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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3

       복장을 고쳐 입고서 건물 바깥으로 나온 나는 하늘 가운데에 생겨나는 균열을 느긋이 바라보았다.

       

       저를 처음 눈에 새겼을 때는 본인이 차원을 부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을 했다마는 이렇게 보니 차이가 느껴지는구나.

       

       저 균열 너머의 존재가 사용하는 방식이 아마 제대로 된 방식이겠지.

       

       본인이 사용하는 것은 본인의 규율 아래에서 제멋대로 정한 것이니 말이다.

       

       가만 세상에 힘이 작용하는 방식을 지켜보던 나는 그 복잡함에 질려 혀를 찼다.

       

       어찌저찌 고생을 하다 보면 재현하는 건 가능할 것 같다만 굳이 그러고 싶진 않군.

       

       저 난리를 피울 바에야 그냥 세상을 굴복시켜 내 뜻을 따르게 하는 것이 편하잖은가.

       

       지금 다른 곳에서 넘어오는 퍽이나 고상한 작자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만서도.

       

       곰방대를 입에 문 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어쩌면 대화가 통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규율을 제멋대로 재편하는 본인보다 저 쪽이 더 상식적이지 않은가 싶었거든.

       

       본인이 손님이란 이름의 장난감을 맞이하기 위해 여유를 부리는 동안회사 안에서는 여러 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모래폭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반 직원 분들은 안전을 위해 건물 내에서 근무를 해주십시오. 현재 외부에서…]

       

       건물의 유리창이 불투명하게 변함과 동시에 모든 직원들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라는 방송이 흘러나왔고.

       

       “젠장. 일단 바깥에서 저거 인식 못하게 해!”

       “음식 완성되기 직전이었는데에에에!”

       “이 상황에 그딴 말이 나오냐?!”

       “너네 둘 다 닥치고 외부 마법진이나 발동시키러 가!”

       

       회사에 머무르던 여러 세상의 강자들이 튀어 나와 이런저런 일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아라님말고 저런 현상을 일으키는 괴물이 또 있을 줄이야.”

       “흐악. 난리 났네요.”

       “이런 일은 예정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완벽히 갑작스런 일은 또 처음이네.”

       

       능히 각자의 세계에서 초월자라 불리었을 이들이 건물 바깥으로 나와서 도열을 했다.

       

       저들의 어투는 장난스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달랐다. 스스로의 능력에 망설임 없는 실력을 지니고 있을 이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

       

       “저 너머에서 오는 것이 그리 위험한 녀석이더냐?”

       

       그 중에 아는 얼굴인 용용이가 있어 물음을 던졌더니 녀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라님. 다시 소개드리겠습니다만 샤인입니다. 용용이가 아닙니다.”

       “알겠다. 용용아. 대답이나 해라.”

       “…위험하죠. 세계를 유랑하며 그를 자신의 먹이로 삼는 외신을 어찌 재앙이라 부르지 않겠습니까.”

       “외신이라 함은 결국 그 검은 것과 비슷한 종류이지 않나?”

       

       그렇다면 위협을 느낄 이유가 없을 듯 하다만. 그리 생각을 하고 고갤 갸웃거렸더니 용용이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검은 것만 하더라도 한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 존재입니다만.”

       “그것도 그렇군.”

       

       생각해보니 파이스의 세상은 그 검은 것 하나 때문에 멸망의 위기에 놓였었지.

       

       무어냐. 세상이라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연약한 것이었구나.

       

       “그리고 지금 저 너머에서 오는 것은 영상으로 봤던 검은 곳보다 위협적인 존재겠죠.”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확실히 거대하긴 하다만. 그렇다고 위협적인가?”

       “…사장님께서 이미 설명해드리지 않으셨습니까?”

       

       샤인의 물음을 들은 나는 대수롭잖은 듯 고갤 끄덕였다.

       

       그래. 얼굴을 창백히 물들인 그 녀석이 이야기하긴 했지.

       

       하늘에 균열을 내어 내려오려는 존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사장은 저를 세계의 종말을 알리는 자라는 거창한 호칭으로 불렀다.

       

       그 자가 한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곳은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로 뒤바뀐다면서. 결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허락해선 안 될 존재라고 말이다.

       

       저 너머의 기운을 느끼고 있던 나는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냐 이야기를 했지만 사장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나라는 인간을 향한 원망을 드러낼 뿐.

       

       ‘저것은. 저것은 본래라면 지금 이 시기에 모습을 드러낼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의 경지를 느낀 겁니다. 당신이란 존재의 경지를 느끼고 이 곳에 온 거에요.’

       

       여태 실실 웃으며 능글맞은 모습만을 보이던 사장의 감정적인 모습은 꽤 신선했지만 그렇다고 유쾌하진 않았다.

       

       결코 이길 수 없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균열이 열리지 않게 하기 위해 발악하는 것 뿐이다.

       

       어떻게든 녀석을 쫓아낸다 하더라도 계속 위협 속에서 두려움을 품어야 한다.

       

       ‘저희는 멸망에 한 발짝 다가서고 말았습니다.’

       

       절망에 빠져 희망이라는 것을 바라보지도 못 하는 쓰레기와 어울려주는 것이 어찌 유쾌할 수 있겠는가.

       

       이 이상 이야기에 어울려 줄 이유가 없다 판단내린 나는 시끄럽게 떠드는 사장의 말을 무시하고 발을 움직였지.

       

       “이래서 본인이 예언가를 좋아하질 않는 것이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이미 확 정지어진 것처럼 소리치는 멍청이들을 어찌 좋아하겠는가.

