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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5

   이상한 구석이 있느냐는 물음을 들은 나는 최근의 일상을 돌이켜보았다.

   

   ‘루시. 이 부분은.’

   ‘이렇게 생각을 해보세요.’

   ‘자. 다음은.’

   

   최근 아카데미에서의 내 일상은 전생의 고등학교 시절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책과 활자와 공부로 가득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조이와 함께 수업을 들을 때면 그녀가 내 옆에 달라붙어서 제대로 공부를 하는지 감시를 하고 있는지라 최근 나는 진이 빠진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아카데미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 한들 내가 그를 눈치 채기란 어려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네.”

   “어쩔 수 없잖아. 나는…”

   “말하지 말라니까. 제발?”

   

   치. 아줌마 소리 듣는 게 뭐 어떻다고 이렇게 유난이람? 조금 놀림당하는 걸로 내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도 있는 거잖아.

   

   “아무튼. 지금 외부에서 아카데미 내부로 꽤 많은 것들이 흘러들어오고 있어. 단순히 중간고사의 준비를 위한 자원이라 치기엔 너무 많아.”

   

   얼마 전 아카데미 거리로 돌아온 카리아는 아카데미 내외부에 자신의 정보망을 퍼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전에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뒀지만 그걸로는 모자라다 판단내린 그녀는 자신은 물론이고 자기 부하들의 수명까지 갈아 넣으면서 정보망의 보충을 거듭했다.

   

   이런 걸 내가 왜 아냐고? 얼마 전에 자칼이랑 체스터가 한탄하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아카데미의 공부를 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카리아가 시키는 일거리가 너무 많아서 쉴 틈이 없다면서 도저히 개인적인 단련을 할 틈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

   

   굳이 내가 들을 수 있도록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면 내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카리아를 말려주길 바라는 듯 했지만 난 그들을 무시했다.

   

   지금 당장 내가 힘들어 뒤지겠는데 다른 사람들 신경 써 줄 틈이 어디 있냐!

   

   너희만 힘든 줄 알아?! 나도 힘들어! 내가 힘든데 어디서 감히 쉴 생각을!

   

   크흠. 어쨌든 카리아는 지금 자신이 만들어 둔 정보망을 바탕으로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정확하게는 몰라도 아카데미에서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이다.

   

   “선 자체는 1왕비 쪽 인맥이긴 한데. 1왕비 아래에 있는 녀석들이 자기들끼리 난리를 칠 것 같진 않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 아줌마가 하고 싶은 말은 애국에 미친 왕비가 무슨 일을 벌일 것 같다는 소리잖아.”

   “…응. 맞아.”

   

   1왕비 아래에 존재하는 세력은 1왕비라는 구심점에 의존하는 이들.

   

   그렇기에 1왕비가 무어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라면 굳이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한다면 저들이 움직인다는 소리는 1왕비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단 소리지.

   

   이런 카리아의 추측은 나름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허황된단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 정신 나간 왕비가 왜 그런 짓을 하는데?”

   “…그건.”

   “미친 왕비가 훗날 나라를 위해 일할 인재들을 제 손으로 해할 이유가 있나?”

   

   최초에 1왕비 세력이 내게 시비를 걸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시점 이후로 그들은 내게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멀리서 날 지켜보기는 하지만 그 뿐. 굳이 나를 시험하려 하진 않았지.

   

   내가 먼저 시비를 걸어도 되도록 피하려고 할 정도이니 위쪽에서 무언가 이야기가 나온 걸 테지.

   

   이토록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던 1왕비 쪽에서 왜 갑자기 날 노린단 말인가.

   

   “아줌마가 가져 온 정보를 의심하는 건 아냐. 당신이 자기 청춘과 젊음을 바쳐가며 만든 능력이 개허접한 퇴물이 되면 너무 슬프니까. 그렇지만 이번 건 주름마냥 걱정도 많은 아줌마치곤 너무 성급했어.”

   

   카리아가 가져다 준 정보는 사실일 것이다.

   

   지금 아카데미에서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그게 1왕비와 연관되어 있을 거라 단정 짓는 건 너무 성급해.

   

   카리아가 나 같은 바보도 아니고 제대로 된 단서도 없이 이럴 리가 없단 말야.

   

   “…미안. 1왕비랑 관련되면 좀 이성적인 판단이 잘 안 되나봐.”

   

   카리아는 무어라 하는 대신 선선히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만약 카리아인 척 하는 가짜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건 아닌가보네.

   

   다행이다.

   

   “일단 무언가 일이 준비되고 있는 건 맞고. 그게 1왕비 쪽 세력의 선을 타고 들어오는 것도 명확해. 그러니까 그 쪽에 관련된 일은 조심해줘. 고용주님.”

   “다른 사람 걱정할 시간에 자기 혼기나 걱정하지? 하루하루 늙어만 가니까 그렇게 급해지는 거 아냐. 바보 파파한테 선자리라도 구해 달라 그럴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신경 쓰지 마!”

   “알아서 못 하니까 이러는 거 아냐.”

   “알아서 한다고! 몰라! 갈 거야!”

   

   빼액 소리를 내지르던 카리아는 등을 돌리자마자 사용인의 움직임을 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전환이 빠를 수 있는 거야? 권능도 없이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건지. 진짜 대단하네.

   

   <루시야. 오늘 너 답지 않게 왜 이러느냐.>

   ‘…네? 저답지 않다뇨?’

   <왜 똑똑한 사람처럼 이야기를 하느냔 말이다! 평소의 너는 이렇지 않았다!>

   ‘아니. 네?’

