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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4

       사장이라는 사람은 오래 전 멸망의 광경을 마주했던 그 순간부터 그 광경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마저도 기꺼이 내걸 정도로 필사적으로 발악을 해왔다.

       

       그가 보여준 노력은 회사의 초기 멤버이자 이 곳에서 손꼽힐 정도로 강한 이들의 존중을 받을 정도였으니.

       

       사장은 자그마한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부여잡기 위해 온갖 발악을 할 사람이었다.

       

       허나. 허나.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대부분의 이들이 다급히 뛰쳐나간 대회장에 홀로 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 새겨진 것은 오롯이 절망뿐이었다.

       

       세상을 집어삼키는 자가 언젠가 올 것은 예견되어 있었다.

       

       저 자는 일정 이상의 규모를 지닌 세상이 있으면 그 곳에 반드시 방문하는 존재일 지어니.

       

       언젠가 세상이 하나 둘 규합되기 시작했을 때 저 존재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에 불과했다.

       

       허나 그 절차가 닥칠 것은 지금이 아니다.

       

       몇 개의 세상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혼란을 거치며 인간들이 저 존재에 대응할 힘을 얻었을 때에서야 저 존재가 등장할 예정이었단 말이다.

       

       지금은 그 어떤 수를 써도 세상을 집어삼키는 자에 대응할 수 없어.

       

       설령 저 자의 침입을 막는다 할지라도 멸망의 신호탄이 터졌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스벤.”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든 사장, 스벤은 반그로우의 미소를 보고 눈을 찡그렸다.

       

       “본명으로 부르지 말라 그랬잖아.”

       “뭐 어때요. 들을 사람도 없는데.”

       “아니… 하아. 왜. 급한 거 아니면 넘겨. 지금 나 머리 아파.”

       “아라님께서 저걸 해결하지 못하리라 생각하세요?”

       “당연한 걸 왜 물어보는 거야. 저건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종류가 아냐.”

       

       아라가 대부분의 존재가 지닌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당장 스벤조차도 그녀의 강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허나 그 강함이 멸망의 앞을 홀로 가로막을 수 있는 수준이냐 묻는다면 사장은 결코 그렇다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아는 멸망은 그런 식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아라님을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말이에요. 아라님이 끼어든 미래를 완벽하게 인지하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어폐가 있지 않을까요?”

       “…그걸 어떻게.”

       

       스벤이 눈을 깜빡이자 반그로우가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말을 이었다.

       

       “그야 당신 아라님이 경지를 풀 거라는 거 조금도 예상 못했잖아요.”

       

       슬로우쿡 방송을 할 당시 아라가 경지를 풀어버린 것은 분명 예견되지 못한 사고였다.

       

       회사의 주요 인원 대부분이 공포에 질려 업무가 정지되어버리는 사태가 어찌 사장이 예견 하에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누가 보더라도 그는 분명한 사고였다.

       

       “아라님이 현실에서 경지를 풀게 내버려 둔 것도 그래요. 평소의 당신이었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걸요?”

       

       이외에도 반그로우가 스벤의 실수를 여럿 늘어놓기 시작하자 스벤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예. 맞아요. 전 아라님과 관계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합니다.”

       

       아라와 관계된 미래를 아예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미래는 아라라는 사람의 행동을 예측한다기보다는 그 주변 인물들의 눈으로 아라를 관측하는 것에 가까운 것이니.

       

       만약 아라가 변수를 만들어낸다면 스벤은 그녀의 행동을 예측 할 수 없다.

       

       “근데 그래서 뭐가 달라지죠? 뭐가 바뀌죠? 멸망이 눈앞까지 다가왔는데 아라님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하여 무어가 바뀝니까?”

       “바뀔 수도 있죠. 당신이 저희의 상식을 부수었듯 아라님께서도 당신의 상식을 부술 수 있는 거잖아요?”

       

       스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반그로우를 타박하려 했지만 그가 입을 벌리자마자 반그로우가 그의 입에 무언가를 넣어버리는 바람에 불평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졸지에 무언가를 억지로 먹여진 스벤은 한참 동안 헛기침을 내뱉다가 미간을 찌푸린 채 반그로우를 노려봤다.

       

       “뭘 먹인 겁니까.”

       “정신저항 약물이요. 이걸로 저 너머의 존재를 봐도 미치진 않을 거에요.”

       “…미치진 않아도 좋은 영향은 없을 것 같은데.”

