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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4

    <474 – 벼르고 벼른 이벤트>

     

    도적길드 중간관리자는 조심스럽게 디스트로이어의 개인실을 방문했다.

     

    ‘언제 봐도 살벌한 수준의 트랩들이군.’

     

    개인실에 정식으로 출입하지 않는 불법침입자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조잡하고 눈에 띄는 함정 아래에 이중삼중으로 설치된 고급트랩이 깔려있다.

    어설픈 학생은 하급트랩에 걸리고 조금 피를 보는 선에서 끝나지만 그걸 해체하고 분해하며 마법적 수단으로 통과하려는 실력자는 살상력이 훨씬 높은 트랩에 걸린다.

    심지어 이를 해체하면 마지막으로 나타날 함정은 도적길드 중간관리자조차도 정체만 간신히 감지할 뿐, 해체에 필요한 역량이 얼마나 높을지 가늠조차도 되지 않았다.

     

    ‘교수클래스가 아니면 감히 감당도 못 하겠지.’

     

    똑똑. 똑. 똑똑똑.

    정해진 방식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며 노크를 하고 기다리자 문이 열렸다.

     

    “들어와도 좋다.”

     

    디스트로이어의 개인실에 놓인 커다란 전술테이블은 폼페이 시를 비롯한 화산4성이 놓여있었다.

    지도에는 이미 디스트로이어와 도적길드가 화산폭발을 저지하기 위한 침투경로와 제압대상, 제거대상 등이 표시되어 있었다.

     

    “오크노디에게 붙인 3학년 중퇴자 정보원이 추가로 수집한 정보는 있는가.”

    “이상이 없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이상한 일이군. 그 오크노디에게 이상이 없다는 보고가 올라오다니.”

    “재단에 포섭된 징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행동이 변했기에 시험 도중에 이상이 발생했다고 추정됩니다. 현재 다른 교관들을 포섭하여 시험장 내에서의 정보를 수집하는 중입니다.”

    “그런가. 재단의 총수도 수석장학생이자 자신의 딸을 손 놓고 방치하지는 않았나보군. 정보 수집은 서두르지 마라. 안전이 우려되기에 우선순위를 뒤로 한다.”

    “예.”

     

    디스트로이어는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음 주는 휴강공지를 올렸다. 잠복은 다가오는 월요일… 아니, 오늘부터 당장 진행한다.”

    “알겠습니다.”

    “실력이 부족한 상급정보원들은 모두 떠날 채비를 갖추고 화산지대에 함께 투입할 준비를 하도록. 교관을 빌미로 데려왔으니 밥값은 하게 써먹어야지.”

     

    히틀러의 반만큼만 정보를 수집했어도 아카데미에 남을 수 있었을 것을, 격전지로 끌려가게 생겼군.

    중간관리자는 저들의 미숙함을 딱하게 여기며 개인실을 나갔다.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딱한 소식을 전하러 가기 위해서였다.

     

    디스트로이어는 개인실을 나서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오랜만의 대형작전에 실전투입으로 작전의 최종점검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 바빴으니까.

    사태의 경중으로만 따지면 1학기의 피렌체 왕국 세비체 공작가문 폐쇄령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벌컥!

     

    그렇기에 제 발로 나갔던 중간관리자가 다급히 돌아온 모습이 마뜩치 않았다.

     

    “두고 간 물건이라도 있나?”

    “히틀러가 중대한 보고를 전했습니다.”

    “오크노디가 돌을 먹었다는 보고라면 흔한 일이니 호들갑떨지 말라고 전해라.”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동기들을 암흑칼날로 베었다는 보고라면 그것 역시 훈련과정의 일환이며 암흑마나를 몰아내고 재생력을 높이는 훈련을 겸하는 과정이라고 전해라.”

    “사람이 죽었습니다!”

     

    착각이 아니라 정말 심각한 보고였군.

    디스트로이어의 시선이 처음으로 전술지도에서 떨어져 중간관리자에게로 향했다.

     

    “실수로 암흑칼날을 너무 깊게 내질러서 동기를 살해한 건가?”

    “아닙니다. 혈음악단 간부의 영혼을 뽑아서 악기에 가두고 영혼의 절규소리로 연주를 한다고 합니다.”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가?”

     

    오크노디의 기행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도저히 잠자코 들을 수가 없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히틀러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상세하게 보고해라.”

     

    도적길드 중간관리자는 히틀러의 보고를 톨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였다.

     

    -어때요? 이 브금 근사하죠? 막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대체 이런 무시무시한 노래를 사람의 영혼을 뽑아 악기에 집어넣으면서까지 연주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건 너무 잔인한 일이지 않습니까.

    -혈음악단은 제가 개입하지 않으면 이곳저곳에서 지역이벤트를 마구 앞당겼을 거거든요.

    -…!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아버님 대신 저를 위한 도구로 쓰이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후후후.

     

    마치 부모의 말을 잘 듣는 딸이 사소한 장난을 친 것처럼 수줍게 웃었다는 오크노디는 웃는 얼굴로 히틀러 교관에게 물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때요? 이 브금. 역시 하나면 좀 별로죠? 나중에 나갈 일 있으면 바이올린도 잔뜩 모아야겠어요. 강화를 하면 안에 담을 수 있는 용량도 커질 테니까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단원들과 실력 좋은 간부들도 잔뜩 모을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람의 영혼.

    그것도 악명 높은 혈음악단 간부들의 영혼을 악기에 전부 수집하겠다는 충격적인 고백!

     

    “오크노디가 <브금>이라 명명한 영혼포획술의 표적은 혈음악단이 명백하며, 간부 일레트리코의 실종을 눈치 챈 단원들은 급히 잠적한 상태입니다.”

