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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4

       

        

        

        

        

        

        

       [트리키 개인 사이트 – Eugene]

        

       [공지사항]여행갑니다

        

       

       이전부터 꾸준히 광고해왔듯이 오늘부터 하와이로 떠납니다.

        

       출발은 조금 늦을 겁니다. 오후 8시에 인천을 출발하게 되면 하와이에 대략 아침 9시 즈음에 도착하게 될 것 같네요. 비행 시간은 대략 9시간이니, 한국 기준으로는 아침 가량에 방송이 켜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확실하진 않지만요.

        

       일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터라 한국에서 방송을 시청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트리밍은 어지간하면 켤 예정이므로 아무때나 들어와도 상관없을 겁니다.

        

       하와이에 도착하게 되면 로렌티나가 마중을 나온다고 하네요. 다들 내색은 안 했지만 분명 상어를 좋아할테니 방송에 상어가 간간이 나오면 놀라지 말고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서 뭘 하게 될지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따로 알려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진즉 먼저 알려드리긴 했지만요. 과연 시청자분들 중 하와이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만나면 즐겁게 맞아드릴게요 ㅎㅎ

        

       하모니랑 다이스는 이제 반쯤 원년멤버니만큼 거기서 자주 볼 수 있을 겁니다. 예전보다 영어실력이 좀 늘은 두 애들도 일종의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공지는 오후 6시 반에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세팅해두었고, 그게 올라갔을 즈음엔 저와 하모니, 다이스는 현재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버스에 올라타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을 겁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나중에는 편집자랑 썸네일러 분들도 데리고 가야겠네요. 아무튼 그렇다구요

        

        

       내일 봐요!

        

        

        

       [전체 댓글][등록순]

        

       =뭐지???하와이가서꼬리썬탠을한다는것인가???꼬리에왁스를바르고딩굴딩굴을한단것인가???

       ㄴ오….

       ㄴ헉야햇

        

       =팩트)다들 상어좋아한다고 대놓고 표현하고 다닌다

        

       =선생님 새벽5시면못볼줄알았습니까? 딱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백수쉑ㅋㅋㅋㅋ

       ㄴ응 당직이야~~~~~

       ㄴ앗

        

       =아니 상어눈나는 도대체 뭔일을 하길래 심심하면 비얌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이양반도 대충 군대일하고 있지 않나? 로건이랑 같이 다니는거보면 이사람도 그쪽일듯

       ㄴ뭔지는 몰라도 상어도 범상치 않을 확률은 100% 이상임 ㅋㅋㅋ

       ㄴ시간많은거보니 어디 PMC 고위직일거같기도하고

        

       =하와이가서 하는게 총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아너 끝나고 나서 좀 쉬나 싶었더니 이젠 새끼비얌끌고 진짜 총을 쏘러가네 ㅋㅋㅋ

        

       =아니싯팔 선생님 우리는 그걸 휴가가 아니라 전지훈련이라고 불러요!!!!!!!!!

       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그래서 녹냥이가 뭘 할 수 있는데 ㅋㅋ 울부짖는 거 말고 뭘 할 수 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팩트)다

        

       =다이스는 로건이 안온 걸 다행으로 여겨야하지 않을까….

       ㄴ북극곰한테 잘근잘근 다져졌을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포식자’

       ㄴwwwwww

        

       =하모니랑다이스랑 하와이까지 가서 군장메고 땀뻘뻘 흘리면서 사격하는거 기대되면 개추좀 눌러볼까?????

       ㄴ일단나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코이츠들 여행가서 살쪄오는게 아니라 살이 빠져서 올 예정인wwwww

        

       =?? : 시원한 바닷물냄새 대신 몸에 화약냄새만 밸 것 같은데….

        

       =현실에서 가상현실게임을 연습시키는 비얌은 도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

        

        

        

        

        

        

        

        

        

        

        

        

        

        

       -알려드립니다. 해당 비행기는 앞으로 5분 안에 다니엘 K. 이노우에 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며….

        

        

        

       “…어으, 잘 잤다아…벌써 다 왔어요?”

        

       “시차 적응이 하나도 필요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런 거였구나.”

        

       “제가 말했죠?”

        

        

        

        좁은 비행기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하와이의 전경.

