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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5

    <475 – 학생회 견학>

     

    폭탄 외에도 학생회 견학을 위해 준비해온 준비물은 잔뜩 있었다.

    소리 없이 유리창이나 벽을 자를 수 있도록 절삭술식을 새겨둔 연필.

    소환수나 인공생물체의 연결을 해제시키는 교란술식이 새겨진 참잘했어요 도장.

    일상생활에 흔히 사용하면서 의심받지 않을 도구들로 엄선한 견학준비물에 즈앙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용케 자정부터 준비를 다했네.”

    “오늘은 주말이라 시험도 강의도 없는걸. 안 오면 내가 먼저 찾아갈 생각이었어!”

    “응애식물은 잘 지내?”

    “착한응애는 잘 시간이야!”

     

    응애응애 잠꼬대를 하며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는 응애 만드라고라를 뒤로한 채, 우리는 창문을 뛰어넘어 1학년 기숙사 경비초소를 돌파했다.

    순찰을 도는 치안교관들을 피해 나무 위를 넘나들며 학생회가 있는 본관으로 향하던 도중, 즈앙을 잠시 불러 세웠다.

     

    “거긴 4학년의 시험 때문에 차원틈새가 벌어져있어서 잘못 도약하면 다른 차원에 쏙 빠져. 나무 위로 가지 말고 내려서 가자!”

    “…아카데미에 왜 그런 정체불명의 틈새가 남아있는 거야. 1학년이 빠지면 죽잖아.”

    “그래서 1학년은 밤에 못 돌아다니게 하잖아! 내일 아침이 되기 전에 선배들이 알아서 틈새를 다 메우고 안정화를 시키거나 공간을 격리시킬걸?”

    “……다음부턴 시험이 끝난 주에는 아무데도 돌아다니지 않고 방에만 있을래.”

    “그럼 같이 티토소가네 방에 놀러가자! 파자마파티? 그런 거 하고 싶어!”

    “파자마파티가 뭔데?”

    “금남의 구역에서 여자들이 밤에 모여서 은밀하게 벌이는 비밀스러운 의식이야!”

    “과연. 남자들의 암살스코어를 측정하고 어떤 남자가 가장 암살하기 좋은 사람인지, 암살하기 어려운 사람인지를 고르는 자리구나. 그 파티, 꼭 참여할래.”

     

    파자마파티가 그런 파티였나…?

    머 참여하는 사람이 즐기면 그게 파티 맞겠지!

     

    “근데 응애식물은 왜 자는 척을 하고 있었어? 오크노디를 엄청 무서워하면서 경계하던데.”

    “정말? 힝. 나 응애한테 미움 받는 걸까?”

    “나중에 목초지에 풀어주고 산책도 시키고 그래. 방에서만 키우니까 그러겠지. 솔직히 말해봐. 일주일에 몇 번 산책 시키고 있어?”

    “몰?루겠는데… 아마 한 번도 안 했어! 아닌가? 한두 번은 했을지도…”

    “불량마마네. 반성해.”

    “으읏. 반성하구 있을게…”

     

    근황토크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학생회가 통째로 차지한 건물인 학생회관이 나타났다.

     

    [견학술식이 인증되었습니다.]

    [침입자 감지술식이 비활성화 됩니다.]

    [침입자 사살술식이 비활성화 됩니다.]

     

    “방금 스피커에서 사살술식이라고 하지 않았어?”

    “응. 그랬어!”

    “…견학, 그만 둘래?”

    “여기까지 와놓고 그러기야? 그러지말구 눈 딱 감고 빨리 갔다 오자. 그래야 보물고 이벤트도 앞당겨서 진행할 수 있단 말야.”

    “보물고?”

    “이따가 따로 알려줄게!”

     

    학생회관은 검소한 외관과 달리, 건물 안에 들어오기 무섭게 주변풍경 전체가 광활한 도시 한복판으로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이게 다 뭐야?”

