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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5

       난데없이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

         

       이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다름 아닌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근처 냇가에서 물을 길어 돌아가던 곤륜파의 막내 제자였다.

         

       “아, 아니, 저 시커먼 연기는 분명…!”

         

       솟아오르는 매캐한 연기가 불길에 의해서임을 곧장 알아차린 그는 곧장 달려갔다.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타고 오르는 새빨간 불길.

         

       “사, 산에 어찌 불길이!”

         

       하늘 아래 선계(仙界)와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곤륜산은 곤륜파의 영역임과 동시에 도교인들의 성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위해 그들은 화기(火氣)의 사용을 엄금한다.

         

       곤륜파 내에서도 정해진 공간이 아니면 절대 화기를 사용하지 않을 정도.

         

       그렇기에 의아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도 아닐진대, 어찌하여 나무에 불이 붙을 수 있었는지.

         

       하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불…, 불을 꺼야 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어쨌거나 벌어진 일을 해결하는 것.

         

       불길은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타고 올라가고 있다.

         

       이대로 두었다간 더 커진 불이 주변 나무에 옮겨붙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터.

         

       때마침 그에게는 불을 끄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존재했다.

         

       “에잇…!”

         

       등과 어깨에 힘겹게 짊어지고 있던 커다란 물통.

         

       소년은 곧장 물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불길을 향해 다가가며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별안간 솟아오른 불길.

         

       하마터면 곤륜산을 다 태워 먹을 뻔한 불을 자신이 꺼트린다면.

         

       ‘사형들은 물론이고 스승님께서도 날 더 좋아하시겠지! 어쩌면 큰 상이 떨어질지도 몰라…!’

         

       나이가 어린 소년의, 지극히 어린 발상.

         

       어쩌면 상승의 무공 한 자락을 배우게 될지도 모른다고, 킬킬 웃으며 물통을 손에 꽉 쥐고서 불길을 향해 물을 끼얹는다.

         

       촤아악!

         

       하나 소년의 생각과는 달리 불은 꺼지지 않았다.

         

       “어, 어어…?”

         

       제 몸통만 한 크기의 물통이었다.

         

       비록 아직 어리다곤 하나, 그 안에 물을 가득 채우면 상당한 양.

         

       그것을 전부 뿌렸는데도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조금 사그러들기라도 해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당황하는 소년.

         

       그는 이내 다른 물통 하나를 들어 나무를 타고 오르는 불길에다가 다시 끼얹었다.

         

       촤하악!

         

       그리고 보았다.

         

       물통을 떠나 불길에 닿은 물들이 불길에 닿자마자 증발하여 사라지는 모습을.

         

       소년은 그제야 깨달았다.

         

       “보, 보통 불이 아니구나…!”

         

       나무를 타고 오르는 불길이 예사롭지 않음을.

         

       제힘만으로는 불길을 잡을 수 없음을 인지한 소년이 다급히 발을 놀렸다.

         

       ‘사형들, 그리고 스승님이라면…!’

         

       자신보다 훨씬 더 고강한 실력을 지닌 그들이라면 이 불길을 사그러들게 만들어줄 것이라 굳게 믿으며.

         

         

       * * *

         

         

       “고, 곤륜산에 불길이…!”

         

       한 무인의 외침이 모두에게 닿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버려진 마물들을 모조리 베어 넘긴 연합원들이 망연한 시선으로 멀찍이 떨어진 곤륜산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허공을 날았다.

         

       “감히 본산에 불을 지르다니…!”

         

       그는 다름 아닌 곤륜파의 전대 장문인이었던 명현.

         

       곤륜파는 일정 지역에서만 화기를 다룬다.

         

       그리고 수행을 위해 곤륜산을 찾는 도사들은 산 내에서 절대 화기를 다루지 않는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인간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야말로 도가의 가르침이기에.

         

       그런 곤륜산에 불길이 솟아오를 이유는 단 한 가지뿐.