        

        오후 8시에 이륙한 비행기가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고 태평양 위로 떠올라 망망대해를 가로지르길 9시간, 자동으로 휴대폰의 시간이 하와이의 현재 시간으로 맞춰지고 있었다. 오전 8시 55분. 1등석에 올라 두 시간 가량 시간을 때우다 잠에 든 우리를 맞이한 건 아침햇살이었다.

        

        시차가 크게 바뀔 정도의 먼 거리를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국에서 자고 일어난 것처럼 상쾌한 아침 햇살. 이 두 명에게 시차가 그닥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큰 문제 없이 착륙한 비행기 바깥으로는 인천공항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 펼쳐진 상태였다. 사실 인천공항에 비하면 조금 규모가 소소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천공항이 상당한 규격 외라서 그런 것도 있고….

        

        

        그렇게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었다.

        

        개인 좌석의 커버를 열고 밖으로 나온 두 명의 표정은 말 그대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여행의 기대감이란 언제든 사람을 신나게 만드는 법이었다.

        

        성냥갑만했던 공항은 어느새 전체를 다 보기도 힘들 정도로 거대해졌다. 수백 명의 사람들을 비행기에서 공항으로 연결시키는 이동형 게이트가 비행기에 밀착함과 동시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고, 그 사이로 하와이의 공기가 안쪽으로 새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당연하겠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

        

        하와이 공기에서는 코코넛 냄새가 나냐는 질문이 들어오면 그럴 리 있겠냐고 당당히 답변해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래에서 보자구요. 입국심사 잘 하시고, 짐 잃어버리지 말고.”

        

       “아, 맞다. 이중국적자셨지.”

        

       “로렌티나랑 먼저 기다리고 있을게요.”

        

        

        

        뭐어, 미국 국적이 있는 건 사실 부차적인 문제긴 했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이 세계는 발현자에 대한 배려가…좀 많이 보편화됐기 때문이었다. 비행기에서 나가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공항 직원이 나를 어딘가로 안내했고, 거기서 말 그대로 즉석 인터뷰만 진행하면 끝이었다.

        

        과거 미국 JFK 공항이야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붐비는 곳이기도 했고, 연말이라는 이유로 여행을 온 사람들도 많았으며, 무엇보다도 내가 그냥 평범하게 입국심사대로 향했지만…일단 여기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비수기라는 점까지.

        

        

        모니와 다이스가 지금쯤 무슨 상황을 겪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비행기 문이 열린지 2분도 되지 않아 나는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짐을 전부 찾고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막내-!”

        

       “우왁, 몰래 숨어서까지 놀래키지 말라니까요, 정말.”

        

        

        

        우리가 도착하기 전까지 한참을 기다리던 상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하겠지만 얼마 전에 했던 화상통화에서 보여주었던 요란하기 짝이 없는 관광객 패션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무난하다고 해야 할까. 얇은 검은색 바지에 안이 비치지 않는 적당한 백색 반팔 티셔츠가 달려오는 속도에 의해 휘날리고 있었다.

        

        하와이의 10월은 평균 26도 정도의 무난하면서도 시원한 날씨였고, 나 역시도 로렌티나가 입고 있는 스타일과 비슷한 코디를 갖추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달려와 점핑 허그를 시도할 것만 같았던 상어가 빠르게 속도를 줄였다.

        

        방금의 환대가 마치 가식이었다고 여겨질 정도의 신속한 태세전환이 끝난 뒤, 로렌티나는 슬그머니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 두 명은…위에서 아직 바쁘겠군요. 이건 뉴 막내들의 짐인 것 같은데, 5일 가량 체류하는 것치곤 상당히 짐이 적네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전부 여기서 사기로 했어요. 로렌티나 선임의 것도 물론이고.”

        

       “선의를 거절하는 타입은 아니니, 그 호의 잘 받도록 하죠. 후후.”

        

        

        

        뭐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로렌티나와 대화를 하고 있으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과거의 기억과 그 어떤 부분도 들어맞지 않는 아름다운 장소와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했다 – 그렇다고 해서 아픈 것만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등장인물이 그때와 동일했기에, 칼날과도 같이 날카로워 떠올리기만 해도 베여버릴 것만 같았던 당시의 기억들이 점차 무뎌지고 있는 것에 가깝겠지.

