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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3

       *** ***

         

       천마신교와 내 행적이 천하에 퍼져나가면서 사천성 주민들의 구설수에는 내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나는 그 반응을 최대한 살피다가 사천의 문파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겠다는 핑계를 주워섬기며 사천성을 나섰다.

         

       구설수를 피해 도망치는 모양새였고 핑계 역시 떡락한 민심과 지지도를 다잡기 위해서 할 수 있는 행동이었으니 별다른 의심은 받지 않겠지.

         

       그렇게 적당히 사천 땅을 떠돌아다니며 상황이 무르익기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흐음.”

         

       비천마차는 달리고 서고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늘 인기척이 느껴졌다. 뭐 천하의 세력이 나와 천마신교를 주목하고 있는 판이니 감시자가 붙는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뭐 어차피 감시자들이 무언가 낌새를 눈치챈다 한들 이미 쌀이 다 익어 밥이 된 뒤이니 상관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간의 의자에서 발을 까닥거리고 있자니 작은 손이 내 바지춤을 잡아당겼다.

         

       찍찍!

         

       마차가 정차하자마자 튀어나간 서공이 흙투성이가 된 채 돌아와 캔 영초를 나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음.”

         

       말없이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자 콧대를 세운 서공이 다른 일행들에게 영초를 자랑했다. 당소열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곰방대로 서공의 머리를 긁어주었고 나머지 일행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서공을 쓰다듬어주었다.

         

       사실 서공이 영초를 캐기 위해 산과 들을 누빌 이유는 없었다.

         

       위서련이 서공의 볼에 강제로 쑤셔넣은 영초들은 죄다 비천마차에 저장되어 있었으니까.

         

       평소 서공이 취하던 기운과 영초의 양을 고려해보면 못해도 수십 년은 먹겠지.

         

       그래도 서공이 영초를 캐 오는 이유는 아마 인정욕구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요새 아무에게나 안겨 준 사실에 격한 불만을 토한 서공은 아무래도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는 이유가 활약을 하지 않아서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사천성을 떠난 이후 부지런히 산과 들을 누비며 영초를 모아오는 것도, 굳이 그 영초를 과시하는 것도 자신의 사냥능력을 증명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푸드드득!

         

       어디선가 전서구가 날아와 흑묘의 주변을 맴돌았다. 흑묘가 손을 뻗어 전서를 받아들고는 올 왔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산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끊이질 않는다네요. 감출 생각조차 없어보인다니 아마도…”

         

       “그래.”

         

       혈교 역시 내 속임수를 간파한 모양이다.

         

       전면전 말고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도 알아차렸겠지.

         

       그러니 이제는 더이상 연기를 할 필요도 없겠군.

         

       “갑시다.”

         

       혁기린과 함께 서공의 털을 다듬어 주던 당도연이 사나운 웃음을 지었다.

         

       “이제야 제대로 달릴 수 있겠군요.”

         

       동시에 나와 일행들 그리고 서공까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당도연의 입장에서야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우리에게는…뭐 말해 뭣하겠어.

         

       두두두두두!!!

         

       “하하하!”

         

       당도연의 웃음소리와 함께 비천마차는 서안으로 힘차게 달려나갔다.

         

       *** ***

       

       사천에서 모산으로 향한 우리는 섬서에서 모산으로 향하던 천마신교의 무인들과 어렵지 않게 합류할 수 있었다.

         

       푸드드득!

         

       흑묘의 손에는 쉴 새 없이 전서구가 내려앉았고 흑묘는 월복당이 전해 준 정보를 취합해 전달해 주었다.

         

       “모산이 혈교의 본거지임은 확실한 것 같아요. 모산 근처에서 영물의 목격담이나 이동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는군요.”

         

       “더이상 감출 필요가 없다는 거로군.”

         

       “모산파와 혈교는 거의 한몸이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 외에도 혈교의 동맹이라 할 수 있는 세력들이 모산으로 향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특히 호남 흑림방의 무인들이 대거 이동하는 것이 포착되었고 그 규모로 따졌을 때는 현경이자 방주인 암경퇴 구모설도 모산에 있다 봐야겠지요.”

         

       현경의 고수라.

         

       예상했던 자들보다는 거물이 등장했군.

         

       혈교의 동맹 중 대다수는 그저 대세에 편승하거나 얄팍한 이득을 얻고자 혈교와 손을 잡은 이들이지만 제대로 된 동맹 세력이 없으리라는 건 과한 기대였다.

         

       비록 분타이기는 하나 오대세가 중 하나인 모용세가 섬서분타에도 침투했던 혈교였고, 유서 깊은 정파 중 한 곳인 모산파와는 본산마저 공유하고 있었으니…그런 행보를 고려하면 당연히 동맹 세력이 더 있겠지.

