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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5

       새로운 경지에 이르고 나서 처음으로 온 힘을 내어 보는 구나.

       

       그 전까지는 권능을 다루는 것이 어설프기도 했고, 주변에 다른 놈팽이들이 휘말릴까봐 신경을 쓰기도 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본인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거라 예상은 했다만 실제로 펼쳐보이지는 못했지.

       

       지금에 와 본인의 생각이 현실이 된 광경을 보고 있자니 힘을 아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세상에 균열이 새겨지다 못해 무너져가는 모습은 본인 스스로 느끼기에도 섬뜩했으니까.

       

       이것을 현대나 무림에서 사용했더라면 어떤 재앙이 일어났을 지언지.

       

       – 미…친…

       “오. 아직 살아있는가?”

       

       이것 참. 튼튼한 과녁이라 생각하긴 했다만 이 정도일 줄이야.

       

       본인의 공격을 버텨낸다면 나름대로 인정을 해준다 이야기했으니 그를 지켜야겠군.

       

       정정하마. 그대는 세상을 삼키는 자라는 오만한 호칭을 지닐 능력이 있어.

       

       비록 본인에게 패하긴 하였지만 그것이 그대의 잘못은 아니지. 암.

       

       거대한 형상을 잃고 자그마한 어둠이 되어 꿈틀거리는 녀석의 옆에서 이런 소리를 지껄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어냐. 본인의 인정을 받았으면 기뻐하는 기색정도는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예의가 없군. 예의가 없어.

       

       침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발 끝으로 어둠을 툭툭 건드렸더니 그제서야 말이 튀어 나왔다.

       

       –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야지.”

       

       진즉에 이랬으면 얼마나 좋으냐.

       

       처음부터 이리 예의가 발랐다면 본인도 친절로써 그대를 대했을 텐데 말이야.

       

       이제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된 듯 하여 스스로의 권능으로 의자를 만들어 그 곳에 앉은 다음 곰방대를 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느긋하게 그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터이다만 오늘은 시간이 그리 많지가 못해서 말이야.”

       – …예?

       “내 그대를 살려두어야 할 이유를 이야기해 보거라.”

       

       이 녀석은 본인의 업에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강자는 아니다.

       

       나름대로 가지고 노는 맛이 있는 장난감이기는 하지만 그 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은 이 놈의 이용가치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사장 녀석이 창백해진 얼굴로 호들갑을 떨 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이것이지 않은가.

       

       본인이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죽이는 것은 아까운 일이지.

       

       “이 담뱃대 안에 든 연초가 다 탈 때까지 그럴 듯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대가 상상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야.”

       

       자. 어서 빨리 본인의 귓가를 솔깃하게 만들어보거라.

       

       *

       

       회사의 사장 스벤은 아라가 떠나간 곳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여러 소란을 수습했다.

       

       세상을 삼키는 자의 등장을 감추기 위해 움직이던 이들을 돌아오게 만들고.

       

       그를 마주했던 초월자들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회사 직원들에게 착오였으니 다시 일을 진행하란 말을 전하고.

       

       그 모든 것을 끝마친 스벤은 한탄을 하기 위해 반그로우가 있는 식당을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곳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우와아아아! 세상에 이런 음식이 있다니!”

       “어찌 저번보다 더 맛있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엔리와 바루. 아라의 지인이라 부를 수 있는 두 사람이며 건드리는 순간 멸망보다도 두려운 자의 분노를 맛볼 수 있는 위험인물들이 그 곳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저기 반그로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보면 아시잖아요? 음식 대접해 드리고 있죠.”

       “그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

       “알아요. 농담해봤어요.”

       

       아래의 두 팔로 음식을 내어 주고 위의 두 팔로 어깨를 으쓱인 그녀는 엔리와 바루의 칭찬을 웃어넘기며 사장에게 다가갔다.

       

       “생각해봐요. 사장님. 얼마 안 있으면 아라님께서 돌아오실 거 아니에요.”

       “그렇지.”

       “그 때까지 이 두 분을 기분 좋게 만들어두면 아라님의 마음도 관대해지지 않겠어요?”

       

       이젠 없으면 안 될 존재가 되어버린 아라님의 호감도를 이런 식으로라도 올려야하지 않겠느냐는 반그로우의 말에 스벤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럼 겸사겸사 내 것도 만들어줄래?”

       “두 분이 합석해도 괜찮다 그러신다면이야.”

       “괜찮아요! 아담님이랑 대화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에요!”

       “이 정도 음식을 대접받았는데 합석이 무어 별 것입니까. 오시지요.”

       

       두 사람의 호의에 힘입어 그 옆에 앉은 스벤은 쉬지 않고 수저를 움직이는 두 사람을 구경하다가 느긋이 구경하다가 바루와 시선을 마주하고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담…님이라 부르면 되겠습니까?”

       “예.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 아담님. 아라는 언제쯤 돌아오는 것입니까?”

       

       빠르게 일을 해결하겠다던 녀석이 식사를 한참 진행했음에도 돌아오지 않아 걱정된다는 이야기에 스벤이 눈을 끔뻑였다.

       

       “제가 녀석을 걱정하는 것이 가당찮은 일이라는 것은 압니다만 그 때 균열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결코 만만한 이가 아니었으니까요.”

       

       표정에서부터 묻어나오는 바루의 진심에 스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엔리의 걱정은 크게 이상하지 않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니까.

       

       아라의 경지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그녀는 아라의 위기를 상상할 수 있다.

       

       허나 바루는 아니다.

       

       신령이면서 아라와 오랜 시간 함께 있었던 바루는 아라라는 사람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존재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야한다.

