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473

       

        

        

        

        

        

        

        

       “제작에 필요한 기간은 알 수 없음…이라. 역시 그럴 수밖에 없나.”

        

        

        

        진과 레인을 부모님께 소개시켜준 후 며칠 가량이 지났다.

        

        그동안의 일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음, 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억지로 짜내보자면, 싱크탱크는 본격적으로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의 자회사 중 하나인 이카루스 다이나믹스와 접촉했고,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무지막지하게 복잡한 계약을 맺었다.

        

        그 후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예상해보자면…이미 계약이 맺어진 이상 거기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든 이행이 시작될 거고, 이카루스 다이나믹스는 본격적으로 기술을 요모조모 뜯어보겠지. 하지만 예상컨대 기술을 이해하는 데도 한참이 걸릴 확률이 높았다.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간만큼이나 정교한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일이다.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여 진과 레인에게 적용된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했고, 그리하여 그렇게 되겠지만, 글쎄다.

        

        기술 구축 토대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걸릴 것 같은데.

        

        

        

       ───스윽.

        

        

        

       “…그러니까 그렇게 뒤에서 앵기지 말라니까요.”

        

       “언제쯤 같이 다닐 수 있는 건데.”

        

       “넉넉하게 6개월 정도 봐야겠지요.”

        

       “아이씨…!”

        

        

        

        목에 휘감긴 팔이 푸르게 빛났다.

        

        물론 눈을 감고 있어도 누군지 알았을 것이다. 현재 우리 집에서 시위 비스무리한 것을 하고 있는 존재 중에서 이렇게 인간다운 말투를 구사하는 건 단 한 명 – 레인밖에 없었으니까.

        

        어쩌면 누군가는 도대체 왜 레인이 나의 집에 있는지에 대해 물을 수도 있었지만, 그에 나는 짧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 며칠 전 두 명을 만났을 때 데이터를 받아가는 조건으로 적당적당하게 했던 약속으로 이들이 만족할 리가 없었으니까.

        

        이 두 명이 머릿속에 보유한 지식적 측면과 지성적인 성숙함은 그닥 비례하지 않는다. 거기다 그동안 감춰져있던 호기심이 지난 번 대거 팀 단체 휴가에서 내가 사는 곳에 잠시나마 방문했을 때의 일로 인해 들불과도 같이 타올랐다.

        

        그런 상태에서 2개월간…까먹고 있었지.

        

        

        잼민이들치곤 오래 참은 것이었다.

        

        

        

       “진짜 그렇게 오래 걸려?”

        

       “그리 오래 안 걸렸으면 제 집에 들이지도 않았겠지요. 여기서라도 좀 참으세요. 모든 일에는 시간과 적절한 절차가 필요한 법이라구요.”

        

       “씨이….”

        

       “레인, 아키타입을 더 이상 곤란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물론 나는 이 시점에서 저게 일종의…개소리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레인을 옆으로 밀어낸 진은 되려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고, 내 목에 걸린 것은 이제 레인이 아니라 진의 팔이었다. 레인은 소리를 빽 지르려다 인상만을 쓴 채 반쯤 포기했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진을 번쩍 들어 소파 위에 들어다 놓았다.

        

        하여간 이런 못난이들이 없어요. 얼굴만 나랑 닮았지 하는 짓은 아주 어린이들이 따로 없다. 나중에 본체가 완성되어 얘네들을 데리고 오더라도 어디 대형 쇼핑몰 같은 곳은 데리고 가면 안 되겠어. 얼마나 땡깡을 부려댈지가 눈에 선하다.

        

        

        아무튼 그것도 그렇고, 이런 선택을 내린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여행 때문이었다.

        

        당연하겠지만 하와이에 사격하러 가는 여행에 이들을 동행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라도 지금 여기서 스팀을 좀 빼줘야만 했다. 부모님께 인사까지 한 마당에 다시 몇 주씩 방치해뒀다간 그닥 재밌는 상황은 안 나오겠지.

        

        이 흔들어댄 콜라같이 빵빵하게 부푼 녀석들 같으니라고.

        

        

        

       “주인, 밥 언제 와? 마라탕이라는 게 입이 얼얼해진다는데, 그건 무슨 감각이야?”

        

       “먹어보면 알겠지요. 어차피 제 뱃속으로 전부 들어갈 예정이긴 하지만.”

        

       “최대한 다양한 맛의 아이스크림을 맛보여줬으면 합니다.”

        

       “아유, 알겠어요.”

        

        

        

       ───딩동!

        

        

        

        땡깡쟁이들의 칭얼거림을 받아주는 와중 벨이 울렸다.

