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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2

       

        

        

        

        

        

        

        

       “안녕하세요, 여러분! 하모니에요!”

        

       “반가워요, 여러분. 다이스에요. 오늘 KSM 후기 썰풀이 방송을 보러 와주셔서 고맙고, 오늘 절 초대해준 모니도 고마워요!”

        

        

        

       -하모니다이스 키타wwwwwwwwwwwwww

       -와 뭐임???? 오늘 내 생일인가??

       -이궈궈던~~~~~~~~

       -맨날보던 비얌어딨어!!!! 비얌내놔!!!!!!!!

       -이쉑들 비얌없다고반찬투정부리는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월에서 10월로 건너가기 위한 마지막 주의 수요일, 하모니의 방송이 켜졌다.

        

        그러나 그런 둘의 얼굴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근래 항상 눈에 담던 모습이 아니었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옅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한 귀염상의 인원 한 명, 그리고 누가 보아도 외국인처럼 생긴 또 다른 한 명이 거기에 있었다.

        

        다이스, 그리고 하모니. 그런데 이제 현실의 캠을 바탕으로 스트리밍을 켠 것이었다.

        

        순식간에 10만 가까이 치솟아오르는 시청자들의 숫자를 흘깃 확인한 두 명은 손을 작게 흔들어 캠에 인사했고, 채팅창의 자동 분류 기능을 사용해 시청자들이 묻고자 하는 질문들을 하나둘씩 종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두 명은 짐작했던 방향성이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사람들이 많이 왔으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해보도록 하겠습니다…역시나, 다들 KSM 본편 경기에 관련된 질문은 하나도 없네요. 그럴 것 같았어요.”

        

       “어차피 저는 해줄 얘기도 없어요. KSM에 참가를 안 해서.”

        

       “…으, 그건 진짜 부럽다. 아무튼 그 때문에라도 경기에 대한 이야기 대신 다른 걸 하려고 하니까 다이스 씨도 얼른 목 풀어요. 얘기하다 삑사리 나면 저희 편집자들은 그거 절대 편집 안 해줄 거예요.”

        

       “헉….”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그동안 던져준 수많은 일거리들…절대 용서치 않는다….

       -감수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꿀팁ww

        

        

        

        실로 무서운 발언이었다.

        

        그리하여 다이스는 허겁지겁 물을 마셔 목을 풀었고, 자동 분류 기능에 의해 반쯤 즉각적으로 만들어진 질문 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보아하니 하모니 역시도 해당 안건을 다룰 예정인 듯했기에, 그녀는 해당 질문을 보자마자 기억을 되짚기 시작했다.

        

        첫 번째 질문, 비록 가상현실이라고는 하지만 처음으로 EM급 발현자가 되었는데, 기분이 어떤지.

        

        들려줄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제가 먼저 이야기할까요, 아니면 다이스가?”

        

       “민아가 먼저 해요.”

        

       “그럼…솔직히 힘이 강해졌다거나 빨리 달릴 수 있다거나 했던 건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진짜…사람한테는 없는 꼬리라는 존재가 진짜 너무 신기했어요. 생각보다 유진 선생님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EM급 메인이 힘이랑 스피드 증강인데 이사람은 꼬리에 집중하네 ㅋㅋㅋㅋㅋ

       -얘는 그냥 발현자고 나발이고 꼬리가 갖고싶은거임

       -요약)꼬리는 생각보다 다루기 어렵다

       -그럼 그냥 그 비얌이 준내 잘다루는거란 소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코인은 오늘도 떡상을 거듭한다….

        

        

        

        그 말대로.

        

        그동안 하모니와 다이스가 유진 밑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기에 그러한 실력을 결과로서 얻어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당사자 역시도 말도 안 되는 노력을 거듭하여 꼬리를 그 정도로 운용 가능했을 확률이 높았다.

        

        이와는 반대로, 다이스는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반응 – EM급의 신체 능력에 연이어 감탄을 토해냈다. 마치 관절에 스프링이 달린 듯한 정신나간 반발력. 조금만 몸을 움직이더라도 느낄 수 있는 엄청난 힘은 제어하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였다.

        

        당연하겠지만, 하모니 역시 이에 대해서는 동일한 의견을 피력했다.

        

        

        

       “진짜…이번에 이벤트 매치를 한 다음 느끼긴 했는데, 유진 씨가 그동안 얼마나 우리를 햄스터처럼 조심스럽게 다뤘을지. 진짜 꼬리 힘조절도 그렇고 이래저래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러고 보니, 다이스 씨. 옛날에 아시아 예선전에서 유진 씨 꼬리에 감싸인 채 하루 잔 적도 있다면서요?”