        

        내가 그런 생각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더더욱.

        

        

        그리고 거기에 쐐기를 박는 몇 가지가 더 있었다.

        

        

        

       “선생니임-!”

        

       “저희 끝났, 우왁! 로렌티나 씨도 계셔!”

        

       “후후. 그동안 잘 지냈나요, 새끼뱀들?”

        

        

        

        이젠 아예 새끼뱀이라는 별명이 오피셜에 준할 정도가 되어버렸구만.

        

        물론 내 뒷목을 더욱 찌릿찌릿하게 땡기게 만드는 건 저 두 명이 저 꼬라지의 별명을 듣고도 그닥 싫어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좋아하고 있다는 점이겠지. 추석 선물로 뱀꼬리 달인 물을 달라고 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주변에 슬슬 우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기에 도망가야 했다. 당연하겠지만 주로 나 때문이었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만 하는 건 호텔 체크인. 와이키키 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한 5성급 호텔 – 이카루스 레지던스 오브 와이키키가 앞으로 우리가 5일 가량을 묵게 될 호텔 이름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산하의 호텔이었다. 그 즈음이면 다들 눈치챘겠지만 이카루스 사원이라면 기본적으로 할인이 들어가고…뭐, 어차피 내가 신경쓸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아, 저 차네요. 앞으로 하와이에 머물 동안은 저 차를 쓰면 될 거예요.”

        

       “…차체의 형태가 어디선가 많이 보던 외형인데.”

        

       “유, 유진 씨, 이거 진짜 저희들이 아무런 돈도 안 내도 되는 거 맞아요…?”

        

        

        

        놀랍게도 대답은 예스였다.

        

        차체 앞면에 부착되어있는 것만으로도 어디서 제작했는지를 알 수 있는 특유의 그릴과 환희의 여신상. 차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보자마자 즉각 눈을 화등잔만하게 뜰 4인승 차량 한 대가 이카루스 회사의 문양을 부착한 채 주차장에 선 우리의 앞으로 다가왔다.

        

        내부에는 아무도 타있지 않았다. 무인 운전이 상당히 보편화된 시기기도 했고, 이걸 보내준 분이 그 누구도 아닌 부모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아무튼 운전석에 꼬리를 수납 가능한 공간이 있는 걸 보아하니 거기가 내 자리인 듯했다.

        

        의자에 앉자마자 느껴지는 부드러우면서도 푹신한 승차감. 등에서부터 느껴지는 압도적인 감촉이 어쩐지 이걸 만들기 위해 들어가야만 했던 비용과 비례하지 않을까 싶은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었다.

        

        

        

       -[알림 : 탑승자 ‘유진’ 인식…환영합니다. 이카루스 레지던스 오브 와이키키로 자동운행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알림 : 3명의 추가 탑승자 인식…완료되었습니다. 차량에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알림 : 메시지 전송 완료.]

        

        

        

       “우와.”

        

       “갑시다.”

        

       “유진 씨의 차량 취향은 이런 중후한 거였구나….”

        

       “아니거든요.”

        

        

        

        메시지 전송 완료.

        

        이걸로 하와이에 와계신 부모님도 내가 곧 호텔에 도착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었다.

        

        

        육중한 문이 소리없이 닫히고, 거의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은 소음과 함께 컬리넌이 미끄러지듯 도로를 가로질러 와이키키 해변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늘은 맑았다. 주변의 건물들은 대부분 굉장히 낮았다. 근처에 공항이 있었기에 고도제한이 걸린 탓일 확률이 높았다. 해변을 우측에 낀 채 도로를 내달릴 수는 없었지만 온갖 그래피티로 덮인 건물들이 여럿 보였기에 가는 길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도심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하자 슬그머니 보이는 관광지스러운 광경. 차량 전고가 버스만큼 높았다면 어렴풋하게나마 바다를 볼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고, 곳곳에 자란 반얀트리와 야자나무가 이곳이 하와이라는 걸 대놓고 알려주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것만으로 하와이란 걸 판정하긴 좀 그런가.

        

        

        그러던 와중 차량은 한 호텔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고, 지정 주차 구역으로 보이는 곳에 자동으로 주차를 끝마친 후 이곳에서 하차를 하면 된다는 안내 메시지를 내보내었다.

