

       도저히 음식이라 부를 수 없을 것들의 나열을 듣던 나는 머리가 어질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연.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저들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저들이 뛰어난 요리사이어서라기보다는 최소한 요리 다운 요리를 할 줄 아는 인간이라서 그랬던 것인가?

       

       …아니. 잠시. 그렇다며는 저 중에서도 그런 괴악한 음식을 하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단 소리일 텐데.

       

       불안함을 담아 반그로우를 살펴보았더니 녀석이 쓴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또한 아라님의 업보 아니겠어요?”

       

       이거야 원. 본인이 한 말이 있어 무어라 할 수가 없구나.

       

       헛웃음을 입 밖으로 낸 나는 느긋허니 저들이 하는 음식을 살폈다.

       

       뭐 그래도 처음부터 음식을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아예 비정상적인 물건은 보이지 아니하니 아마도 괜찮을 것이야.

       

       “아라님.”

       

       저들이 요리하는 방식을 살피고 있으려니 사장 녀석이 자그마하게 말을 꺼냈다.

       

       “뭐죠?”

       “시간이 갑작스레 생겨서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지난번처럼 경지를 드러내는 것은 자제를 좀 해주십시오.”

       “걱정 마세요. 또 그런 사고를 낼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 때 한 번 실수를 했다가 메이드복이라는 우스꽝스런 복장을 하게 됐는데 내가 미쳤다고 같은 실수를 반복 하겠느냐.

       

       그럴 일은 있을 수 없고 있지도 않을 테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내가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사장이 방송에 한정한 이야기가 아니라면서 말을 이었다.

       

       “지난 번 방송이 끝난 후 애견 카페에 가서 경지를 풀고 즐기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어찌.”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를 듣고 당황한 나머지 연기를 풀어버렸다.

       

       말도 안 된다.

       

       본인이 애견카페에 찾아간 것은 방송을 끈 후 개인적인 시간을 즐길 때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그 때 동행으로 삼은 것도 엔리 뿐일 지언데 그를 어찌 눈치 챈단 말인가.

       

       “…설마 엔리가 본인을 팔아넘긴 것인가?!”

       “엔리님의 명예를 위해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아니라고?”

       “생각을 해 보십시오. 당신 정도 되는 분께서 경지를 풀면 느끼고 싶지 않아도 절로 그 흔적을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그렇기는 하다만 말이다.

       

       본인의 기억이 옳다면 그 때 도시에 특이한 자는 존재치 아니하였을 터인데?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는 그 날의 정경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경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짐승의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음을 알게 된 본인은 다음 날이 되자마자 엔리를 데리고 애견 카페로 향했다.

       

       엔리와 본인의 방송을 즐겨 본다 이야기하던 애견카페 사장은 우리의 방문에 뛸 듯이 기뻐하며 우리를 환영했지.

       

       허나 그 때 본인은 바로 가게 안으로 들어서지 않았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 어떤 골이 날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애견 카페를 눈앞에 둔 본인은 우선 도시 전체에 기감을 펼쳐 특이한 자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본인이 경지를 풀었을 때 그를 느끼고 누군가 혼절해버리면 곤란하니까.

       

       다행히도 도시에는 특이한 자가 존재치 아니했으니 본인은 마음 편하게 경지를 드러낼 수 있었지.

       

       그 다음에 본인이 한 일은 엔리와 애견 카페 사장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게임과는 달리 본인이 드러낸 경지가 일반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뭔가 안 좋은 기미가 보인다면 바로 경지를 숨길 생각을 했다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은 본인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조차 눈치 채지 못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이러한 검증을 끝마친 본인은 심호흡을 하고서 애견 카페의 문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본인이 지녔던 일생일대의 소원 중 하나가 이루어질까말까 하는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있던 여러 강아지들과 본인의 시선이 마주치고.

       

       자그마하고 귀여운 녀석들이 고갤 갸웃거리는 것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던 나는 강아지 중 하나가 털레털레 다가와 냄새를 맡는 것을 보고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천마이자 고금제일인으로써의 품위? 나이에 걸맞는 격식?

       

       그 따위 것이 무어가 중요하더냐!

       

       강아지들이 본인을 경계하여 어금니를 드러내기는커녕 본인의 근처에 다가오는 데 그 따위 것이 중요할 수가 있을까!

