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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5

       *** ***

         

       흑림방으로 대표되는 혈교 측 무인들과 천마신교의 무인들이 서로에게 무기를 겨누고 치열하게 수를 교환하고 있는 전장.

         

       정신없는 난전의 현장이었지만 암경퇴 구모설과 소천마 위서련 주변은 마치 약속된 것처럼 비워져 있었다.

         

       이는 수하들이 수장을 배려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츠즈즈즈즈!!

         

       경력을 주고받는 구모설과 위서련의 압력에 감히 접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흑룡기의 이빨을 막아내던 구모설은 살짝 기운을 거두어 들이며 입을 열었다.

         

       “마치 기운이 살아있는 듯이 사람을 물어뜯으려 하다니 정말 대단하군. 이것이 바로 천하에서 손꼽히는 신공의 공능인가.”

         

       “긁히지도 않았으면서 칭찬을 입에 담는 것은 조롱인가?”

         

       “아니, 아니오. 정말로 감탄했을 뿐이오.”

         

       위서련은 구모설의 눈에 서린 순수한 감탄을 읽어내며 입을 열었다.

         

       “혈교라는 사특한 자들과 손을 잡았으면서 무에 대한 열망을 품는 것인가.”

         

       “하하하하하하!!”

         

       위서련의 힐난에 구모설은 웃음을 터트렸다.

         

       “무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기에, 혈교가 사술을 다루는 이들이기에 손을 잡은 것 아니겠소?”

         

       “…뭐라?”

         

       “무인들이 가장 손에 넣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바로 신공절학이오.”

       

       무슨 당연한 소리를.

         

       천하에 신공절학을 원하지 않는 무인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다른 문파들, 다른 무인들과 손을 잡고 천하를 도모한다 한들 신공절학을 손에 넣을 수 있겠소? 그들 역시 신공절학을 원하기는 마찬가지일텐데. 반면 혈교는 어떻소? 모산파는? 혈교는 혈술과 영물에 관심이 있고 모산파는 방술의 부흥이 목적이니 천하를 손에 넣는 과정에 딸려올 신공절학들은 과연 누구의 손에 들어갈 것이라 여기시오?”

         

       “…그렇군.”

         

       위서련은 실소를 흘렸다.

         

       “천하의 모든 신공절학을 손에 넣겠다라. 참으로 광오하고 어리석은 목표로군.”

         

       “크크크….무인이라면 무에 미쳐야 하는 법 아니겠소.”

         

       “하.”

         

       “그대도 나를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오.”

         

       구모설의 눈이 번뜩였다.

         

       “그저 땀흘려 수련하는 것만으로는 도무지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낄 때, 강호를 돌아다니며 만날 수 있는 자들이 보이는 무학 따위로는 무를 궁구하는 열망을 식힐 수 없을 때 무인은 미쳐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이 갈망을 혈교와 손잡고 신공을 구하는 방법으로 풀기로 했소.”

         

       “그런가.”

         

       위서련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쥐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넋두리였지만 그로 인해 확신을 얻었다.”

         

       “무슨…?”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대와의 대결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대는 나보다 더 높은 무학의 경지를 개척한 자였으니까. 허나 네 넋두리를 듣고 나니 별로 높은 산으로 여겨지지는 않는구나.”

         

       구모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면전에 대고 만만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어느 무인이 화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구모설의 분노를 증명하듯 강렬한 경력이 위서련을 짓눌렀지만 위서련은 태연하게 그 말을 이어나갔다.

         

       “그대는 무광이나 무치라는 칭호를 얻고 싶어하는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

         

       “감히!”

         

       구모설의 압박이 더욱더 강해졌지만 위서련은 담담하게 기수식을 잡으며 생각했다.

         

       호천안을 만나 천하에는 재미있는 것과 흥미로운 자들이 잔뜩 있을 것이라 여겼다.

         

       어쩌면 호천안 외에도 호적수로 삼을 만한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기도 했다.

         

       허나 실상은 어떠한가.

         

       천하는 분명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했으나 그 천하에 사는 무인이라는 작자들은 도무지 흥미롭지가 않았다.

         

       눈앞에 있는 구모설 역시 그러했다.

         

       “그대가 무에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는 세 가지나 있다.”

         

       위서련은 무림출두 이후 쌓여만 왔던 불만을 풀 겸 입을 열었다.

