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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1

        

         

       “뭐? 그딴 무공 실력? 하,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군.”

         

       “뚫린 건 네놈의 실력이다. 기세 하나 제대로 감추지 못하고 허접함을 주변에 줄줄 흘리고 다니는 꼬락서니 하고는….”

         

       충주의 밤거리.

         

       두 무인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검도 도복을 연상케 하는 옷을 입고 있는 무인은 옆에 칼을 찬 채 시비를 걸고 있었고, 격투가로 보이는 사람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검사와 말싸움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둘의 말싸움이 다른 언어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검도 도복을 입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는 한국어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격투가로 보이는 사람의 입에서는 일본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언어가 다른 두 명의 말싸움이라.

       사람의 이목을 집중케 만드는 모습임이 틀림이 없었다.

         

       심지어 일본어를 내뱉는 사람이 목에 차고 있는 이상한 기계가 격투가의 일본어를 기계음 섞인 한국어로 바꿔서 출력해주며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모습까지 더해지기까지 했으니….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춰 세운 채 구경할만한 장면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분명히 이목을 끌어야 정상이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물론이고, 근처에 사는 사람들마저 창문을 열고 지켜봐야 할법한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그뿐이랴?

       핸드폰을 들고 찍거나, 아예 캠코더나 웹캠을 들고 와서 찍어도 이상하지 않겠지.

         

       하지만 이곳, 충주는 달랐다.

         

       “아이고, 또 시작이네.”

         

       “쯧.”

         

       멈춰 선 것은 외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몇몇뿐.

       대부분의 사람은 무인 둘이 말싸움을 시작하자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서 멀어졌고, 창문을 열고 있던 집들은 뒤이어 따라올 소음을 듣기 싫다는 듯 연달아서 창문을 닫았다.

         

       타악!

         

       평온을 깨는 소란에 짜증이라도 내듯, 거칠게 말이다.

         

       놀랍게도 무인들끼리의 시비는 충주 시민들에게 있어 일상이었다.

         

       지긋지긋하고, 짜증 나는 일상.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년처럼 혈기 왕성한 무인들이 가득 모이는 이 시기, 이런 시비는 정말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이었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기선을 제압한답시고 욕설을 내뱉거나 멱살을 쥐는 것 정도는 일상이었고, 가벼운 주먹질이 오가는 것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심할 때는 무기를 빼 들고 서로를 위협하기도 했다.

       

       『 봉방동 천변로에 무인 둘이 시비 붙었음. 빨리 출동해주세요. 』

         

       충주 시민들은 한숨을 푹푹 쉬면서 문자로 112에 신고했다.

       혹시 소리를 내면 괜히 무인의 이목을 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진짜 지긋지긋하구먼.’

         

       정신머리가 조금이라도 박혀있다면 112에 신고하는 소리를 들으면 알아서 시비를 멈추고 어디론가 사라지지만…. 아주 낮은 확률로 고주망태가 될 때까지 술을 처먹은 무인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 경우에는 112에 신고하려는 시민에게 시비를 걸거나, 스마트폰을 빼앗은 뒤 부숴버리는 등의 짓도 벌였기 때문에 문자로 신고하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썰물처럼 죄다 빠져버리고, 거리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

         

       금방이라도 검을 빼 들 것만 같은 한국인 검사와 손에 붕대를 감은 채 금방이라도 뛰어들 것처럼 눈에서 투기를 불태우는 일본인 격투가, 두 사람만이 말이다.

         

       일촉즉발의 상황.

         

       금방이라도 거리에서 싸움을 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때, 둘의 싸움을 멈춰 세우는 것이 있었다.

         

       왜애애앵-!

         

       오토바이 4대.

       경찰차 한 대.

         

       질주하다시피 두 무인 앞에 도달한 경찰은 두 무인을 포위하듯이 둘러쌌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는 이들은 그물총을 꺼내서 둘을 겨눴고, 경찰차에 타고 있는 경찰은 동행인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덜컹.