       

        “소수로 이동하는 고수들에 대한 목격담도 들어오긴 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행적을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서…그런 고수들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 몰라요.”

         

       “그렇군.”

         

       위지천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흑묘가 머쓱한 표정으로 물러섰다.

         

       위서련만 해도 곤륜파에서 사파 잡졸 수백 명을 쓰러트리며 독보강호를 실현했거늘 위지천 앞에서 고수가 몇 명이건 무슨 상관일까.

         

       “흑룡기 앞에서 무인의 숫자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모를 혈존이 아니다. 그러니 관건은 영물이 되겠지.”

         

       위지천이 나를 보며 물었다.

         

       “지금까지 혈교는 다수의 영물을 동원한 적이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예. 두 세 마리의 영물을 한 곳에 투입할 수 있었다면 혈교는 이미 중원의 패자가 되어 있었겠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다만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아무리 강대한 영물이 있다고 한들 혼자서 일곱 진법대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겠지. 그렇지 않다면 전면전 자체가 성립할 수 없으니까.”

         

       “예. 그 수단이 어찌 되었건 일곱 진법대를 다 봉쇄할 전력이 없었다면 전면전을 택하지 않았겠지요.”

         

       “흠. 이 부분은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가.”

         

       “현 혈교의 전력을 모두 감안해 본다면 못해도 일곱 마리의 영물, 아니 여덞 마리 이상의 영물 전력을 보유했다고 가정해야 할 겁니다.”

         

       현재 혈교와 천마신교의 구도는 가위바위보처럼 상성이 물리고 물리는 싸움이었다.

         

       다수의 무인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흑룡기를 지닌 천마. 그러나 그 천마는 영물을 상대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위서련의 표현으로는 흑룡기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던가. 방어나 회피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공격에 들어가면 평소보다 기를 다루는 것이 몇 배는 어려워 진다고 하니 상성이라고 할 수밖에.

         

       그러니 영물을 상대하는 것은 진법의 힘에 의지해야 한다. 합격방진이란 영물이 천하를 지배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영물을 쓰러트리기 위해 만들고 다듬어진 사냥법이니 진법대는 영물의 천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법은 외부의 흔들림에 취약하니, 진법대의 약점은 무인이라 할 수 있었다.

         

       상성이 뚜렷하니 그 상성의 우위를 점하는 쪽이 전면전의 승자가 될 확률이 높겠지.

         

       그리고 그 상성을 무력화 시켜야 하는 쪽은 바로 혈교 측이었다.

         

       천마, 진법대, 무인이라는 가위바위보를 다 갖춘 우리 진형과 달리 혈교 측은 영물과 무인이라는 패가 하나 빠진 조합이었으니까.

         

       “아마도 혈교 측에서는 까다로운 영물을 투입해 천마님의 발을 묶으려 들 것입니다.”

         

       술법이라면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모산파고 격전지가 그런 모산파의 안마당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법이나 술법이 위지천에게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그러니 영물을 붙이겠지.

         

       이는 순전히 내 짐작에 가깝긴 하지만 아직까지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하늘을 나는 영물을 투입해 위지천의 발을 묶으려 들지 않을까.

         

       위서련이 서공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흐음. 그렇다면 혈교와의 결전은 꽤 지저분한 형태가 되겠군. 혈교는 어떻게든 우리들을 찢어 놓기 위해 갖은 수작을 다 부릴 테니까.”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아마 높지는 않을 겁니다.”

         

       “…음?”

         

       위서련이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어째서지? 혈교의 입장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할 전투일 터인데.”

         

       “예 물론입니다.”

         

       혈교는 이 전투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혈교는 정면 승부를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내가 판을 그렇게 짜 놓았으니까.

         

       “혈교에게 선전포고나 하러 가시지요.”

         

       본래 판짜기는 상대를 잡아먹을 역량이 있는 쪽이 하는 법이었다.

         

       *** ***

         

       정보를 주로 취급하는 문파 야조당의 일원 참새 3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호천안이 천마신교의 성자로 밝혀지고 천마신교가 중원에 진출한 이래 중원무림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천마신교의 행보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정보조직들은 천마신교에 대한 정보는 한 꼭지라도 더 얻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당연히 천마신교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정보를 캘 수 있는 감시자를 붙였다.

         

       참새 3호는 바로 야조당에서 천마신교에게 붙인 감시자였다.

         

       참새 3호는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모산 앞에서 멈춘 천마신교의 무인들 사이에서 천마와 호천안이 앞으로 나오더니 돌연 사자후를 내지르는 것이 아닌가.