         

       “그대는 어제 아버님을 만나고도 그저 말만을 나누었지. 무에 미쳤다고? 미친 높이 앞뒤를 가리던가? 정녕 미쳤다면 출수라도 해 봐야 할 일이었으니 이게 첫 번째 증거다.”

         

       “하, 무슨 말도 안 되는…”

         

       “두 번째 증거는 바로 하늘에 있다.”

         

       하늘.

         

       구모설은 하늘을 응시하자 천마의 발을 묶고 있는 매 영물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저 영물이 아버님을 상대하도록 짜여진 판이 아니었나? 그런데도 그대는 왜 아버님에게 달려드는 척을 했을까. 처음부터 그대의 역할은 나를 쓰러트리고 빠르게 영물을 상대하는 진법대를 공격하는 것이었을 터.”

         

       정곡을 찔린 구모설이 침묵했다.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천마와 싸우고 싶은 척 연기를 하는 작자가 스스로 무에 미쳤다고 말한다고? 수치를 알아라.”

         

       “마음대로 지껄이시구려. 그렇다 한들 승패는 바뀌지 않을 것이니.”

         

       “정말이지 내뱉는 말마다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으니 도전할 의욕이 절로 꺾이는구나. 고약한 역할을 맡았어.”

         

       위서련은 흑룡기를 끌어올리며 마음속으로 세 번째 이유를 떠올렸다.

         

       무에 미쳤다고?

         

       정말로 미친 작자들은 그런 말을 스스로 입에 담지 않는다.

         

       그저 행동으로 증명할 뿐.

         

       위서련의 머릿속에 호천안이 떠올랐다.

         

       호천안은 위서련이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미친 작자였다.

         

       광기란 무엇인가. 미련함이란 무엇인가.

         

       범인은 그 생각을 이해할 염두조차 내지 못하는 편향된 집념을 뜻한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필수적인 평판과 체면조차도 내팽개치고 자신이 부서지고 깨지더라도, 가지고 있는 어떠한 것이더라도 희생하며 이루고자 하는 의지.

         

       위서련은 자신이 보고 들은 호천안의 행보를 떠올렸다.

         

       천마신교에 와서 호천안은 어떻게 행동했는가.

         

       천마비고에서 찾은 비급으로 가능성의 가지를 모두 꺾어내며, 스스로를 좁은 길로 몰아가면서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저 한 사람의 적수를 꺾기 위해서 상위 경지로 향하는 문을 스스로 좁혔다.

         

       천하 어떤 무인이 그러한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미련하다 말하겠지.

         

       허나 그렇게 미련했기에 그는 정철을 꺾었다.

         

       혈교와 맞서 싸울 힘을 얻기 위해서 호천안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

         

       천마친공의 원본을 손에 넣기 위해 천마신공의 계승에 도전했다.

         

       역대 어느 천마도 해내지 못한 일에 제 목숨을 건 호천안의 선택은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겠지.

         

       세인들이 입에 올리는 무인들의 광기란, 어리석음이란 그러한 것이다.

         

       희박한 가능성을 움켜쥐고자 모든 것을 걸고 부딪히는 것이다.

         

       위지천의 뒤를 따라잡기 위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천마신공에 도전한 광인, 위서련이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아마 나는 그대보다 약하겠지. 나에게는 흑룡기가 있다고 한들 쌓아올린 무의 경지가 다르니 말이다.’

         

       위서련은 자신과 구모설의 격차가 고작해야 길이 다르다는 말 정도로 퉁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위서련은 도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불리함을 알고 그 불리함을 극복해야 하기에.

         

       구모설과 위서련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고 위서련의 손에서는 파천일권이 펼쳐졌다.

         

       구모설은 옹골찬 강기가 휘감긴 파천일권을 받아치기 위해 발을 뻗었다. 그 발에는 위서련보다도 더 단단하고 더 강한 빛을 내는 강기가 서려 있었다.

         

       쾅!!

         

       물러섬 없는 강과 강의 대결.

         

       구모설의 강기와 위서련의 강기가 충돌하자마 위서련의 강기에는 단번에 금이 갔다.

         

       어디 현경의 무인이 만들어 낸 강기가 보통 강기일까. 침투한 강기가 주는 극심한 고통에 위서련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주먹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

         

       위서련이 타격을 입은 것을 확인한 구모설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렸다.

         

       아무리 천마신공을 전수받은 소천마라 할지라도 위서련과 구모설의 고하는 확실했다. 그 차이를 확인했으니 위서련은 수세를 취하며 시간을 끌 터.