        

        어차피 체크인 시간은 마음대로였기도 하고, 미리 QR코드로 어느 층의 스위트룸을 사용하면 되는지를 알려주었기도 하니, 앞으로는 짐을 풀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하면 되느냐 하니,

        

        

        

       “일단 아침식사를 먼저 하도록 하죠. 그 후에 예약한 총포사 쪽에 슬쩍 다녀와보는 건…다들 어떻게 생각해요? 오늘은 하와이 관광을 먼저 즐기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의견도 고려해보도록 하죠.”

        

       “전 상관없어요.”

        

       “저도요. 어차피 5일이나 머무는 거 보니 오늘부터 바로 하든, 혹은 내일 하든 어차피 하와이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전부 입에 쑤셔넣어줄 것 같으니까요.”

        

       “…딱히 반박을 할 수가 없네요. 스트리밍은 짐을 전부 풀고, 아침을 먹은 뒤 하도록 합시다.”

        

        

        

        띵.

        

        그 와중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보인 것은 벽면이 투명한 유리로 이뤄진 엘리베이터였고, 벽면에는 불사조 모양의 이카루스 로고가 새겨져있었다. 물론 그 너머로는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이 보였고.

        

        듣자 하니 여기는 로비에 짐을 맡기면 객실로 자동으로 보내준다고는 하지만, 다들 5~6일간 묵을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고 싶다고 했기에 로비를 거치지 않고 바로 객실로 향했다.

        

        당연하겠지만,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산하의 호텔답게 다양한…이스터에그 비슷한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심지어는 작년에 파이널 챔피언십의 TOP 10 유저들의 개인 로고만을 모아 벽에 박아두기도 했고.

        

        

        

       “…아니, 잠깐만. 이거 저희 개인 문양이잖아요!”

        

       “그러게요. 이번 년도에 치뤄질 제4회 파이널 챔피언십의 TOP 10 명단이 나오게 되면 여기도 바뀌려나?”

        

       “로고를 박을 곳이 여기밖에 없는 것도 아닐 거고, 다른 층에 새기거나 하지 않을까요?”

        

       “그도 그럴지도….”

        

        

        

        결국 그 모든 건 상상의 영역이었으니, 진지하지만 결코 과몰입할 정도는 아닌 정도의 토론과 함께 스위트룸에 도착.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 와이키키 해변이 어디에 있는지는 구태여 찾아볼 필요조차 없었다 – 문이 열리자마자 베란다를 가득 메운 것이 와이키키 해변이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바깥에 해변을 바라보며 물장구도 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쿠지도 있는 판이었고.

        

        그 옆에는 누가 봐도 바베큐용 공간으로 보이는 곳이 삐죽 머리를 내밀어 존재감을 은은히 과시하는 중이었고.

        

        

        당연하겠지만 침대방은 4개 이상이었고, 한 사람씩 침대를 골라잡아 쓰자는 결론은 방에 입실한 지 고작해야 30초밖에 되지 않았다.

        

        각자 마음에 드는 방을 골라잡은 이들은 침대 옆에 캐리어를 적당히 내려놓았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만장일치로 ‘조식은 이 호텔 식당에서 먹는 게 좋겠다’며 한 마디씩 보태었다.

        

        물론 그건 조금 어려울 예정이었다.

        

        

        그렇게 와이키키 해변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와 식당이 있는 1층으로 향하는 와중,

        

        

        

       ───!

        

        

        

       ‘…슬슬 오셨나보네.’

        

        

        

        1층 로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발끝으로 어렴풋하게 전달되는 진동. 이런 형태의 감각 감지에 극단적으로 특화된 내 신체는 일반인은 느낄 수조차 없는 감각을 알아챈 뒤 그것을 정보로 변환할 수 있었고, 수집된 데이터는 1층에 수많은 사람들이 집결 중인 걸 알리고 있었다.

        

        내 부모님, 동시에 호텔에서 전력을 다해 대접해야만 하는 본사의 VVIP. 그런 분들이 말 그대로 느닷없이 들이닥쳤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물론 그것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슬그머니 1층으로 도착했고, 대략 10초 가량 앞으로 걷자마자 누가 봐도 당황이라는 감정이 얼굴에 거듭 겹친 직원 한 명이 호다닥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22층 대형 스위트룸을 예약하신 유진 님이시죠? 27층의 히든 라운지에 출입할 수 있는 키카드입니다.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그 분들이 하신 다른 말씀은 없을까요?”

