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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2

       본인이 두려운 것일까.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인 녀석들을 슬며시 살핀다.

       

       대수림에서 왔다 하였던가. 두터운 털뭉치 아래에서 진득한 비의 냄새가 나는구나.

       

       단순히 스쳐 지나갈 뿐인 소나기의 향기가 아니라 단단한 흙을 진흙탕으로 바꾸고 얌전한 강을 사람을 잡아먹는 곳으로 바꾸는 폭우의 향취가 말이다.

       

       그러한 곳에서 먹을 법한 음식이라면 대충 가닥이 잡히는 구나.

       

       “묻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들고 오신 음식은 당신들의 세상을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식입니까?”

       “예. 예! 그렇습니다!”

       

       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공손한 어투와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보았지만 본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인들의 털에는 떨림이 담길 뿐이었다.

       

       하아. 본인의 비틀림이 존재하는 한 그대들은 본인이란 존재를 좋게 여길 수 없단 것이냐.

       

       방금 전에 경지를 드러내지 말란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라면 그런 식으로라도 해결을 해보았을 터이다만.

       

       어쩌겠느냐. 본인이 이러한 인간인 것을.

       

       당분간은 저러한 시선을 어쩔 수 없다 여기고 인내해야지.

       

       “앞서 경고를 해두었기에 그 이상의 자비는 없을 터입니다. 정말 자신이 있습니까?”

       “…예. 이 음식은 저희가 수림에서 먹던 그대로의 것이니, 저희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 음식이 여러분들의 입맛에 맞을 수 있을까 하는 것뿐입니다.”

       

       입술을 떨면서도 제 할 말을 다 하는 녀석을 보다 피식 웃음을 흘렸다. 좋군.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제 할 말을 다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그래. 자신의 세상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면 이래야지 암.

       

       “알겠습니다. 그럼 음식을 내어주시죠.”

       

       접시를 들고 있던 수인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서 우리의 앞에 접시를 놓는다.

       

       그 곳에 있는 것은 탄 기색이 역력한 잎같은 것이었다.

       

       거뭇거뭇한 잎의 모습에 고갤 갸웃거리던 본인이었지만 나의 의문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아니했다.

       

       수인의 발톱이 잎을 거두어 내는 순간 그 안에 담겨 있던 것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잎이 열린 순간 그 안에 품어져 있던 복잡한 향이 본인을 향해 쏘아졌다.

       

       녀석을 감싸고 있던 잎에서 느껴지는 은근하고 달콤한 향취.

       

       연기에서 전해지는 특유의 냄새.

       

       생선의 겉에 붙어있는 여러 향신료들의 향기.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조화되어 본인이 입맛을 다시게 만든 것이다.

       

       “습기가 짙은데다 뜨거운 수림은 음식이 상하기 좋은 환경이니까요. 이렇게 훈제를 하는 식의 요리가 보통이죠.”

       

       수인의 설명을 흘려들으며 고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본인이 아는 생선과는 결이 다른 크기를 지닌 녀석이 보인다.

       

       생선의 토막 중 하나가 담겨 있을 뿐이거늘 이 큰 접시를 가득 채우다니.

       

       본체의 크기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만 무림에 있었다면 신수 취급을 받았을 듯 하구나.

       

       저를 보고 있자니 경이롭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한 가지 걱정이 생겨났다.

       

       생물이라는 것은 자라남에 따라 점점 더 근육이 늘어나는 바.

       

       이만큼의 크기를 지닌 물고기라면 아무리 세심하게 구웠다 한들 질기고 퍽퍽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이 부분을 잘 해결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며 식기를 집어든 나는 뼈가 세심하게 발라진 생선살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으음. 저들도 자신의 고기가 지닌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런저런 수를 썼어.

       

       “우와. 이렇게 큰 고기가 어떻게 이렇게 부드럽지?”