    “좋군.”

    “좋다고요…?”

    “설마 잊고 있지는 않겠지. 우리가 화산지대의 건을 저지하려는 목적 또한 재단의 이사장 파벌의 계획을 저지하고 오크노디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일환이라는 것을.”

    “…그런 목적에서 비롯된 작전임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연장선상의 일로 보면 대수로울 것 없다. 오크노디가 자신의 아버님, 이사장의 수족을 사로잡고 영혼을 굴복시키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다크프린세스로서의 행보를 보이는 것뿐이니까. 지켜야 할 공주님이 저리 의욕적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있다면 오히려 안심할 일이지.”

     

    아무리 그래도 인간의 영혼을 뽑아서 악기에 가두는 건 너무 무섭잖아.

    놀란 마음은 진정이 되질 않았지만 디스트로이어는 중간관리자의 마음을 달랠 생각 따윈 없었다.

     

    “히틀러 교관에게 전해라. 이후로도 오크노디의 전속감시로서 아카데미에 머무르라고.”

    “그게, 히틀러 상급정보원은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막중한 임무였다며 보수는 받지 않아도 좋으니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사표를…”

    “여기까지 와서 발을 빼는 것이 가능하리라 믿는가? 허튼 생각 말고 얌전히 아카데미에 남으라고 전해.”

     

    이래서 어느 조직에서건 특출나게 일을 너무 잘하면 제 무덤을 판다니깐.

    중간관리자는 모름지기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 인생격언을 되새기며 히틀러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오크노디를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지금의 사건을 듣고서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 아이의 행보가 재단의 이사장과 다를 바 없이 잔혹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오크노디와 이사장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오크노디를 이사장의 품에서 떼어놓기 위한 대규모 작전의 결행으로 이어지고 있지.”

    “그 차이가 무엇입니까?”

    “재단의 이사장의 지령은 무고한 이와 그렇지 않은 이,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오크노디의 잔혹한 행보는 오직 악인만을 희생시켜왔다.”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중간관리자의 눈에도 무서운아이의 악명에 어두워졌던 눈이 뜨이며 흐릿한 진실이 비추었다.

     

    “선악의 경계가 흐릿하기에 잔인한 수를 아무렇지 않게 둘 수 있지만, 주변인의 교우관계나 가르침에 따라서는 그 힘을 세상의 평화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군요!”

    “바로 그렇다. 그러니 우리는 그 아이의 어둠만을 보고 쉽게 포기하며 손을 놓지 말고, 흐릿한 빛을 보고 붙잡은 손을 더욱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은퇴한 전대용사가 삼대거악의 후계자를 자신의 제자로 고른 이유였다.

    중간관리자는 디스트로이어 교수의 원대한 계획에 깊이 감동하며 존경을 표했다.

     

    ‘교수님이 어린이애호가라는 악소문을 퍼뜨린 것 또한 삼대거악이 그녀의 곁에 머무르는 교수님을 위협적인 적으로 분류하지 않도록 속인 것이구나.’

     

    그렇다면 앞으로도 디스트로이어 교수가 오크노디를 선의 길로 인도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삼대거악의 눈을 막아둘 필요가 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는 어린이애호가이며 오크노디에게 사감을 지니고 있다는 소문을 더욱 적극적으로 멀리 퍼뜨릴수록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겠지.

     

    ‘이 기회에 도적길드의 힘을 단단히 보여주자.’

     

    감동이 지나친 나머지 저지르는 과잉충성!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

    잊어서는 안 될 인생격언을 잊은 자의 우행이었다.

     

     

    * * *

     

     

    ━━━

    [선상전투①]

    -토요일 9시~13시

    -교수 : 엘 드라코

    -모험학부, 교양

    ━━━

     

    ━━━

    [마나연단법 수련]

    -토요일 14시~17시

    -교수 : 조나 와이히엠하이

    -모험학부, 교양

    ━━━

     

    피크닉으로 힐링하기 이후 남은 강의는 두 개.

    그러나 두 강의는 모두 중간고사가 없었다.

    선상전투는 일전의 실습을 중간고사 대체실습으로 정했고, 조나는 연단법은 꾸준한 노력이야말로 시험이라며 강의만 진행했다.

    중간고사 일정은 사실상 종료.

    그렇기에 나는 오래도록 벼르고 벼르던 권한 하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크노디. 준비는 다 됐어?”

    “물론이지, 즈앙!”

     

    ━━━

    [학생회 임원 벨벳이 <학생회 견학> 기회를 제공합니다.]

    [유효기간이 24시간 남았습니다.]

    ━━━

     

    일요일인 오늘 할 일은 바로 학생회 견학!

    벨벳 선배의 권유에 응할 날이 마침내 찾아왔다.

     

    “폭탄은 누가 들고 갈래?”

    “그게 무슨 소리니 즈앙아…?”

    “학생회 같은 마굴에 겁도 없이 폭탄도 지참하지 않고 들어가면 여차할 땐 자폭하겠다며 협박해서라도 탈출할 방법이 없어지잖아.”

     

    아이 참.

    이래서 초심자는 곤란하다니깐.

     

    “이미 폭탄술식을 잔뜩 새겨둔 종이비행기를 가방에 잔뜩 넣어놨어!”

    “그래? 그럼 폭탄은?”

    “탈출구에 심어두고 들어가자. 탈출하는데 추적을 당하면 기폭 시켜야지!”

     

    즈앙의 눈에 감탄의 기색이 떠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탈출구를 확보할 줄 아는 택티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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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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