         

       장기전이 되면 방금의 수 교환으로 입은 상처는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실수를 했군.’

         

       천마신공을 익혔으니 현경의 고수라도 한 수 정도는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인지, 아니면 도발로 흔들리기라도 하리라고 여긴 것인지.

         

       그 속내는 알 수 없었지만 결국 위서련은 악수를 두었고 손해를 본 뒤 물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처했다.

         

       위서련이 물러서면 곧바로 따라붙어 좀 더 이득을 봐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내공을 안배하던 구모설의 얼굴은 이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콰드드드드!!

         

       이미 충돌로 인해 손해를 본 위서련이 자신의 전력을 주먹으로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주먹이 찢겨나가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그저 구모설의 강기를 깨트리는 것에 목숨을 건 사람과 같은 행동.

         

       쩌적!

         

       전혀 예상치 못한 파상공세에 구모설의 강기에도 기어이 금이 갔다. 구모설은 자신의 발을 비집고 들어오는 지독한 흑룡기의 기운에 황급히 발을 떼고 물러섰다.

         

       “미치기라도 한 것인가.”

         

       구모설은 인상을 찡그리며 위서련을 바라보았다.

         

       도무지 이성적이지 않은 수 교환이었다.

         

       구모설의 강기를 깨트리기는 했지만 결국 위서련은 손해를 자처한 셈이었으니까.

         

       “흐음.”

         

       그런 위서련은 주먹의 상처를 힐끗 바라본 뒤에 구모설을 응시했다.

         

       위서련의 공세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구모설을 보고 있자니 안 그래도 없던 흥미가 더욱더 차게 식었다.

         

       위서련이 구모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는 단 하나, 흑룡기라는 내공의 특수성뿐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흑룡기를 구모설에게 밀어 넣는 길만이 위서련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저 얼빠진 표정과 대응은 무엇인가.

         

       분명히 도전한다 전했고 전력으로 달려들었거늘, 조금 손해를 보았다고 뒤로 뺄 것이라 철석같이 믿는 꼴이라니.

         

       그 반응은 마치 무인의 집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둔하고, 미쳤다고 외치는 범인의 것과 같았다.

         

       ‘언행으로 짐작하고 있긴 했지만 결국, 길(道)을 잃은 자였나.’

         

       위서련의 눈에 비친 구모설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실패해 병든 무인이었다.

         

       위서련은 생각했다.

         

       어쩌면 구모설은 지금의 경지에 안주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현경의 경지에 도달했으니 쉬고 싶어한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구모설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실상 무공에 뜻이 없어졌음을 포장하기 위해서 신공절학을 노린다 자신을 포장했고, 영달을 누리고 싶었음에도 무에 미친 광인을 연기했다.

         

       스스로를 속였으니 마음이 비틀어졌다.

         

       ‘뭐, 그러니 혈교의 편에 선 것이겠지.’

         

       이미 현경이라는 경지에 도달했으면 세상의 이치를 알 만큼 아는 자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런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 위를 노리는 방편으로 타인의 힘을 택한 것 자체가 비틀어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츠즈즈즈즈!

         

       위서련은 주먹의 상처 따윈 신경쓰지 않고 두 주먹에 흑룡기를 모으며 생각했다.

         

       이 싸움은 분명 도전이었지만 무인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기는 커녕 재미와 흥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아프고 어렵고 지루한 작업이었다.

         

       이런 작업을 시키다니.

         

       위서련은 파상공세를 퍼붓는 혈존과 흑사를 상대로 겨우 버티고 있는 육성진의 기척을 느끼며 호천안을 떠올렸다.

         

       ‘이 대가는 톡톡히 받아내겠다.’

         

       이 일전이 끝난다면 더 이상 호천안에게 적은 없다. 그러니 호천안의 부상을 배려해 무를 겨루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필요도 없을 터.

         

       그러니 오늘 겪을 고생이 싹 다 씻겨나갈때까지 무를 겨루어야겠다.

         

       그런 다짐을 하며 의욕을 끌어올린 위서련은 다시 한 번 구모설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두 사람이 충돌과 함게 전장은 더욱더 치열함을 더해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다.

    어제 또 연재를 쉬어버리고 말았네요.

    어제 연재분을 완성하지 못해 오늘은 그 벙충을 위해 두 편을 준비하려고 했으나 시간 내에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새벽 중에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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