         

       경찰차의 조수석에서 내린 사람은 경찰이 아닌 민간인이었다.

       그는 절대 작지 않은 경찰차임에도 ‘몸을 욱여넣었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의 거대한 몸을 경찰차 밖으로 빼내며 입을 열었다.

         

       “둘 다 그만하시게나. 허허.”

         

       그는 근육 때문에 터져버릴 것 같은 양복을 툭툭 털면서 두 무인을 노려보았다.

       남자의 입에서 나온 통역기를 쓰지 않은 한국어는 온화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양복을 입고 있음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꿈틀대는 거대한 근육이나, 금방이라도 둘을 찢어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흉흉한 기세가 그대로 담긴 눈초리는 ‘당장 멈추지 않으면 몸을 두 갈래로 찢어주겠다.’라고 무언으로 협박하는 듯했다.

         

       아니, 실제로 협박하고 있었다.

         

       경찰차에서 내린 중년 남성의 몸에서 숨이 막혀버릴 것 같은 끔찍한 기세가 터져 나오며 두 사람을 짓누르고 있었으니까.

         

       이러한 기세에 노출된 덕분일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적의를 표출하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물론 그 대가로 보기만 해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중년 남성의 기세에 괴로워하게 되었지만.

         

       “타, 타부다이 위원님?”

         

       “허허허. 그래. 알아보겠나? 먼저 시비를 걸었다기에 눈에 뵈는 게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거 정신이 똑바로 박혀있구먼?”

         

       검사는 자신을 기세로 압도하는 사람을 알아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타부다이.

       몽골 출신의 무인.

         

       열 살에 성난 말을 맨손으로 제압한 뒤 반으로 찢어 죽였다는 일화부터 시작해서, 자신에게 덤빈 무인들의 사지 중 하나를 찢어서 전시한다는 흉흉한 소문을 가지고 있는 무인이었다.

       게다가 성질머리가 어찌나 불같은지, 성인식 때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말이 제대로 달리지 않고 미적거리자 그 자리에서 목을 비틀어버린 뒤 죽은 말을 업고 뛰어서 눈보라를 뚫고 왕복 80km를 완주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모욕한 사람의 뼈마디 하나하나를 분질러서 둥글게 말아서 수레바퀴처럼 만들어버렸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올해 열리는 충주 세계무공축제 마스터십 조직위 위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세계무공축제의 진행에 크게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이자, 잡음을 없애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인물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일단 딱 한 대씩만 맞고 시작하도록 하세.”

         

       저 성질 불같기도 유명한 몽골 무인이 두 사람에게 손찌검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성립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타부다이는 기세에 짓눌려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이리저리 흔들어서 조금 풀고는, 짝-짝-하는 소리를 내면서 솥뚜껑같이 커다란 두 손을 맞부딪치며 박수 소리를 내었다.

         

       그리곤 오른손을 들어 올리곤….

         

       “가슴에 힘주게.”

         

       뻐어억-!

         

       그대로 가슴을 후려쳤다.

         

       그러자 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아닌, 곤장으로 가슴을 후려치는 듯한 거대한 소리와 함께 검사가 뒤로 날아갔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허공에 붕 뜨며 뒤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자네도.”

         

       “흡!”

         

       뻐억!

         

       타부다이의 손찌검은 일본인 격투가에게도 향했다.

       하지만 먼저 맞았던 한국인 검사보다 소리가 작은 것이, 힘을 훨씬 약하게 조절한 것이 분명했다.

         

       “끄윽….”

         

       “허허허. 이런 곳에서 소란 피운 것 치고는 연약해 빠졌구먼.”

         

       타부다이는 호탕하게 웃으며 여러 차례 주먹을 쥐었다 폈다 움직였다.