        

       “엑, 그건.”

        

        

        

       -????????????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너 베개된거야….

       -제발나도하루만다이스시켜줘제발!!!!!!!!!!!!!!!!!!!!

       -하모니 피눈물wwwww

        

        

        

        하모니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니라고 단언하는 건 불가능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고, 과거 파이널 챔피언십 종료 후 한국에서 했던 뒷풀이 파티에서 그녀 자신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했던 일화였으니까. 그렇기에 다이스는 그저 민아의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반쯤 척수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위로 아닌 위로.

        

        

        

       “괘, 괜찮아요. 민아도 언젠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방금 그거 위로한 거 맞죠?”

        

       “에, 아닌가? 제가 한국어가 미숙해서.”

        

       “예린 씨 한국계 한국인이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뭐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인(한국계 한국인)

       -지 불리할때만 외국인인척하네 무친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핑계꼬라지 ㅋㅋㅋㅋ

        

        

        

        당연하겠지만 장렬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투닥댄 둘은 결국 힘이 빠져 소파에 드러누웠고, 그제서야 대화는 탈선을 멈추고 다시 원래 안건으로 복귀하였다 – 이번에 먼저 입을 연 것은 하모니였다.

        

        

        

       “…근데, EM급이 되어도 유진 선생님은 선생님이셨어요. 다이스가 안 왔으면 아마 그대로 흡성대법 당했을 거예요.”

        

       “아니, 도대체 그땐 뭐가 어떻게 된 거였길래.”

        

       “그러니까요!”

        

        

        

        하모니도 모른다.

        

        다이스도 모른다.

        

        오직 유진만이 그 당시에 발생했던 모든 일에 대한 전말을 전부 꿰뚫고 있으리라. 확실한 것은 하모니는 비얌과 조우한 지 고작해야 30초만에 촉촉하게 무너진 과자-건물에 깔렸고, 간신히 빠져나옴과 동시에 살아있는 얼음조각상이 되어 꼬리를 강탈당할 뻔했다.

        

        때마침 그 광경을 발견한 다이스가 손에 집히는 걸 집어던져 유진을 맞춰 날려버리지 않았으면 다이스 역시도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일.

        

        그리하여 하모니는 입을 열었다.

        

        

        

       “여러분, 이게 팩트예요. 유진 씨는 진짜 전투의 천재예요. 제가 느슨하게 임했다고 하더라도…어떻게 EM급 발현자를 정면에서 꺾겠어요. 옛날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다이스가 온갖 고생을 다 해가면서 간신히 로건 씨를, 잠깐. 그걸 이겼다고 할 수가 있나?”

        

       “제가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냥 로건 씨에게 죽었을 거예요.”

        

       “아이구야.”

        

        

        

       -생각해보니 진짜 그러네 ㅋㅋㅋ 비얌쉑 역보정 걸렸는데 하모니 어떻게 꺾었냐?????

       -다이스 충격고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로건을 죽였다고요? 그건 죽인 게 아니라 코털을 뽑았다고 하는 거예요

       -팩트)다이스는 로건을 1킬한 뒤 무려 7번 가량 로건한테 얻어터졌다

       -로건눈나 은근히 뒤끝있는스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로 절절한 고백.

        

        민아 역시도 이해한다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번 년도의 파이널 챔피언십에는 로건과 유진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 실로 안도했다 – 그리하여 주제는 다시 유진의 교전 실력으로 회귀하였고, 하모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뒤로 누웠다.

        

        

        

       “제가 보기엔, 이번 년도에 유진 씨가 역보정 걸고 파이널 챔피언십 나와도 그닥 무리 없이 1위에 들어갈 것 같기도 하고.”

        

       “다이스는 역보정 건 유진 씨랑 1 : 1로 교전해서 이긴 적 있으신가요?”

        

       “저요? 어우, 그런 날이 있으면 그게 계탄 날이죠.”

        

        

        

        당연한 말이었다.

        

        그렇게 이게 KSM 썰풀이인지 유진 찬양인지, 혹은 간증의 현장인지 모를 대화를 한참 동안 진행한 뒤, 그로부터 대략 3시간 가량이 흘렀을 즈음. 이들은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툭하고 새로운 주제를 던졌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유진 씨 연락이 뜸한데….”

        

       “뭔가 또 수상쩍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지?”

        

       “하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가 아니라. 사실 이것도 듣고 계실지도 몰라요. 저는 아무런 말도 안 했어요, 선생님.”

