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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3

    <473 – 브금술사 강제취직>

     

    혈음악단 간부를 BGM담당 브금술사로 써먹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달성되어야 했다.

     

    “아카데미 체류연장허가는 받았어요?”

    “심사에 실패했습니다. 시험기간 이후에도 계속 아카데미에 머무르려면 교수들에게 협조하며 행동에 제약이 걸리고 철저한 감시 하에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는 아가씨가 바라는 협력을 할 수 없습니다.”

    “저런. 나쁜 짓을 너무 많이 하다가 오셔서 위험등급이 높으셨구나!”

     

    일단은 방법을 강구해보고자 개인실에 데려왔다.

     

    “근데 저희 아버님이랑은 무슨 관계세요?”

    “아가씨의 아버님이 누구십니까?”

    “에이, 모르는 척하시기는. 와이히엠하이 재단 이사장이잖아요.”

    “무슨 근거로 제가 아가씨의 아버님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딸한테 관심이 많은 아버님이 1학년 시험에 관계자를 한 명도 안 보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일 강하고 위험한 사람들을 시험상대로 보낼 거라고 생각했죠.”

    “아버님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시군요.”

    “후후. 보통이죠.”

     

    내가 딸을 키워도 가장 믿음직스럽고 강한 부하들을 보내서 능력치를 듬뿍 올려줬겠지.

    랜덤파파지만 진짜 혈연으로 이어진 사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사장 파파와는 마음이 꽤나 잘 맞는 편이다.

     

    “그보다 정말 고민이네요. 모자에 집어넣고 다닐 수도 없고, 벽에 보관하기도 그렇고.”

    “큭큭. 웃으면 되는 부분입니까?”

    “왜 웃어요? 농담 아닌데. 모자 속에도 벽 속에도 사람 있어요!”

    “…”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바보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아차.

    앨리스 선배의 구박에 후후 웃었다.

     

    “농담이에요. 이제 웃어도 돼요.”

    “…농담이 정말 살벌하시군요. 두 번 웃으려다가 심장이 멎겠습니다.”

     

    간부의 정장셔츠가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

     

    “여하튼 아카데미에서 브금이라는 것을 지원하려면 저 역시 아카데미 내에 머물러야 합니다. 비허가된 통신마도구로는 위치추적을 막고 은폐하는데 들어가는 술식이 많아서 피치 못하게 사용거리에 제약이 크게 걸립니다.”

    “저런.”

    “아가씨께서 제게 어떻게든 허가를 받거나 제가 숨어있고 사정거리를 늘릴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아가씨만의 브금술사가 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골치 아프게 됐네요.”

    “뭐 그래도 너무 낙담하지 마십시오. 아가씨는 장래가 유망하지 않습니까.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혈음악단에 들어오거든 저와 함께 전장을 가로지르며 수많은 인간들의 비명과 절규를 연주할 수 있을 겁니다. 저 일레트리코elétrico가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무언가 묘수가 떠오르지는 않을지 머리에 검지와 중지를 펼쳐서 얹는 고뇌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갑자기 작별인사를 하던 간부의 고개가 내게 향했다.

    정확히는 내 등에 맨 배낭배낭을 굉장히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혹시 그 배낭에 특별한 마도구를 넣어 두지는 않았습니까?”

    “마법배낭에 마도구를 넣으면 배낭이 터질 수도 있는데요?”

    “그래도 들어있지 않습니까.”

    “머 그렇긴 하죠!”

     

    안정화 술식을 덧붙여서 집어넣은 마도구가 이것저것 있기는 했지.

    내친김에 바닥에 마도구를 하나씩 꺼내보았다.

     

    테트라포스가 모아온 피를 약탈하는 데 사용했던 <진공청소기>.

    사다코 교수님의 머리카락을 엮어서 만든 <섬뜩한 짚신>.

    지난 학기에 칭호작과 시험치르기에 써먹었던 탑승물인 골렘을 불러낼 수 있는 <골렘소환구슬>.

    누에여왕의 탈피한 껍질로 만든 <누에날개옷>.

