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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2

        

       그렇게 헤어진 타부다이는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끌고 도장으로 들어갔다.

       몽골 전통 천막인 게르(ᠭᠡᠷ)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의 건물이었는데, 디자인만 그럴 뿐 콘크리트와 철근 등의 돌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다.

         

       덜컹.

         

       몽골의 무인들이 도장으로 쓰기 위해서 만든 건물이니만큼, 엄청나게 튼튼한 것은 물론이고, 안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최고급 흡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건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이 둘을 ‘교육’한다고 해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도장 안으로 들어간 타부다이는 바닥 위에 두 사람을 떨군 뒤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그리고는 넥타이를 거칠게 푼 뒤 탈의를 시작했다.

       재킷은 저 멀리 집어던졌고, 셔츠는 단추를 하나씩 풀어 헤쳤다.

         

       짜악-!

       짜악-!

         

       그렇게 상의 탈의를 한 타부다이는 가슴을 펌핑이라도 하려는 듯 적당한 힘으로 자기 가슴을 손바닥으로 쳐댔다. 그리고 그와 함께 근육을 조금씩 움직이며 풀었고, 빠르게 돌기 시작하는 피에 호응하듯 기를 끌어올렸다.

         

       꿈틀.

         

       피는 곧 통로요, 흐름이라.

         

       피가 빠르게 돌수록 타부다이의 몸을 타고 흐르는 기가 움직이는 속도 역시 커졌고, 그와 함께 가뜩이나 거대했던 타부다이의 근육이 점차 부풀어 올랐다. 마치 한껏 운동해서 근육이 펌핑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단순히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마 겨울같이 추운 날씨였다면 그의 주변에 피어오르는 열기를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꿈틀.

         

       그렇게 만들어진 근육은 인외(人外)에 가까운 것이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맹수처럼 보였던 타부다이의 신체는 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크게 부풀었으며, 근육은 사람이 아니라, 말의 근육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크고 선명했다. 심지어 팔뚝의 근육은 어지간한 사람의 허리 수준의 두께였으며, 불룩 튀어나온 핏줄들은 근육이 터져버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만드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근육을 부풀린 타부다이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둘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치 두 사람에게 위압감이라도 주듯이 말이다.

         

       그리곤 그들의 앞에 서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둘 다 기상하시오.”

         

       존대를 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협박이나 위협에 가까운 타부다이의 나지막한 말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던 둘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몸을 일으켰다.

         

       “끄윽….”

         

       몸을 가장 먼저 일으킨 것은 일본인 격투가였다.

         

       한국인 검사보다 약하게 맞았기에 그보다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꽤 강하게 얻어맞았던 한국인 검사는 아직도 몸을 추스르지 못하는 것인지 빌빌거리고 있었고, 타부다이는 그 모습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디 무인이길래 이러는지 원….”

         

       타부다이는 솥뚜껑 같은 손을 뻗어 한국인 검사를 강제로 바닥에 앉혔다. 그리곤 도대체 이놈이 어디 소속이길래 이렇게 형편없는지 궁금해져서 그가 차고 있는 것들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입고 있는 도복이나 차고 있는 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제대로 된 것이 보이진 않았다.

       소속을 알리는 문양도 없었고, 소속을 특정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도복은 어디 적당한 곳에서 맞춘 것.

       검은 장인이 두들겨서 만든 것이 아닌, 공장에서 찍혀서 나온 칼이었다. 그것도 단체 주문으로 맞춘 것도 아니고, 특별 주문해서 만든 것도 아닌 시판되고 있는 제품이었다.

       그것도 저가 라인의 제품.

         

       “하, 참.”

         

       공장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중간한 수제보다 훨씬 나은 품질을 가지고 있었다.