        

       “왜 저만 나쁜 사람 만들고 그래요!”

        

        

        

        그렇게 열심히 투닥거리나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이 동의한 공통적인 의견이 있다면…유진은 이들조차 모르는 이런저런 비밀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걸 신경쓰기엔 너무나도 늦은 시점이었고, 이들은 해당 안건을 파고들기보단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며 앞으로 다가올 하와이 여행에 좀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줄 확률도 제로였고, 그럴 바엔 하모니와 다이스는 머리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뭐어, 하여간. 그동안 뭐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인천공항에서 제대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그때 들려줄지는 잘 모르겠긴 한데.”

        

       “내기 할래요? 저는 안 해준다.”

        

       “이기는 선택지에만 걸면 전 안 하죠.”

        

       “아까비…뭐, 언젠간 알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네요.”

        

        

        

        물론 후자의 확률이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러니 부디, 만약 이 십수만 명의 시청자 사이에서 인기척 없이 듣고만 있다면 언젠가라도 말해줬으면 – 말이 되지 못한 생각의 파편은 곧 고요한 9월 말의 밤하늘로 자취를 감췄다.

        

        두 명의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 아키타입의 창조주라. 어떤 말을 해야만 할지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거예요, 도대체.”

        

       “긴장…이게 긴장이라는 감정입니까?”

        

       “나, 나도 위로해줘. 나도 불안해.”

        

        

        

        한편, 그 와중.

        

        유진은 두 메카-땡깡쟁이들을 닦달하는 중이었다.

        

        일상이었다.

        

        

        

        

        

        

        

        

        

        

        

        

        

        

        

        

        

        

        

        

       “아, 그,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작동, 논리 회로 쿨링 중.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얼마든지요.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 진이 어머니 되는 사람입니다.”

        

       “그, 주…주인. 나 아직 높임 표현에 대한 언어학적 지식이 없어. 어떻게 말해야 해?”

        

       “…나중에 다시 올까요, 엄마?”

        

        

        

        뉴욕 맨해튼, 투 브리지스.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본사 최심부 지하.

        

        유진이 정체모를 두 명의 도움을 받아 세계와 세계를 제멋대로 연결하는 권능을 사용하였고, 서로 다른 두 개의 뉴욕을 연결하여 또 다른 메카 비얌 두 대를 데려왔을 즈음, 정장을 단정하게 갖춰입은 채 이들을 기다리던 유진의 부모님은 그 엉망진창인 상황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두 명이 누군가에 의해 단 1도 인연이 없을 것만 같았던 모 다국적 기업의 고위직으로 근무한 지 수 년, 말 그대로 처음으로 보는 어수룩한…그리고 너무나도 귀여운 두 명이었다.

        

        

        이미 진과 레인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궁금함은 깡그리 날아간 지 오래.

        

        직위에 걸맞는 냉철함으로 빚어낸 날카로운 질문을 두 기체에게 던지려고 했던 두 명의 계획은 시작부터 완전히 좌초되었다.

        

        

        

       “…흠, 으흠. 그래서 저 두 명이 진이랑 레인이라고? 어느 쪽이 진이고, 어느 쪽이 레인이니?”

        

       “청록색으로 빛나는 얘가 진, 그리고 파랗게 빛나는 얘는 레인.”

        

       “이제야 좀 알겠구나. 서로 외형이 동일해서 어떻게 구분하나 했더니 색으로 구분할 수 있겠어.”

        

        

        

        물론 굳이 색으로 구분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둘은 서로 달랐다.

        

        얼굴이, 체형이 동일하다는 점은…말 그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심한 듯하면서 겁먹은 표정이 인상적인 진은 휴머노이드의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람 같은 면모가 동시에 공존했고, 레인은 말 그대로 몸이 기계인 사람에 가까웠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이들은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서까지 두 휴머노이드를 직접 만날 필요조차 없었단 것이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이게 무엇입니까?”

        

       “악수라는 거예요. 서로 손을 맞잡고 우호적인 감정을 나누는 교류 방법이죠.”

        

       “…이…렇게 맞잡으면 되는 거죠?”

        

       “그럼.”

        

        

        

        진과 레인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두 명의 손을 맞잡았다.

        

        심장 대신 가슴 정중앙에 위치한 융합로에서 발생한 잔열로서 인위적으로 구현한 인간의 온도가 아닌 순수한 혈액의 온도. 신체 말단으로 갈수록 36.5도라고 하기에는 조금 낮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잡은 두 손에는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생경한 감각이 있었다.