    조나가 리프의 선물이라며 준 <이상한 악기>.

    종이비행기를 자동으로 접어서 저장하는 술식을 추가한 <종이항공모함>.

     

    “그겁니다.”

    “종이항공모함이요?”

    “뒤에 내려놓은 새빨간 미니 바이올린 말입니다.”

     

    아하.

    미니바이올린을 주워드니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랐다.

     

    -리프의 선물입니다. 아가씨의 성장속도를 고려해서 더욱 향상된 맛의 사탕과 아카데미 생활에 필요할 암살무기, 비장의 악기를 가져왔습니다.

    -알았당. 이걸 손잡이로 잡고 머리를 내리치면 되는 거죠? 이렇게!

    -자세한 사항은 교본에 적혀있습니다만, 너무 함부로 흔들면 자칫 손을 베이거나 악기가 폭발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분명 조나가 면회에 왔을 때 사탕바구니와 함께 이런 악기를 건네주기도 했었지!

     

    “이게 왜요?”

    “그건 혈음악단의 간부들에게 지급되는 <마도구>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된 블러디컬렉션입니다.”

    “오오. 블러디컬렉션!”

    “아십니까?”

    “이름이 멋져요!”

    “…블러디컬렉션은 악기에 정해진 방식으로 마나를 주입하면 음파에 다양한 부가효과를 실어서 날리는 대량살상악기입니다.”

    “그걸 리프가 어떻게 저한테 줬어요?”

    “리프가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청소메이드요!”

    “……웃으면 됩니까?”

    “농담 아니거든요!”

     

    조금 혼란스럽고 머가 먼지 몰?루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후후 웃으며 하비노디로 돌아왔다.

     

    “그래서 이 악기는 왜 찾으셨는데요?”

    “그 악기에는 왠지 모르게 가능성이 보입니다. 특정한 소리를 저장할 수 있는… 그렇습니다. 저장. 이 악기는 저장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렇구나! 저장은 어떻게 하는데요?”

    “일단 현의 안에 보이는 바늘에 손가락을 대고 피를 주입하십시오. 주인각인의 과정입니다.”

    “아얏.”

     

    이렇게 아파하면 귀여워 보일 것 같아서 앓는 소리를 냈는데 간부는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이사벨이나 지젤이면 호다닥 달려와서 우리 애기노디 어떡해 흑흑 막 이러면서 걱정해줄 텐데 간부아저씨는 걱정하는 척도 안 하고 정말 못됐어.

    흥, 나 삐졌다!

     

    “현이 저절로 울리는 공명현상은 각인이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이제 악기를 쥐고 마나연공법을 운행하며 악기까지 마나를 끌어가보십시오. 그러면 악기가 스스로 사용법을 알려줄 겁니다.”

     

    가볍게 마나를 일으켜보니 악기가 웅웅 울리면서 무언가를 호소했다.

    마치 배가 고픈 응애 만드라고라가 밥을 보채는 것처럼 들리는 소리였다.

     

    “아항. 알았다. 소리를 먹는 악기구나!”

     

    소리를 저장하면 악기슬롯에 소리가 저장되는데, 가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하나씩 슬쩍하는 차원절도괴물처럼 이 악기도 저장한 소리를 하나씩 꺼내먹는 못된 버릇을 지녔다.

    악기를 받은 뒤로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으니 원래 저장된 몇 안 되는 소리만 주워 먹으면서 궁핍하게 사느라 쫄쫄 굶은 기색이 역력했다.

    불쌍한 녀석.

    많이 힘들었겠구나.

    악기를 어루만지면서 여러 가지 소리를 내보았다.

     

    “활활”

    “무오오오옹”

    “응애애애”

     

    악기는 좋다고 허겁지겁 소리를 수납했지만 이런 정도로는 도무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저주받은 아이템마냥 꿩 대신 닭이라고 소리 대신 내 마나를 끌어당기려는 못된 움직임이 보였다.

     

    “어라?”

     

    근데 이 탐욕스러운 움직임, 잘만 하면 사람의 정신이 들어가고도 자리가 남을 것 같다.