   

   똑똑한 사람처럼 이야기를 했다니? 내가 방금 전에 그랬었나?

   

   <젠장! 네 이 녀석! 우리 루시를 돌려내라!>

   ‘할아버지. 그렇게 괜찮아 보였어요?’

   <내가 지금 농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느냐!>

   ‘장난치지 말고요. 진지하게.’

   <…크흠. 뭐. 그래. 네가 카리아라는 자가 불안해하는 걸 간파하고 조언까지 하는 모습은 상당히 지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구나.>

   ‘진짜요!?’

   

   뭐지?! 할아버지가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여태 있었나!?

   

   없었지!? 오늘 뭔가 달랐던 거지?!

   

   나 지금 진짜 지능 올라가고 있는 거야? 조이랑 폐관 수련 하면서 지능 수치를 상승시키고 있는 중인 거야!? 그런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옥에 끌려간다 생각을 하던 나였지만 이 일순간의 대화로 내 생각은 달라졌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고행은 그저 고행일 뿐이지만 제대로 된 무언가가 남는 고생은 제대로 된 훈련이야!

   

   좋아!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 그래서 지능을 올려보는 거야!

   

   <참. 맞춰주기도…>

   ‘뭐라고요. 할아버지?’

   <아니. 그. 뭣이냐. 방금 전 카리아가 이야기한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느냐?>

   ‘그거요? 신경 쓰긴 해야죠. 카리아가 이상하다 여길 정도라면 뭔가 있긴 한 거니까.’

   <직접 돌아다녀 볼 게냐?>

   ‘아뇨. 그러면 너무 눈에 띄잖아요.’

   

   상대가 무얼 노리고서 아카데미 내에 자원을 끌어들이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의도가 불순한 것이라면 날 신경 쓰고 있긴 할 거다.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일들을 모두 떼어놓고 보더라도 나와 내 주변인들이 지닌 전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니까.

   

   그러니 내가 직접 움직여서 알아보고 다니는 것은 좋지 못하다.

   

   <그럼 어찌할 생각이냐.>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 하고 있을 할머니한테 소일거리 좀 주려고요. 의심가는 구석이 있으니 거기 좀 몰래 살펴보고 오라고.’

   

   소울 아카데미에서 몰래 자원을 끌어 모아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

   

   소울 아카데미의 밤은 마냥 어둡지 않다.

   

   밤을 새서 공부하겠노라 외치던 사람이 졸다가 책상에 머리를 박을 무렵에도 아카데미 한 쪽의 연구소만큼은 환한 빛을 내고 있었으니까.

   

   소울 아카데미의 등대라 불리우는 그 곳을 구경하던 아드리는 온갖 마법과 약물을 때려 박아가면서까지 잠을 떨쳐내는 이들을 보고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흑마법사들이 사령술사를 키울 때도 저렇게까지는 안 할 텐데.

   

   기미를 볼까지 끌어내리고 있는 이들을 살피던 그녀는 루시가 시킨 것을 떠올리고 슬며시 자리를 옮겼다.

   

   아드리가 소울 아카데미에 자리를 잡은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밤이 되어 비시가 잠에 들 때마다 아카데미 내부를 돌아다닌 아드리는 슬슬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을 하는 중이었다.

   

   분명 루시 그 녀석이 살펴보라고 한 게. 루카라는 이름을 지닌 교수의…

   

   이런.

   

   벽을 뚫어가면서 돌아다니던 아드리는 다급하게 움직임을 멈췄다.

   

   이 앞에 무언가 결계 같은 게 있어.

   

   이걸 지나가는 순간 내 존재가 들킬 거야.

   

   혹여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걸까 싶어 결계를 확인하던 아드리였지만 구조를 아예 알아볼 수가 없다는 걸 깨닫고는 깔끔하게 포기를 해버렸다.

   

   대체 뭘 숨겨두고 있길래 이렇게 공을 들여놓은 건지.

   

   궁금하긴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진 말자.

   

   루카 교수의 집무실에서 훌쩍 물러선 그녀는 루시가 지목한 다른 장소를 돌아다녔다.

   

   허나 안타깝게도 아드리가 둘러볼 수 있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았다.

   

   루시가 말을 한 장소마다 루카 교수의 집무실에 있었던 것과 비슷한 결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만든 보안책이 여기저기에 즐비했기에 아드리는 그리 많은 것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으으으. 아무것도 못 건지고 돌아가면 그 건방진 꼬맹이가 무능하니 허접이니 한심하니 뭐니 떠들어 댈 텐데!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느낌이었지만 아드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녀는 비시를 내버려 둔 채 위험에 몸을 던지는 대신 자신의 자존심을 내다버리는 쪽을 택했다.

   

   *

   

   아침이 되자마자 찾아온 아드리에게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는 이번 일이 루카와 관련되어 있음을 확신했다.

   

   1왕비 쪽의 선을 타고서 물건이 전달되고 있단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의심은 하고 있었다. 1왕비 선을 타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 루카가 모를 리가 없거든?

   

   근데 나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건 이 새끼가 어떤 식으로든 수작질에 관련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잖아.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알아봐 달라 부탁한 장소마다 이상한 결계가 처져 있다?

   

   이럼 백퍼센트지.

   

   분명해.

   

   루카 이 미친 새끼는 자신의 소망을 위해 무슨 개짓거리를 하고 있어.

   

   [루카의 시련]

   

   아카데미가 개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내게 주어진 퀘스트를 확인한 나는 기지개를 키고서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들이박아 볼 생각이냐?>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그게 제일 빠르니까요.’

   

   주인을 배신하려드는 강아지를 추궁해봐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많이 지각을 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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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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