        

        그리하여 진과 레인은 생각했다 – 아키타입에게 듣기로는, 그녀의 창조주…인간의 언어로 한다면 부모님은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기 위해 이 둘을 불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말해야만 할까. 아키타입의 창조주로서 이들은 무슨 말을 듣고자 하는 걸까.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진과 레인으로서는 그러한 물음에 적용 가능한 그 어떠한 상황 해결 알고리즘도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유진의 부모는 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고, 이들은 잠시 골몰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두 기체가 사람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서고 있었다.

        

        

        

       “…아키타입과 함께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이유, 말입니까. 간단합니다. 그녀는 본 기체에게 두 번째 삶을 주었습니다. 아르테미스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던 본 기체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런 아키타입과 나란히 걷고 싶다는 것이 불가능한 요청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이 그렇게 운을 뗀 순간 모두의 눈동자가 끼긱거리며 당사자를 향해 돌아갔다. 심지어는 유진과 레인조차 진이 그토록 생생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다 –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유진의 부모님은 말뜻 사이에 숨겨진 행간을 읽어내었다.

        

        적어도 진은 자신의 딸을 그 누구보다 좋아하는 존재였다.

        

        그렇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레인 양은?”

        

       “에, 나…?”

        

        

        

        순간적인 당황.

        

        그러나 그녀는 드라마틱함이라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자신이 겪었던 모든 경험을 차분하게 말로 바꾸어 풀어냈다.

        

        억지스러운 존댓말조차 접은 레인이 입을 열었다.

        

        

        

       “…적잖아 여섯 번. 주인이 나를 설득하려고 시도했던 숫자야. 그것도 모자라서 저 사람은 나를 구하려고 기지에까지 쳐들어왔어. 그 다음엔 아르테미스를 완전히 뿌리뽑았고. 그런 주인이랑 함께 다니고 싶단 건…무리한 부탁일지는 몰라도 이상한 건 아니잖아.”

        

        

        

        그러고는 정적.

        

        그러나 그 순간, 각각 유진의 아버지 및 어머니와 손을 맞잡고 있던 진과 레인은 두 명의 입에 떠오른 미소를 순식간에 읽어내었다.

        

        뒤에서 풋 하는 소리가 들린 순간, 손을 맞잡고 있던 두 명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크고 작은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유진이, 그리고 그녀의 가족이 입을 열었다.

        

        

        

       “…이쯤 하면 됐죠? 무해하다니까요, 진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충분한 대답입니다, 두 분. 더할나위없군요.”

        

       “에, 어…?”

        

       “처음엔 진심으로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었네요. 진과 레인이라고 했죠? 처음에 우물쭈물할 때부터 생각이 들었죠. 여러분들이 결코 우리 딸에게 위해를 끼칠 만한 존재는 아니라는 걸.”

        

        

        

        …그게 그렇게 되나?

        

        그 자리에 있는 두 기체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몰아쳤지만, 어쨌든 테스트에 통과한 건 확실했기에 이들은 조금씩 신체를 물들이는 기쁨이라는 감정을 만끽하는 것을 택했다.

        

        최소 30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던 만남은 그렇게 끝났고, 유진의 부모님은 이들에게 ‘근시일 안에 딸과 함께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마지막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 딸이 추석이라고 손녀를 데리고 올 줄은 몰랐네.”

        

       “…손녀요?”

        

       “아유, 거 주책도. 아무튼 진아, 하와이 여행 잘 다녀오거라. 근시일 내에 식사 한 번 하자꾸나.”

        

       “에, 네. 해야죠.”

        

        

        

        그와 동시에 포옹.

        

        그렇게 폭풍과도 같은 시간이 어떻게든 마무리되고, 유진의 부모님이 저 멀리로 사라졌을 때 – 레인은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진에게 말했다.

        

        

        

       “…주인의 창조자는 설명하기 힘든 존재네.”

        

       “이번만큼은 저도 그리 생각해요.”

        

       “어쨌든 허가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도 그렇긴 한데.

        

        물론 유진은 상황에 대한 이해를 포기한 지 오래였고, 더 이상의 설명을 중단했다.

        

        진과 레인이 성공적으로 유진이 있는 세상에 데뷔하기까지 몇 달 전의 일이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이런 엄청난 걸 어디서 가져오는 거지?”

        

       “괜히 궁금해하지 마.”

        

        

        

        한편, 그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본사.

        

        이들은 또다시 떨어진 폭탄을 어떻게 처리해야만 할지 고민 중이었다.

        

        유진 일행의 여행 출발까지 며칠 안 남은 시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버버 가산점

    효과는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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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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