         

       [혈교의 무리와 혈존에게 고한다. 이미 그대들이 모산에 숨어있다는 사실은 간파했다. 그대들에게 선전포고를 하고자 하니 비겁하게 숨어 있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라!]

         

       ‘섬서에서 세력 확장을 하는가 싶었던 천마신교가 어째서 급히 서안으로 향하는가 했더니 이곳에 혈교의 본거지가 있을 줄이야!’

         

       천마신교가 혈교의 본거지를 급습하다니!

         

       천하가 뒤집어질 소식이었다.

         

       현 상황만으로도 참새 3호의 심장은 격하게 뛰고 있었지만 참새 3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모산에서 튀어나오는 세 사람을 보고는 더욱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혈교의 수장 혈존이 나선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으나 혈존과 나란히 나타난 두 사람이 문제였다.

         

       ‘암경퇴 구모설…!’

         

       호남에 있어야 할 현경의 고수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가.

         

       구모설의 등장도 놀라웠지만 참새 3호는 혈존과 함께하는 두 번째 사람을 알아본 뒤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는 바로 모산파의 문주 조진휘였으니까.

         

       구모설은 물론이고 혈존 서광회와 동행하고 있는 조진휘의 태도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으니 그런 조진휘의 태도가 시사하는 바는 한 가지였다.

         

       ‘모산파와 혈교가 한통속이었다니!’

         

       유서 깊은 정파인 모산파가 변절자이자 무림맹의 배신자라니! 그야말로 무림이 발칵 뒤집힐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 소식마저도 앞으로 펼쳐질 충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참새 3호를 비롯해 천마신교와 비천마차를 쫒아온 감시자들과 첩자들이 모두 숨을 죽이는 가운데 호천안과 위지천 두 사람과 서광회, 구모설, 조진휘가 마주했다.

         

       3장 거리를 두고 모산 초입에서 마주한 다섯 사람.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호천안이었다.

         

       “전면전을 벌이시겠소?”

         

       혈존은 마치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태도를 보이는 호천안의 모습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혈교와 천마신교는 이번 싸움에 걸린 무게 자체가 다르다.

         

       이번 싸움에서 천마신교는 건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다.

         

       세력 확장을 하는 척하며 본진을 급습했으니 일견 천마의 발언에 대한 무게감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허나 무림인들이 지닌 천마신교의 평판은 어떠한가. 이미 악명은 퍼질 대로 퍼졌고 천마신교는 어차피 그 악명을 씻어 가야 하는 처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손해랄 것도 없는 일이다.

         

       피해가 크겠다는 판단이 서거나 불리하다 싶으면 교전을 미루더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혈교의 입장은 어떤가.

         

       혈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멀찍이서 어떻게든 정보를 얻으려는 이들의 기척 정도는 느껴졌다.

         

       이들의 대다수는 천마신교나 호천안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밀정들이겠지. 천하 모든 세력들의 이목을 달고 다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이들이 모산에 들이닥쳤으니 혈교의 본거지가 모산이었다는 것도, 모산파와 혈교가 오랜 동맹이라는 점도 낱낱이 알려질 수밖에 없을 터.

         

       혈교의 본거지와 모산파의 변절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는 셈이다.

         

       두 세력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이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본진의 위치와 함께 중요한 협력자의 정체까지 드러나며 위기에 몰린 혈교와 감쪽같이 제 의도를 숨기고 혈교를 몰아붙이며 승기를 잡아가는 천마신교.

         

       어느 쪽의 편을 들지는 뻔한 이야기였다.

         

       모산파의 변질이 천하에 알려지게 되면 무림맹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천마신교의 등장을 기회 삼아 제 세력권에 있는 영물들을 제압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는 무림맹. 아무리 내실을 다지는 선택을 했을지라도 모산파의 배신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무림맹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모산파를 응징해야만 하니 혈교를 향한 공격이 거세어 지리라는건 불을 보듯 훤한 일.

         

       최악의 경우 내부에 배신자가 나왔다는 위기감에 앙숙인 천마신교와 손을 잡고 혈교를 압박할지도 모른다.

         

       다방면으로 궁지에 몰린 혈교.

         

       그런 혈교가 지금의 상황을 타파하고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요소는 단 하나뿐이었다.

         

       바로 그 힘을 만천하에 떨치는 것이다.

         

       천마신교의 전력을 정면으로 받아치더라도 밀리지 않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중립으로 돌아서 사태를 관망하던 우방 세력들도 다시 합류할 것이고 그 힘을 바탕으로 반전을 꾀할 수 있을 터였다.

         

       “좋다.”

         

       함정과 진법에 의존한 수성전으로는 제대로 된 힘을 증명할 수 없다.

         

       그러니 혈존은 호천안이 제안한 전면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강물 맛을 보더니 제법 판을 잘 짰구나.”