       

       이런 생각은 사장이나 반그로우도 마찬가지였던 듯 두 사람 또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반그로우. 짐작이 가?”

       “직접 불에 익힌 것이 아니라 연기를 이용해 은근한 온도에서 오랫동안 익힌 거에요.”

       

       식기로 생선 한 조각을 집어 들어 그 단면을 보여준 그녀는 미소와 함께 설명을 이어나갔다.

       

       “잎의 수분을 이용해 찌듯이 오랫동안 익힌 것도 유효했겠죠. 덕분에 생선이 부드러워진데다 자신의 수분을 그대로 응축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구나.”

       “생선의 익기를 조절하는 게 상당히 까다로웠을 텐데 기술이 좋으시네요. 훌륭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반그로우님.”

       “그리고…”

       

       앞에서 설명을 다 해버리면 나보고 무슨 말을 하란 소리냐.

       

       또 다시 말을 이어나가려는 타박하듯 반그로우를 쳐다봤더니 그녀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이미 제가 할 말은 앞에서 다했으니 저는 제 평가만을 이야기할게요.”

       “예.”

       “일단 이게 여러분들의 세상에서 만들어진 요리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재료부터 요리의 방식까지. 이것은 저들의 세상에서 최대한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구석이 느껴지는 물건이다.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타협을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만들어낸 음식이 분명하단 말이다.

       

       이를 어찌 의심을 하겠는가.

       

       “또한 맛있는 요리라는 것도 반박의 여지가 없죠.”

       

       본인의 느슨한 입맛을 기준으로 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번 슬로우쿡을 하면서 정립한 대중의 입맛에 따르면 분명 이는 훌륭한 요리다.

       

       당장 값비싼 식당에 내놓더라도 의구심을 지닐 이는 없을 것이야.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생선의 원본을 보고 싶네요.”

       “…어. 그게 들고 오기엔 좀 커서요. 원본을 보려면 아라님께서 저희 세상에 방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가도 괜찮아요?”

       

       수인들이 사는 곳에 본인이 방문한다면 분명 난리가 날 터인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더니 수인의 대표가 되는 녀석이 입술을 우물거렸다.

       

       대답을 듣진 않았지만 저 입에서 무슨 말일 맴돌고 있는지는 뻔하군.

       

       “농담이에요. 저 더운 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녀석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걸 보니 절로 심술이 샘솟았다.

       

       쯧. 어려우면 애초에 언질을 주지 말았어야지. 괜히 기대를 하게 만들기는.

       

       네 녀석이 복슬복슬한 털을 가지고 있지만 않았어도 본인이 투정을 들어야 했을 것이야.

       

       스스로가 수인이라는 데에 감사하도록.

       

       “그럼 이만 물러가보겠습니다.”

       “잠시만요.”

       

       심사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그대들이 본인에게 맛난 음식을 만들어줬단 사실이 바뀌진 아니하니.

       

       내 앞서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대들에게 자그마한 보상을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참 다행스러운 것은 그대들이 무투를 즐겨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경지가 드높기는 하다만 마법을 다루는 녀석들에게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게 없거든.

       

       “대표 분. 자기 키만한 대검을 사용하시죠?”

       “그걸 어떻게.”

       “크기를 당신 손바닥만큼 줄이세요. 그럼 검에 휘둘리는 게 덜해질 거에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옆에 분? 각법을 사용할 때 디딤발에 힘 좀 빼세요. 중심을 잡는 건 좋지만 너무 의식하니까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잖아요.”

       “어. 음. 알겠습니다.”

       

       이외에도 단상에 나온 이들 하나하나가 직면해 있는 가장 큰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해결법을 제시해 주었더니 저들의 얼굴이 진중해졌다.

       

       음식의 심사고 나발이고 당장 조언을 시험해보고 싶어 하는 게 보이는구나.

       

       회사에 소속될 만한 실력을 지닌 무인들다워.

