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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2

       *** ***

       

       사천성에는 한 가지 소문이 은밀하게 돌고 있었다.

         

       호천안이 방문한 문파장들의 얼굴에 고심의 빛이 가득하니 뭔가 무리한 부탁을 한 것이 틀임없다고.

         

       그리고 그 부탁이란 다름 아니라 천마신교와 관련된 것이라고.

         

       물론 그 소문이 크게 퍼지는 일은 없었다.

         

       현재 호천안은 사천성 내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구사하고 있었으니 호천안에게 부정적인 소문은 기를 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섬서의 연회 자리에서 있었던 위지천의 발언과 더불어 호천안이 문파장들에게 했던 부탁이 무엇인지 소문이 돌기 시작하며 사천성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천하에 세력을 떨치려는 천마신교를 사천성에 들이려 했다니!

         

       호천안을 향한 의심이 고개를 들자 이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성장세부터 혈통까지, 호천안의 행보에는 워낙 수상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호천안에 대한 근거 없는 낭설, 허무맹랑한 추측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단기간 내에 정철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천마신교의 위험한 마공을 익혔기 때문이었다던가.

         

       사도련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진 것도 천마신교의 입김이 닿았기 때문이라던가.

         

       혈교가 천하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천마신교에게 후계자를 빼앗긴 혈존의 분노 때문이라던가.

         

       실제 호천안이라는 낭인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혈교의 마인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던가.

         

       그런 소문들과 혼란스러운 사천성의 민심은 호천안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던 무림문파들의 귀에 들어갔다.

         

       무림문파들은 사천성의 소식을 접하고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호천안의 정체와 천마신교를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호천안은 천마신교가 중원에 진출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고.

         

       천마신교를 받아들이자고 사천성의 문파들을 설득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일이었고, 그 실현 가능성에 비하면 호천안이 잃을 것은 너무 많은 일이었다.

         

       외부의 세력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는 이를 누가 지지할까. 호천안과 사천성 문파들의 관계가 악화되리라는 건 누구라도 짐작할 법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소식을 접한 무림문파들은 현 상황이 천마신교의 지령이라고 여겼다.

         

       사천성의 문파들이 설득되면 당연히 좋은 일이고, 사천성의 문파들이 설득되지 않더라도 호천안의 명성과 지지세력이 줄어든다 한들 천마신교 입장에서는 손해랄 것이 없었으니까.

         

       아니 어쩌면 이득일 수도 있었다.

         

       이번 사태로 천마신교의 진의를 확신하지 못한 문파들에게 확실히 그 뜻을 전달할 수 있었으니까.

         

       천마신교의 진의를 파악한 천하의 문파들은 생각했다.

         

       천마신교의 목적이 내건 명분 그대로 혈교의 처단이었다면 무림맹과 천마신교에게 합공을 받게 되는 혈교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천마신교의 목적이 세력확장에 있음이 밝혀졌으니 무림맹과의 협력은 물 건너간 셈이었다.

         

       혈교와 천마신교 그리고 무림맹.

         

       천하의 패권을 누가 잡게 될지는 한치도 알수 없는 판국이 되었다고.

         

       천하의 문파들이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을 때.

         

       혈존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이상하군.”

         

       호천안이 있던 야영지에 혈교의 사자가 찾아갔을 때, 위지천이 호천안을 만나고 있었고 혈교와 사자와 호천안 사이에서 중재까지 서 주었으니, 천마신교와 호천안 사이의 인연이 꽤 두텁다는 사실은 익히 짐작할 수 있었던 바.

         

       혈존은 위지천과 호천안의 사이가 무척 돈독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 드러난 구도는 어떠한가.

         

       위지천이 자신의 야욕을 위해서 일방적으로 호천안을 쥐어짜고 있는 듯한 구도였다.

         

       그렇기에 혈존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천마신교 입장에서 호천안은 중원에서 유일하게 우호적인 유명인사라 할 수 있었는데 가능성도 없는 사천성을 노리고자 호천안과의 관계를 망친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으니 혈존은 현재 호천안과 천마신교의 행보를 속임수라 여겼다.