        

        물론 배달원이 집 앞까지 온 것은 아니었다. 여기는 엄연히 최고급 펜트하우스였고, 이 소리는 1층 로비에서 근무하는 인력이 배달음식을 수령했을 때 들리는 것이었다. 아마 직원은 지금쯤 배달원에게 몇 호가 주문했는지를 듣고 미니 엘리베이터에 음식을 올려놓고 있겠지.

        

        그렇게 대략 30초 가량이 더 지났을까, 아까와는 다른 띵 소리와 함께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리하여 진과 레인의 가위바위보가 시작됐고, 승자는 금방 가려졌으며, 레인은 어디서 배웠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로 나갔다.

        

        집문 바로 옆의 작은 공간. 거기에 따끈따끈한 음식과 후식인 아이스크림이 대기 중이었다.

        

        

        부스럭거리는 비닐 소리와 함께 다시 돌아온 레인은 반짝거리는 눈길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한숨 아닌 한숨을 내뱉으며 거실의 테이블 위에 착석했다.

        

        이카루스 기어를 조작한 뒤 두 명과 미각 동기화를 시작했다. 때마침 점심을 먹을 시간이기도 했기에 대략 5인분 가량 시켰으니, 많으면 남겼다가 이따 저녁에 먹고, 양이 적당하면 점심에 다 먹으면 그만이었다.

        

        진은 매운 것보단 달달한 걸 더 좋아했기에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레인은 기대가 된다는 표정이었고 – 뚜껑을 벗기자마자 올라오는 특유의 매운 냄새에 눈을 번쩍 뜨며 이게 뭐냐고 되물었다.

        

        

        

       “…왜 사람들은 이런 걸 아직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냄새 진짜 신기하다. 인간들은 이런 걸 좋아해?”

        

       “놀랍게도.”

        

        

        

        그리고 이제부터는 레인이 한 번도 겪지 못한 아릿한 맛을 보여줄 차례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마라탕을 슥슥 휘젓다가 적당히 건더기를 건져 입에 넣고 우물우물 – 그 순간부터 혀에서 느껴지는 기묘하면서도 아찔한 느낌.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려 두 명을 확인했다. 레인은 눈을 번쩍 떴고, 진은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부터 이어지는 말.

        

        

        

       “켁, 아우, 이거 기분이 이상해…매워! 이거 엄청 신기해!”

        

       “그렇다니 잘 됐군요. 하도 사달라고 졸라대서 주문했답니다. 계속 견딜 준비는 됐는지?”

        

       “아, 아키타입. 저는 이런 종류의 자극적인 음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각 동기화 해제를 부탁…콜록, 케흑, 아으….”

        

        

        

        물론 어림도 없었다.

        

        때마침 배도 고팠고, 지난 번처럼 원칩 같은 걸 입 안에 때려박지 않는 이상 내 입과 위장은 대부분의 것들을 견딜 수 있게끔 진화했다. 다시 말해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식사 시간이라는 소리였고, 진과 레인은 내가 입에 뭔가를 넣을 때마다 끼에엑 소리를 질러댔다.

        

        좌우지간 마라탕의 화력은 두 휴머노이드 개체를 진압하기에 실로 충분했으며, 나는 빵빵한 배에서부터 느껴지는 만족스러움을 느끼면서 소파에 누워 반쯤 기절하다시피 한 이들에게 덧붙였다.

        

        

        

       “이제야 좀 만족스러우신지?”

        

       “으아, 더 이상 못 머거….”

        

       “살려주십시오….”

        

        

        

        뽁.

        

        이젠 진을 위한 시간이었다.

        

        무려 아이스크림 아홉 가지 맛이 담긴 그랜드 사이즈 팩이 네 개. 그걸 하나씩 까서 숟가락으로 깊숙히 찌른 다음 냠냠. 달콤함과 시원함이 입 안으로 마구 밀려들자마자 소파에 널브러져있던 두 명의 눈에 생기가 돌아온다.

        

        진은 콧노래에 가까운 허밍으로 즐거움을 표현했고, 레인도 살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들은 지금 내가 음식을 먹어 느끼는 감각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고, 얼얼했던 입 안이 실시간으로 식어가는 쾌락이 논리회로에 때려박혔단 소리였다.

        

        그렇게 한결 여유를 찾은 진과 레인은 다시금 바깥을 신나게 구경했고, 그러던 와중 진이 입을 열어 물었다.

        

        

        

       “하와이에서 사격 연습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키타입. 무슨 화기를 사격할 예정입니까?”

        

       “거기서 사격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할 것 같긴 하네요. 그래도 총기 액세서리 같은 건 직접 구매해야 하고, 군 외부로 반출되지 않는 파츠도 있을 테니…아무래도 킬박스나 일반사격처럼 마음껏 쏘는 건 어렵지 않을지.”