       마도과학이나 연금술의 힘으로 만들어진 소재는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조차도 어마어마한 품질을 가지게 해주었고, 그 덕분에 무인들은 싼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물건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공장제가 괜찮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가는 물건의 이야기지, 이런 저가 라인의 물건은 해당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무인이라면 이런 저가 라인의 제품을 차고 다니지는 않았는데, 그 이유는 저가 라인의 물건은 무인을 노리기보다는 일반인을 겨냥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일정 품질 이상의 무기와 닿기만 하면 이가 듬뿍듬뿍 나가고, 불순물을 제대로 빼지 않아서 기를 원활하게 불어넣을 수도 없으며, 검명(劍鳴)을 듣겠답시고 기를 불어넣고 공명이라도 하려고 치면 금이 가거나 깨지기까지 한다.

         

       뭐 그런 특성을 이용해 기를 잔뜩 불어넣어 검을 폭발시키는 파검술(破劍術)이나 폭검(爆劍) 용도로 들고 다니는 무인들도 있기는 했지만….

         

       ‘그 경우에는 제대로 된 무기를 반드시 가지고 있으니….’

         

       적당한 도복.

       싸구려 무기.

       높지 않은 경지.

       그러면서도 남들에게 시비나 걸고 다니는 되먹지 못한 인성.

         

       ‘낭인(浪人)이군.’

         

       낭인(浪人).

       방랑 생활하는 무인.

       소속이 없이 정처 없이 떠도는 무인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좋은 말로 낭인이지, 나쁘게 말하면 떠돌이 조폭이나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일본제국 시절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함에 따라 같이 진출했던 몰락한 사무라이들이 대륙을 이리저리 떠돌았었는데, 이때 대륙으로 진출한 사무라이들과 소속이 없던 무인들이 결합하며 조직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엄격한 위계질서와 함께 몸을 불렸고, 온갖 범죄나 폭력 사건들을 일으키며 치안을 악화시켰다.

       이들은 대륙낭인(大陸浪人)이라는 이름으로 악명을 떨쳤는데, 세계대전이 끝난 후 토벌이 되었음에도 이들에 대한 악명은 그대로 남아 ‘낭인(浪人)’이라는 단어를 악한 이미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소속이 없는 무인.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서 있는 무인.

       용병 같은 프로가 아닌, 자기 내키는 대로 의뢰받아가면서 살아가는 한량.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족속들.

       …

       …

       …

         

       실제로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그대로 빼다 박은 짓거리를 하고 다니기도 했다.

         

       소속이 없으니 대단한 배경이나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허구한 날 싸우고 죽이고 다니던 이들의 무공을 익혔으니 나름 싸우는 데는 능력이 있기는 한데, 그것도 전쟁터같이 그리 강하지 않은 이들이 가득한 곳에서나 쓸법한 것이지 강한 힘을 가진 소수의 인원과 싸우기에는 하자가 있는 무공이다.

       나름 무공을 익힌 무인이기는 한데, 다른 무인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니 출세하기는 힘들고…. 용병은 사람이 너무 파리처럼 죽어 나가니 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평범하게 살아가기는 싫고.

         

       그러니 많은 낭인은 일반적인 무인보다 무공을 익히는 데 태만했다.

       그냥 오늘만 보고 산다는 느낌으로 폭력조직에 가담하기도 하고, 어디 순진한 놈 하나 꼬셔서 제자로 받아들인 뒤 제자에게 노후를 책임지게 하기도 하고, 무공 수련에 힘을 쏟는 대신에 입담 같은 것에 힘을 쏟아서 인터넷 방송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타부다이에게 잡힌 이 한국인 검사는, 그러한 낭인 중에서도 한량에 속하는 놈인 것 같았다.

         

       무공을 갈고닦는 것보다는 무인 대접에 더 관심이 있는 한량.

         

       타부다이는 손가락을 한량의 가슴께에 콕 찔러넣으며 기를 불어넣었다.

       진탕된 내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쿨럭!”

         

       타부다이의 손가락이 가슴께에 마디 하나만큼 푹 들어가자 한국인 검사는 크게 괴로워하며 연달아서 기침을 내뱉었다. 그가 기침할 때마다 몸의 떨림이 점차 가라앉았고, 이윽고 남자의 몸의 떨림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타부다이는 남자가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 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뭐 하는 족속이신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이었다.