       

       여러 초월자들을 규합하여 나름의 결과를 이루었으니만큼 사장 녀석에겐 과거 본인이 세상을 멸망시킬 거라 소리치던 신선놈들과는 다른 구석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만.

       

       착각이었군.

       

       살짝 짜증이 치솟아 곰방대를 입에 문 순간 하늘의 균열이 크기를 키웠다.

       

       하늘 한 가운데를 반으로 가른 어둠 속에서 수많은 눈들이 세상을 내려다본다.

       

       붉은 빛을 담은 눈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본인을 마주하고는 그믐달처럼 좁아졌다.

       

       – 오. 거기에 있었군.

       

       머릿속을 파고드는 목소리를 들으며 연기를 뱉었다.

       

       참 안타까운 일이야.

       

       본인이 바란 적도 없는데 어찌 저런 기괴한 것들만 본인을 찾아오는 것인지 원.

       

       나의 바람은 포근포근한 녀석들이 본인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지 저런 기괴한 것들이 친근함을 느끼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살피면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 녀석은 본인과 달리 경지를 가릴 생각을 하질 않으니 공포를 그대로 직면하는 걸 테지.

       

       손을 떨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의기는 그럴 듯 하다만 딱 거기까지인가.

       

       본인의 내기를 주변으로 퍼트려 기괴한 녀석의 기운을 거두었더니 그제야 이곳저곳에서 긴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 또 다른 동지일 거라 생각을 했다만. 착각을 했어.

       “이전에 상대했던 검은 것보단 훨씬 낫군. 그 놈팽이는 끝까지 본인을 자기랑 동류라고 외쳤는데 말이야.”

       – 그 친구는 아직 어렸거든. 그런 별 거 아닌 곳에서 실패를 겪을 정도로.

       “호오. 그것에 대해 알고 있었는가?”

       – 녀석 덕분에 그대란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 모를 수가 없지.

       

       저 기괴한 것에게도 동지애라는 것이 있는가 했다만 어투를 보아 그렇진 않은 듯 하군.

       

       검은 것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분노보다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우선시 되는 걸 보면 서로의 존재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인가?

       

       – 그대라는 존재는 참으로 흥미롭군. 꼭 연구를 해보고 싶을 정도야.

       “사양하마. 본인은 정체 모를 것과 어울리는 것을 선호하진 않거든.”

       – 그대가 협력을 해 준다면 이 세상의 안전을 보장할 수도 있다만?

       “…하아.”

       

       예언자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신이라 믿는 놈팽이들도 서로 다를 것이 없군.

       

       다른 이의 말을 들으려 하질 않으니 원. 하늘로 올라가는 잿빛 연기 너머로 일그러진 눈동자를 마주한다.

       

       자신이 우위에 서있음을.

       

       다른 이들보다 드높은 존재라는 것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

       

       실로 오만하디 오만한 그 눈을 말이다.

       

       오만하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당장에 본인이라는 인간부터가 그런 구석이 있으니 말이야.

       

       허나 오만이라는 것에는 자격이 필요하다.

       

       그만한 실력이 존재치 아니하는 오만은 그저 헛웃음 새는 허세에 불과할 지어니.

       

       본인의 눈에 비치는 저 자의 오만은 웃기려 발악하는 광대의 안쓰러운 모습과 별 반 다르지 아니했다.

       

       “용용아.”

       “…예?”

       “네 주변 녀석들을 데리고 돌아가라. 이 뒤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본인은 책임을 질 수 없을 테니까.”

       

       본인의 경지를 가리던 것을 풀어 헤치며 대지에 내기를 흩뿌렸다.

       

       오래간만에 자유를 얻은 천마신공의 내기는 걸인마냥 주변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다 저 멀리에 있는 먹음직스러운 것을 마주하고는 섣부른 움직임을 멈췄다.

       

       참으로 취향이 특이한 녀석들이야.

       

       저 기괴한 것의 어디가 맛있어 보이는 것인지.

       

       어쩌면 본인의 입맛이 다소 관대한 것도 이들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겠구나.

       

       – 반항할 텐가? 그것도 나쁘진 않지. 그대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괴한 것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기 무섭게 하늘에 새겨진 균열이 한층 더 크기를 키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무엇인가가 빠져나온다.

       

       본인이 인식하기에 저는 기괴한 것의 손으로 보였다.

       

       비좁은 곳에 일단 팔을 들이밀고 보는 것인가.

       

       멀리서 보기에는 우스운 꼴이다만 저 녀석은 저를 자신의 위엄을 보이는 행위라 생각하는 모양이야.

       

       뭐어. 그래도 저 기괴한 것은 본인이라는 사람을 찾아 이 곳에 방문한 손님이니.

       

       원치 않은 객이라도 적당한 대접을 해주어야겠지.

       

       왜 옛 말에 그런 것도 있지 않은가.

       

       상대가 손을 내밀었으면 이 쪽도 손을 내밀라고.

       

       “환영인사는 성대하게 하는 게 예의라 배웠으니 어디 한 번 힘을 내볼까.”

       

       주변에 퍼트렸던 기운을 발끝에 끌어 모아서 대지를 짓누른다.

       

       그로 인해 생겨난 지진과 비슷한 흔들림 속에서 자세를 취한다.

       

       본인이 무림에 태어나고서 가장 먼저 배운 자세.

       

       여태까지 살아오며 수천수만수십만을 넘게 반복한 형.

       

       본인의 근원이자 본인의 끝이 되는 일권.

       

       “스스로가 하늘이라 주장하고 싶다면 버텨 보거라.”

       

       본인은 본인의 권에 부서지는 것을 하늘이라 부르고 싶지 않으니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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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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