        

       “그렇습니까?”

        

        

        

        그러더니 진은 툭하고 던졌다.

        

        

        

       “아키타입은 세상을 맘대로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건캐비닛에 여전히 잠들어있는 개인 총기를 가져가서 사격할 수 있지 않습니까? MG338과 Mk.18은 없다고 하더라도….”

        

       “…네?”

        

       “…혹 본 기체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습니까?”

        

       “아뇨.”

        

        

        

        유레카.

        

        나는 진에게 손짓했고, 그녀가 쭈뼛쭈뼛 다가왔을 때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그녀의 표정이 기쁨과 행복, 얼떨떨함의 중간 어딘가를 노니고 있을 때 칭찬까지 덧붙여준 건 덤이었고.

        

        

        

       “진은 천재가 틀림없어요.”

        

       “아으, 에, 매우 감사합니다…?”

        

        

        

        그러나 그 와중,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던 레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일상이었다.

        

        

        

        

        

        

        

        

        

       ‘…주인, 또 이상한 짓 하려고 하네.’

        

        

        

        이리 말하긴 뭐했지만, 아키타입은 가끔 좀…요상했다.

        

        당연하게도 레인은 그걸 입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머리에 주먹을 맞고 싶지는 않았으니.

        

        세상은 이토록 기이했다.

        

        

        

        

        

        

        

        

        

        

        

        

        

        

        

        

        

        

        

        

        

        

       “도대체 로건이랑 만나서 뭔 얘기를 한 거예요, 로렌티나!”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늦은 연락이네요. 잊어버린 건 아닐 거고, 그렇다면 분명히-”

        

       “무지하게 바빴지요, 그동안. 어느 누구 때문에.”

        

       “그럴 것 같았어요.”

        

        

        

        오후 10시 반, 세상이 어둠으로 물드는 시간.

        

        하와이로 출국하기 전 거의 모든 일들을 마무리한 시점에, 나는 이 사건의 발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로렌티나에게 호다닥 화상통화를 걸었다. 물론 비프음이 몇 번 들린 이후 누가 봐도 관광객처럼 생긴 상어가 등장할 줄은 몰랐지만.

        

        새카만 선글라스. 하와이안 셔츠와 바지. 머리에 적당히 눌러쓴 밀짚모자까지. 누가 봐도 1개월 하고 2주 가량 늦은 관광객 패션이었다. 물론 대놓고 한 변장은 이 사람의 본질을 혼동시키기에 아주 탁월하기 그지없었기에 그 외의 말은 안 했지만.

        

        아무튼, 이 양반의 옷차림을 보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제법 궁금해졌지만, 먼저 입을 연 건 로렌티나였다.

        

        현재 캠에는 나 뿐만이 아니라 진과 레인까지 같이 비치고 있었으므로, 꽤 적잖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원래는 제대로 답변해주려고 했는데, 막내네 집에 메카 막내가 둘이나 있는 걸 보니 그것부터 먼저 듣고 싶네요. 제가 모르는 약속이라도 했던 건가요?”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로렌티나.”

        

       “…아무래도 생각보다 내막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 같군요.”

        

        

        

        그와 동시에 로렌티나가 수신호를 보냈다.

        

        뭔가 했더니 기밀 정보가 함유되어 있으니 혹시나 모를 도청과 누출 방지를 위해서라도 암호화 장비를 가동시키라는 내용이었다. 진과 레인까지 잠시 배제시켜야만 한다는 손짓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니 꽤나 민감할 컨텐츠인 듯했다.

        

        어차피 이카루스 기어로 걸었던 전화인만큼 통화 전문은 전부 암호화된 상태였으므로, 간단히 수신호를 보낸 다음 손목시계를 보여주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주변을 살폈다.

        

        하와이의 호놀룰루 국제공항으로 보이는 주변에는 사람이 꽤 돌아다녔지만, 상어는 특수한 기법을 통해 언뜻 보기엔 평범해보이는 메시지에 중요한 내용을 섞어 전달했다.

        

        

        하나둘씩 전말이 밝혀진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갑자기 무슨 휴머노이드 이야기를 하나 싶었더니.”

        

       “어차피 로건네 팀이 직접 투입되려면 두 나라의 전면적 전쟁이 촉발되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까지는 가야 할 거고…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막내라는 전력이 있는데 써먹지 않는 것도 아쉽잖아요?”

        

       “대강 이해는 했어요. 그럼 이제 진과 레인이 왜 제 집을 자유분방하게 드나들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드려야겠네요.”

        

        

        

        나 역시 입을 열었다.