         

       “이 악녀가 명을 재촉하는구나…!”

         

       약해 빠진 마물들을 이곳에 버리고 어디론가 사라진 그 여인의 소행일 수밖에.

         

       “우리도 따라가자.”

         

       이곳이 버림패임을 알게 된 이상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 따위는 없었기에 백우진은 곧장 명현의 뒤를 따라 곤륜산으로 향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크게 보이는 검은 연기와 그 아래 일렁이는 새빨간 불꽃.

         

       그리고 그 주변을 서성이는 수백 명의 인원들.

         

       하나 같이 같은 차림새인 것으로 보아 곤륜파의 제자들인 듯하다.

         

       가장 먼저 불길 앞에 당도한 그가 제자들에게 외쳤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그러자 제자 중 하나가 나서서 답했다.

         

       “가,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어떻게든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끼얹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물을 끼얹어도 불길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끝에 가서는 거의 울먹이는 말투로 대답이 끝맺어졌다.

         

       그의 대답에 명현의 표정이 한층 심각하게 변했다.

         

       “물을 끼얹어도 불길이 잡히지 않는다니, 이 어찌…!?”

         

       수십 그루의 커다란 나무들이 까맣게 타 쓰러진다.

         

       그럴 때마다 튀어오른 불똥이 주변의 나무에 옮겨붙여 몸집을 부풀린다.

         

       곤륜파의 제자들이 불길을 잡기 위해 물을 힘껏 끼얹어 보지만, 조금도 사그러들지 않는다.

         

       이는 오랜 세월 살아온 명현 또한 처음 겪는 일이었다.

         

       ‘화기(火氣) 수기(水氣)를 당해내지 못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거늘, 어찌…!’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명현은 검을 뽑아 들며 제자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뒤로 물러나거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뒷걸음질 치는 제자들.

         

       이를 확인한 명현이 단전을 두드려 내공을 일깨운다.

         

       전신의 모공을 통해 새어 나간 내공이 그를 중심으로 넓게 퍼져 나간다.

         

       ‘일단 불이 더 퍼지는 걸 막아야 한다…!’

         

       퍼져 나간 내공이 불길이 일렁이는 지역을 둥글게 감싸 안았다.

         

       불을 꺼트릴 방법을 찾기 전까지 더 이상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궁여지책.

         

       심후한 내공으로 이루어진 벽에 가로막힌 불길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이를 본 명현이 잠시나마 안도할 때였다.

         

       푸화악-!

         

       이리저리 방황하던 불길들이 제 앞을 가로막은 벽을 향해 몸을 들이받기 시작했다.

         

       “아, 아니…!”

         

       이에 크게 당황하는 명현.

         

       불길이라는 것이 어찌 의지라도 지닌 것처럼 저리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콰아아!

         

       심지어 벽을 두드리는 불길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이대로라면 반 각도 채 되지 않아 벽이 허물어질 터.

         

       백우진과 그의 조원들이 당도한 것은 바로 그쯤이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불길이 만들어지는 거야?”

         

       상황은 파악했다.

         

       물을 아무리 끼얹어도 사그러들지 않는 불길.

         

       정황상 진미연이 불을 지른 것은 확실한데, 어찌하면 저런 불길을 자아낼 수 있단 말인가.

         

       생각에 잠겨 불을 끌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서방님.”

         

       뒤에 서 있던 용설란이 그를 입에 담으며 앞으로 나섰다.

         

       “소첩이 한 번 해봐도 될까요?”

       “아.”

         

       그녀의 자신만만한 태도와 미소가 잊고 있던 사실을 일깨운다.

         

       용설란이 수행신주와 더불어 이를 다루기 위한 제수천류를 익히고 있음을.

         

       하나, 둘 중 무엇도 온전하지 않은 상태다.

         

       깨진 수행신주는 아직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제수천류의 구결이 하도 난해하여 그 성취가 충분하지 않았다.