       “괜찮아요.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잘 치료해 드릴 테니까.”

       “아니.”

       

       그 이상 스벤이 말을 잇기도 전에 그를 어깨에 짊어진 반그로우가 발을 움직인다.

       

       복도를 달리고, 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서, 건물의 바깥으로.

       

       그러는 동안 스벤은 이럴 때가 아니라며 반항을 했지만 일반인의 육신을 지닌 그는 반그로우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으니.

       

       결국 그는 반강제로 바깥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스벤은 보았다.

       

       회사의 앞에 모여 있는 초월자들을.

       

       현 회사의 최고 전력이라 부를 만한 이들을.

       

       얼굴을 창백히 물들인 채 아직까지도 공포를 떨쳐내느라 고생하고 있는 이들은.

       

       스벤은 보았다.

       

       하늘을 반으로 가르는 검은 색의 균열을.

       

       점차 무너져가고 있는 세상간의 경계를.

       

       그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기괴한 무언가를.

       

       인간이 마주해서는 안 되고 이해해서도 안 되는.

       

       본래는 눈에 담는 것만으로 미쳐버려야 할.

       

       이 세상과 함께 무너져내려 스스로의 존재마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끔찍한 존재를.

       

       내 생각이 옳았어. 저건 지금의 우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야.

       

       그 어떤 수를 쓰더라도 패배를 맞이하게 될 뿐인 악몽이야.

       

       저것을 앞에 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나는.

       

       우리는.

       

       이렇게.

       

       쿠웅!

       

       땅을 울리는 진동에 정신을 차린 스벤은 반그로우의 도움으로 간신히 중심을 잡고는 저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 아라가 있었다.

       

       세상을 삼키는 자를 앞에 두고서도 두려움은커녕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내비칠 뿐인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새겨진 미소를 스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사람은 이 상황에 어떻게 웃을 수 있지?

       

       저 끔찍한 존재를 앞에 두고서 어떻게 당당할 수 있지?

       

       자신의 무를 얼마나 믿기에 저런 것을 앞에 두고서도 자그마한 의심조차 드러내지 않을 수 있지?

       

       스벤이 머릿속으로 수많은 의구심을 가지는 동안에도 아라는 태연히 자신의 할 일을 했다.

       

       그녀가 내딛은 걸음을 중심으로 점차 균열이 퍼져나간다.

       

       허벅지에 힘을 더할 때.

       

       균열에서 파편이 튀긴다.

       

       허리를 뒤틀 때.

       

       그녀의 주변에 머무르던 바람이 폭풍이 되어 주변을 뒤흔든다.

       

       어깨를 뒤로 뺄 때.

       

       그녀가 서 있는 곳은 그 근처에 다가서는 순간 빨려 들어가 버릴 듯한 마경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녀가 주먹을 쥔 순간.

       

       모든 이상이 일순에 사라졌다가 폭풍이 되어 이 세상에 강림한다.

       

       스벤은 보았다.

       

       아라가 하늘을 향해 자신의 주먹을 뻗는 것을.

       

       인간이 만들어낸 무를 뛰어넘어 하나의 기적이 되어버린 권을 내지르는 것을.

       

       스벤은 보았다.

       

       그 권이 외신의 주먹과 맞닿는 것을.

       

       대지를 밤으로 바꿔버리는 거대한 주먹과 인간의 자그마한 손이 맞닿는 것을.

       

       스벤은 보았다. 세상을 짓뭉개버려야 할 손이.

       

       이 세상에 멸망을 전달해 주어야 할 그 손이.

       

       너무나도 무력하게 밀려나 균열 너머로 쫓겨나는 것을.

       

       그것은 인간의 권이 아니었다.

       

       자신이 선 대지를 하늘이라 규정하고.

       

       기괴한 것이 모습을 드러내는 하늘을 대지라 규정한.

       

       스스로를 하늘이라 의심치 않는 이가 내리는 심판이었다.

       

       “너무 싱겁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기적을 만들어낸 아라는 실망스럽다는 듯 하늘을 올려보다가 느긋이 허공으로 발을 내딛었다.

       

       “잠시 저 녀석과 놀고 올 터이니 기다리고 있거라. 멸망을 불러올 존재라는 게 설마 이 정도밖에 안 되진 않겠지.”

       

       그렇게 아라가 균열 너머로 넘어가 버린 후 모든 광경을 눈에 담았던 스벤은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반그로우.”

       “왜 그러시나요?”