         

       ‘무슨 꿍꿍이냐.’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으며,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가.

         

       혈존은 천마신교와 호천안의 꿍꿍이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조사를 거듭하던 중,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속령파가 손을 떼려는 조짐을 보인다고?”

         

       “예. 저희 혈교와 연관되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풍겼다 합니다.”

         

       혈존은 전혀 이상하지 않게 여기는 혈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천마신교가 천하를 향한 야욕을 넌지시 드러내자 혈교의 동맹 세력들 대다수가 간을 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각지의 영물이 무림맹 소속 진법대들에게 공격 받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와중 천마신교의 소식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선택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혈교를 택한 이들, 혹은 혈교가 천하의 대세를 휘어잡은 세력이기에 손을 잡았던 이들은 자신의 몸값을 올리거나, 여차하면 천마신교로 갈아타기 위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다.

         

       대다수의 동맹 세력들이 알게 모르게 그런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속령파의 움직임은 그리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혈존은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느꼈다.

         

       속령파를 이끄는 악경철은 혈존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이득에 미친 자였다. 그 이득만 보장된다면 무슨 일이건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작자가 아니었던가.

         

       이득 앞에 물불을 가리지 않던 악경철의 태도를 생각하면 천마신교와 혈교, 어느 쪽의 손을 잡더라도 최대한의 이득을 끌어내기 위해 집요할 정도로 협상을 반복해 몸값을 올리려 들어야 정상이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손해가 나더라도 단기적인 이득을 절대 놓칠 작자가 아닌데…그 악경철이 가만히 있는다고?

         

       혈존은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다.

         

       “속령파와 연관된 일들을 모두 파악해 와라! 지금 당장!”

         

       “조, 존명!”

         

       혈존은 혈인이 파악해온 자료들을 살피며 인상을 찡그렸다. 속령파는 누가 뭐라고 해도 운남에 자리잡은 대문파였고 정파에 눌려 타인의 힘이나 빌리고자 했던 초기의 협력자들과 비하면

        쓸모 있는 협력자였다.

         

       ‘생각보다도 많은 일에 개입했군.’

         

       사사건건 이득을 추구하는 탓에 전폭적인 협조는 구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속령파의 힘을 빌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만약 악경철이 혈교의 뒤를 캐고자 했다면 내밀한 정보에 닿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사실을 파악한 혈존은 입술을 짓씹었다.

         

       ‘그 쥐새끼가 본교의 정보를 천마신교에게 넘겼구나!’

         

       천마신교에게 본거지가 알려졌다!

         

       혈존은 그제야 호천안과 천마신교의 행동을 이해했다. 운남에서 혈교의 본거지가 서안에 위치했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연막을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천마신교는 서안의 인근인 섬서에서 푹 쉬며 달려나갈 힘을 비축하고 있었고 호천안 역시 비천마차를 타고 움직이고 있으니 단숨에 사천성에서 서안까지 달려올 수 있을 터.

         

       “불화를 연기하면서 나를 안심시킨 뒤에 단숨에 서안으로 처들어올 생각이었나!”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혈존은 동맹 세력들에게 전서를 날렸다.

         

       현재 호천안과 천마신교가 벌이는 행동은 연막작전이고 서안의 거점을 노리고 있으니 지원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혈존은 사방으로 전서를 날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천마신교와 호천안은 혈교의 본진이 무방비 상태라 여기고 있을 테니, 잘만 작전을 짠다면 그런 호천안과 천마신교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혈존의 계획은 동맹 세력들의 답신이 하나 둘 도착하면서 물거품처럼 스러졌다.

         

       “하.”

         

       벌써 수십 통째 이어진 거절 답변.

         

       처음에는 분통을 터트리던 혈존이었지만 이내 거절의 의사가 적힌 회신이 책상 위에 높게 쌓이니 위기감에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큭큭….큭큭큭…!”