         

       “할 수 있겠어?”

         

       이에 백우진이 걱정 어린 투로 묻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제게 맡겨주세요.”

         

       가능성 없이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은 아닐 터다.

         

       “좋아.”

         

       백우진은 곧장 명현에게 다가가 말을 전했다.

         

       “제가 신호하면 벽을 거둬주십시오.”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겐가?”

         

       다급한 그의 물음에 백우진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 부인이 저 불을 없앨 겁니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터였다.

         

       하나, 명현은 그를 믿었다.

         

       “알겠네. 준비되는 대로 노부에게 신호해 주게.”

       “예.”

         

       두 사람이 대화를 마치는 사이, 용설란은 품에 넣어둔 수행신주를 손에 쥐었다.

         

       거미줄처럼 표면에 균열이 좍좍 그어져 있는 위태로운 구슬.

         

       그녀가 제수천류의 구결을 따라 내공을 운용하자, 그 안에서 수기(水氣)가 흘러나온다.

         

       ‘정말 대단해.’

         

       제수천류의 낮은 성취와 온전하지 못한 수행신주.

         

       두 가지가 발목을 붙잡아 본래 힘의 일 할도 채 끌어내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힘이었다.

         

       그런데도 그 기운이 심상치 않다.

         

       그래서 조금 두렵고, 또 우려되었다.

         

       ‘내가 이 기운을 다스릴 수 있을까….’

         

       이 막대한 힘을 지닌 구슬을 자신이 온전히 다룰 수 있을지.

         

       혹여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여 공연히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이 솟아오르자, 기운이 흐트러진다.

         

       이를 알아차린 백우진이 가슴 부근에 꼭 그러쥔 그녀의 손 위에 제 손을 덮었다.

         

       “진정하고, 천천히 정신을 집중해.”

         

       손등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

         

       귓가에 들려오는 온정 어린 말들이 그녀를 좀먹던 두려움을 지워나간다.

         

       ‘그래…, 할 수 있어.’

         

       제 곁에는 서방님이 있다.

         

       북해빙궁을 위기로부터 구해낸, 나아가 중원 무림 전체를 구할 멋진 사내.

         

       그가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자신이 실의에 빠져 허우적대든, 힘에 잡아 먹혀 난동을 부리든.

         

       ‘서방님은 날 구해주실 테니까.’

         

       유연해진 의지가 제수천류의 구결을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든다.

         

       덩달아 체내에 만연하는 수기(水氣).

         

       이에 높다랗게 쌓인 곤륜산의 흙더미 아래 깊숙한 곳에 자리해 있던 수기(水氣)가 호응하여 땅 위로 방울방울 솟아오른다.

         

       하나하나 미약해 보이는 물방울들이 뭉치고 또 뭉치며 그 크기를 부풀린다.

         

       콰아아아

         

       어느덧 그들의 키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커진 물줄기가 그녀의 손을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형태를 바꾼다.

         

       충분한 양이 모였음을 확인한 그녀가 안광을 폭사시키며 손을 휘젓는다.

         

       “핫…!”

         

       제수천류의 첫 번째 초식이자, 이후 다룰 모든 초식의 근원.

         

       「파(波).」

         

       불길이 일렁이는 사방에서 그보다 더 큰 물결이 일렁인다.

         

       이를 본 백우진이 명현에게 소리쳤다.

         

       “지금입니다!”

         

       외침을 들은 명현이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내공의 벽을 허문다.

         

       두드리던 벽이 사라지자 일시에 해방되는 불길이 그 뒤에 일렁이는 물결에 닿는다.

         

       치이이이이익!

         

       가열차게 달려드는 불길을, 일렁이는 물결이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아무리 물을 끼얹어도 사라지지 않던 불길은 새하얀 수증기로 화하여 곤륜산 자락을 뿌옇게 뒤덮었다가, 부는 바람에 자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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