       

       내 주변에 자리한 강아지들을 보며 어찌할 줄을 모르던 나는 조심스레 쭈그려 앉아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았다.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만지는 순간 도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은 채. 느릿하게 한 아이의 머리 위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아이는 얌전히 내 손길을 허용했다.

       

       그 뿐일까? 본인의 손길이 기분 좋다는 듯 꼬리를 흔들더니 내 손에 자신의 뺨을 부비기까지 했다!

       

       아아아. 다시 떠올려 보아도 절로 웃음이 새는 구나.

       

       그것은 참으로 기적 같은 풍경이었어.

       

       그리고 또.

       

       “저기요. 아라님? 듣고 계세요?”

       “…크흠. 그래. 듣고 있다. 계속 말해라.”

       

       하여튼 그 풍경 속에서 본인의 경지를 느낄 만한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본인의 기감을 속일 수 있는 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한 이는 절대불변의 사실일 터.

       

       “다시 이야기를 잇자면 아라님의 경지는 당신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세상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고?”

       “아라님께서 드러낸 경지는 다른 대륙은 물론이고 다른 세상에서도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란 것이지요.”

       

       자신들이 괜히 내 행적을 알아차린 것이 아니란 사장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이것이 예상한 것보다 더 심각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진실로 본인의 경지가 다른 대륙에서 감지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고?”

       “아라님이라면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쯧.”

       

       이것은 본인의 실수가 맞다.

       

       하도 경지를 드러내지 않은 지가 오래인지라 대충 이 정도면 되겠거니 생각을 하고 말았으니.

       

       “조심해 주십시오. 거대한 힘은 다른 것을 끌어들이기 마련이니까요.”

       

       말이 조심해달라는 것이지 이는 경지를 드러내지 말아 달란 요구에 가깝구나.

       

       본인이 경지를 드러냄으로써 얻은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본인이 간절히 바라던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터인데 강하게 나오는 걸 보면 꽤 진중한 문제인 모양이야.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괜찮으냐?”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두 달? 알겠다. 알겠어. 세 달. 세 달로 하자꾸나.”

       “아니.”

       “네 달! 이 이상 양보할 수 없다!”

       

       본인의 길고도 긴 생의 끝에 겨우 무릉도원을 찾아냈거늘 그를 포기 하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귀염뽀작 복슬복슬 보슬보슬 부슬부슬 따끈따끈 천국을 체험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미 그 맛을 한 번 본 이상 본인은 그를 포기할 수 없다!

       

       “…동물들이랑 노는 게 무슨 마약입니까?”

       “하! 그 행복을 마약따위랑 비교해서 쓰나!”

       

       자그마하고 귀여운 동물들이 전해주는 행복이란 약물 따위가 만들어내는 인공적인 행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지어니!

       

       그를 위해서라면 내 무어라도 하리라!

       

       아. 그래. 네 녀석이 기이한 것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했었지?

       

       내 무엇이 찾아오더라도 친히 박살을 내어 주마! 그럼 다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그런 이야기가 아닌데요.”

       

       사장은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쥐어 싸맸지만 녀석의 고민 따위 내 알 바가 아니었다.

       

       꼬우면 그대가 본인을 힘으로 제압해 보거라!

       

       그러지 못한다면 본인의 타협안을 받아들여야 할 터!

       

       본인의 입에서 말이 새어 나올 때마다 사장의 한숨이 짙어지던 그 때에 참가자 중 한 팀이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들은 이 자리에 있는 수많은 팀 중에서 유일하게 하던 음식을 뒤엎지 않은 이들이었다.

       

       애초부터 자신들이 먹던 요리를 만들던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감각을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뭐어. 음식을 먹어보면 알 테지.

       

       턱을 괸 채 그들의 모습을 살피던 나는 흐뭇해지는 입가를 숨기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다.

       

       자그마한 망설임도 없이 당당함만을 담은 채 걷는 그들은 옷 아래에 짐승의 털을 감춘 이들이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대수림의 수인들입니다.”

       

       짐승과 인간의 형상이 뒤섞인 이들이 고개 숙이는 것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으려니 옆에서 사장이 속삭이듯 목소리를 냈다.

       

       “아라님. 편파하시면 안 돼요.”

       “…본인이 개인의 호불호를 승부에 집어 넣을 인간으로 보이더냐.”

       

       본인이 복슬복슬한 이들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선호는 개인의 선호일 뿐!

       

       그를 승부에 끼워 넣을 정도로 본인은 되먹지 못한 인간이 아니다!

       

       …아마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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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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