     

    “간부아저씨. 아까 어떻게든 아카데미에 체류허가를 받거나 아니면 몰래 숨어서 통신마도구의 근거리 제약을 벗어나서 도와줄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이렇게나 빨리 말입니까? 정말 재능이 대단하시군요. 과연 수석장학생이십니다.”

    “그럼 잠깐 이거 좀 대신 잡아주세요!”

     

    간부아저씨의 손에 악기를 덥석 쥐어주었다.

    별 생각 없이 악기를 받아든 아저씨가 사색이 됐다.

     

    “이건 대체…! 악기에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아카데미의 허가 없이 숨을 수 있고, 통신마도구의 사거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언제나 근처에서 브금이 재생되는 방법을 떠올렸어요!”

    “이 악기가 지금 제 마나를 강제로 끌어당기고 있단 말입니다!!”

    “아, 출력이 조금 약했죠? 그래서 방금 제가 손을 조금 봤어요. 후후후. 1분만 기다리면 곧 전송되실 거랍니다.”

    “전송되다니, 뭐가! 어디로!!”

    “네에? 그야 간부님의 영혼이 악기 속으로 전송되어야죠.”

     

    간부아저씨가 갑자기 칠공에서 동시에 피를 뿜어내며 거칠게 저항을 시도했다.

    물론 테트라포스 선배의 잔악혈조술도 저지할 수 있는 내 혈조술 앞에서 악기에 영혼이 끌려가는 도중인 간부아저씨의 얄팍한 저항은 먹히지 않았다.

     

    <혈음연공법 – 강제각성>

    <혈조술 – 혈액조종>

    <각성 파괴!>

     

    “악기에 영혼이 깃들면 통신마도구 없이도 항상 근처에 있어서 사정거리 걱정도 사라지고, 교수님이 에고아이템이구나 하고 지나가느라 어떤 영혼인지 알아보지도 못하잖아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천재적인 아이디어! 그렇죠?”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다니, 이러고도 당신이 아카데미의 학생입니까!!”

     

    당사자의 동의?

    아하.

    간부아저씨가 뭘 착각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런 건 공식방문객이나 아카데미 학생한테나 구하죠. 체류연장을 허가받지 못한 불법체류자한테 누가 양해를 구해요?”

    “끄아아아악!!”

    “너무 걱정 말아요. 일레트리코 아저씨도 비명과 절규를 연주하기를 좋아하셨잖아요? 브금 연주하다보면 적이 지르는 비명과 절규를 근처에서 들을 수 있으니까 직업만족도는 충분히 보장해드릴 수 있어요. 복지 완전 좋죠?”

     

    너무 좋아서 대답도 못 하고 몸이 점점 앙상해지는 간부아저씨!

     

    “널 돕겠다는 인간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그치만 아저씨는 대량학살에 특화된 사람이잖아요. 멋대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잔뜩 죽이면 지역이벤트 진행도가 팍팍 오르고 억까가 몰아치는데 그럴 바에야 제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으로만 충동을 해소하는 편이 서로 윈윈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저씨 좋고 아가씨도 좋은 그림 아니겠는가!

    이렇게 표현하니 뭔가 말이 이상한데?

     

    “아참.”

     

    주의사항을 깜빡할 뻔했네.

     

    “가끔 제가 바빠서 마땅한 소리를 수집하지 못해서 악기가 배고파하면 안에서 만족할 때까지 비명을 질러주셔야 해요. 안 그러면 영혼이 통째로 악기에 잡아먹힐지도 몰라요!”

     

    주의사항을 듣고 비로소 안심이 되었는지 간부아저씨의 육신이 미라처럼 쪼그라들어서 흘러내렸다.

    좋았어, 이사완료.

    이걸로 브금술사 일레트리코 간부아저씨는 언제나 악기와 함께야!

    때마침 테스트를 도와줄 사람도 왔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며 히틀러 교관에게 물었다.

     

    “와! 마침 잘 오셨어요. 좋은 BGM생성기를 하나 얻었는데 테스트 좀 도와주실래요?”

     

    득템했으면 성능테스트 겸 시연을 해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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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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