       이것으로는 성이 풀리지 않았다는 듯 말이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양복이고, 축제에 구설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위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대로 성질을 죽였다.

       대신에 날아간 뒤 그대로 바닥에 엎어진 채 빌빌대고 있는 두 무인을 바라보았다.

         

       두 무인은 타부다이가 기세를 뿜어내는 것을 멈췄음에도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하고 있었는데, 팔과 다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이 정상적인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

         

       “경력(勁力)을 미약하게 실어서 후려친 것뿐인데 그것도 감당을 못하다니…. 고작 그런 실력으로 이렇게 난리를 피우면 어떻게 하는가.”

         

       타부다이는 혀를 차면서 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쌀 포대를 어깨 위에 얹듯 두 사람을 양어깨에 얹은 뒤, 무기를 거두고 있는 경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허. 이거 참, 이 무인들은 제가 잘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 그러시지요. 뭐 칼부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말싸움이나 한 건데 뭐…. 타부다이 위원님께 맡기겠습니다.”

         

       경찰은 타부다이가 소동을 벌인 둘을 짊어지고 가려고 함에도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귀찮은 일을 처리해줘서 고맙다는 듯 반색하고 있기까지 했다.

         

       “뭐 큰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니 그냥 훈방 조치 한 거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데려가셔서 이런 일 없게 좀 주의시키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인 두 명이 길거리에서 소란을 피운 것 치고는 한없이 가벼운 처벌.

       다른 도시의 사람들이 본다면 저 경찰들이 소위 ‘가라’나 ‘야매’라고 불리는, 직무태만에 가까운 행동을 벌인다고 여기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충주시에서는 이것이 정상이었다.

         

       눈만 마주치면 쌈박질하는 무인들이 넘쳐나는 상황임에도 경찰 인력이 너무나 부족했으니까. 게다가 가끔 눈 돌아간 무인이 경찰에게 덤비는 일도 잦은 편이라서 다치는 인원들도 속출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때문에 인력이 아무리 충원돼도, 아무리 보충이 되어도 부족했다.

         

       그런데 서로 명확한 폭행을 저지르거나, 서로 피를 보거나 하는 일들만 처리한다고 해도 과로로 죽을 것 같은 와중에…그냥 길거리에서 소리 높여서 말싸움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신경을 쓴다?

         

       할 수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다른 지역에서도 훈계 좀 하고 돌려보내도 되는 일을 왜 굳이 바쁜 와중에 신경을 써서 처리해야 하는가.

         

       그렇기에 경찰들은 무인들끼리의 싸움이 어지간히 심하지 않은 이상은, 대부분 유도리를 발휘하는 편이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

       경찰들은 굳이 이런 사소한 사건에 힘을 쏟아붓고 싶지 않았고, 그러니 융통성을 발휘해서 위원에게 연락해서 ‘교육’을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찰의 유도리는 타부다이 입장에서도 나쁜 것이 아니었다.

         

       저 두 무인이 행한 일이 별 건 아니기는 했지만, 괜히 경찰서에 갔다가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기자의 눈에 띄어서 기사로 나가기라도 했으면 입방아에 오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좋은 쪽으로 화제를 끌어모아도 모자랄 판국에, 괜히 나쁜 일에 얽혀서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그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경찰서까지 끌고 가지 않고, 현장에서 둘을 제압해서 데리고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타부다이 입장에서는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 상황은 경찰들과 타부다이.

       둘 모두에게 이로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허허허. 물론이지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뼛속까지 박아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경찰들과 타부다이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헤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뭐가 문제인걸까요…
    작성완료를 누르면 페이지가 다운되었다고 뜨거나 오류가 있다고 뜨면서 안눌러지고…
    어쩌다가 올라가거나 예약으로 올리면 짤려서 올라가고…으음…

    백신을 비트디펜더로 바꿨는데 그거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일단 비공개회차 – 예약으로 올린 후 연재회차로 바꿔서 올리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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