       

       수인들이 단상에 내려간 후 참가자들을 살펴보면 의욕이 생겨난 것이 훤히 느껴졌다.

       

       본인이 해주는 조언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아는 모양이지?

       

       어디 한 번 열심히들 해 보거라. 네 녀석들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면 본인도 네 녀석들에게 그만한 조언을 제공할 터이니 말이다.

       

       스스로의 의도가 맞아떨어졌음을 느끼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던 중 옆에 있던 사장의 안색이 갑자기 시퍼렇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무어냐. 생선을 먹고서 탈이라도 난 것이야?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저들이 내놓은 생선은 한 치 이상도 없이 잘 조리된 것이었으니.

       

       그럼 무어지? 다른 일이 생겨나기라도 한 것인가?

       

       “…이게 벌써 찾아올 리가 없는데? 너무 이르잖아. 이건.”

       “거. 네 놈 혼자 알아먹을 이야길 하지 말고 다른 이들도 알아들을 수 있게.”

       

       혼자 중얼거리만 하고 주변의 다른 이들은 신경 쓰지 않는 사장을 타박하던 중 저 멀고도 먼 곳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재밌는 장난감이 오고 있구나.”

       

       *

       

       “헤에. 진짜요? 회사 식당이 그렇게 다양하다고요?!”

       “보면 알겠지만 우리 회사는 단순한 기업이라기보단 도시에 가까우니 말이다. 식당의 종류가 하나일 수는 없지.”

       “와아아!”

       

       백호의 설명을 들은 엔리는 자신의 들뜸을 그대로 드러냈다.

       

       본래 엔리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식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

       

       반그로우라는 대단한 요리사가 그녀를 위한 요리를 해준다 했기에 그 때까지 공복을 지킬 생각이었지.

       

       허나 그녀의 결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대회장 한켠에서 여러 매혹적인 냄새를 맡으면서 공복을 지킨다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행위일 지어니.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엔리가 어찌 그를 견디겠는가.

       

       공복을 견디지 못한 엔리가 백호에게 배고파 죽을 것 같단 이야길 하자 백호는 슬며시 대회장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딱 봐도 오래 걸릴 게 분명하니 회사의 식당에 가서 요기라도 하잔 말을 꺼냈지.

       

       배고픔에 미쳐가던 엔리는 자그마한 고민도 하지 않고 백호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엔리, 바루, 백호 이 세 사람은 대회장에서 슬며시 빠져나와 회사의 식당으로 가기 위한 여정에 올랐다.

       

       “종류가 많은 것도 고민이네요. 저 이런 거 잘 결정 못하는데.”

       “그럼 내 의견을 따라라 엔리! 난 초밥이 먹고 싶다!”

       “초밥이 괜찮기는 한데요. 으음. 그게.”

       “그냥 초밥을 먹고 다른 것도 먹으면 될 것 아니냐.”

       “그럼 살찌잖아요! 백호님께선 여심을 모르시네요!”

       

       세 사람이 복도를 이동하면서 회사를 소란스럽게 만들던 중.

       

       문득 엔리는 자기도 모르게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에서.

       

       “눈뜨지 마라. 저것은 일반인이 봐서 좋을 부류가 아니니.”

       

       일어나는 이상을 눈치채기도 전에 투박한 손이 엔리의 눈을 가린다.

       

       “아라 씨?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미 일어났다 해야할 터이다만.”

       “…진짜요?”

       “괜찮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없던 일이 될 테니까.”

       

       본인이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방해를 한 무례한 녀석이다. 금방 처리를 할 테니 그 동안 눈을 감고 있도록 하라.

       

       아라의 느슨한 목소리를 들은 엔리는 헛웃음과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중에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셔야 해요?”

       “그래. 그러니 잠시 이러고 있거라.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올테니.”

       “지난 번처럼 늦으시면 벌칙이에요?”

       “…음. 이것 참. 나름대로 즐길 생각이었다만 그럴 수 없게 됐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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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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