    “공간확장!”

    “무슨 확장이 도시 단위로 펼쳐져.”

    “마탑에 가면 거기도 그래!”

    “어이가 없네. 애초에 이 도시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다 어디서 나타난 거야? 환상?”

     

    그 물음에는 내가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견학생 여러분. 저는 견학담당을 맡은 학생회 전속 사무원 <제시카>입니다.”

     

    머리를 말총머리로 묶은 정복차림에 바지를 입은 성인여성의 등장에 즈앙이 미심쩍은 시선을 보냈다.

     

    “이거 숨을 안 쉬는데?”

     

    즈앙이 제시카 주변을 한 바퀴 빙 둘러보다가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쿡 찔렀다.

     

    “아야.”

     

    제시카가 앓는 소리를 내었지만 즈앙의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은밀하고 신속하게 허리랑 팔꿈치의 통점을 찔렀을 때에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어. 이거, 시각정보를 토대로 고통을 모사하고 있을 뿐이야.”

    “우와. 즈앙은 역시 똑똑해!”

    “그래서 이거 뭐야?”

    “인간형 골렘이야! 역대 학생회들이 학생회관에 이것저것 갖다놓고 발전시킨 결과물 중 하나일걸?”

    “오크노디 견학생의 정보는 사실입니다. 다만 오크노디 견학생의 학생회관 방문은 이번이 최초로 확인되었습니다. 대외비인 해당 정보의 출처에 대해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안 돼요!”

    “알겠습니다. 그럼 학생회 주요시설로의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손을 잡고 따라와 주십시오.”

     

    인간형골렘 제시카의 왼손을 덥썩 붙잡자 즈앙이 제시카의 오른손 대신 내 왼손을 붙잡았다.

     

    “골렘이 갑자기 손에서 마비침을 쏘면 어떡해.”

    “힝. 그럼 나는?”

    “오크노디는 마비내성도 높잖아.”

    “그렇긴 해!”

     

    나란히 서서 대로를 걷고 있으니 간판이 걸린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다.

     

    ━━━

    학생회 집행국

    ━━━

     

    “집행국장 벨벳 님이 속한 학생회 하부조직입니다. 국장 벨벳 님의 아래로 부장 1인, 집행요원 6인, 사무원 1278개체가 존재합니다.”

     

    우리를 학생회에 초대한 장본인.

    현 서귀연의 1인자이자 기프트 아카데미 전체에서 TOP5에 드는 강자 벨벳의 아지트를 앞두고 즈앙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티토소가를 데려올 걸 그랬어.”

    “티토는 무서워서 안 들어가겠다고 30분은 바둥바둥 거렸을걸?”

    “들어서 방패로 쓰면 안심이 되잖아.”

    “하긴! 나보다 약한 사람을 방패로 들고가면 안심이 되긴 하지.”

     

    프렌드 실드 전략은 막나가는 회차에서 나도 종종 사용했던 전략이다.

    양팔에 하나씩 묶고 양손에도 하나씩 들면 4개나 쓸 수 있어서 참 좋았지.

    1학년을 죽이면 안 되는 선배들에게 1학년을 들이대면서 때릴 수 있으면 때려봐!로 막나가는 전략은 특별한 분기공략이나 회차업적 달성을 위한 스피드런 공략에 종종 쓰였다.

    오천아저씨는 몸이 크니까 그때 있었으면 방패로 쓰기 참 좋았을 텐데 이번회차에 처음 보는 사이라서 무지 아쉽네!

     

    벌컥.

     

    집행국 문을 열자 수많은 사무원들의 시선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포대를 질질 끌고 나르던 사무원도, 서류철을 들고 보고를 하러 가던 사무원도, 덜컹 빠진 팔을 멀쩡한 손으로 들고 정비를 하러 가던 사무원도.