        

       “…예.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이 건물에는 1층의 식당 말고도 따로 식사가 가능한 공간이 또 있나보다.

        

        로렌티나는 내가 과거에 말해준 적 있었으니 당연히 그러려니 했고, 하모니와 다이스만이 눈을 멀뚱멀뚱 뜨면서 이게 뭔가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금방 알게 될 것이었으므로,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 엘리베이터에 카드키를 찍었다.

        

        그 순간 홀로그램 위로 추가되는 추가적인 다섯 개의 층. 25층부터 30층이 열림과 동시에 27층을 클릭했고, 그 순간 층수를 띄우는 엘리베이터 칸에 메시지가 추가되었다 – <VIP 이동 중>이라는 글자였다.

        

        나와 로렌티나 말고 그걸 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띵!

        

        

        

        대략 지상에서부터 80미터 가량 위에서 멈춰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상당히 현대적이면서도 유려한 디자인. 과거 이카루스 한국 지부를 방문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으나, 문이 열리자마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향기가 흘러나왔다는 차이점이 존재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옷을 단정히 갖춰입은 호텔리어 한 명이 다가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내를 시작했다.

        

        

        

       “안내한 창가 좌석에 앉아주시면 됩니다.”

        

       “어, 여기 두 자리가 비는데….”

        

       “곧 두 분이 더 오실 예정입니다. 부디 부담없이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말을 남긴 채 그는 사라졌고, 하모니와 다이스는 조금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 무언가를 본 듯 내게 덧붙였다.

        

        

        

       “와, 유진 씨. 방금 보셨어요? 엄청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고 계신 중년 부부 한 쌍이 계셨어요. 여기 뭔가…되게 VIP나 오는 그런 공간인가봐요. 이런 곳은 언제 또 예약하셨어요?”

        

       “이곳에 있는 거의 모든 분들이 정장을 입고 계시지 않나요?”

        

       “아이,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그 와중 6인이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에 4명이 앉았다.

        

        바깥은 푸르렀고, 와이키키 해변 위로 몇 번이고 파도가 철썩이는 광경이 보였다. 물론 그런 아름다운 광경조차 두 명의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갑작스럽게 두 명이 추가된다는 말이 적잖아 신경쓰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그 결과는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갑자기 막 로건이랑 오웬스 씨가 오는 건 아니겠죠, 유진 선생님…?”

        

       “그럴 리가요.”

        

       “그럼 대체 누가 오시려나….”

        

        

        

        물론 그것보다도 더 어메이징한 분들이 오실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내 육감은 잘만 작동하고 있었으며 – 발끝을 통해 구둣굽이 지면과 맞닿으며 나는 진동이 느껴졌다.

        

        그것이 20미터에서 15미터로, 10미터, 그리고 5미터로 좁혀졌을 때…이 두 명은 몇십 초 전에 말했던 ‘엄청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고 계신 중년 부부 한 쌍’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을 확인하고 어찌할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로렌티나는 큭큭대는 중이었고, 두 분은 정장 안에서 두 장의 명함을 하모니와 다이스에게 한 장씩 건넸다.

        

        

        그 두 명이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의 부사장과…이사님?’ 하는 바보같은 대화를 내뱉는 사이, 나는 부모님과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실로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여러 명의 게스트와 함께 하는 추석 가족식사라. 참 세상에 이런 기이한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뒤, 숨을 한 번 들이켰다.

        

        입이 열렸다.

        

        

        

       “…소개할게요. 이쪽은 이카루스 인터내셔널에서 각각 부사장과 이사직을 맡고 계신…저희 부모님이세요.”

        

        

        

        그 순간.

        

        누군가는 굳었고, 누군가는 더 이상 웃음을 참기 힘들었는지 입으로 큭큭대며 웃었다.

        

        

        

       “좀 느닷없지만, 저희 가족과 만난 걸 환영해요.”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었다.

        

        아무튼 그러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얌카루스 인터내셔널

    다이스와 하모니는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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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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