       “내가 발악을 할 이유가 있을까? 그냥 아라님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거 아냐?”

       “후후. 그거 참 사장님답지 못한 말씀이네요.”

       

       *

       

       본인이 균열을 넘어가려는 순간 갑작스레 균열이 자취를 감추었다.

       

       허어. 한 번 호되게 당했다고 도주를 택하다니.

       

       너무도 추하고.

       

       또 멍청하구나.

       

       진정 본인에게서 도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한 것인가?

       

       이미 그대의 기운이 이 세상에 남아있을 지언데 본인에게서 도망을 칠 수 있을 리 없지 않나.

       

       – 꺼져라!

       

       가벼이 차원을 부수고 기괴한 것의 앞에 도착했더니 녀석이 격한 환영인사를 해주었다.

       

       세상의 규율을 비틈과 동시에 본인이 있는 곳을 압착해 죽이려 든 것이다.

       

       권능의 활용이 말끔하군. 이전에 검은 것을 상대해 보지 않았더라면 조금 곤욕스러웠겠어.

       

       허공에 발을 내딛은 것으로 기괴한 것의 권능을 짓누른다.

       

       세상의 규율이 바뀐 것?

       

       그게 무어가 중요한가.

       

       규율이 어떤 식으로 바뀌던 간에 세상을 본인의 아래에 굴복시키면 본인의 뜻이 이루어 질 뿐인데 말이다.

       

       – 죽으란 말이다!

       

       이번에는 자신의 거대한 육신으로 짓뭉개려 드는가?

       

       거 움직임이 어설프군.

       

       규모가 다를 뿐 지성이 없는 짐승과 다를 바가 없어.

       

       손날을 휘둘러 내게로 다가오는 기괴한 것의 육신을 절단시킨다.

       

       꽤나 튼튼하여 자르는 맛이 있기는 하다만 딱 거기까지군.

       

       이래서 무를 배우지 않은 것은 재미가 없다니까.

       

       – 넌. 넌 대체.

       “시간을 낭비하기 싫으니 미리 말을 해두마. 본인에게 악몽을 보이려 해봐야 의미 없다.”

       

       과거의 절망 따위 오래 전에 극복했으니.

       

       “본인의 존재를 붕괴시키려 해도 의미 없다.”

       

       네 녀석 따위가 본인의 존재를 짓누를 수 있을 리 없잖은가.

       

       “세상의 규율을 재편하려 들어도 의미 없다.”

       

       본인의 뜻을 넘어서지 못하면 세상은 언제나 본인의 발 아래에 머물 뿐이니.

       

       “여러 자잘한 수작질을 부리려 해도 의미 없다.”

       

       네 놈의 전력이 본인에게 닿지 못하는 데 허술한 수라고 달라질 성 싶으냐.

       

       “그러니 다른 것을 보여라.”

       – 넌 뭐지? 어떻게 이런 것이 있을 수 있지?

       “무어냐. 없는 것인가?”

       

       세상을 집어삼킨다는 거창한 호칭을 갖고 있는 녀석이 진정 이것밖에 하지 못한다고?

       

       진실로 멸망을 불러올 존재가 이리 허술하다는 말인가?

       

       스스로가 지닌 힘만을 믿고 다른 그 어떤 것도 단련하지 않았다고?

       

       “재미가 없군. 재미가 없어.”

       

       쓸만한 장난감이 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냥 크고 튼튼할 뿐인 과녁에 불과했을 줄이야.

       

       뭐어. 그래도 이것이 어디냐. 이런 장난감을 쉬이 구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니 잘 활용해야지.

       

       본인의 육신에 머무르던 기운을 아낌없이 풀어낸다.

       

       주변이 무너지건 찢어지건 붕괴하건 그딴 것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모든 것을 주변에 펼친다.

       

       – 무얼 하려는 것이냐!

       “여기에는 신경 써야 할 것이 없지 않으냐.”

       

       대지를 망가트리면 어쩌나하는 고민도.

       

       주변의 생명들이 휘말리면 어떡할까라는 걱정도.

       

       본인의 권이 낳을 여파가 어디까지 닿을지에 대한 의심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이 검은 공간에 있는 것은 나와 기괴한 것 단 둘 뿐이니까.

       

       “그러니 잘 써먹어야지.”

       – 안 돼. 안 돼. 안 돼!

       “살아남고 싶다면 버텨 봐라.”

       

       본인의 전력을 담은 권을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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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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