         

       혈존의 도발에 호천안은 그저 빙그레 웃었다.

         

       “혈존께서 좋은 반면교사가 되어 주신 덕이지요. 천려일실(千慮一失)이라, 오랜 기간 들여 천하를 정복할 계획을 세우셨을 터였지만 판을 너무 크게 키우면 놓치는 것이 있기 마련 아니겠소.”

         

       혈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호천안은 혈존의 얼굴을 살피며 생각했다.

         

       일견 자신의 실수를 비꼰 애송이의 도발에 화를 내는 모습이었지만 호천안은 그 분노조차도 상대방을 방심시키기 위해 꾸며진 연기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쉽지 않겠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또 그에 따른 무언가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을 방심시키거나 속이려 들지도 않았을 터.

         

       무언가 수를 준비해 두었다고 봐야 했다.

         

       그 사실을 머릿속에 새기며 호천안은 옆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혈존을 말 몇 마디로 흔드는 것은 불가능하니 다른 이들이라도 흔들어 볼 셈이었다.

         

       “모산파는 언제부터 혈교와 같은 길을 걸었습니까?”

         

       “오래 되었네.”

         

       입을 꾹 다물고 묵비권을 행사하리라는 호천안의 예상과 달리 조진휘는 손쉽게 대화에 응했다.

         

       “어찌 혈교와 손을 잡으셨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후후, 혈교와 손을 잡은 것도 한참이나 늦었다네.”

         

       조진휘의 답에 호천안은 말 몇 마디로 조진휘의 마음을 흔들 수 없음을 깨달았다.

         

       “천하의 근간인 기(氣)를 이해한다는 점에서는 술법이나 무공이나 매한가지라고 생각하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떨어지는 힘이라는 부산물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 무공은 육체를 튼튼히 하고 직관적인 힘을 발휘하나 술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호한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니 누가 술법을 택하겠는가?”

         

       “그렇기에 혈교와 손을 잡으셨단 말씀이십니까?”

         

       “이대로라면 모산파는 물론이고 천하에서 술법의 맥이 끊길 것이라 판단했네. 천하 수천 가지 무공을 줄줄이 꿰고 있는 이들은 수없이 많으나 그보다 더 방대한 술법 중 세인들이 아는 것이라고는 진법 하나 뿐인 것이 작금의 현실일세. 그러나 혈교의 영물이 천하를 지배하게 된다면 술법의 명맥 역시 살아나지 않겠나?”

         

       “혈교가 괜히 무림공적으로 선포되었겠습니까? 혈술이 그만한 해악을 끼쳤기 때문에 무림공적이 된 것입니다.”

         

       “정도를 벗어났다는 비난은 감수하겠네. 허나…초식동물도 배를 곪으면 작은 것들을 잡아먹는 법이지. 죽을 위기에 처하면 살고자 발버둥치는 것 역시 본능 아니겠나. 존엄하게 죽을 것인가, 추하게 발버둥치며 살아갈 것인가. 나는 후자에 걸었네.”

         

       “굳이 모든 술법을 보전해야만 한단 말입니까. 변화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는 법이지요.”

         

       “하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나 술법이 없는 모산파가 어찌 모산파일 수 있겠는가. 그저 살아만 있는 것으로 족하다면 그대는 어째서 천마신교와 함께 이 모산까지 왔는가?”

         

       호천안은 조진휘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구 대협께서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구모설은 호천안의 말에 대꾸하기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다.

         

       구모설의 신경은 오직 천마 위지천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참으로 이상하군.”

         

       “무엇이 말인가.”

         

       “그대와 같이 절대적인 무인이 어째서 저런 입만 산 녀석의 말에 따르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군.”

         

       구모설의 도발 아닌 도발에 위지천은 담담하게 답했다.

         

       “혀가 매끄러운 것은 사실이나, 뛰어난 것은 입심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를 말에 호천안의 표정이 미묘해졌지만 구모설은 그 말에 그저 픽 웃었다.

         

       “좋을 대로 하시구려. 여흥 또한 강자의 특권이니.”

         

       “…흠.”

         

       위지천의 눈썹이 꿈틀거렸으나 한번 닫힌 위지천의 입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나올 말은 모두 나왔다고 판단한 것인지 발길을 돌리며 혈존이 입을 열었다.

         

       “결전은 내일. 모산의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호천안은 올라가는 세 사람을 말없이 바라보며 생각했다.

         

       결전.

         

       결전이 코앞에 다가왔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또 며칠이나 손이 멈추고 말았네요.

    그러니 부지런히 써서 벌충하려고 합니다.

    언제나 찾아주시는 독자님들께는 정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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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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