        

        아직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을 적 로렌티나의 부탁 아닌 부탁을 받아 뉴욕으로 향한 나는 진과 레인을 맞닥뜨렸고, 아르테미스의 기술 데이터를 이전받는 와중 두 명의 요청을 받았다 – 요컨대 나와 함께 바깥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바로 그 부탁 말이다.

        

        그 다음 설명은 일사천리였다. 두 명을 이 세계에 구현시키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었지만 시간이 꽤나 걸릴 예정이었으니, 그 전까지 이들의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기 위해 이리로 데리고 왔다는 내용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들은 로렌티나는-

        

        

        

       “──푸흡!”

        

       “…아니, 왜 웃어요!?”

        

        

        

        장렬하게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들릴 듯 말듯 신나게 깔깔대던 로렌티나는 무려 10초 가량이 지나서야 간신히 숨을 되찾았고, 글썽이던 눈물까지 훔치면서 덧붙였다.

        

        

        

       “하, 후우…실로 막내다운 상황이군요. 하지만 뭐어, 두 아이의 엄마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안 그래요?”

        

       “로렌티나도 진 무력화시킬 때 거기 있었잖아요!”

        

       “하하, 생각해보니 그도 그렇군요. 아무튼 큰 문제 없이 진행된다니 다행이네요. 나중에 메카 막내들이 현실에 나타났을 때 만나러 가기는 어렵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이젠 다시 내가 질문할 차례였다.

        

        구체적으로는 왜…지금 그따구로 옷을 입고 공항에 가있는지를 물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간단했다.

        

        

        

       “뭐어, 대략 4일 정도 밤을 새서 로건한테 날아들었던 수많은 신체능력 재측정 요청을 전부 수행하고 왔지요. 그래서 조금 돌아다닐 겸 하와이에 먼저 와있답니다.”

        

       “…일이 빨리 끝났다는 건 그렇다고 쳐도, 먼저 가셨어요?”

        

       “뭐어, 총포상 친구랑 총기 상태 확인도 좀 하고 그래야죠. 게다가 이리저리 계산을 좀 해보니 시차가 서로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지역에서 출발한 두 비행기가 하와이에 동시에 도착하기 위해선 꽤 귀찮은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하. 그럴 바엔 차라리 먼저 가있겠단 말이로군요.”

        

        

        

        로렌티나는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다행히도 이럴 때를 대비하여 부모님께서 몇 가지 남겨준 말이 있었고, 그 중에는 일정이 늘어지거나 줄어들 경우, 또는 여행 출발일이 앞당겨지거나 뒤로 밀릴 때를 대비하여 건네준 코드도 있었다.

        

        그것을 찍어 보낸 다음 상어에게 덧붙였다.

        

        

        

       “목록에 써있는 호텔로 간 다음 이 코드를 보여주면 어떤 방이든 원하는 만큼 묵을 수 있을 거예요. 부모님이 직접 보내준 거니 마음껏 쓰셔도 돼요.”

        

       “아, 두 분 말이로군요. 어마어마한 분들이시죠. 막내가 부모님을 다시 만나게 되면 항상 고맙다는 제 말 전해주시길.”

        

       “물론이지요.”

        

        

        

        끼익.

        

        어느샌가 밖으로 나온 로렌티나는 적당히 택시를 잡았고, 나중에 또 이야기하자며 통화를 종료했다. 민감한 이야기가 끝난 덕에 옆으로 돌아온 진과 레인 역시도 손을 휘적거리며 로렌티나와 작별의 인사를 했다.

        

        그렇게 화면이 픽 꺼졌고, 나는 후우 하고 숨을 내뱉으며 덧붙였다.

        

        

        

       “하와이라.”

        

        

        

        과연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확실한 건 없었지만, 로렌티나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편린을 체감하니 뭔가 즐거운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의자에서 일어섰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자, 그러면….”

        

        

        

        이젠 진짜로 짐을 쌀 때였다.

        

        가방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기는 기대만큼은 결코 작지 않았다.

        

        출발까지 이틀이 남은 밤이었다.

        

        

        

        

        

        

        

        

        

        

        

        

        

       “하와이라. 우리 옛날에 신혼여행이 하와이였지?”

        

       “그렇죠. 옛날 생각 많이 나겠어요. 근데 이번에는 진이와 같이 다니는 친구들도 만나게 될 테니…그 아이들이 어떻게 반응하려나 모르겠네요.”

        

       “우리 딸도 참 서프라이즈 좋아한다니까.”

        

        

        

        한편, 그로부터 대략 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미국 맨해튼.

        

        유진의 부모님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뒤늦은 추석-가족 식사의 장소는 하와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 글을 보시고 계신 여러분

    전 오늘 생일입니다

    이 글을 쓴 이후로 벌써 2번째 생일을 맞이했네요…감개가 무량합니다

    언제나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