         

       당연하게도 남자는 타부다이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눈만 깜빡였다.

         

       하지만 이러한 당혹스러워하던 남자의 얼굴은 이어지는 타부다이의 말 때문에 굳어버렸다.

         

       “뭐 하는 족속이길래 충주에서 이 지랄을 벌이냐 이 말이네.”

         

       “그, 게 무슨 말이신지요. 위원님….”

         

       타부다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위원이라는 자리에 있으니까 온갖 사건·사고가 다 귀에 들어오는데…. 허허. 이거 참.”

         

       그는 손을 쥐었다 폈다.

       마치 주먹이 근질거린다는 듯이 말이다.

         

       “올해, 그것도 요즈음 들어서 말이야…. 이런 일들이 엄청나게 늘었다네.”

         

       “….”

         

       “게다가 참…. 우연이지? 그런 일들을 보면, 십중팔구는 한국 국적의 무인과 일본 국적 무인의 싸움이야. 게다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일방적으로 시비를 걸었고.”

         

       “….”

         

       “더 신기한 게 뭔지 아나? 시비를 건 일본인들은 제각각이기는 한데 나라와 연관이 많이 된 곳들이고, 시비를 건 한국인들은 죄다 자네 같은 족속들이야. 소속이 없는 낭인들처럼 입고 있는 자네 같은 족속들 말이야….”

         

       “….”

         

       “거참. 신기한 일이지. 온갖 방법으로 폭력조직을 뿌리부터 뽑아낸 뒤, 눈에 불을 켜고 폭력조직이 생기지 못하게 공권력을 동원하고 있는 한국에서…자네 같은 낭인들이 어디서 그렇게 샘솟았는지 모를 일이란 말이야. 무슨 삼합회가 판치는 중국도 아니고, 야쿠자가 있는 일본도 아니고…. 소속이 없는 낭인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솟아났는지 정말로 궁금하단 말이야.”

         

       “….”

         

       “심지어 그 낭인들이, 죄다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기까지 해.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

         

       “아무리 한국과 일본이 마찰이 있었다고는 해도, 너무 부자연스러운 일이지….”

         

       타부다이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검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털어놓으라는 듯 말이다.

         

       하지만 낭인은 타부다이의 압박에도 입을 꾹 다물었다.

         

       게다가 소인배처럼 보였던 아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묘한 기백마저 풍기고 있었다.

         

       타부다이는 그러한 한국인 검사의 모습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주먹을 들어 올렸다.

         

       무력을 써서라도 도대체 지금 충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했다.

         

       그렇게 천천히 솥뚜껑 같은 손이 낭인의 혈로 향했고….

         

       삐익-!

       삐이익-!

         

       타부다이의 손가락이 혈에 닿기 직전, 도장 전체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호루라기와 경적의 중간쯤에 있는 듯한 큰 소리였다.

         

       삐이익-!

         

       “초인종…? 이 시간에?”

         

       타부다이는 도장 전체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경찰인가…?’

         

       그는 혹시 아까 경찰이 찾아온 게 아닐까 생각하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덜컹.

         

       덜컹거리면서 문이 천천히 열렸고, 그렇게 열린 문에는 단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제복을 입고 있지도 않았고, 형사라고 보기에는 너무 빼빼 마른 남자.

       제대로 씻지도 않은 듯 엉겨 붙은 머리와 낡은 옷에서 냄새가 풀풀 풍기고, 눈 아래에 생긴 그늘이 어찌나 깊고 어두운지 해골의 눈두덩이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는 가슴팍에는 보디캠(Body Worn Camera)을 차고 있었고, 한 손에는 수첩과 펜을 들고 있었다.

         

       남자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취재를 좀 하러 왔는데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정상적으로 올라가네요.
    그냥 어제 일시적으로 그랬나봅니다.

    비트디펜더는…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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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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