       

       허나 그녀는 아라를 두려워하긴커녕 아라를 걱정하고 있었다.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아라에게 무언가 일이 일어났습니까?”

       “아뇨. 아뇨. 아라님은 완전 멀쩡하십니다, 이 세상에 아라님을 해칠 수 있는 존재가 있기나 할까 싶군요.”

       

       스벤이 걱정하던 수많은 멸망의 시나리오 중에서도 거대한 위협에 속했던 세상을 삼키는 자를 아이의 손을 비틀 듯 제압한 것이 아라다.

       

       이 세상이 그 존재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해 보아야 할 그녀에게 위기가 닥칠 리 있나.

       

       “다만 아라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바루님이 신기해서 말이죠.”

       

       헛웃음과 함께 새어나온 스벤의 말에 바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벤이 왜 저런 말을 꺼내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왜 아라를 두려워해야 합니까?”

       “…바루님은 아라님의 경지를 모르십니까?”

       “그럴리가요. 당연히 알지요. 제가 녀석의 옆에서 본 게 있는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십니까?”

       “바꾸어 묻겠습니다만. 아담님. 당신은 당신을 해할 생각이 없는 것을 두려워하십니까?”

       “…예?”

       “지금 당장 저희께 음식을 해주시는 반그로우님께서 저희를 죽이고자 한다면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죽게 되겠지요.

       허나 저희는 그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 분이 그러지 않을 것을 아니까.

       여태 저희를 안내해주었던 백호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분의 경지는 드높지만 저희는 그 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 분께서 저희를 해할 리 없음을 알기에.

       저에게 있어 아라라는 사람 또한 그렇습니다.”

       

       아라의 경지는 그 끝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드높고. 그녀가 지닌 힘은 뭇 이들에게 두려움을 살만큼 강대하지만. 그게 무어가 문제란 말인가.

       

       아라라는 사람이 그 힘을 이 쪽에 휘두를 리가 없는데.

       

       “저의 은인이자 친우인 아라를 전 의심하지 않습니다.”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를 한 바루가 어깨를 으쓱이는 걸 보면서 스벤은 속으로 감탄을 하고 말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그마하고 귀여운 여자아이를 뿐이지만 그 속에 깃든 것은 신령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네. 무림의 사람들이 왜 신령의 지혜를 칭송하는지 알 것 같아.

       

       “저… 저도요! 저도 아라 씨를 의심하지 않아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고 하는 말이냐. 엔리야.”

       “대충 아라씨가 위험해 보이지만 사실은 부드러운 사람이란 이야기하는 거 아니었어요?”

       “무어. 크게 틀리진 않구나.”

       “그쵸?”

       “그래. 그래. 참으로 똑똑하구나.”

       “그럼요! 제가 퍼즐 게임을 얼마나 많이 해봤는데!”

       “…그것과 지혜가 무슨 관련이 있느냐?”

       “있지 않을까요?”

       

       스벤이 두 사람의 만담을 구경하고 웃음을 흘리던 그 때에 그들의 옆에 검은 색의 균열이 생겨났다.

       

       그것은 분명한 이상이었지만 테이블에 앉은 사람 중에서 놀란 사람은 없었다.

       

       요 근래 저러한 현상을 지겹도록 마주했던 그들은 저 균열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식사를 하던 중이었느냐? 마침 잘 되었군. 안 그래도 대회를 진행하다 빠져나오는 바람에 출출했었는데 말이야.”

       

       상처는커녕 옷에 먼지조차 묻히지 않은 채 모습을 드러낸 아라는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허나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그녀의 방문을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라의 손에 있어서는 안 될 무언가가 들려 있었기에.

       

       “…아라씨? 그 손에 들린 건 무엇인가요?”

       

       테이블 위에 자리한 침묵 속에서 엔리가 물음을 던졌다.

       

       “이것말이냐? 방금 전 이 세계에 들어오려던 녀석이다. 사장 녀석이 이야기하길 세상을 삼키는 자라던가.”

       “내 이름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

       “어허. 그것은 네 과거의 이름이지 지금 네 이름은 뭉치다. 자. 따라해 보거라. 뭉치.”

       “…뭉치입니다.”

       

       하늘을 반으로 가르고 자신의 신체 일부만으로 세상을 낮에서 밤으로 바꾸던 존재가 손으로 품을 수 있을 듯한 크기가 되어 예의 바른 목소리를 내는 광경에 스벤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저게 정말 이 세상에 멸망을 안겨 줄 존재였다고?

       

       수많은 세상을 집어삼켜 절망 그 자체라 여겨지던 자라고?

       

       말도 안 돼.

       

       내가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입술을 곱씹으며 스벤이 현실을 외면하던 그 때에 아라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장. 네게 부탁을 할 것이 있다.”

       “…뭡니까?”

       “이 녀석이 본인의 경지를 감추는 데에 도움을 주겠다는 데 그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지난 번 그 미치광이 마법사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녀석에게도 계약을 걸고 싶다만 가능하겠나?”

       

       공짜로 부탁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할 때는 언제건 빌려주겠다는 아라의 이야기에 스벤은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계약을 위해선 지금보다 더 약화를 시켜야 할 겁니다.”

       “그래? 별 어려운 일은 아니군.”

       “…뭐? 아니. 그건 강제로 계약을 할 때 이야기 아닌가? 내가 협력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어디를 자르면 좋을까.”

       “내 이야기를 좀 들어어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라님이 있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XX님 지난 번에 이어 또 다시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비공개로 후원을 주실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합니다만.
    이런 식으로라도 감사를 표하는 것이 맞단 생각이 들어 뒤늦게나마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응원의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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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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