    수많은 사무원들이 하던 일을 동시에 멈추고 빤히 쳐다보는 소름끼치는 광경은 제시카가 입을 열고나서야 끝이 났다.

     

    “정식견학자 오크노디 및 즈앙 2인의 견학술식을 증빙합니다.”

    “술식확인.”

    “스캔완료.”

    “데이터를 입력합니다.”

     

    사무원들은 그제야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처럼 각자의 용무를 보러 이동했다.

     

    “오크노디… 뭐였어, 방금 그거?”

    “견학자 등록!”

    “술식 없이 들어오면 무슨 일을 겪었던 거야?”

    “사무원들이 하던 일을 모두 내팽개치고 달려들어서 우리를 제압하고 감옥에 끌고 가지 않았을까?”

    “견학권한이 없으면 평범하게 학생회를 찾아온 1학년들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다루는 거야?”

     

    즈앙의 물음에 학생회 소속임을 알리는 특수한 망토를 두른 집행국 집행요원이 다가왔다.

     

    “많이 놀랐구나? 미안, 새내기들. 그래도 집행국의 입장 상 침략이나 공격을 많이 받느라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모두 감금하고 볼 수밖에 없어.”

    “왜요?”

    “집행국은 학생회 휴학생단속국, 대외협력국, 이상현상수습국처럼 권력이 강한 하부조직을 감찰 및 징계를 내릴 권한이 있거든.”

    “그런데요?”

    “권력을 남용한 조직에서 염탐이나 감시, 증거은폐를 위해 1학년으로 위장한 첩자나 습격자를 보내는 사례 때문에 집행국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견학술식을 더 엄중하게 감시하는 편이지.”

    “…학생회는 대체 무슨 내부싸움을 하고 있는 거지.”

    “하하. 궁금하면 직접 들어와서 알아보지 그래? 벨벳 선배의 마음에 들었다면 집행요원으로 들어오는 것쯤은 일도 아닐 텐데.”

    “견학부터 하고 생각할게요!”

     

    즈앙이 어버버 거리다가 낚일까 봐 재빨리 끼어들어서 수습했다.

    똑 부러진 내 대답에 집행요원 선배는 아쉬움에 눈길을 주다가 떠났다.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만 해. 전력이 될 집행요원은 한 명이라도 많을수록 좋으니까.”

     

    선배가 떠나고도 즈앙은 한동안 입을 꾹 다물고 눈짓으로 말했다.

    말은 떠난 것처럼 하면서 은근슬쩍 기척을 감추고 우리를 감시하는 요원선배를 감지했나보다.

    덕분에 우리는 집행국 내부만 원 없이 구경했다.

    견학소개를 도운 제시카만 신이 난 것처럼 집행국 내부설비를 설명했다.

     

    “집행국은 국장과 부장, 요원들의 주도 하에 학생회 내 다른조직의 병폐를 경계하여 세무조사를 실시하거나 부당행위의 감찰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대단히 높기에 선행정찰 및 감시 목적으로 인간형골렘이 제작되었습니다. 이곳은 골렘들이 머무르는 집행국 내 골렘정비소입니다.”

     

    인간의 팔다리나 몸체, 얼굴과 흡사한 골렘파츠가 가득 놓여있는 광경에 현역암살자인 즈앙마저도 겁에 질린 기색이 보였다.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갈 때만큼 동공이 정신없이 떨렸다.

     

    “이러한 인간형골렘 개체들은 사무원으로 칭하며 이따금 현장출동에 동원되어 전투보조 및 현장통제, 법리해석 등의 집행보조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냥 무기질적인 골렘 몸으로 다니면 안 돼? 왜 굳이 사람 비슷하게 생긴 파츠를 챙겨?”

     

    즈앙의 물음에 제시카는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역대 학생회 집행국 국장들의 취향입니다.”

    “아.”

     

    취향은 존중해드려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컴퓨터가 고장났습니다.
    48시간 내에 고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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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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