         

       혈존은 웃음을 터트렸다. 머리가 차갑게 식고 나니 비로소 무엇을 놓쳤는지 깨달았다.

         

       천마신교와 호천안의 행보와 호천안과 천마신교의 행보는 모두 연기이고 서안의 거점을 급습할 것이라는 혈교의 주장과 천마신교와 호천안이 보이는 행보 중 중 어느 쪽이 더 진실되게 보일까.

         

       당연히 천마신교와 호천안의 행보였다.

         

       천마신교가 호천안에게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오랜 침묵을 깨고 중원에 나온 의리 있는 집단이라는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본인들의 세력 확장을 위해 호천안을 이용했다는 편이 훨씬 더 상식적이었으니까.

         

       반면 혈교의 주장은 어떨까.

         

       호천안과 천마신교가 연막작전을 펼치며 천하를 속이고 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호천안의 행보를 봐라.

         

       호천안은 사천성 내에 천마신교를 들이자는 주장을 펼치며 사천성에서 쌓아 올린 평판과 인망을 모두 잃었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그냥 거점을 공격하기 위한 연막작전에 불과했다고?

         

       누가 제 평판을 시궁창에 처박아가면서 연막 작전을 펼치겠는가.

         

       천마신교의 힘을 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앞잡이 짓을 한 것이 아니라면 모를까.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며 원군을 청하는 것을 보니 혈교가 천마신교의 준동 때문에 겁을 먹었거나 동맹들을 방패막이로 사용할 심산이구나.

         

       그러니 두 세력간의 충돌이 일어나고 우위가 드러날 때까지는 혈교와 거리를 두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할 일이었다.

         

       그제야 혈존은 호천안의 진의를 깨달았다.

         

       “크크크…네놈이 벌인 짓거리는 나를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었구나.”

         

       호천안이 벌인 일은 혈존과 혈교를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천하를 속이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지금까지 쌓아올린 명성과 영향력이라는 판돈.

         

       그리고 중원인들에게는 미지의 존재나 마찬가지인 천마신교라는 패를 이용해 거짓을 진실이라 믿게 만들었다.

         

       천하의 모든 이들이 천마신교의 진의가 중원에서의 세력확장이라고 믿고 있으니 천마신교가 혈교의 본진을 급습해 올 것이라 떠들어 본들 그 누가 믿어주겠는가.

         

       혈존은 생각했다.

         

       호천안의 판이 완성되며 외통수를 맞았다고.

         

       서안에 본거지가 있다고 밝히며 동맹 세력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스스로 불리한 처지임을 알리는 셈이니 동맹 세력들이 과연 혈교의 편을 들어 주겠는가?

       

       본거지를 버리고 도망쳐도 문제였다.

         

       모산파라는 오랜 동맹을 헌신짝처럼 버리게 되는 꼴이자 동시에 혈교의 수세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니 이 역시 결국에는 스스로 사지로 향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허탈한 듯 웃음을 흘리던 혈존의 눈이 번뜩였다.

         

       “좋다.”

         

       결국 현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었으니 그 각오를 굳힌 것이었다.

         

       정면승부.

         

       호천안과 천마신교를 쓰러트린다. 쓰러트리지는 못할지라도 동수를 이루거나 큰 피해를 준다!

         

       그런 결과를 만들 수만 있다면 현재의 난국을 모두 타파할 수 있다.

         

       천마신교의 기세 역시 크게 꺾일 것이고 크게 피해를 입는다면 혈교를 쓰러트리겠다는 호천안과의 약속도 재고할지 모를 일이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혈교가 천마신교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입증하게 될 터이니 동맹 세력들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혈존은 현재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모아 천마신교와 호천안과 승부를 보겠노라고 결심했다.

         

       천마신교와 호천안이 본거지에 들이닥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러니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모든 대비를 갖추고 그들을 맞이해야겠지.

         

       “무림은 결국 힘으로 말하는 법. 어디 누가 강자인지 제대로 겨루어 보자꾸나.”

         

       모산.

         

       그곳에서 혈교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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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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